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재선임기가 시작된 첫날이다. 덕분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관련된 많은 것들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는데, 자동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의 전용차 비스트가 자연스럽게 관심을 받는 중이다. 비스트(beast)는 다들 잘 알고 있듯 야수 혹은 짐승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일국의 대통령이 타는 전용차라면 품위 있는 이름이 붙을 법도 하건만 이 같은 이름에 대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다. 대체 이 같은 과격한 이름이 붙은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미국의 자동차 메이커 캐딜락은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의 전용 리무진을 제작했다. 사실 이 모델의 정식 명칭은 '캐딜락 프레지던셜 리무진'이다. 단 25대가 제작되었고, 가격은 미화 6,000만 달러에 이른다. 운전사를 제외한 4명이 탑승 가능하며, 컴퓨터와 위성전화 등을 탑재해 이동 중에도 대통령의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
캐딜락 프레지던셜 리무진에 비스트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이 자동차의 성능 때문이다. 외양은 대형 세단에 가깝지만, 두터운 장갑으로 차량 전체를 감싸 웬만한 장갑차 이상의 방호능력을 갖추었다. 또한 타이어가 펑크 나거나 찢어져 벗겨지더라도 바퀴만으로 계속 달릴 수 있다.
▼ 비스트의 내부 구조 (이미지 출처 : 데일리 메일)
비스트는 대전차 미사일에 맞거나 지뢰를 밟아도 탑승자를 보호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비스트의 장갑 두께는 무려 13cm에 이른다. 내부에는 전차에 사용되는 것과 동급의 강철과 티타늄 합금, 세라믹 복합장갑소재로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문의 두께는 더 두꺼워 무려 20cm에 이른다. 창문의 유리는 44구경 총탄을 정면으로 맞아도 막아낼 수 있다. 안전을 위해 창문은 운전석 도어의 것 하나를 제외하면 열리지 않는다.
차체 하부 역시 장갑으로 보호되었다. 대전차 지뢰를 밟거나 차량 아래에서 폭탄이 터진다고 해도 폭발의 화염과 파편으로부터 대통령을 보호하며, 차량이 날아가거나 굴러도 쉽게 찌그러지지 않아 생존율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유사시 대통령이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문을 잠그면 외부에서 이를 해체할 수 없도록 되어있다. 생존에 필요한 식량을 비롯한 서바이벌 키트가 준비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비스트에는 화재에 대비한 자동 소화장치는 물론이며, 핵폭발이나 화학테러에 대비해 실내에는 공기 정화장치와 산소 공급장치가 장착되었다. 여기에 비상시를 대비한 최루탄 발사기, 산탄총이 갖춰져 있고 대통령 부상 시 수혈이 가능한 혈액도 준비되어 있다.
엔진은 6.5리터 디젤 엔진이 탑재되었다. 차량의 무게가 무려 8톤에 이르기 때문에 최고속도는 96km/h 정도이며, 연비는 고작 3.4km/l밖에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사실상 이 차가 리무진의 껍질을 쓴 중장갑차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충분한 속도다. 전쟁터 한복판을 달려 탈출할 때라도 비스트를 탄다면 미군의 전투용 차량과 동급, 또는 그 이상의 생존 확률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비스트라는 별명이 부족하지 않은 대통령 전용 캐딜락 프레지던셜 리무진, 그러나 최근 이보다 더한 괴물이 새로이 등장했다. 일명 '메가 비스트'라고 불리는 대통령 전용 버스다. 비스트와 마찬가지로 이동 중 업무 수행이 가능하며, 강력한 보호기능을 갖추었다.
▼ 대통령 전용 투어버스 메가 비스트와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 (사진 출처 : AP통신)
메가 비스트는 미 대통령이 전용기로 이동하기 어려운 지역을 순방할 때 사용하는 투어용 버스다. 원래 미 대통령이 버스로 이동할 때는 임시로 방탄 보호 장비를 장착하여 사용하곤 했지만, 버스를 제작하는 편이 가격이 더 저렴했기 때문에 110만 달러를 들여 2대를 제작했다고 한다.
비스트와 메가비스트 모두 보통 차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차량의 육중한 무게 때문에 운전이 어렵고, 대통령 경호를 위해 전문 요원이 운전을 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