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정형외과병원·농민신문 공동기획] 극복하자! 농민병
(9)퇴행성 무릎관절염 극복한 조재분씨<전북 남원>
수십년간 눈만 뜨면 농사일 허리 굽고 무릎 손상 심각 연골 닳아 뼈 유착될 정도
수술 후 근육 강화 위해 저주파 자극 매일 실시 운동처방도…미소 되찾아
평소 발목 베개 사용 권장
하우스 농사일로 ‘365일 24시간 연중무휴’라는 전북 남원의 조재분씨(59)를 찾았다.
조씨는 “시집온 뒤로 눈만 뜨면 일했던 게 원통해”라며 신세한탄을 했다. 조씨는 60세도 안됐지만 80세 이웃사람보다 더 굽어진 허리에 뒤뚱거리는 걸음걸이로 제대로 걷질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고 있었다.
조씨가 남편과 함께 쉬지 않고 일을 하게 된 데는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남편 황판주씨는 물려받은 재산 한푼 없어 빚을 얻어 하우스 농사를 시작했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살림살이에 하루라도 빨리 빚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두사람은 허리 펼 새 없이 일만 했단다.
육안으로도 조씨는 몸이 구부정하고 신체의 균형이 무너져 있었다. 무엇보다 무릎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조씨는 무릎도 무릎이지만 허리 통증이 더욱 극심하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정밀한 검사를 위해 조씨를 서울 병원으로 데려갔다.
그런데 뜻밖의 검사 결과가 나왔다. 허리 통증이 극심해 허리 치료부터 받길 원했던 조씨였지만 허리보다 무릎이 더욱 시급했다. 조씨는 이미 오른쪽 무릎에 십자인대 파열 수술을 받은 과거력이 있었다. 이후 남은 인대가 없을 정도로 퇴행이 진행된 상태였다. 그에 비해 허리는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다.
이런 통증은 대개 무릎 때문에 발생하는데 허리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의아해하는 조씨에게 앉았다가 일어나 보라고 했다. 조씨의 무릎은 구부려지지 않았다. 무릎 관절 운동범위가 제한적이라는 뜻이다. 무릎 관절이 잘 굽어지지 않아 대신 온몸을 구부정하게 만들어 움직인 것인데, 환자들은 보통 허리에 문제가 있어 허리가 굽은 것이라고 착각한다. 즉, 무릎이 아닌 몸에 힘을 주다보니 허리 근육에 과도한 긴장이 발생하고 통증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금이 당기면서 다리가 저리다면 무릎 질환일 가능성이 크다. 조씨의 무릎은 이미 연골이 닳고 닳아 위아래 무릎뼈가 마모되고 유착된 상태였다. 수년 전 재건한 인대도 지금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관할 정도였다. 과거에 고정한 나사를 제거하는 일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무릎인공관절술을 진행하더라도 까다로운 수술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무릎의 불안정성이 매우 심해 환자의 관절을 일부분 살리면서 부분적으로만 인공관절로 치환하는 ‘반치환술’도 힘든 상태였다.
전문의 여러명과 심도 있게 논의한 결과, 가장 최후의 치료로 고려되는 무릎인공관절 전치환술이 그래도 현재로선 가장 최선의 치료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인공관절술과 더불어 근육이 약해지고 경직돼 통증이 발생했던 무릎과 허리 주변 근육에 ‘신경근자극(NMES)’ 치료를 병행하기로 했다. NMES란 저주파 자극의 일종으로 근육을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어 통증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는 치료법이다.
전기자극 치료 대부분은 근육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뇌로 올라가는 통증 신호를 차단하는 요법(TENS)이다. 이는 통증을 감소시킬 순 있어도 근육을 강화해 척추 상태를 호전시키는 치료법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두가지를 병행하면 통증 감소 효과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뇌졸중 환자의 재활이나 스포츠 선수의 근력 향상을 목적으로 NMES 치료를 하고 있으며, 이는 상당히 보편화돼 있다. 얼마 전까지 국내에서는 이같은 고가의 수입 신경근자극기를 갖춘 병원을 찾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내산 소형 NMES 기기가 연구·개발됨에 따라 거동이 불편해 운동이 어려운 척추·관절 환자들의 근육 강화 치료에 활발히 사용되기 시작했다.
또 인공관절술 후 무릎 관절의 각도를 결정짓는 것은 ‘근육’이다.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없도록 120~130도의 운동범위로 무릎 관절 각도를 회복하려면 주변 근육이 뒷받침돼야 한다. 따라서 수술 전후로 무릎 관절 주변의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때 역시도 NMES 치료가 도움된다. 이 때문에 조씨의 무릎 대퇴사두근과 허리 기립근에 NMES를 매일 2~3회씩 실시했다.
그 결과 허리에 수축·이완이 반복되면서 근육이 강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무릎 재활에도 점점 탄력이 붙었다. 관절의 각도를 늘리기 위한 운동처방까지 진행하자 조씨는 바른 걸음걸이와 환한 미소를 되찾았다.
하지만 수술 후 2~3개월은 환자가 무릎 근육 관리를 스스로 꾸준히 해야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자가 운동을 통해 대퇴사두근육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무릎이 일자로 곧게 펴질 수 있게 평소 발목에 베개를 사용하도록 권했다.
신규철<제일정형외과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