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시 개장하는 농협마트 아침장은 오히려 농작물들이 부실해 생기가 없다
열시 이후에나 싱싱한 야채들이 새로이 진열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이른시간 장보기에 나선것은 느긋하지도, 치밀하지도 못한 급한 성격 탓이기도 하지만 나름의 대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트에서 다 보지못할 장이라면 근처 재래시장 들렀다 가면 될일이지 싶었다
역시나 이른시간에 진열된 야채들은 나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시들한 얼갈이 배추 한단사고 깐마늘 한망, 세개들이 가지 두봉지, 길쭉뭉퉁한 애호박 하나, 콩나물 한봉지, 청량고추 한봉지 사들고 재래시장으로 향했다
내말 알아먹을까 걱정됐지만 시도는 해봐야지 싶어 어려운 요구를 했다
취나물 있습니까? 했더니 의외로 금방 알아먹고 예~있어요 이런다 얼라리? 나보다 낫네? 싶어 좀더 어려운 요구를 했다 비름나물 있어요? 했더니 예~있어요
얼마치 드릴까요 한다 또각 또각 썰어놓은 깍뚜기 모양같이 육모가 빤듯하게 살아있는 또박 또박 말이다
까만봉지 한봉지에 3000씩 해서 두봉 샀다 사십대쯤으로 보이는 동남아 여인이고 기특했다
구석을 돌아다니던 스펨 통조림을 발견하고 계란찜 해먹어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기 대접에 달걀 여덟알 깨뜨려 풀고
스펨을 잘게 썰고 쪽파 썰어넣고 세우젖, 참치액젖으로 간해서 적당량의 물을 붓고 잘 저어 호일 뚜껑 덮어 큰냄비 속에 쪘더니 훌륭한 맛이 났다 일식일찬만 하는 불쌍한 올리버 녀석이
퇴근후 계란찜에 밥 비벼 먹으며 맛있다는 찬사를 해주니
주부로서의 보람이 있었다
어쩐일로 묻지도 않았는데...
그러고 보니 문득, 그 연장 선상에서 나물을 사다가 조물조물 무쳐 같이 비벼 먹어봐야 겠다는 욕구가 생겼다 복달임 한답시고 무식하게도 근 열흘을 다려놓은 우족국물에 밥 말아먹었으니 찌뿌둥한 느낌이라, 몸통이 원하는건 고급스런 비타민 밥상 인가보다 했다
취나물과 비름나물은 모양으로 봐서는 구분이 안갔다 오래된 기억으로 그저 된장에 조물조물 무치면 맛있겠거니 하는 정도로만 안다
에라 몰것다 싶어 대충 다듬어 한냄비에 같이 털어넣고 데쳤고 된장, 조선간장, 다진마늘, 참치액젖, 매실액, 들기름 조금치고 조물조물 버무리며 무쳤더니 먹을만 했다
애호박은 반달 모양으로 썰고 세우젖으로 간하고 또 뭔짓을 했더라?
암튼 애호박 볶음이란 요리를 해냈더니맛으로 참 만족 스러웠다
올리버녀석 퇴근후 맛있게 먹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무지 좋아져서 어쩔줄 몰라했다 어쩌다 이지경이 됐을까
나란 인간이...
퇴근후 집에든 녀석은 낼부터 휴가라며 밥도 안먹고 뭔가를 주섬 주섬 챙겨서 집 나가더니 이틀째 감감 무소식이다
나 역시 녀석에게 연락 안했다 하나또 안궁금 하단듯이... 대체적으로 녀석은 날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고, 그러한 녀석을 보면 불쑥 불쑥 분노가 치밀지만 꾹 눌러 참으며 내색 안한다 싸워서 이길수없는 녀석이 된지 오래라 괜히 건드려봤자 본전도 못찾지싶어, 상처받지 않은척 하고 마는것이다 애비로서 최소한의 가오는 지켜야지 싶어서다
나물반찬이 술안주가 될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의외로 소맥 곁들이니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그렇긴 해도 또...
너무 많이 만들었나보다
무우나물 콩나물 가지나물 따로 담으니 좁아터진 냉장고 한 가득이다
얼갈이는 대치기만 하고 비닐봉지 담아 냉장 보관중이고 수일내로 냉동실로 옮겨지지 싶다
요즘들어 내 사는꼴이 이렇다
하루종일 음식 만들고 보관, 유지하는 짓거리가 내게있어 가장 큰 일꺼리다
큰걱정 없으면 행복한거라고?
배알없고 가오없이 사는데?
첫댓글 비름나물과 취나물 완전 다른데 ㅎ
수고하셨습니다
그런가요 전 잘 모르겠더라구요
암튼 같이 섞어 버무렸습니다
ㅋㅋㅋ
어떤 촌로분 얘기를 또 재밌게 쓰셨나 하고 뵜더니..
함산님도 딸이 없으시구나.
저도 재미없는 아들넘 덕에 넘에 집 이쁜 딸들을 보면 얼마나 부럽던지요.
그러려니 하고 사시네요.
그럼된거죠.
새로운 재능을 발견 하셨네요. 요리.
저는 못 할것 같은데요.
운선님의 음식얘기 풀어 내시는거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늦은 점심 반찬 삼아 잘 읽었습니다.
더워서 암것두 못하고 리모콘 쥐고 뒹굴고 있습니다 우짜믄 존노~
이 우울을~
어느 여인네
안부러운 살님꾼의 글이 알뜰히 사는분 같습니다
아들에게 무심한듯 한표현이 안궁금한척. 하는 표현이
미소짓게 하는 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
무더위 잘 즐기고 계시나요
칭찬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즐거운 여름 나시길 바랍니다~^
살림 잘하시내요
저도 어제저녁만해도
아침에 냉장고
안쪽을 정리 할라고
마음먹었는데
마음만 먹었슴니다~
울집 냉장고는 작아서 정리하고 자시고 할것도 없습니다 신나는 여름 나시구요~^
날나리 주부인
저보다 훨씬
우수한 주부시군요..ㅎ
그나저나
먹는 입이 많지도
않은 듯 한데
음식의 양이 퍽이나 많아보입니다..
젊은 때나
나이를 먹어서나
자식 입에 들어가는 것은
온 정성이 들어갑니다.
별 댓가도 없는데도 말입니다..ㅎ
자식은
평생 섬겨야하는
고객일까요?
ㅎㅎ
에이~설마 그러려구요
밥 해줄사람 없어 제가 이리 궁상떨며 삽니다
자식이란게 머리크고 나니 관계설정이 어색하네요
한번씩 내가 녀석의 아랫것된 느낌이 있네요
기가 찹니다 진짜
@함박산2
둘이 살아도
밥해서 받칠사람 엄심더
내팔 내흔들기
잘하고 계시구만요 ㅎ
지역농협 하나로마트에 가면 싱싱한 제철과일을 싸게 구입할수 있습니다
10시이후에 가면 더 싱싱한 채소나 과일을 구할수 있군요
저희 부부도 매주 토요일 1시 퇴근후 하나로마트에 가서
과일과 채소 등 식재료를 사옵니다
그렇더라구요
열시 이전에 가면 없는것두 많구 그래요
집과 가까운곳이라 자주 갑니다
주부 일기가 아주 재밌네요. ^^
마트 먼저 들렀다가 재래시장으로 향하는 알뜰함까지 갖췄으니 일등주부 맞습니다. 게다가 반달로 썬 애호박 볶음에 새우젓 간이라니 감탄하기 전에 군침부터 돕니다.
누군가는 궁상맞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시대에 적응하려면 이렇게 해야 현명한 노년을 보낼 예행연습이지요.
술안주가 꼭 기름진 음식이어야 한다는 건 편견입니다. 계란찜으로 단백질 보충, 나물무침으로 비타민 보충,,
사는 게 뭐 별거던가요? 마초가이의 순한 식물성 일상이 엿보이는 맛깔난 글 잘 읽었습니다.ㅎ
시대적응 씩이나요 ㅋㅋㅋ
스케일 크게 살아본적 없습니다 쪼잔하게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날이 더 쪼그라드는 느낌 입니다 현실적응 하며 살아야지요
감사합니다~^
무신 가오는 찾고 그라시요
이제 알랑들롱같이 가오 풍기는 시대는 넘겼고
오직 자신의 먹거리라도 멋지게 맛있게 요리 하는 남자가
가오시럽지 무슨 생각을 그쪽으로 하시는지
거기다 올리버도 해 먹이고 가끔이지만
올리버는 너무 잘생겨서 집에 성실히 들어 올 수가 없지 않겠어요?
젊고 잘났는데 밖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야지
취나물은 요즘 세어져서
데쳐서 기름에 살짝 볶으면 술안주 밥 안주도 좋고
비름나물은 과거 거름더미 도랑에 나던 뿌리가 빨갛던 것이 아닌
재배하는 거라 맛은 좀 뻣뻣하지요 만 그래도 물르게 삶아 고추장에 무쳐
드셔요 유튭 보면 근육질의 멋진 남자들이 산에서 나 숲에서나 가정에서나
요리 삼매경에 빠진 모습이 멋지고 가오 살던데 함박산님도 멋져요
본인을 위해서 올리버를 위해서 성실한 자세로 요리 즐기시길 권합니다 가오스럽게 막!
취나물, 비름나물은 누가 해주는거 먹어나 봤지 실질적인 생채는 못봤네요
두종류를 구분없이 섞어 데치고 무쳤지만 먹을만은 합디다 유툽 김대식 세프 하란대로 했지요
세상 좋아졌지요 옛날같으면 나같은 남자는 구들방에서 씨가리나 훑다가 오십도 안돼 술병으로 죽었겠지요
암튼 힘든병마 이겨내시고 너른 품으로 주위를 보듬으며 사시는 모습 존경스럽습니다~^
요리 잘하시는 어느 촌로께서, 여태도 얼치기 주부인데다가 더위 먹고 정신까지 못 차리는 어느 경기도 아짐을 팍! 야코를 죽이십니다. ^^
저는 요즘 부엌에서 뭘 해먹는 일이 너무 안 내켜서 큰일이예요.
진짜 더워서 미친 거 같아요ㅎㅎ
넉넉히 만드신 음식들 잘 보관하시면서 부지런히 드세요.
재래시장도 가시고, 진짜 훌륭하십니다.
가슴살 1파운드를 요구하는 베니스 세상에 17.7파운드의 뱃살 떼어내 주셨는데 그깟 부엌일이 뭔 대숩니까 칼칼한 모시저고리 입으시고 노래방 다녀오세요
그럴자격 있습니다
이정도면 주부 백단여요
봄나물은 잡나물이 진짜 맛있어
일부러 해먹습니다
디게 할일없는 울집남자도
자꾸 주방을 넘어다봐
나로서는 성가셔 잔소리 합니다
여자일 내가하니까
남자할일 하라고요ㅎ
주부육단만 할랍니다
집에계신 할배 하고싶은거 하시게 좀 내버려두세요
구박좀 하지마시구요
ㅋㅋㅋ
나이롱 주부앞에서
엄춍 가오잡으시네요
기죽구러요 ㅎ
근데 양조절은 필요한거 아입니까?
둘이사는 우리집
냉장고 비었는데
손큰사람한테 구걸중 ㅋ
아입니다~
아입니다~
청도댁이 나이롱 주부일리 없습니다 내는 미씀미다
곱디고운 빛깔의 명주실 주부란걸~^
함박산2 님, 사는 꼴 보니
이핀네가 각종 반찬에다 따슨 밥, 세 끼 따박따박 해 주는 나는 어무청
행보칸 머스마구만!
각방 쓰는지(따로 국밥처럼)는 10년 됐지만서두.......
우리의 애정은 물 건너갔지만
부부간의 미운 정, 고운 정은 아직도 남아서
서로 알뜰살뜰 챙기고 있시유.
행복하신 시인님~
부러버 죽습니다
오랫도록 두분 건강하시고 사랑 하시길요~^
@함박산2 평생 월급 타서 마누라 손에 쥐어주지 못하고 내 맘대로 쓴 죄로
아내가 5년째 받는 연금은 한 푼도 안 건드리고
내 돈(국민연금, 기초노령연금, 통장수당, 알바로 버는 돈)으로만
생활합니다.
공산품(생활필수품)은 거의 다 아들놈이 택배로 보내주니
적은 수입인데두 저축하며 삽니다.
@박민순 어이쿠~효자 아드님꺼정~
전생에 나라 구하신 시인님
부러버 잠도 안옵니다
집 마다 아들들은 대강 그런 것 같습니다.
자기 앞가림 하기 바빠서 그런지..
무뚝뚝하죠.
전 마트 갈 일이 없긴 한데..
그냥 주는 대로 군말 없이 먹기만 하네요.
한번씩 사모님과 마트에 장보러 가보시지요
남자는 카트 끌고 여자는 진열된 물품들 집어담고 하는 모습들이 참 부럽더군요 아들,딸 얘기도 하고 세상사는 얘기도 하겠지요
이제서야 함박산님 글을 보내요.
요즘 촌로는 요리도 잘하시네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라고 요즘은 유툽이 선생이라 보면 왠만하면 할 수 있을거에요.
도시에도 퇴직한 남편들 요리교실 간다고 하니 그리 비감스러워 마세요.
맞습니다
유투브 보고 따라하는 흉내쟁이지요
하지만 홀로먹는 음식은 늘 맛이 없습니다
해서 내가 나에게 투정 하는 꼴이지요
@함박산2 홀로 먹는 음식이 맛이 없어서 저도 자주 잊고 건너 뜁니다.
엄니는 세끼 꼬박 차려드리지만 천천히 드시고,
저는 배가 고플때만 먹기에.ㅎ
여자들이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가 누가 해주는 밥을 먹는것이랍니다.
투정하실만 합니다.
@리진 어머니 모시고?
음~또다른 의외의 모습을 보는군요
@함박산2 어머니 모신 지
십 년째인데요?
사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일 년 후에 치매 증상이 보여서 대구에서 모셔왔어요.
그때 시공간의 혼돈이 오고 했는데, 약을 드시니 지금은 기억력만 차츰 소실되기만 합니다.
다행히도 그리 중증은 아니고,
잘 드시고 늘 웃으시는 이쁜 치매여서 제가 그리 힘들진 않습니다.
다만 제가 자유롭지 못할 뿐.
@리진 남자가 잘생긴건 무작위의 렌덤 이겠으나
여자가 예쁜데는 이유가 꼭 있다는 사실을 알게하는 실증이 리진님 이십니다
우리카페에 남기신 흔적 한알 한알이 영롱한 진주 이십니다~^
@함박산2 칭찬이 과해서 몸둘바를~~
독거 남성인가 보군요.
하지만
시장도 짜임새 있게 보시고
반찬 만드는 실력도 대단해 보입니다.
비름나물은 요즘이 제철인데
고추장에 마늘 좀 넣고 무쳐서
밥 비벼 먹으면 아주 좋지요~~^^
아직은 작은녀석 끼고 있습니다만 조만간 독거노인 되겠지요
비름나물 잘 아시는군요
저도 나물 종류에 대해 좀더 골똘히 연구 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먼나먼 남에 일이라고 넘길 수 없는 내 신세.
사 먹는 것도 매일이다보면 지겹고
만들어 먹자니 일이 많고
식단 아주머니 써 봐도 입에 맞지가 않아 다 버리고
두끼만 안 먹어도 기운 딸려서
빗길을 걷는 듯 중심지가 안 보이는 요즘에
이 글을 읽으니 가슴이 종잇장처럼 찢어 집니다.
어이쿠~
시골사는 촌로가 도불공작님 여린가슴 찢어놓았군요
감히 동병상련의 염이라 하지는 못하겠습니다
공작님과 저의 삶은 차이의 다름 넘어선 차원의 다름 일테니까요 무튼, 잠깐 찢어진 가슴 언능 봉합 하시고 큰일에 매진하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