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ano Concerto No.1 in d minor, Op.15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제1번>

Johaness Brahms, 1833-1897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은 교향곡을 만들려고 준비하다가 피아노 협주곡으로 방향을 선회한 브람스의 첫 번째 관현악 작품이다. 알려진대로 브람스는 교향곡을 쓰려고 했지만 베토벤의 교향곡 위용에 눌려 손을 대지 못하고 애태우다가 나이 40이 넘어서야 비로소 교향곡 제1번을 작곡한다. 그래서인가, 이 곡도 애초에는 교향곡으로 시작하였지만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은 그는 피아노 협주곡으로 개작한다. 브람스는 1855년 2월 7일 클라라에게 보낸 편지에서 “제가 밤에 어떤 꿈을 꾸는지 상상해 보십시오. 저는 좌절한 교향곡을 피아노협주곡으로 활용하고, 그것을 연주했습니다. 제1악장도 스케르초도 피날레도 무척 어렵습니다만 저는 아주 힘이 넘치고 있습니다.”라고 적고 있다.
그러나 피아노 협주곡도 진행은 더뎌, 1856년 가을이 되어서야 제1악장이 완성되어 클라라에게 보여준다. 클라라는 이때의 감정을 적은 1856년 10월 1일의 일기에서 “요하네스의 협주곡 제1악장이 완성되었다. 그래서 둘이서 2대의 피아노로 몇 번이나 연주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12월 30일에는 브람스가 클라라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요 며칠 저는 협주곡 제1악장을 정서했습니다. 요아힘은 마지막 악장을 무척 기대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아름다운 초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것은 아다지오가 될 것입니다.”라고 답장을 보냈다. 따라서 이 곡을 두고 브람스와 클라라가 주고 받은 편지는 곡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졌다.
곡은 드디어 1857년 5월 완성된다. 그러나 1858년 2월, 요아힘과 의견을 교환하면서 수정 보필을 가하기 시작하여 그해 3월 5일 함부르크의 뮤직페라인에서 초연하기로 하였으나 무산된다. 그 이유는 그곳의 피아노가 맘에 들지 않고, 당시 사람들이 이 곡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사실 때문에 브람스가 직접 취소한 것이다. 그러다가 1858년 3월 30일 요아힘이 악장으로 있는 하노버 궁정악단에 의해 드디어 브람스 자신의 독주로 시연이 있었다. 그리고 다음해인 1859년 1월 22일 하노버 궁정극장 제3회 예약연주회에서 정식 초연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5일 후인 1월 27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제14회 예약연주회에서 브람스 자신의 피아노와 수석지휘자 ‘율리우스 리츠’의 지휘로 연주되었다. 그러나 리스트, 바그너의 이른바 ‘신독일악파’ 사람들에게 외면당해 공연장에 있는 관객 중 박수친 사람은 3사람에 불과했다고 한다. 브람스는 이때의 연주회 분위기의 이상기류를 요아힘에게 편지로 전하면서 악장인 ‘다비트’ 만큼은 아주 호의적으로 평했다고 술회했다. 브람스는 이때 괴팅겐의 연인 ‘아가테 폰 지볼트’와 결별하고 칩거에 들어가 있을 때이기도 하였는데, 그러고 보면 브람스는 이 곡과 관련하여 여러모로 힘든 시기를 보냈던 것이다.
곡의 형식은 제1악장은 관현악 제시부가 거대하고, 3악장 론도는 전통적인 고전주의에 입각했으며, 피아노는 정력적인 연주기교를 요하지만 거장적인 것은 아니고, 오히려 “피아노의 조주를 가진 교향곡”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협주적이기 보다는 교향곡적인 스케일이 강한 곡이다.
1st Maestoso
제1악장 마에소토소의 위엄을 보이며 초자연적인 힘도 느껴지는 도입부는 압권이다. 도입부의 거대한 울림과 지속저음은 이 곡의 시작을 알리는 서막이다. 이어지는 제1주제를 중심으로 바이올린, 첼로가 힘차고 분명한 주제를 연주하며 시작하는데, 드디어 전투적 분위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서주의 격렬한 움직임 다음 피아노가 등장한다. 제시부에서는 투쟁적인 제1주제와 서정적인 제2주제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발전부는 피아노의 강렬한 타건과 함께 시작되는데, 피아노와 관현악이 경쟁을 통해 만들어가는 곡상의 전개는 눈부시다. 이것이 그대로 클라이맥스에 도달하고, 재현부 다음 음악은 다시 한 번 경쟁과 협력을 통해 정점을 향해 긴박하게 쌓아올린 다음 거대한 음향을 뒤로 한 채 악장을 닫는다.
2nd Adagio
2악장은 아다지오 3부 형식이다. 조용하고 차분하고 종교적인 기품이 느껴지는 악장이다. 현악기와 파곳이 대위법적으로 우아한 주제를 연주하는데, 이 부분은 “클라라의 아름다운 초상”이라고 술회한 부분이다. 남편을 잃은 슬픈 클라라를 위로하고 동시에 그녀를 그리워하는 자신의 복잡한 심경이 담겨 있는 곡이다. 현악기의 선율은 1악장에서 기인하고, 파곳은 이 악장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어지는 피아노는 이 선율을 다뤄나간다. 관현악과 피아노의 응답풍 진행은 아름답다. 제3부는 피아노가 아르페지오로 관현악에 대립하고, 피아노의 카덴차 후 조용히 마무리된다.
3rd Rondo. Allegro non troppo
제3악장은 론도로 경쾌하고 젊은 활력이 넘친다. 론도 주제는 다성적인 요소와 당김음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어 부주제가 있은 후 경과풍의 악구 후에 제2 부주제는 현악기가 카논풍으로 등장한다. 중간의 단조 부분에서 잠시 후 푸가토로 변하고, 피아노에 의한 주요주제가 변형되어 나타난다. 푸가토로 긴장감을 높이는 작법은 베토벤의 협주곡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단계에서 음악은 ‘환상곡풍으로’라고 지시된 짧은 카덴차를 거친 후 코다에서는 밝게 전곡을 강렬하게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