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바른 자세에 관한 다른 동네 야그...
수 많은 민족의 역사는 '힘 없는 평화는 있을 수 없다'는 교훈을 줌과 동시에
'평화를 위해 무력을 가져야 한다'는 딜레마를
안겨 주기도 한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의 평화라는 것은
서로 어깨동무하고 사이좋게 지낸다는 의미가 아니라
쌍방간에 힘의 균형이
유지되고 있는 상태를 뜻하는 것이다.
외교 능력 또한 자국이 갖고 있는 무력의 크기에 비례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관계는 국가보다 훨씬 작은 개인에게도 별로 다를 바가 없다.
같은 논리로 일본에서는 한사람의 무술가를
병법자라고 부르는데
이는 일본 특유의 축소지향적 사고방식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이 때 병법자의 몸은
곧 군대의 최소 단위로
간주된다.
무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첫째가 힘이고, 둘째가 자세, 셋째가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무술가에게 있어 힘은 기술에 우선한다.
힘 없는 평화를 지켜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근력이 뒷받침되지 못한 기술은
거의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기술은 어느 정도 저축이 가능하지만 신체능력은 결코 저축할 수 없다.
매일 갈고 닦지 않으면
그것은 점차 사라지고 만다.
처음 무술 배우겠다고 오는 사람들은 보통 무술에 관한 환상을 갖고
찾아오기 때문에 가급적 최단
시간 안에 여러가지 무술 기법들을 배우고 싶어한다.
문제는 거의 대부분 근력과 유연성이 한참 떨어진다는 것이다.
10년전 우스개
소리로, 마음은 서태지인데 몸은 설운도란 얘기가 여기에 딱 맞는다.
몸의 기초가 바로 서지 않으면 절대로 아름다운 동선이 나올 수
없다.
즉, 근력을 기른다는 것은 상대를 엄청난 힘으로 완전 죽여놓기 위함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위의 그림을 보면 두 사람이 똑같은 자세로 서로를 맞잡고 있으나 공격 기회가
어느 쪽에 있는지는 확연히 구별된다.
누가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바르게 선다는 것은 결국 척추를 바르게 세운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그런데 나를 포함해서 대부분 사람들이 어떤 것이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인지
잘 알지 못한다. 단 한번도 그런
종류의 지도편달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감 조차 잡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가랑비에 옷 젖듯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서서히 느낌을 키워가다가
어느 순간 앗! 하고 정확한 감을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설령 이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할지라도 성질 급한 한국인에게
일괄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자세를 바르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복근과 배근의 단련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러나 사람의 몸은 특정 근육만 집중 발달시킬 수 있는 구조가 아니므로
전체의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이른바 '몸짱'이 아닌 무술을 위한 실용적인 근육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
굳이 비싼 기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팔굽혀펴기, 딥프레스, 턱걸이 등으로
활배근과 삼두근을 단련시키고 하체 단련을 위한 스쿼트 및 점핑 스쿼트,
복근 및 배근 단련을 위한 다양한 크런치 등... 선수가 아닌 일반인에게는
이 정도로도 충분한 근력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유연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다른 거 없고, 요가 프로그램 따라하면 된다.
그 중 내가 핵심으로 생각하는 것은 박쥐, 쟁기,
아치 자세의 세 가지이고
그 외 다른 여러 자세를 취하는 것은 이 세 자세를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자기 시행했을때 올 수 있는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함의 목적이 크다.
그리고 요가의 호흡법은 양생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무술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문제는 자세다. 복근과 배근이 충분히 단련되었어도 어떤 느낌으로 서 있을때
그것을 바른 자세라고 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어떻게 알 수 있는 것일까...
이것이 참 난감한 문제다. 이렇게도 해보라 하고 저렇게도 시켜 보지만 하나가
만족스러우면
다른 부분이 걸리곤 한다.
내가 처음 태극권을 배울 당시에 척추를 바르게 유지하라며
제일 많이 들었던 비유가 머리에 줄이
매달려 있는 것 같은 느낌으로
몸을 옮기라는 것이었는데, 이게 머리로는 대충 이해가 되어도
몸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암담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에게는 이 정도의 설명으로 충분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게
잘 되지 않아 무척
고생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이 비유보다 더 '자연스러운' 몸 움직임을 묘사할 수 있는
설명이 없지 않을까 싶긴 하다.
그러나 아직 뭐가 뭔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하늘에 떠가는 뜬구름 같을 뿐이다.
조금은 작위적이라 할지라도 더 확실하고 빠르게
자세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던 중, 같이 가라데를 수련했던 분이 이게 상당히 좋다면서
추천해 준 것이
'오버헤드 스쿼트(Overhead Squat)'이다.
일반적인
스쿼트가 바벨을 어깨위에 올려 놓고 하는 것에 비해
오버헤드란 명칭에서 알 수 있듯 바벨을 머리 위로 번쩍 들고 스쿼트를 실시한다.
단, 지나치게 무거운 중량으로 실시하면 부상의 위험이 크므로 주의한다.
이렇게 바벨을 들고 있는 것만으로 척추는 강한
압력을 느끼게 되는데
이때 이 압박감을 몸 밖으로 밀어내기 위해 상하로 척추를 늘리고
좌우로 활배근을 펴는 등... 상체 전체를
상하좌우로 늘리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 상태로 무릎을 굽혀 고관절이 완전히 접힐때까지 앉는 동안
바른 자세를 유지하지
않으면 필시 바벨이 앞이나 뒤로 흔들리게 된다.
바꿔 말해 바벨이 흔들리지 않고 스쿼트가 가능하다면 그 느낌이 곧 바른 자세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무경험자는 중심을 잃고 바벨이 흔들리는 순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으므로 처음에는 다른 사람이 옆에서
보조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 운동은 스스로 바른 자세의 느낌을 공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하체의 근지구력 단련과
고관절의 유연성, 간접적으로는 활배근으로 이어지는
팔의 근력까지 키울 수 있으니 1석 4조라고 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