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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택수 『주간한국』 기자역임1985 『심상』지에 「습작·江陵 2題」외 3편이 당선됨으로써 시단에 등단1950 강릉에서 출생 서울경제신문편집부에서 근무 중
발표년도
장르 서정시
제재
202
출전 부제
갤러리 시낭송
제목 폭우와 어둠 저 너머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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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겐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 삶도 죽음도, 포옹마저도.
인간에겐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 라고 쏟아지는 폭우와 어둠.
나는 삶을 돌이킬 수
없다. 나는 삶을
단 한 번인 나의 삶을
인간에겐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 라고 쏟아지는 폭우와 어둠 저 너머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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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강연호 1962 대전 출생 고려대학교 국문과 졸업1991 《문예중앙》신인문학상 당선으로 등단1995 제1회 <현대시 동인 상> 수상.
발표년도
장르 서정시
제재
217
출전 부제
갤러리 시낭송
제목 폭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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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늦은 밤 국도를 몰아간다.
길은 겁먹은 짐승처럼 엎드려 있다가
전조등마다 벌떡벌떡 일어선다.
어떤 길은 채 일어서지 못해
바퀴에 낭자하게 깔리기도 한다.
그때마다 신호등과 도로표지판을 무시한
날들의 언젠가는 환영처럼 나타난다.
피할 수 없다면 제발
머리통만큼은 깡그리 뭉개지기를
얼굴의 살가죽만이라도 죄다 벗겨지기를
죽기로서 바란다. 길 끝에서 사라져간
불확실한 신원이고 싶다
영원한 익명으로 남을 수 없다면
죽음조차 삶의 부질없음을 이겨내지 못한다.
돌아보면 생애를 질러온 것 같기도 하다
그의 철학은 명쾌하다
바퀴 두 개는 말하자면
달리지 않으면 쓰러질 운명이라는 것
속도는 그의 존재를 현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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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수영 1921 서울 출생1935 선린상업학교 입학1945 「예술부락」에 시 「廟庭의 노래」로 등단1949 김경린 박인환 등과 함께 합동시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간행1959 첫 시집 「달나라의 장난」간행1960 4·19혁명후 활발한 현실비판 시·시론·시평활동1968 시 「풀」, 시 비평 「시여 침을 뱉어라」발표, 교통사고로 사망
발표년도
장르 서정시
제재
334
출전 부제
갤러리 시낭송
제목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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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할 순간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懶楕)와 안정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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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최영미 1961 서울 출생 서울대 서양사학과 졸업1992 『창작과 비평』겨울호에 '속초에서'등 8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발표년도
장르 서정시
제재
277
출전 부제
갤러리 시낭송
제목 폭풍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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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간 어디,
삼십년 고이 썩힌 울음 받아줄 품 있을까마는
쫓고 쫓기어 늙은 여관방
오르내리 치대는 하룻밤 흥정처럼
창 밖으론 바다가 수다스럽게 끊어 오르고
하늘도 물도 검게 풀려
희망과 절망처럼 쉽게 서로 넘나드니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밤안개 피어 도져도
지평선을 묻지는 않기로 했다
고통은 고통끼리 정붙여
살 맞대고 물어뜯는 밤,
치욕은 또 다른 치욕으로만 씻기느니
아무것도 그냥은 사라지지 않는다.
폭풍주의보에 묶인 겨울, 땅 끝 마을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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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 영유 1982 <우리 세대의 문학 1>로 등단
발표년도
장르 서정시
제재
218
출전 부제
갤러리 시낭송
제목 표절, 또는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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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요즘 잠이 왜 이렇게 불안한지
몰라,
때가되면 귀신도 다룰 줄 안다는 데
몰라,
나이를 먹는다는 게 세월 까먹는 것인 줄
몰라,
지하철이 지상철로 바뀌어도 어둠은 그냥
몰라,
말이 안 돼 글로 적어도
몰라,
묶어서 한 꾸러미 삶이라고 하는 계란 같은 이바구
몰라,
밥상 위에 벌벌 떠는 저 알곡들의 때늦은 비명
몰라,
난 요즘 잠이 왜 이렇게 불안한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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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천상병 1930 일본에서 출생1945 일본에서 귀국하여 마산에 정착 마산중학을 거쳐 서울대 상대를 중퇴 대학 재학 중 송영택 등과 더불어 동인지 <<처녀지>>를 발간1949 <공상> 등을 <<죽순>>에 발표1950 <<문예>>에 <강물>이1952 <<문예>>에 <갈매기>가 추천되어 문단에 정식으로 등단1951 <<문예>>에 <나는 저항하고 거부할 것이다>를 발표 평론활동시작 <덕수궁의 오후>, <어둔 밤에>, <새>, <장마>, <간 봄>발표 <젊은 동양 시인의 운명) 평론을 발표하기도 했다
발표년도
장르 서정시
제재 물
335
출전 부제
갤러리 시낭송
제목 푸른 것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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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저렇게 맑고 푸른 하늘은
자꾸 보고 또 보고 보는데
푸른 것만이 아니다.
외로움에 가슴 조일 때
하염없이 잎이 떨어져 오고
들에 나가 팔을 벌리면
보일 듯이 안 보일 듯이 흐르는
한 떨기 구름.
3월, 4월 그리고 5월의 신록
어디서 와서 달은 뜨는가.
별은 밤마다 나를 보던가.
저기 저렇게 맑고 푸른 하늘을
자꾸 보고 또 보는데
푸른 것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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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 혜영 서울 출생 경희대 기악과 졸업1992 『심상』 신인상을 받으면서 등단
발표년도 ~
장르 서정시
제재
240
출전 부제
갤러리 시낭송
제목 푸른 바이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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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 커튼 속 놀고 있는 죽음들 봐
숨죽인 비명이 흐느낌이
물거품같이 푸득 이는 아리따운 것들이
잦아들고 또 살아나다 잦아들어
반투명 커튼의 물살 속에서
물 밖으로 만장처럼 펄럭이는
저건 소리가 아니야
우울한, 황홀한,
저건 얼룩무늬 치타들이로군.
솟구치고 흘러내리는 치타들 커튼 밖에서
물살 속으로 우레처럼 뛰어드는
저건 소리가 아니야
배고픈, 달콤한
물풀같이 매끄러운 치타들
싱싱한 사선의 암호들을
긴 꼬리마다 달고 있어
색깔! 맛! 촉감! 냄새! 라고
푸른 핏물 젖은
따뜻한 치타들 아니 저건
둥그런 얼룩빼기 섬들
물결 위에 내내 출렁이는
저건 축축 늘어져 멈추인 시계들
커튼 속에서 천의 칼을 긋고 있는 저건
아아, 내 그윽한 아기들!
2.
이제 양을 갓잡았니?
번득이는 칼끝이 산꼭대기까지 다 닿았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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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천명 1912 황해도 장연 출생1930 진명여고 졸업1934 조선중앙일보 학예부 기자1938 조선일보 출판부 <여성>지 편집1950 문학가동맹에 드나들었으며 죄로 부역의 혐의를 받고 9·28 수복 후 투옥1957 6월 16일 사망
발표년도 1945
장르 서정시
제재 계절, 고독
655
출전 창변~문학사상사 부제
갤러리 시낭송
제목 푸른 오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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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靑瓷)빛 하늘이
육모정[六角亭]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 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正午)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 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긴 담을 끼고 외딴 길을 걸으며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풀 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 순이 뻗어 나오던 길섶
어디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호납나물, 젓가락나물, 참나물을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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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지하 1941 전라남도 목포 출생1966 서울대학교 미학과 졸업1969 {시학}에 <황톳길> 등을 발표하여 등단1970 <오적(五賊)>을 발표하여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투옥1975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회의에서 수여하는 '로터스상' 수상1981 국제시인협회에서 수여하는 '위대한 시인상' 수상1981 브르노 크라이스키 인권상 수상1991 {김지하 전집} 발간
발표년도
장르 서정시
제재
243
출전 부제
갤러리 시낭송
제목 푸른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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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라면 좋겠네.
물이라면 혹시는 바람이라면
여윈 알몸을 가둔 옷
푸른빛이여 바다라면
바다의 한때나마 꿈일 수나마. 있다면
가슴에 꽂히어 아프게 피 흐르다
굳어버린 네모의 붉은 표지여 네가 없다면
네가 없다면
아아, 죽어도 좋겠네.
재 되어 흩날리는 운명이라도 나는 좋겠네.
캄캄한 밤에 그토록
새벽이 오길 애가 타도록
기다리던 눈들에 흘러넘치는 맑은 눈물들에
영롱한 나팔꽃 한번이나마 어릴 수 있다면
햇살이 빛날 수만 있다면
꿈마다 먹구름 뚫고 열리든 새 푸른 하늘
쏟아지는 햇살 아래 잠시나마 서 있을 수만 있다면 좋겠네. 푸른 옷에 갇힌 채 죽더라도 좋겠네.
그것이 생시라면
그것이 지금이라면
그것이 끝끝내 끝끝내
가려지지만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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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주요한 1890 평양출생 메이지학원과 도쿄 제일고교 중국 상해 호강대학졸업1925 중학시절에 이미 <사께비>라는 외람잡지를 만들었고 현대시가(詩歌),<서> 등에 시를 투고 <학우(學友)>지에 '시내','봄','눈','이야기','기억' 등 5편을 '불놀이''해의 시절''아침저녁''빗소리' 등의 역작을 발표 상해에 있던 <독립신문>기자 동아일보 편집국장 조선일보 편집국장 대한상공회의소 특별위원 국제문제연구소소장 민주당의원 장면총리 재임 시 부흥부장관 상공부 장관을 역임 대한해운공사 대표이사장 등을 역임
발표년도
장르 서정시
제재
274
출전 불놀이 부제
갤러리 시낭송
제목 푸른 하늘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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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아래
오늘 또 빛이 찼다,
오늘 또 더움이 있다,
오늘 또 새들이 높이 뜬다.
어떤 때는 외로운 지붕이 비에 젖었다.
또 언제는 가장 높은 가지 우에
저문 해를 느끼는 바람이 중얼거렸다.
그러나 지금 새들은
잿빛과 누런빛의 보드라운 머리털을,
그 속에 숨긴 사랑을,
지혜롭게 흔들며
아무도 모르는 異象의 세계에
그들의 더운 가슴을 내어준다.
오, 이날 이 감춘 귓속말,
보이지 않는 활개 침,
아름다운 누리에 그려내는 여러 낱 굽은 줄,
또한 새여 더욱 너의 미끄러운 잔등이
나래 밑에 가늘고 붉은 다리가
나의 입술을 이끈다.
아, 밝은 날, 퍼지는 빛,
두텁고 가뿐 목숨 우에
춤추고 솟아오르는 곱다란 생물,
이날에 한갓 새 힘을 돋우어,
견딜 수 얼이 움직여서,
그침 없이 노래하여서,
더, 더, 기쁜 소식의 때를
끝날 까지 두어두려고, 간직하려고,
쓰다듬고 기르려고-
놀뛰고 춤추고 솟아오르는 곱다란 생물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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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수영 1921 서울 출생1935 선린상업학교 입학1945 「예술부락」에 시 「묘정의 노래」로 등단1949 김경린 박인환 등과 함께 합동시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간행1959 첫 시집 「달나라의 장난」간행1960 4·19혁명후 활발한 현실비판 시·시론·시평활동1968 시 「풀」, 시 비평 「시여 침을 뱉어라」발표, 교통사고로 사망
발표년도 1974
장르 서정시
제재
435
출전 김수영시선 거대한 뿌리~民音社 부제
갤러리 시낭송
제목 푸른 하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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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을 제압(制壓)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웠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修正)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飛翔)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革命)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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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하일지 1955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과와 동대학원 국문과 졸업 프랑스 쁘와띠에 대학에서 불문학 석사 리모쥬대학에서 박사학위 취득
발표년도
장르 서정시
제재
249
출전 부제
갤러리 시낭송
제목 푸른 한낮에 창문을 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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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한낮에 창문을 열면
나의 팔은 서랍이 된다,
열리고 있는 서랍.
그리고 내 몸은 서랍장이 된다.
푸른 한낮에 나의 서랍을 열면
당신들은 모든 나의 내용물을 보게 될 것이다,
내 몸의 서랍 속에 든
그 헌 옷가지들을.
푸른 한낮에 당신이 창문을 열면
당신도 역시 무엇인가 다른 것이 될 것이다.
이를테면 피아노,
냉장고,
우산,
혹은 지팡이…….
그러나 나는 알지 못한다,
당신이 당신의 창문을 열면
무엇이 될지,
무엇을 보여주게 될지.
푸른 한낮에 창문을 닫으면
나의 손은 덩굴손이 된다,
빠르게 자라 오르는 덩굴손.
그리고 나의 몸은 식물이 된다.
등나무와 같은 식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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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최준 1963 강원도 정선 출생 경희대 국문과 졸업1990 《문학사상》 시부문 시인상 수상으로 등단1995 《중앙일보》신춘문예 시조 부문 당선
발표년도
장르 서정시
제재
255
출전 부제
갤러리 시낭송
제목 푸른 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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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슬렁거리며 담벼락 밑을
먹다 버린 것 뭐 없을까
킁킁 냄새 맡고 자나가다가
담벼락 하단부에 번식하고 있는
푸른 이끼를 발견해 낸다.
알맞은 습도와 음지와
적당한 무관심 속에서 태어나고
자라나고 번식하는 푸른 이끼
푸른 이끼에는, 복수접미사가 생략되어 있다
푸른 이끼는 푸른 이끼들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푸른 이끼를 푸른 이끼들이라고
부르지 않기 때문인데
자세히 살펴보면
푸른 이끼는, 푸른 이끼들이다
분명히 군거한다. 복수로 존재한다.
너, 없이는 죽고 못 산다
무섭게 번식한다.
음지와 양지의 분 별점까지
끔찍하게 살아난다.
푸른 이끼의 탁월한 번식력
무엇보다 확실한 자기복제
푸른 이끼는 음지에서만 산다.
음지에서 푸른 이끼는 고요하게 번식한다.
혼자 살기가 불가능한 푸른 이끼
담벼락 하단 부를
완전점거하고 있는 푸른 이끼
다른 세계를 꿈꾸지 않고
단지, 담벼락 밑에서만
조용히 군거하는
그래서 더욱 무관심한
푸른 이끼,
푸른 이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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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하재봉 중앙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1980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1991 <문예중앙> 신인상 중편소설 당선
발표년도
장르 서정시
제재
591
출전 부제
갤러리 시낭송
제목 푸줏간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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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계산기를 두드리며 일용할 고기들이 푸줏간의 냉동 창고에 쌓이는 것을 보는 푸줏간 주인 턱밑과 배의 비곗살을 문지르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고기들이 풍부하면 세상은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눈 뜨고 죽은 고기들을 쇠갈고리로 힘차게 찍어 올리며 그는, 검시관이 부검할 때 인간의 살을 찢는 것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 죽으면 끝나는 것이다. 죽은 고기들의 시체를 악착같이 먹으며 오래 살아야 한다.
태양은 피만 있고 살이 없나? 태양의 시체를 찢으며 푸줏간 주인은 울상이다. 피만 나오고 살코기는 보이지 않는다. 재수 음붙었다. 이런 더러운 짐승도 있었다니
그래도 그것이 공중에 걸려 있을 땐 위세등등했는데, 추락하니까 저잣거리의 시정잡배들보다도 형편없는 것이'다. 속을 알려면 벗겨봐야 한다. 계집애들도 그렇다. 겉보기하고는 다른 것이다.
맛 좋게 생긴 계집년들도 벗겨놓고 들어가면 민숭민숭한 것들이 있다. 일단 먹어봐야 맛을 아는 것이다. 겉은 형편없는데 속살 맛이 기가 막히는 것들도 있다. 고기맛은 정말 보기하고는 다르다.
푸줏간의 경제원칙은, 누구나 죽어 살코기를 남긴다는 것. 영혼? 그런 건 개나 물어 가라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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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하재봉 중앙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1980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1991 <문예중앙> 신인상 중편소설 당선
발표년도
장르 서정시
제재
289
출전 부제
갤러리 시낭송
제목 푸줏간에 가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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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발을 공중에 들고
머리는 질질 땅에 끌린 채 매달려 있는
벌거벗은 고기들의 등에 푸른 도장이 찍힌다.
한 번 찍히면 그걸로 끝이다.
피 묻은 작업복을 입은 푸줏간 주인은 당당하다.
고기를 사기 위해서는 누구나
푸줏간에 와야 하는 것이다.
밀도살은 법령으로 금지되어 있다.
법을 어긴 자를 위하여 감옥은 있는 것이다.
금고는 바람을 넣은 풍선처럼 부풀어져 간다.
저녁 식탁에 장미꽃을 꽂아두고
구운 고기에 붉은 와인 한 잔 곁들이기 위해
푸줏간 앞에 긴 줄을 서 있는 사람들
앞으로 나란히 하는 국민학교 저학년 아이처럼
딱딱하게 세워져 있는 고기들은
둥근 전기 톱날에 의해
형체도 없이 해체된 뒤 수많은 가정으로 분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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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구상 1919 서울 출생1938 일본에서 종교 철학 전공1953 '민주주의의 고발' 출판을 이유로 투옥 당함1946 동인지 <응향.에 시 <길>,<여명도>,<밤> 등을 발표하며 등단
발표년도
장르 서정시
제재 꽃
310
출전 부제
갤러리 시낭송
제목 풀꽃과 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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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베란다
난초가 죽고 난 화분에
잡초가 제풀에 돋아서
흰 거물 같은 꽃을 피웠다.
저 미미한 풀 한 포기가
영원 속의 이 시간을 차지하여
무한 속의 이 공간을 차지하여
한 떨기 꽃을 피웠다는 사실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신기하기 그지없다.
하기사 나란 존재가 역시
영원 속의 이 시간을 차지하며
무한 속의 이 공간을 차지하며
저 풀꽃과 마주한다는 사실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오묘하기 그지없다.
곰곰 그 일들을 생각하다 나는
그만 나란 존재에서 벗어나
그 풀꽃과 더불어
영원과 무한의 한 표현으로
영원과 무한의 한 부분으로
영원과 무한의 한 사랑으로
이제 여기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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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양준호 1948 전주출생 동아대 및 중앙대 대학원 국문과 수학1981 시문학 천료 한국 초현실주의 문학연구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발표년도
장르 서정시
제재
274
출전 부제
갤러리 시낭송
제목 풀들의 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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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들이 떠난 바닷가
두 주먹을 쥐어본다
그런 날엔 으레
목구멍가지 차오르던 풀들의 취기
아직 입술은 멀다
네온으로 빛나던 밤
사진 속
사물들이 두런대던 시간
내 영혼은
수탉으로 새벽을 깨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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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석규 1941 경남 함양 출생. 부산대 사대를 졸업 <현대문학>을 통해 문단에 데뷔 <경남문화상> 수상
발표년도
장르 서정시
제재
191
출전 부제
갤러리 시낭송
제목 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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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설핏하면 풀밭에 나가 뒹굴었다.
힘 없고 가난해서 정다운 풀잎의 마을
청솔 가지 타는 연기 냄새
뿌리 쪽에서 숟가락 딸각거리는 소리도 들리고
양잿물 먹고 죽은 사람의 울음소리도 들린다.
어두워오는 속에 하얀 이빨 드러나는
아직 한 번도 이름 부르지 않은 풀꽃
머리 위에 묻어 있는 노란 가루를 털어주며
이 세상 가장 귀중한 목숨
착하게 살아라. 오래 오래 살아라.
여윈 볼이라도 마구 비벼대고 싶은 저녁 때
자전거 뒤에다 어머니를 태우고 가는 중학생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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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조구자 1941 충남 서산 출생 인천여자고등학교 졸업1982 < 현대시학>에 「빈 집」「겨울안개」등이 추천 완료되어 데뷔함 3인 시집 <나루> 출간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여류문학인회 회원
발표년도
장르 서정시
제재
217
출전 부제
갤러리 시낭송
제목 풀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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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 떨어진
샘돌 위에
초록 그늘이
쉬어간다
민들레 꽃씨처럼
되살아나고 싶은
바람 잎 같은
고추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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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용악 1914 11월 23일 함북 경성에서 출생1936 일본 죠치대학(上智大學) 신문학과에서 수학1935 3월 <패배자의 소원>을 <<신인문학>>에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1946 해방 후 조선문학가동맹 시분과 위원을 역임, <<중앙신문>> 기자로 활동1949 군정 당국에 피검되어 수감되어 있다가 한국전쟁 중 월북1971 사망한 것으로 전해짐
발표년도
장르 서정시
제재
245
출전 부제
갤러리 시낭송
제목 풀버렛 소리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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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도 아니고
일가집도 아닌 집
고향은 더욱 아닌 곳에서
아버지의 침상(寢床) 없는 최후(最後)의 밤은
풀버렛소리 가득 차 있었다.
노령(露領)을 다니면서까지
애써 자래운 아들과 딸에게
한 마디 남겨 두는 말도 없었고
아무 을만(灣)의 파선도
설룽한 니코리스크의 밤도 완전히 잊으셨다
목침을 반듯이 벤 채
다시 뜨시잖는 두 눈에
피지 못한 꿈의 꽃봉오리가 깔 앉고
얼음장에 누우신 듯 손발은 식어갈 뿐
입술은 심장의 영원한 정지(停止)를 가르쳤다.
때늦은 의원(醫員)이 아모 말없이 돌아간 뒤
이웃 늙은이 손으로
눈빛 미명은 고요히
낯을 덮었다
우리는 머리맡에 엎디어
있는 대로의 울음을 다아 울었고
아버지의 침상 없는 최후의 밤은0
풀버렛소리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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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박성룡 1934 전남 해남 출생1956 <문학예술>에 '교외(郊外)', '화병정경' 등이 추천되어 문단에 데뷔 박희진, 박재삼 등과 <60년대 사화집> 동인으로 활동
발표년도
장르 서정시
제재 동심
428
출전 부제
갤러리 시낭송
제목 풀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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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 하고 그를 부를 때는,
우리들의 입 속에서 푸른 휘파람 소리가 나거든요.
바람이 부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몸을 흔들까요.
소나기가 오는 날의 풀잎들은
왜 또 저리 몸을 통통거릴까요.
그러나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 '풀잎' 하고 자꾸 부르면
우리의 몸과 맘도 어느덧
푸른 풀잎이 돼 버리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