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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하지 말라! 생명은 모이고 흩어지며 관계 짓고 끊으며 이루어지고, 자유를 위한 생명은 고귀하다. 관계는 마치 호흡과 같아 삶의 인과를 남기고, 생명을 위한 자유는 무익하다. 단절은 숨 없음과 같이 태초로 돌아가 새로운 잉태로 이어지니, 회복될 것이 있음이라. 살인하지 말라! 그리스어인 “데칼로그(DEKALOG)"는 열 가지 말씀 즉 십계명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 십계명은 대략 기원전 13세기 초에 이스라엘의 출애굽을 이끈 지도자 모세가 시내산에 올라 신에게 직접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십계명 중에서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에 관한 이야기다. 이는 그 뜻대로 해석하면 자신을 포함하는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을 살해하지 말라는 말이다. 범법자의 살인은 두더라도 전쟁에 참여한 군인이나 혹은 법적살인의 행위인 사형을 집행하는 법집행자의 입장만 들더라도 이 계명을 지킨다는 것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고대로부터 인간의 살인행위는 이어져 왔다. 이 살인은 신에 관하여 ‘승인받은 살인‘과 ’승인받지 못한 살인‘으로 나눌 수 있고 인간이 내세우는 살인은 자유를 얻기 위한 살인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살인들은 종교적, 개인적, 집단적인 이해관계에 의해 왜곡되어지기 쉽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신이 준 부정적 살인의 의미는 바로 위의 ’승인받지 못한 의도적 살인‘에 가깝다. 십계의 참의미는 계율을 통한 인간의 자유함과 관련된다. 자유의 전제는 생명이다. 우리가 자유로울 수 있음은 바로 생명을 가지고 있을 때다. 생명을 담보로 자유를 얻을 수 없다. 하지만 수많은 인간은 자유를 위해 생명을 버렸다. 인류의 최초의 죽음은 카인이 동생을 죽이기 이전인 아담과 이브가 생명을 담보로 자유를 얻으려 한 것에서 부터다. 아담과 이브는 에덴동산을 떠날 때 이미 존재론적 생명을 잃게 된 것이다. 성서에서 인간이 신과 단절됨은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존재론적 살인 이것이 “살인하지 말라”는 신의 계명 속에 감춰진 본질적 의미이다. 존재론적 살인은 신과의 단절, 사회와의 단절, 자연과의 단절 등 모든 관계에서의 단절을 의미한다. 때론 많은 이들이 신의 정의를 내세우며 생명 밖의 자유를 말한다. 하지만 자유는 생명 그 안에만 존재한다. 십계명의 중심에 세운 “살인금지”의 본질적 의미는 육체의 의미를 넘어 영혼의 문제에 까지 닿아 있는 것이다. 오늘의 자유는 본능적 욕구에 의해 낙원에서 팔아버린 생명과 같다. 그것은 신, 사회, 자연으로부터 단절되고 소외되어 버렸으며,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승인받지 못한 폭력’, 즉 “존재론적 살인”의 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나의 자유를 위해 나의 존재를 죽이지 않는가? 나의 자유를 위해 나 이외의 존재를 죽이지 않는가? 그것은 진정한 자유가 아니다. 그것은 진정한 생명이 아니다. 신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오늘의 살인은 어떻게 볼 것인가? 오래전 신이 “살인하지 말라!” 돌에 새겨 전해준 그 의미가 오늘날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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