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집 주인의 나눔과 사랑

[Nichola]

분식집 주인의 나눔과 사랑

        찐빵을 찌는 찜통에서 품어 나오는 뿌연 수증기 뒤편으로 왠 두 아이가 서서

        진열장에 쌓인 찐빵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큰 여자아이는 누나인 듯하고 작은 남자아이는 동생인 듯한데 잠시 서서 찐빵을

        쳐다보고는 누나 손에 이끌려 가던 길로 사라지는 것이다.

        왜 찐빵을 서서 쳐다보고 가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전에도 자주 그 애들은

        진열해 놓은 찐빵 앞에서 서성이다 누나 손에 이끌려 가는 것이었다.

        우리 분식집은 동네 어귀에 있으며 찐빵, 만두, 어묵, 떡볶이 등을 파는 작은

        분식집이다.

        남편과 함께 장사하며 손님은 그리 많지 않지만 큰 욕심 내지 않고 열심히 장사를

        하다 보니 그런대로 먹고 살만큼 벌이가 되는 편이다.

        그 날도 주방에서 빵 반죽을 하고 있는데 두 아이가 진열해놓은 찐빵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오늘은 무슨 이유인가 꼭 알아 봐야겠다 싶어 얼른 손을 씻고 나와보니 어느새

        아이들은 저만치 가고 있었다.

        빵은 사지 않고 구경만 하고 가는 아이들에게 무슨 사정이 있는 것이 분명한 것

        같아 멀찌감치 떨어져 그 아이들 뒤를 따라가 보았다.

        아이들은 산동네 골목길을 꼬불꼬불 돌아 낡은 스레이트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알아보니 부모 없이 할머니랑 살고 있는데 애들 아빠는 작은애가

        태어나자마자 사고로 사망했고 엄마는 몇 년 전에 고생 고생하다가 병으로 사망

        했다는 것이다.

        애들의 사정을 듣고 나니 왜 그 애들이 우리가게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찐빵

        앞에서 멈칫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한참 클 나이에 배가 고플 것이다 그러니 찐빵이 얼마나 먹고 싶었을까?

        누나는 빵을 먹고 싶어하는 동생을 달랬던 것을 이제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날 저녁 나는 남편에게 낮에 알게 된 그 애들의 집 사정을 말하면서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그 애들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게 어떻게 도와주면 될까? 큰 도움은 못주지만 어떻게

        찐빵이라도 배불리 먹일 수 있을까하고 남편과 상의를 했다.

        다음날 동사무소 복지담당을 찾아가 그 애들이 어떤 환경인가 자세히 알아 봤다.

        여자아이 이름은 ‘숙희’라는 것과 몇 년 전에 사망한 엄마 이름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후 식탁을 치우고 있는데 그 애들이 찐빵이 쌓여있는 진열장

        앞에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 애들을 보자마자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내가 나가자 아이들은 황급히 몸을 돌려 가는 길로 가는 것이었다.

        나는 아이들을 불러 세웠다.

        “얘들아.”  “예?”

        “너희들 찐빵 사러왔니? 왜 빵 안사고 그냥 가니?”

        “아~ 아녜요.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어요......”

        자존심 때문인지 돈이 없어 찐빵을 살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여자아이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가만있자. 혹시 너 숙희 아니니? 그리고 네 엄마 이름이 영숙이 아니니?”

        “아니, 아줌마가 우리 엄마 이름을 어떻게 아세요?”

        “그렇구나, 내 친구 영숙이 딸 숙희가 맞는구나. 참 세상 좁구나.

        숙희야! 너 어릴 적 모습 그대로구나.”

        “엄마 친구 분이라고요?”

        “그래. 너희 엄마랑 둘도 없는 친구였지, 너 아주 어릴 때 보고 그 동안 사정이 있어

        연락을 못했는데 오늘에야 너희들을 만나게 됐구나. 그래 엄마는 어떻게 지내시니?”

        “...............”

        여자애는 엄마의 안부를 묻는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 때 작은 남자아이가

        “엄마는 몇 년 전에 아파서 돌아 가셨어요.”하면서 엄마라는 말에 금방 울음을

        터트릴 것 같았다.

        “뭐라고? 아니 어떡하다가? 얘들아! 이럴게 아니라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 좀 하자.”

        어리둥절하며 미적거리는 애들을 데리고 가게 안으로 들어서며 남편을 불렀다.

        “여보. 내 친구 영숙이 알지? 우리 힘들 때 도움을 많이 주던 내 친구......

        얘들이 바로 영숙이 애들이래.“

        “정말? 당신이 그렇게 찾아도 연락이 되지 않더니 어떻게 만났어. 참 세상 좁네.”

        나는 남편을 보고

        “뭐하고 있어요? 빨리 따듯한 찐빵 한 접시 가져 와요.”

        “응, 그래 알았어.”

        남편이 챙겨 온 찐빵과 어묵, 튀김을 같이 먹으며 그동안 사연들을 진지하게 듣는

        척했다.

        아이들이 말하는 것을 보니 그동안 할머니와 함께 정부보조금과 이웃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밝고 구김살 없이 잘 살아 왔던 것 같았다. 

        한참 부모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야 할 나이에 고생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코끝이

        시려 왔다.

        “숙희야. 이제는 이 아줌마가 너의 엄마한테 진 빚을 갚아야 할 때가 온 것 같구나

        앞으로 힘든 일이 있으면 이 아줌마한테 이야기를 해라.

        아냐, 그러지 말고 오늘부터 나를 '이모'라고 불러라.

        그리고 내일부터 동생이랑 매일 여기 들려서 밥 먹고 가거라.

        너의 엄마한테 도움 받은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래야 나도 너의 엄마한테 덜 미안하지 않겠니? 절대 부담 갖지 말고 학교 끝내고

        집에 갈 때는 꼭 들려라. 알았지?“

        "예........“

        그날 이후 그 애들은 학교가 끝나면 매일 가게에 들렸다.

        밥도 먹고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도 했다. 며칠이 지나자 이제는 스스럼없이

        ‘이모’라고 불렀다. 

        나는 하루하루 지나면서 친 조카 이상으로 그 애들을 사랑하고 정이 들었다.

        내가 그 애들에게 주는 작은 도움보다 그 애들로부터 내가 더 큰 도움과 깨달음을

        얻는 것 같다.

        바로 나눔과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아이들한테 배운 것이다.

고아(孤兒)

[빈터]

가슴 뭉클한 사랑이네요 ^^

[Nichola]

만들어 낸 이야기지만 위글에 나오는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고 실제 모범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