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자
곽재구
스무살 적에 넌 내 첫사랑이었지
눈화장을 하고 매니큐어를 하고
안녕하세요 파인 땡큐 영어를 하고
늘씬한 허리 쭉 뻗은 다리로
흔들흔들 내 앞을 스쳐가는 너는
그렇지 몰라보게 변한 네가
코쟁이의 노리개가 되기 전에
너는 영문과에 다니면서도 영어 한 번
서울말 한 번 쓰지 않던 해 맑은
쑥부쟁이 전라도 촌년이었지
손거울 하나 맞춤못 한 벌 갖지 못하고
그 흔한 파마 한 번 하지 못하고
낙숫물이 새는 야학에서
코리언 보이스 비 엠비셔스
칠판 위에 또박또박 적던 너를
나는 안다 네 마음이 미친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우리들의 슬픔이 너를
한꺼번에 미치게 했음을
숨쉴 수 없는 우리들의 헐벗은 그리움이
너를 한꺼번에 돌 게 했음을
교환교수 코쟁이 양놈 팔에 매달리며
두 달 후면 한국을 떠나요
깔깔대며 내 앞을 스쳐가는 너는
그리운 내 스무살의 첫사랑이었지
*****
전쟁과 가난과 동족상쟁의 비극이 남김 서러운 이야기의 하나 입니다. 인간성의 限界를 읽어야 하는 恨의 흔적이기도 합니다. 인류의 역사에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고 希求하는 간절한 바램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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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特選 詩모음
영자 -곽재구
瑞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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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20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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