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과학은 기본적으로 측정의 학문입니다.
과학은 객관적 사실의 기술에서 출발합니다.
누가 어느 시간에 어느 장소에서 관측하든 상관없이
항상 같은 관측 결과를 얻는 사건이 과학의 출발점입니다.
한마디로 재현 가능한 실험이 중요합니다.
관측이나 실험 결과를 객관적 사실로 받아들일 때 필요한 것은 관측 조건과 정확도의 명시입니다.
오차범위가 얼마인지를 말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객관적 사실로 볼 수 없습니다.
1. 과학이론은 자연에서 관측한 객관적 사실을 포괄적으로
그리고 가능한 간단히 설명하는 도구입니다.
이론이 "자연"의 있는 그대로 모습을 대변하고 있는지 여부는 사실 알 수 없습니다.
뉴튼역학이 (속도가 작은) 거시세계의 자연을 있는 그대로 모습을 대변하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알려진 (속도가 작은) 거시적 관측결과를 설명하고 예측하기 때문에
유용한 도구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이처럼 과학이론은 불변의 진리라고 생각하는 것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새로운 관측결과나 새로운 정확도로 다시 측정한 결과를
이론이 설명하거나 예측하지 못한다면 다른 이론으로 대치되어야 합니다.
양자역학(코펜하겐 해석)은 현재 알려진 모든 실험 결과를 예측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명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양자역학은
확실한 이론으로 자리 매김하지 못하고 항상 다른 이론이 위협해 왔습니다.
2. 미시세계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지 못하는 세계입니다.
미시세계에서 일어나는 물리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측정이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더욱이 1번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이론이나 개인의 경험 또는 상상이 측정결과보다 우선일 수는 없습니다.
물론 개인의 경험이나 상상 혹은 직관이 과학에 끼치는 영향은 굉장히 큽니다.
그것들을 경시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저 또한 제 주관적인 신념에 따라 공부나 연구를 하니까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직관 등이 과학적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가능한 많은 관측결과를 설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과학에서 우선 순위는 분명합니다.
3. 양자물리 현상과 관련해서 Stern-Gerlach 실험은 많은 양자효과를 보여줍니다.
다음 그림 1은 Stern-Gerlach 실험과 유사한 양자광학 실험의 개략도입니다.
(음… 제가 그린 그림으로 저작권이 저에게 있음을 밝힙니다.)

그림 1
실험에 대해 설명을 하면 source에서 어떤 편광상태에 있는 단일광자를 발생합니다.
원할 때 단일광자를 발생하는 것은 많은 시도가 있지만 아직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대개의 경우 펄스를 발생시키고 그 펄스의 평균광자수가 0.1정도 되도록 만듭니다.
그렇단 얘기는 발생시킨 10개의 펄스 중에 하나꼴로 단일광자가 방출되고
10개 중 9개꼴로 광자가 없습니다.
보통 사용하는 femto-second 펄스레이저는 초당 약 백만개의 펄스를 생성합니다.
따라서 이 경우에 초당 약 십만개의 광자가 발생합니다.
PBS는 편광 가르개로 수평편광되어 있는 광자는 통과하고
수직편광되어 있는 광자는 반사합니다.
PBS는 효율성이 굉장히 좋아서 흡수하거나 난반사하여 광자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현재 가장 좋은 PBS는 광자를 잃어버릴 확률이 0.1%정도로 낮습니다.
거울도 비슷한 정도의 흡수율을 갖습니다. (사실 이 실험에서 거울은 필요 없습니다.)
D1과 D2는 각각 광전효과를 이용한 광자 검출기입니다.
검출기는 광자(혹은 빛)가 없을 때와 있을 때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즉, 광자가 없으면 검출이 되지 않지만 광자가 있을 때는 1개인지 2개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그냥 광자가 도착하였다는 것만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검출기는 일반적으로 효율성 문제가 있어서 광자가 도착했음에도 그것을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재 기술에서 광자 검출기의 양자효율성은 일반적으로 30%정도 됩니다.
즉, 광자 10개 중 7개는 검출하지 못하고 3개만 검출합니다.
위에 말한 source가 초당 십만개의 광자를 방출하니까 검출기는 초당 약 삼만개의 광자를 검출하는 셈이 됩니다.
실험에서 통계를 내기에 충분한 수라 할 수 있습니다.
Source에서 광자가 임의의 편광 상태에 있게 발생하여 두 검출기로 측정합니다.
이때 두 검출기가 신호를 발생시키는데, 주로 한번에 한 검출기에서만 광자가 검출됩니다.
두 검출기가 동시에 신호를 발생할 비율은 초당 수백 개 내외로
발생시킨 펄스가 초당 백만 개이기 때문에 확률로는 약 0.01%정도입니다.
이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광자는 쪼개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은 양자역학에서 무지무지 중요합니다. 다음 실험에서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만약 쪼개질 수 있다면
두 검출기가 동시에 신호를 보낼 비율은 양자효율성을 감안하더라도
초당 약 삼십만 개이어야 합니다.
확률로 30%정도 되어야 합니다.
실제로는 약 0.01%이므로
광자는 쪼갤 수 없는데 우연히 두 개의 광자가 발생되었다는 설명이 설득력 있습니다.
이때 두 광자가 동시에 발생했을 확률을 알 수 있는데
초당 약 천 개의 펄스가 됩니다.
4. Source의 조건을 바꾸면서 실험을 하면,
어떤 특정한 조건에서 항상 수평편광에 대한 검출기 D1만 신호를 보낼 때가 있습니다.
이때 source에서 발생한 광자의 편광상태를 수평편광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습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그림 2와 같은 실험을 구성합니다.

그림 2
PBS를 통과하여 수평으로 이동한 광자는
PBS1에서 그냥 통과하여 항상 D1 검출기에서만 검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 실험에서도 그렇습니다.
따라서 주어진 조건에서 source에서 발생한 광자는 수평편광상태에 있다는 설명이 매우 설득적입니다.
5. 자 이제 PBS1를 원형편광 가르개로 바꿉니다.
즉, 좌편광 광자는 통과하고 우편광 광자는 반사합니다.
이 상황에서 비슷한 실험을 합니다.
즉, source를 위에서 말한 똑같은 조건하에 있게 하여 수평편광인 광자를 항상 발생시킵니다.
이제 두 검출기 D1과 D1'의 신호를 관측합니다.
어떤 결과를 예상하십니까?
그림 1에서 행한 실험으로 알아낸 사실에 따르면 광자는 쪼개지지 않습니다.
쪼개질 수 없는 수평편광된 광자가 PBS를 지나 원형편광 가르개 PBS1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요?
광자는 상당히 고민할 겁니다.
“난 수평편광된 광자라서 좌편광도 아니고 우편광도 아닌데…”라며…
광자가 생각을 하는지 아닌지 알 수 없으니까 무시하고 실험 결과를 보겠습니다.
실제 결과는 무작위로 D1 검출기와 D1’ 검출기에서 신호가 발생합니다.
절반의 확률로 각각 검출됩니다.
수직편광된 광자도 마찬가지로 무작위로 D2 검출기와 D2’ 검출기에서 신호가 발생합니다.
6. 숙제를 하나 내겠습니다.
실험결과를 설명하기 위한 가설을 하나 제안하시오.
Bohr나 Born처럼 확률을 도입하시겠습니까?
Einstein처럼 주사위 놀이를 부정하고 숨은변수이론을 제안하시겠습니까?
즉, 우리가 (관측도 조절도 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모르는 물리계가 있어서
그것이 실험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을 제안하시겠습니까?
그도 아니면 다른 새로운 가설을 제안하시겠습니까?
7. Bohr 등과 같이 확률을 도입하여 설명하는 경우 코펜하겐 해석에 가깝습니다.
이런 경우 측정 이전에 양자(이 실험에선 광자)가 어떤 행태를 보이는지에 대한
객관적 기술(objectivity, realism)을 포기해야 합니다.
(위의 예에서 PBS1이후에 광자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에 대한 기술)
오로지 확률(정확하게는 확률진폭)만이 올바른 객관적 사실이 됩니다.
반면에, Einstein과 같은 설명은 de Broglie-Bohm의 비국소적 숨은변수이론에 가깝습니다.
이 경우 광자의 행태는 숨은 변수를 포함할 때 객관적 기술이 가능합니다.
대신 비국소성 즉, 광속보다 빠른 상호작용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얽힘(entanglement)와 Bell의 정리를 이해해야 하는데 다음 기회에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첫댓글 음...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 되는 줄 알았는디... 6과 7로 끝나는 군요... 음.... 숙제라...
와.. 수고하셨어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특히 광자(光子)의 고민 때문에 양자 세계의 기묘함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원형 편광 가르개를 지나온 광자는 어떤 상태가 되었을까요? 몇가지 가능한 생각들은..
1. 우리가 모를뿐이지 우원 혹은 좌원 편광되어 두 경로중 하나를 진행한다. 2. 무슨 소리야!!! 나(光子)는 잠재적인 확률로써 두 경로를 모두 지나가고 있다구~~ 왜냐면 나중에 두 경로를 합쳐서 간섭 실험을 해보면 "두 경로를 모두 통과한 효과"가 나타난다구!!!
3. 그럴리가 있나??? 光子는 쪼개지지 않잖아... 쪼개지 않는 놈이 어떻게 두 경로를 모두 지나가냐? 4. 그렇다면 두 경로를 모두 지나온 놈은 광자는 아니구... 광자가 가진 확률파인가....? 5. 그럼 확률파가 물리적 실체냐? 6. 아니지 측정되지도 않는 것을 실체라고 말하기는 그렇잖아...
7. 머야 그럼? 두 경로를 모두 통과하는 "뭔가"가 있긴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뭐지???? 뭐.. 이런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쏟아집니다... 제 눈에는 광자가 도술을 부리는 것 같아요..
광자는 정말 단순한 입자인데.그게 그리 지능적인 놈인가.양자역학은 완벽한 해석이 아직도 잘 되어있는거 같지가 않아요.이해가 잘되어야 완벽한 이론일텐데...ㅋㅋ 마치 로렌츠변환이 먼저나오고 뒤에 이에 대한 해석이 나오는거 같이.또 그런절차를 밟을지.죽기전에 완벽하게 이해할수 있는 해석이 나올것인가...^^
혹시 안수타인이 양자역학을 받아 들였다면, 또 기발한 아이디어로 양자역학을 해석했는지도 모르죠... ㅋㅋ 안수타인은 절대시공간 개념을 가감히 버림으로써 전혀 제한을 걸필요없이 상대적인 시공간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었는디....
저도 입자론을 주장하지만, 확률파의 특성을 설명못해서 답답한 느낌이 듭니다. (물론 물질파로는 너무 가설을 추가하기 때문에 사절! 오캄의 면도칼!) 안수타인이 확률파의 해석을 받아들였다면, 우리가 모르는 개념을 설명해 줬을지도....
(1) 문제의 오류 : 발생시킨 펄스에 대하여 광자 생성효율 = 10%, 광자 검출 효율 = 30% 이므로 발생 펄스수에 대한 광자 검출 효율은 3%이다. (2) 양 검출기에서 초당 수백개가 검출된다면 이것은 수백/3만개 = 1~2%의 빈도를 의미하며, 위에서 처럼 0.01%가 아니다.
(3) 펨토(10^-15) 초 펄스라면 광학계의 광경로차가 0.3um이내에 들어야 동시 검출이 가능하다.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소스의 광자가 둘로 갈라져 양검출기에 동시 도달하는 방법으로 광학계를 캘리브레이션 해야 한다. 그러나 광자가 분리되지 않으면 이렇게 캘리브레이션 하는 방법이 불가능하다. 다른 캘리브법이 있을까
또한 이정도 범위는 진동이나, 온도(물질의 광학적 특성) 변화에 의해 광경로차가 생겨 동시 검출 빈도는 상당히 낮아진다. 따라서 위의 실험으로 동시검출이 수백개(1~2%)가 나왔다고 해서 광자가 분리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은 아직 성급하다.
따라서 아직은 동시 검출비율이 낮다는 사실이 주는 결과는 "광자가 분리되지 않는다"기 보다는 "실험한 광학계의 광경로차에 대한 캘리브레이션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덧붙여 궁금한 점은, 광자의 분리가 확실하지 않은 점으로 광자의 발생 수를 어떻게 아는가 하는 것이다. 또한 펨토초 광펄스가 있을 때 레이져의 출력(세기)는 광자와 관련하여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
다만 원리적으로 광자의 에너지는 양자화된 값 hν이므로 이것이 같은 파장을 유지하면서 둘로 갈라질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만약 둘로 갈라진다면 광은 ν = ν' + ν''인 hν'와 hν'' 로 갈라지고 이 빛은 진동수가 작은(파장이 변한) 두 빛이 되어야 한다.
실험의 관점에서 만약 분리가 되어 광자의 에너지가 바뀐다면 그 때문에 검출이 않될 수도 있다. 검출기는 효율은 시험하는(소스측) 파장에 대해 캘리브레이션하게 되는데, 만약 빛이 분리되어 진동수가 달라졌다면(에너지 감소) 검출기는 그 파장에 대해 양자 효율이 전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허걱... 노이즈님, 날카로우시군요. -_-;;; 논리 비약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시군요. -_-;; 덕분에 부연 설명하게돼 감사드립니다.
답변 (1) 광자가 쪼개진다면 각 펄스는 평균 0.1개의 쪼개진 광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생성된 백만개의 펄스가 모두 존재한다는 뜻이고 그것이 양자효율내에 검출된다면 30만개가 맞습니다.
답변 (3) 초당 백만개 펄스가 생성될 때, 두 펄스 사이의 시간 간격은 약 10^-6초입니다. 그 시간보다 훨씬 작은 10^-9초내에 두 검출기가 신호를 보낼 때 동시측정했다는 의미입니다. 이때 광경로차는 30cm가 됩니다.
보정과 관련해서 광자를 하나씩 쏘면 어렵겠지만, 굉장히 많은 광자를 한번에 쏴서 nm정도의 광경로차를 현재 기술로 보정 할 수 있습니다. 원하신다면 해당하는 실험 논문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원리적으로 광자의 에너지는 양자화된 값 hν"란 말씀과 관련해서... 양자광학에서는 오랫동안 빛이 양자화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연구하였습니다.
플랑크의 말에 따르면 "빛은 양자화될 필요가 없다. 물질이 양자화되어 있기 때문에 방출한 빛이 양자화된 에너지를 가질 뿐이다. 빛이 양자화되어야만 하는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물질만 양자화하고 빛은 고전적으로 다루는 이론을 양자광학에선 준고전 이론이라고 부릅니다.
준고전이론은 다양한 물리현상을 설명하는데 광전효과도 사실은 준고전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Scully 책 참조) 빛도 양자화되어야 한다는 실험사실은 1970년대에 와서야 밝혀졌습니다. 소위 antibunching이라는 효과는 양자화된 빛만이 설명을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꼬리말에 대해... 실험에서 광범위 주파수 대역의 검출기를 사용할 수 있는데 말씀대로 양자효율성이 주파수에 따라 다릅니다. 그렇다하더라도 30%대 0.01%의 차를 설명하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MrPsi님, 광범위 주파수 대역 (broadband) 검출기의 효율성에 대해 설명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자료를 갖고 있지 않아서... ㅜㅜ
핫.. 저도 잘...^^;;; 나중에 전문가에게 여쭈어 보고 올려 드릴께요...
MrPsi님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다음 단계로 (MrPsi님이 미리 언급한) 간섭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그러게요... 다음 이야기가 무척 기대되요.. 위에 제시한 실험이 양자의 특이한 행동 방식에 대해 simple 하고도 clear 하게 보여주는 것 같애요.. 천천히 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