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 로토제약은 회사의 홍보를 위해 ‘코코로’라는 이름의 유튜버를 채용했다.
똑떨어지는 단발머리와 파란색 머리띠를 한 코코로는 생기발랄한 소녀로 최근 유튜버 활동 1주년을 맞았다.
또 다른 유튜버 ‘키즈나 아이(Kizuna AI)’는 지난해 6월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쳤다. 마치 아이돌 같은 인기를 끌고 있는 키즈나 아이는 지난 2016년도부터 자신의 유튜브 전용채널을 통해 크게 성장했다.
날이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자 일본 정부 관광국은 그를 관광대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6월 현재 그를 응원하는 유튜브 구독자는 261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은 ‘실제’가 아니다. 가상공간에서 활약하는 ‘VR 유튜버(버추얼 유튜버, Virtual youtuber)’다. 이들은 모션캡처 기술을 입힌 컴퓨터 그래픽 캐릭터로써 사람의 목소리와 움직임을 통해 생명력을 얻었다.
가상공간에서 현실로 확장하고 있는 ‘VR 유튜버’
일본에서는 ‘V 라이프’의 일환으로 ‘VR 유튜버’들의 활약이 거세다. 이들의 인기는 온라인 유튜브 채널에서 실제 ‘사람 유튜버’를 훌쩍 뛰어넘기도 한다.
인기의 흐름은 국내로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VR 유튜버’들이 대거 탄생했다. 국내 VR 유튜버 중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캐릭터는 스마일게이트의 VR 유튜버 ‘세아’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해 7월 모바일 RPG 게임 에픽세븐을 홍보하기 위해 ‘세아’를 탄생시켰다.
‘세아’는 19세의 소녀로 설정되어 인간 유튜버처럼 다양한 주제의 유튜브 동영상을 올린다. 세아의 유튜브 구독자는 5만 6000여 명. 인기 있는 콘텐츠의 경우 조회 수는 25만 회를 훌쩍 넘는다.
지난해 11월에는 스코넥엔터테인먼트의 ‘초이’가 새롭게 태어났다. 초이도 소녀 애니메이션풍의 가상 캐릭터이다.
자이언트스텝이 만든 ‘지아’는 올해 1월에 태어났다. 20대 여성의 모습을 한 ‘지아’는 기존의 다른 브이튜버와는 달리 실제 사람의 모습으로 구현되어 활동 중이다.
교육계도 브이튜버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오와 피피는 올해 3월에 탄생한 브이튜버로 ‘살아남기 TV’를 운영하고 있다.
‘브이튜버(VTuber)’라고도 불리는 ‘버추얼 유튜버’는 가상공간에서 활동하는 3D 컴퓨터 캐릭터라 할 수 있다. 이들은 가상의 캐릭터지만 게임, 문화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실제 살아있는 사람과 같이 쌍방향 소통을 하면서 인터넷 방송을 진행한다.
최근 ‘세아’는 국내 브이튜버로 맹활약을 벌이고 있다. ⓒ 유튜브 채널 ‘세아 스토리’.
인간다운 감성과 기술 융합, 새로운 문화 콘텐츠 만들어
이들의 인기는 본격적인 5G 시대를 맞이하면서 VR/AR 기술을 사용하는 대용량 콘텐츠의 수요와도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인간을 모티브로 만들어낸 3D 사이버 캐릭터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88년도에는 사이버 가수 ‘아담’과 ‘류시아’가 인터넷상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가상의 아이돌’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컴퓨터 그래픽이라는 한계, 콘텐츠의 지속 개발 부재 등의 이유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최근 브이튜버는 사이버 가수 때와는 달리 VR 기술, AI 등 첨단 기술을 통해 진일보했다. 또 이들이 과거 ‘사이버 인간’들과 다른 점은 ‘인간미’가 추가됐다는 점이다. ‘브이튜버’는 기술과 인간의 감성을 융합시켜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브이튜버’를 만드는데 필요한 가장 대표적인 기술은 ‘모션 캡처(MC, Motion Capture)’다.
브이튜버는 정교한 움직임이 생명이다. 브이튜버 ‘초이’의 손가락 모션 캡처에는 울산과학기술원이 개발한 VR 장갑 ‘필더세임’이 활용됐다. ⓒ 김은영/ ScienceTimes
모션 캡처는 사람에게 센서를 부착한 후 움직임에 따라 생성된 동작정보를 컴퓨터로 획득하는 애니메이션 생성 기법으로 3차원 공간상에서 대상의 움직임에 대한 위치와 방위를 측정하고 인체의 움직임을 디지털 형태로 기록하는 작업이다.
모션 캡처는 브이튜버가 컴퓨터 그래픽처럼 딱딱하지 않고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필요하다.
모션캡처를 위해서는 사람이 직접 센서가 부착된 옷을 입고 연기를 해야 한다. 개발자들은 모션캡처를 통해 만들어진 데이터에 렌더링을 합성해 브이튜버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AI 기술이 첨가되면 보다 빠르고 정확한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자이언트스텝의 브이튜버 ‘지아’는 머신러닝 기능을 활용해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보다 ‘인간다운 행동과 표현’을 가능하도록 개발됐다.
브이튜버 ‘지아’는 AI 기계학습을 통해 자연스러운 사람의 모습으로 구현됐다. ⓒ 유튜브 채널 ‘GIA ON’.
최근에는 이러한 기술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개인 브이튜버’를 꿈꾸는 이들에게도 청신호가 켜졌다. 캐릭터를 구현하는데 필요한 프로그램들이 무료로 제공되고 장비가 저렴해지면서 고가의 장비와 스튜디오 없이도 누구나 ‘브이튜버’를 만들 수 있게 된 것.
오지현 유니티 테크놀로지스 에반젤리스트 팀장은 “앞으로는 누구나 브이튜버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VR HMD(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기기와 컨트롤러만으로 손쉽게 인체의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다. 오큘러스에서 제공하는 무료 립싱크 앱이나 아이폰에서 제공하는 무료 모션 캡처 기능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세로 떠오른 브이튜버로 성공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기술뿐만이 아니다. 오지현 팀장은 사람의 감성을 잘 표현해 줄 배우와 성우의 중요성을 꼽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최종적으로 만드는 ‘사람’에게 달렸다. 오 팀장은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배포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다. 콘텐츠 기획력이 브이튜버의 성공 비결”이라고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