|
책을 읽고 나면 독서퀴즈를 풀어야 하며 통과하면 독후활동을 할 수 있다. 독서퀴즈는 하루에 2번까지 도전 가능하며 초등학생은 10문항 중 6개, 중 고등학생은 30문항에서 18개를 맞히면 통과함 (ppt자료 16쪽) |
==>1. 책읽는 즐거움을 앗아간다.
책읽기는 독자가 책 속의 주인공과 내가 하나되어 그들의 삶을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실제의 내 삶과 경험이 일치하는 순간에 공감과 감동을 느끼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고통이나 감수성을 이해하게 된다. 똑같이 한 권의 책을 읽어도 책을 읽고 느끼는 감동이나 지점은 개인의 경험이나 생각에 따라 다르다. 작가는 한 권의 책을 쓰지만 읽는 이에 따라 그 책은 수 천, 수 만권의 책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에서는 읽은 책에 대한 특정한 답을 요구함으로써 개인이 자유롭게 느낄 수 있는 감동을 막아버리고, 책읽기의 과정이 정답을 찾기 위한 과정이 되어 버리고 문제를 잘 풀기 위한 기술적인 책읽기로 전락할 수 있다. 어떤 책을 읽었는지 다양한 독후활동으로 확인받아야 하기 때문에 책읽는 과정은 뒤에 독후활동을 잘 하기 위한 선행학습이 될 수 있고, 책이 독후활동의 교재(예시문)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책 자체의 즐거움에 빠질 수 없게 만든다.
* 창의적 체험활동 연계하여 대입전형에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대입전형포트폴리오로 관리, 출력할 수 있다. (12쪽, 23쪽, 25쪽, 26쪽) * 대학추천도서 독서퀴즈 20문항 중 10개를 통과하면 주제어에 따른 독후활동을 할 수 있다. (19쪽) |
==> 2. 대입에 적용함으로서 초, 중, 고 모든 교육과정이 대입을 위한 과정이 되어 버린다.
우리의 교육 토대에서는 어떤 좋은 것이든 대학입시와 연계되면 많은 폐해와 부작용을 낳아 왔다. 초, 중, 고 시절은 각 시기마다 성장과정에서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음에도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대학을 가기 위한 준비 단계가 되어 버렸다. 초등학생 때부터 모든 학과목이 선행학습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좋은 대학을 가야 한다는 생각과 어려서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좋은 대학을 갈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지금까지 입시의 영역 밖에 있던 독서활동이 입시로 들어오게 되면서 초,중,고 모든 책읽기가 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이 될 것이다. 창의적 체험 활동의 내용 중에 독서활동도 포함되어 있고 이러한 기록들은 학교생활기록부(NEIS)와 연계해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 자료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추후에 기업의 취업 시에도 자료로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창의적 체험활동 종합지원시스템으로 만들어진 대입전형포트폴리오는 학생부와 함께 계속해서 학생을 따라다니게 된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했던 활동내용까지 대학 입학사정관이 한눈에 볼 수 있다”
'책읽기‘를 ’입시와 연계함으로써 학생들의 독서량이 늘어날 것이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입시와 연계된 독서의 문제는 결국 관점의 문제이다. ‘책을 읽게 만드는 것’(강제성)이 중요한가, 아니면 ‘책을 읽고 싶도록 도와주는 것’(자율성)이 중요한가라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 학생인증 학생 회원가입시 학교도서관 대출증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본인확인, 자동진급처리( 학제가 바뀔 때마다 DLS본인인증을 한 번씩 받음) (14쪽) * 독후활동의 종류(초등): 감상문 쓰기, 편지쓰기, 일기쓰기, 동시쓰기, 개요짜기, 인터뷰, 생각키우기, 감상화, 독서퀴즈 (17쪽) * 회원등록도서 독서퀴즈개발도서에 없는 도서를 검색, 입력하여 독후활동을 할 수 있다 (20쪽) * 우리학교추천도서 교사는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읽히고 독후활동을 권장할 수 있도록 우리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추천도서를 선정할 수 있다. (21쪽) * 독후활동지도 학생별독서활동현황 학급별독서활동현황 다독자 다독반(학년별) 다독반(학교전체) (31쪽) |
==> 3. 사교육을 확대한다.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은 회원가입하면 어느 곳에서든 접속할 수 있다. 따라서 집에서 부모가 대신해 줄 수도 있고, 학원이나 대행업체에 위탁해서 해 준다 해도 확인할 방법은 없는 것이다. 또한 시스템에서 읽은 책을 기록하는 방법으로 책을 읽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먼저 문제풀이(독서퀴즈)를 해야 한다. 책을 읽었다 하더라도 내용을 완벽하게 외우고 있지 않다면 문제를 풀기 힘들다. 따라서 문제풀이를 위한 학습지나 학원, 이를 위한 대행업체등이 충분히 생겨날 수 있다. 또한 문제를 풀고 난 다음 해야 하는 다양한 독후활동-감상문쓰기, 편지쓰기, 동시쓰기, 일기쓰기, 개요짜기, 인터뷰, 생각키우기, 감상화, 독서퀴즈-을 위해 이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사교육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 독서교육이 위의 틀에 맞춰 획일화되고 정형화될 수 있는 위험도 있는 것이다.
4. 아이들의 자유로운 사고와 풍부한 경험의 과정을 기록하여 관리하는 것은 인권 침해이다.
이 시스템의 추진 배경을 살펴보면 “① DLS와 독서교육지원시스템의 중복, 유사 기능을 하나의 기능으로 통합, 독서교육포탈시스템 구축 ② 학교 단위의 독서교육에서 개인의 평생 독후활동으로 중심이동, 학생 자율의 자기 주도적 장기적 독서계획 관리” 이다.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은‘부산광역시교육청의 독서교육지원시스템(http://reading.busanedu.net)’과 ‘학교도서관지원시스템(DLS)’의 기능을 통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부산광역시교육청의 독서교육지원시스템과의 차이는 독서교육지원시스템은‘독후활동서지정보가 없을 뿐만 아니라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학생정보와 연계되어 있지 않았으나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 독후활동서지정보가 포함되어 있고, NEIS학생정보와 연계된다는 점입니다. 도서 대출, 반납, 연체 내역을 볼 수 있는 DLS와의 통합, 2002년 도입 당시부터 과도한 개인 정보의 수집과 수집된 학생 정보의 유출 가능성 등으로 심각한 사생활 침해 우려가 제기되어 온 NEIS와의 연계는 개인의 평생 독후활동을 국가에서 누적, 통합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사생활을 보장 받을 권리가 있다. 학생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모든 사람은 인격의 주체로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스스로 자신의 생각과 판단으로 삶을 책임있게 영위해갈 수 있는 잠재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교육과학기술부가 나서서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모든 정보를 모아놓겠다는 것은 개인의 정보를 국가에서 평생 관리하겠다는 것이므로 학생들을 일괄적으로 관리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는 존재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고 그런 기회를 주지 않으려는 발상이다. 정부가 관리하는 독서기록은 책을 선택하거나 읽는 것을 제한함으로서 다양한 방법으로 세상과 만나고 경험하는 것들을 제한할 수 있다. 또한 개인의 정보를 기록, 관리하여 필요할 때마다 평가의 잣대를 삼겠다는 것이므로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이고, 개인이 자유롭게 경험하고 자율적으로 삶을 꾸려갈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5.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은 학생들을 평가하고 강제하여 독서를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독서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어야 한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책을 읽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읽는 것이다. 시험과 입시 준비에 바쁜 아이들에게 책 읽을 시간과 마음의 여유는 없다. 학생들의 교육을 맡고 있는 정부가 아이들의 자유로운 성장을 돕는데 독서가 중요하다고 판단한다면 독서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학창시절의 책읽기가 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이 아닌 책의 즐거움을 느끼고 책과 친해질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만나게 해 주는 것이여야 한다. 책읽기는 단지 책을 읽고 난 후 컴퓨터에 접속하여 얼마나 많은 문제를 맞추느냐, 독후활동을 얼마나 잘 하는 것이냐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책읽기는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으면서 그 과정에서의 즐거움과 교감, 감동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진정한 의미의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이 되기 위해서는 독서를 즐겁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한 지원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독서 환경이라고 하면 주변에 책을 읽고 대화하고 삶을 고민하는 어른들이 많아야 한다. 또한 학생들의 책읽기를 위해 물리적인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고, 도서관이 익숙한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공간과 다양한 자료에 대한 이해, 아이들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는 사서가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책을 읽는 것이 인류의 다양한 사상과 가치관을 두로 경험하며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선택하고 확장해갈 수 있다는 것을 격려 받으며 공부하는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어야 한다. 학생들이 도서관을 찾아갈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와 교과 학습 방법도 함께 이어진다면 아이들은 저절로 독서의 즐거움을 알게 되고 익숙한 문화로 만들어 갈 것이다.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 폐지 운동의 의의와 방향
우리회 활동은 평등하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꿈꿀 수 있는 책읽기가 가능할 때, 개인의 삶과 사회가 함께 풍요로워지는 건강한 책문화를 확산시키는 일이다. 그동안 작고 느린 걸음이었지만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펼쳐왔던 다양한 문화 활동들과 실천, 그리고 교육들은 우리 사회의 책문화를 조금씩 바꿔가는 밑거름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앞서 살펴 본 것처럼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은 자본을 바탕으로 하는 시장논리 속에서 책읽고 느낀 감동마저 ‘가르치고 배우게’ 함으로써 삶을 풍요롭게 하기 보다는 획일화, 황폐화시키는 최악의 책문화를 확산시킬 엄청난 태풍과 같다.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읽은 결과만을 확인하며 경쟁하는 책읽기가 자연스러워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적어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좋은 책을 권하고 함께 읽는 것을 통해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지만 지켜야 할 공생의 가치들을 공유하고 확산시켜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개인의 책읽기를 제도화함으로써 모든 관계를 단절시키고 삶을 선택할 수 없게 될 때, 우리회가 바라는 건강한 책문화의 길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지금,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이라는 커다란 벽 앞에 서 있다. 그 벽의 높이가 얼마나 되는지, 과연 넘어설 수 있는 높이인지 짐작 가능하지도 않다. 그러나 책읽기의 즐거움을 통해 얻은 그 힘으로 우리 사회의 모순과 정책의 부조리함을 인식함으로서 현실에 순응하지 않고 저항해야 한다. 저 커다란 벽이 무너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에게 책읽기란 과연 무엇인가? 나는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의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이것은 나, 그리고 우리회 활동을 넘어서 어린이문학과 교육을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연대함으로서 더 큰 힘으로 뭉쳐지고 건강한 책문화, 참삶을 가꾸는 책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어린이문학 작가들이 동화나 동시만을 쓰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나는 그런 사람의 문학관을 의심한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그들이 참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어린이 문학인이라면 마땅히 어린이가 참되게 자라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것이고, 이를 없애려고 애쓸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고 할 때, 그런 사람이 하는 문학은 한갓 개인 취향 오락이나 상업행위를 넘어 선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어린이문학 작가들은 앞으로 어린이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 모든 사회 상황에 대해 그 뿌리를 살피고 걸림돌을 없애는 일에 서로 돕는 양심을 보여 주어야 하며, 더욱이 교육을 맡은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서로 돕는 체제를 이루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 생각한다.”
<어린이를 지키는 문학, 이오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