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대안학교 ①] ‘틀린 교육’이 아닌 ‘다른 교육’을 지향하는 대안학교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교육부가 발표한 만점자 열다섯 명 중 한 명이 대안학교 출신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안학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광주 지역의 미인가 대안학교인 지혜학교를 졸업한 심지환 군은 검정고시생이자 미인가 대안학교 학생 중 처음으로 만점을 받았다. 우리 사회에서 대안학교란 도대체 어떤 학교일까? - 편집부
대안학교(Alternative School, 代案學校)
EXID 멤버 하니, FT아일랜드 보컬 이홍기, 프로게이머 김택용, LG트윈스 조선명 선수…. 이들은 모두 대안학교 출신이다. 대안학교란 공교육의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학습자 중심의 자율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만들어진 곳으로 기존의 학교 교육과는 다른 학교를 뜻한다. 주로 억압적 입시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자유로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가르치는 학교를 말하는데, 1998년 국내에 처음 등장한 대안학교는 교육제도의 한계를 인식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대안적 사회를 구성하면서 새로운 교육을 모색하려는 시도로 발전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교육부 인가 대안학교가 고등학교 25개교, 중학교 14개교 등 총 71개교가 있다. 대안학교는 크게 학력을 인정해 주느냐에 대한 여부로 인가형과 비인가형으로 나뉘는데 교육 관계 당국이 학력을 인정해 주는 인가형 학교로는 특성화학교나 위탁형 대안학교가 있다. 비인가 대안학교의 경우 학교의 교육과정과 운영 형태가 매우 다양하지만, 크게 전원형과 도시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전원형은 대개 기숙형이고 도시형은 통학형이다. 또한 전일제 형태의 대안학교와 프로그램 형태의 대안학교로도 나누어볼 수 있다. 프로그램 형태의 대안학교는 계절 학교, 방과후학교, 주말 학교, 홈스쿨링 등이 있다.
초 · 중등교육법에서는 대안학교를 “학업을 중단하거나 개인적 특성에 맞는 교육을 받으려는 학생을 대상으로 현장 실습 등 체험 위주의 교육, 인성 위주의 교육 또는 개인의 소질 · 적성 개발 위주의 교육 등 다양한 교육을 하는 학교”로 정의하고 있다.
대안학교는 획일적인 공교육 제도에서의 탈피, 교육 목적, 학생 수준 등에 따라 자유롭고 다양한 교육과정, 학습 방법 등이 선택되어 운영되는 만큼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이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며, 전인교육과 체험 학습 등 기존의 교육 체계에서 시행하는 교육 프로그램과 다른 교육을 제공한다.
학교마다 서로 다른 철학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대안학교들은 교육목표와 학교 운영에서 매우 다른 모습을 보이지만 대부분 철학과 영성을 중시한다. 주로 소규모로 운영되며, 삶이 곧 학습이며 진정한 체험을 통해 ‘지知, 정情, 의意’를 균형 있게 교육한다. 또한, 학부모와 학생을 교육의 주체로서 교육 활동에 적극적으로 투입하고 지역사회를 최대한 활용하여 살아 있는 교육을 지향한다. 특히 각 학교의 교육철학에 대한 배경의 차이로 개별 학교마다 저마다의 독특함을 가지고 있어 제각각의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고 있으므로 학생과 학부모가 저마다의 교육에 대한 기호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다.
느리게 나아가고 있는 대안학교
얼마 전 가수 윤민수 씨가 아들 윤후 군이 대안학교로 전학을 갔다고 밝혀 화제가 됐었다. 많은 사람이 “혹시 후에게 문제가 있는 건가?”라는 반응을 보인 점은 대안학교를 둘러싼 선입견을 잘 보여 준 사례로 볼 수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대안학교 학생들을 ‘일반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아’로, 대안학교는 ‘그런 아이들만 가는 곳’으로 생각하고 있다. 대안학교는 엄연히 개인적 특성에 맞는 교육을 받으려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지고 교육하고 있는 것인 만큼 ‘틀린 교육’이 아닌 ‘다른 교육’을 지향하는 학교임을 잘 이해해야 한다.
왕따, 학교 폭력 피해자, 학교 부적응아 등이 모여 있는 곳이 대안학교라는 것은 큰 오해다. 물론 어려움이 있어서 대안 교육을 선택하고 최선을 다해 배움을 이끌어 가고 있는 학생도 많은 것은 사실이며 실제로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이 대안학교에서 교사의 지지와 친구들의 신뢰를 통해 회복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대안학교가 제도권 학교와 다른 점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황 자체를 수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원인을 자세히 분석하며 당사자 모두가 ‘회복적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본다는 점이다.
대안학교에서 가장 행복한 이들은 바로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교사와 부모로부터 한껏 지지를 받고 생활하고 있으며 흙이나 숲에서 활동해 자연과 친근하고 사람 사이의 진실함에 바탕을 둔 교육을 받고 있다. 짧든 길든 대안 교육을 경험하고 고등학교를 마친 친구들이 매년 늘고 있고,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에 진출하고 있다. 대학을 가지 않고 일찌감치 취업이나 직업훈련을 받아 전문가의 길로 들어서거나, 창업 혹은 여행을 하며 세상의 경험을 쌓은 친구들도 많다. 대안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은 대안학교에서 배우는 교육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정말 배워야 할 것들에 대한 고민으로 출발해서, ‘무조건 이렇다’라고 주입하기보다 스스로 고민과 생각을 통해 ‘이것이 왜 그런가’를 생각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 것이 가장 좋았다고 말한다.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는 세상과는 반대로 느리게 나아가고 있는 대안학교는 조금은 느리더라도 제대로 배워 나가고, 스스로 생각한 답을 통해서 자기화(自己化)한 지식을 습득하도록 돕는다.
아이들을 위한 ‘다른 길’
대안 교육은 기존 제도 교육을 보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대체’하는 방안으로서의 위상을 가지고 있다. 많은 대안학교들이 생태 학습, 여행학습, 평화교육, 인문학, 자기 프로젝트, 인턴십 등 기존의 학교에서 운영하기 어려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왔으며, 한편으로는 현재 학교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소외당하는 아이들에게 학습의 기회를 충족시켜 주는 역할을 해 왔다. 이렇듯 대안 교육은 때로는 기존의 학교교육에 신선한 자극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학교교육의 손이 닿지 않는 영역을 보완해 주기도 하면서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대안 교육을 통해서도 개개인의 성장을 지원하고 사회 통합에 기여하는 공교육의 이상이 실현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공교육과 대안 교육이 앞으로 더욱더 소통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새로운 교육을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다른 교육을 지향하는 대안학교의 교육철학은 요즘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입시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 높은 학업 중도 탈락률 등 기존 교육에 대한 회의가 대안학교로 눈을 돌리게 한 것이다. ‘자연학교’로 유명한 A 초등학교는 도시에 사는 학생을 시골로 전학 가게 했고, 경쟁이 아닌 협력을 강조하는 도시형 대안학교로 유명한 B 학교는 해마다 5대 1의 높은 입학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외에도 탈북 학생을 위한 대안학교, 가수 인순이가 다문화 청소년을 위해 설립한 대안학교 등 다양한 학생을 위한 대안학교는 모든 청소년이 세상살이에 필요한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자유롭고 다양한 교육이 중시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대안학교에 대한 인식과 변화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안학교를 선택할 때는 ‘옳다’, ‘그르다’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와 ‘맞다’, ‘맞지 않는다’라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학교마다 학생을 뽑는 시기도 다르고 방법도 다를 뿐더러 학교의 제도와 교육제도가 아무리 좋더라도 내 아이와 맞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여러 대안학교를 직접 방문해 보고 아이의 성향과 맞는 곳인지 충분한 상담과 고민이 필요하다. 다양성과 창의성이 학습에 중요한 만큼 우리나라의 학습 현장에 많은 경로가 생기고, 대안학교가 정직하고 건강한 교육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기존 교육의 ‘대안’이 되기 위해 등장한 대안 교육. 이들의 ‘다른 교육’이 우리 아이들을 위한 ‘다른 길’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살레시오 가족, 2018년 3월호(149호),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