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향교길'인 평해7길을 3월25일 걷는다. 누리로 열차로 12시 반 석불역에 내리니, 빨강파랑의 집, 동화같은 풍경의 석불역이 완주이루는 길의 출발을 기분좋게 해준다. 길동무와 함께 역방향으로 느긋이 걷는다.
언덕높은 산길을 숨가쁘게 걸어내려오니 새싹 빛의 평해길 연두색 길잡이 표식과 나무에 걸린 연두 빨강 리본이 환영환다. 햇골마을의 소박한 봄 농사 시작 풍경은 지평역을 향해가는 길 내내 펼쳐진다.
지평 의병, 지평리 전투 기념관과 기념비, 그시절의 대포, 지평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우크라이나 국민들 아픔에도 기도드린다. 지평향교는 문이 닫혀 들어갈수 없었으나 햇살받은 태극 문양 문고리가 반짝거린다. 문 틈새로 살짝쿵 안을 들여다볼수 있었다.
평해7길 인증스탬프 설치된 곳에서 쉬며 정성으로 간 밭고랑의 굴곡진 땀들을 본다. 경운기, 비료포대, 열린 비닐하우스 손길에 쉬고 놀고 여유자작 풍경들을 바라보는 내 모습에 미안하면서도 또한 감사했다. 미래를 위한다는 마을이름 '그랜드마마' 도자기 예술의 집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지평면사무소, 지평역에서 찻길로 가면 바로 용문역으로 짧게 이어질 테지만, 코스길을 개척한 이는 마을의 이모저모를, 지평, 용문사람들의 삶을 살피고오라 했다. 지평초등학교 지나며 교사 때를 생각하고, 용문역 근처 용문성당을 기적처럼 만났다. 평해길 10코스 전구간을 무사히 걸어내고 길 끝에서 고마움을 드릴수있는 용문성당! 또 하나의 튼실한 매듭을 지어 탄탄하게 삶을 영위토록 해주심에 감사기도 드렸다.
마침 '용문5,10일장'이 열려 시끌법석이다. 평해길 완주의 자축으로 길동무와 함께 시골장터 한 곳에서 지평막걸리를 마셨다. 오징어부추전이 부드럽고 찰지게 맛있다. 막걸리가 온몸에 퍼지면서 회상에 잠겼다.
해바라기 환상으로 춤추던 작년 9월부터 양평 물소리길과 평해길을 6코스까지 나란히 걷고, 10월 물소리길 특별행사땐 또다시 걸으며 2회 뿌듯함을 안겨주었다. 북한강 남한강 자전거 라이딩종주 때에도 주마등으로 한강변 풍광들이 펼쳐졌다.
평해10길, 양동역, 삼산역, 경기도 끝까지 강원도 경계의 운치있는 솔치길 걸어냈고, 평해9길, 8길의 폐철로 구둔역, 고래산길 구불구불 오르내리던 산길이 눈에 선하다.
걷고픈 열정에 걸을 수 있는 체력이 있고, 길은 언제 어디서든 다양하게 열어준다. 삶에 지치고, 생각들이 달라 힘들어져도 사는 맛은 작은 걸 크게 깨닫는 게 아닐까. 늦은저녁 귀가 후 내려주는 봄비도 감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