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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쉼터 스크랩 삭은 맛, 묵은 맛, 감칠 맛
ysoo 추천 0 조회 162 16.12.19 16:3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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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은 맛, 묵은 맛, 감칠 맛

 

“한국인에게 ‘장(醬)’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단순한 조미료의 한 종류가 아니다. 한국의 장에는 한국인의 정과 한과 사랑과 미움이 모두 배어 있어, 한국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요소다.”

 

춥다. 겨울엔 추운 게 당연하다고 느끼면서도 없는 이들에겐 추운 게 정말 괴롭다. 삶이 팍팍한 서민들에게 추위는 먹거리의 고갈로도 이어진다. 가을걷이가 끝난 휑한 들판을 바라보노라면 그 풍성하던 곡식들은 누구의 손으로 건너갔는지 내몫은 보이질 않는다. 이럴 때 당연히 따라오는 생각이 바로 장맛이다. 고향을 떠나 사는 대다수의 현대인들이 아직도 잊지 못하는 것이 바로 어머니의 손맛이 배인 장맛.

 

 

 

콩 베이스의 장, 한반도가 원조

 

이 장이 우리에게 다가온 것은 언제쯤일까. 장이라는 것을 우리 민족만 먹었던 것은 아니다. 가까운 중국에서 처음 만들어졌을 거라 짐작되는 장은 처음에 짐승의 고기를 베이스로 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육식을 꺼리는 불교의 전래와 함께 우리 민족은 식물성 재료인 콩을 베이스로 해서 장을 만드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콩은 한반도에서 많이 생산되는 곡식이기에, 콩으로 만든 모든 장은 우리 민족이 제일 처음 만들어낸 후 중국이나 일본으로 전파되었다.

고추가 나중에 이 땅에 전래되면서 고추장도 만들어졌지만 가장 먼저 만들어 먹기 시작했던 건 된장과 간장이다. 된장과 간장, 고추장은 모두 콩을 쪄서 만든 메주를 이용한다.

 

메주는 다들 알다시피 콩을 삶아 절구에 찧은 다음 뭉쳐서 발효·숙성시킨 것이다. 콩 외에 다른 곡물을 일부 섞기도 하는데, 메주 자체로는 음식을 만들어 먹지 않고 된장이나 간장, 고추장과 같은 장을 담그는 기본 재료로 이용된다. 어떤 장을 만드냐에 따라서 제조법이 약간씩 달라진다.

 

맛있는 장을 담그려면 무엇보다도 메주를 잘 띄워야 한다.

메주는 보통 입동(立冬)을 전후해 만드는데, 잘 여문 메주콩을 준비해 두었다가 김장을 끝내고 만든다. 충분히 익힌 콩에서 물기를 뺀 다음 시루에 쪄내고 손으로 뭉치거나 일정한 나무틀에 넣어 모양을 만들어 말린다.

메주의 모양은 지방마다, 또는 집안마다 조금씩 다르게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든 메주는 며칠 동안 따뜻한 방에 그대로 두어 표면을 꾸덕꾸덕하게 말린다. 표면이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는 우리 몸에 해로운 곰팡이가 번식하기 때문에 겉을 충분히 말려야 한다. 이렇게 표면이 마른 메주는 다시 따뜻한 곳에 두어 ‘뜬’다.

이 기간에 메주의 표면에 곰팡이가 골고루 덮이게 되는데, 온도가 지나치게 높거나 습기가 많으면 잡균이 생겨 메주가 썩어 버린다.

메주가 알맞게 뜨면 볏짚으로 열십자로 묶어서 겨울 동안 방안에 매달아 놓거나 선반에 올려서 말렸다가 이른봄에 꺼내 햇볕에 바짝 말리면 메주가 완성되는 것이다.

 

 

 

 

소금과 메주의 하모니

 

겨우내 말린 메주에서 먼지를 털어내고 흐르는 물에 담가 솔로 재빨리 문질러 씻는다. 채반이나 광주리에 건져서 물기를 빼고 햇볕에 2~3일 더 바싹 말린다.

장 맛은 메주와 소금기와 볕 쬐기로 결정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소금물의 농도가 너무 낮으면 숙성 과정이나 보관 중에 장이 변질될 우려가 있고, 너무 짜면 미생물 발효가 억제되어 장 맛이 떨어진다.

소금물은 장을 담그기 하루 전에 미리 풀어 침전물이 바닥에 충분히 가라앉은 다음에 사용한다. 미리 풀어서 겨울을 난 소금물을 사용하면 더욱 좋다고 한다.

 

소금물을 풀 때는 먼저 큰 독 위에 시루를 얹고 시루 밑에 큰 베보를 깔고 소금을 넣는다. 미리 가늠한 물을 조금씩 부으면 아래로 소금물이 모이는데, 막대기로 휘휘 저어서 소금이 다 녹게 하여 하루를 그대로 두었다가 윗물만 떠서 장 담글 때 사용한다.

메주에 비해 소금물이 많으면 간장의 양이 많아지고 맛은 연한 것이며 물이 적다면 간장이 적고 맛이 진하다. 따라서 맛있는 장을 담그려면 물을 적게 붓고 메주를 많이 넣으면 된다.

소금은 메주콩과 같은 분량이 필요하고, 늦게 담글 경우엔 상하기 쉬우니 두 되 정도 더 넣는다.

 

이제 노숙한 장인의 손길이 더욱 중요해지는 순간이다.

간장을 많이 만들려면 메주를 쪼개 까맣게 뜬 부분을 많이 쓰고, 된장을 많이 만들려면 가장자리 덜 뜬 부분을 골라 쓴다. 그런 다음 하루 전에 풀어 놓은 소금물을 붓는다.

메주가 떴다가 가라앉으면 싱거운 것이므로 소금을 더 넣는다. 이때는 소금물의 일부에 다시 소금을 풀어 간을 맞춘다. 메주가 물 위로 1cm 정도 떠오르면 적당하다. 소금물은 독에 가득 차 찰랑찰랑해야 한다. 그러나 처음 부었던 소금물은 시일이 지나 메주가 불어나면 약간 줄어든다.

볕을 쪼이는 과정에서도 줄어들므로 장을 담그고 남은 소금물을 따로 독에 담아 두었다가 줄어드는 양만큼 채워 주는 것이 좋다.

 

노출된 메줏덩이에 잡균이 붙지 못하도록 수면 위로 나온 메주의 겉면에 소금을 한 줌씩 얹어 놓기도 하고, 숯, 대추, 고추 등을 한 독에 서너 개씩 띄운다. 숯은 흡습성이 있어 잡내를 빨아들이는 작용을 하는데 새 숯보다는 빨갛게 달군 숯을 넣어 불이 꺼지면 바로 뚜껑을 닫는다. 통고추는 살균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대추와 함께 붉은색이어서 나쁜 것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는 액막이용으로 넣었다.

장은 담그는 시기에 따라 염도를 달리해야 하는데, 달걀을 넣어 보아 달걀이 수면 위에 반 정도 떠올라 있으면 염도가 알맞은 것이다. 간이 짜면 달걀이 더 위로 뜨고 싱거우면 가라앉는다.

 

보통 40~60일의 숙성 기간이 지나면 메주와 즙액을 분리하게 된다. 그러나 장 뜨는 시기도 언제 담갔느냐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정월에 담근 정월 장은 70~80일 정도, 2월 장은 50~60일, 3월 장은 40~50일이 지나면 장을 뜬다. 더울수록 발효 기간이 짧다.

그 해에 된장과 간장으로 가르지 않을 경우에는 8월에 볕을 더 쪼이지 말고 메줏덩이 위에 소금을 하얗게 얹어 겨울을 나고 이듬해 돌이 되는 달에 가르는데 이런 경우는 된장보다 맛있는 간장을 얻기 위해서이다.

 

 

 

 

된장을 담을 항아리는 미리 씻어서 말렸다가 밑바닥에 소금을 약간 뿌리고 버무린 된장을 담고 위를 꼭꼭 누른 다음 반드시 위에 소금을 하얗게 얹어서 항아리 뚜껑을 덮어 둔다. 맑은 날에는 뚜껑을 열어 햇볕을 쪼이면서 한 달 정도 두면 숙성하여 맛이 든다.

좀 더 맛있는 된장을 얻으려면 메주를 담글 때 소금물을 적게 잡거나, 약간 덜 뜬 메주로 담가야 된장 맛이 더 좋아진다.

또 다른 방법은 간장을 뜨고 남은 메주를 으깨어 섞을 때 따로 준비한 개량 메줏가루를 보태는 것이다. 메주가 없을 때는 콩 한 되를 무르게 삶아 건져서 절구에 잘 찧어서 이미 숙성된 된장에 섞는다. 된장이 너무 오래되어 짜고 단단하게 굳었을 때는 콩 삶은 물이나 순두부 물을 부어서 고루 섞으면 부드럽고 촉촉해진다.

 

간장과 된장의 가름

 

이제 메주를 부서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건져 내고 항아리 바닥에 남은 메주 부스러기는 체로 밭아서 건진다. 건져 낸 메주는 다시 소금을 넣고 버무려 다른 항아리에 꼭꼭 눌러 놓는다.

된장과 간장을 가르고 나면 간장을 달여 놓아야 하는데, 간장의 부패를 막고 농축시켜서 진한 장을 얻기 위해서이다. 80℃에서 10~20분 정도 달인다. 도중에 생기는 거품은 걷어 낸다. 간장이 좀 묽은 듯하면 더 오래 끓이고, 달인 장은 완전히 식은 다음 독에 붓고 뚜껑을 덮는다.

 

장을 담그고 3일쯤은 독 뚜껑을 덮어 두었다가 햇볕이 좋은 날 아침에 뚜껑을 열어 하루 종일 볕을 쪼이고 저녁에 덮는다. 항아리 입을 망사로 씌워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하고, 특히 비를 맞으면 장 맛이 변하므로 흐린 날에는 뚜껑을 열지 않는 것이 좋다.

이렇게 볕을 쪼이면서 숙성시키는 기간은 보통 30~50일 정도이다. 좀 더 진한 간장을 얻으려고 백 일이 지나 장을 뜨는 경우도 있지만 40일 정도가 지나면 맛과 향이 충분히 우러난다.

이렇게 만들어진 우리의 된장과 간장에 가장 많이 배어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어르신들의 시간과 정성이다.

 

 

글 함성주

동국대 국문과 졸업. 시인.

신문, 잡지 등에 작은 글들을 쓰거나 책을 만드는 일을 하며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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