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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사람들이 온다.
들어올 때의 얼굴은 봄 같은 미소를 띠고 있지만
색 진한 가을의 마음을 가진 분이 왜 없겠는가
구석진 곳에 앉아
더러는 옛사랑의 추억이 그리워 핸드폰을 열지만
다시 만날 수 없기에
지난 시간이 그리워 커피를 마시는 분도 있다.
시골 허름한 카페라고 계절이 입는 옷의 색을 모르겠는가
때론 눈이 녹아 꽃이 핀 자리에
가끔 여름을 떠나
겨울 같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금요일 오후에
음악 카페와 시 낭송 카페 모임이 선약되어 있건만
"당신은 거저먹는다는" 시답지 않다는 아내의 짧은 말에
아무 말없이 카페를 향한 광역 버스에 몸을 싣는다.
때마침 내리는 장맛비가 세차게 뿌리니
차라리 고향으로 갈까 하는 생각이 치솟는다.
돌이켜 보니
내가 이해하고 용서하며
사랑했던 것들은 모두 노래가 되지 않고
더러는 검은 하늘에 머물러
방황하는 비가 되어
대지에 토해내고
끝내 내 영혼을 허물기도 했다.
내리는 비를 보면 왜 떠난 그녀가 생각날까
나 싫다 도망치듯 떠난 임이
언제부터일까
내 가슴에 집을 짓고 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 스스로에게 최면을 건다.
어차피 막을 수 없는 비라면
아니~ 불어오는 바람을 무슨 수로 막어
내 가슴에서 떠나지 않을 그녀라면
세상 슬픔
모두 끌어안고
창에 기대어 그냥 쓰러져
잠들어 보는 거야~ 응 ~
깜빡 졸았나 했는데 어느새 카페가 보인다.
작지만 그림처럼 예쁜~
가게 문을 열자
따라 부를 수도 흉내 낼 수도 없는 랩송이 퍼져 나오고
억지 미소인가 진정 반가움의 표시인가
기다렸다는 듯이 올려놓는 아이스커피 잔에
아내의 목소리를 타 마신다.
언제나처럼 얼굴이 서운하게 생긴 키 작은 바리스타는
눈으로 반가움의 인사하고
내세울 게 목소리 밖에 없다는 바리스타의 목소리 더 크다.
"사장님의 참 친절하시고 중후한 멋이 있어 좋아요
제의 결혼 상대자는 사장님 같으신 분이라니까요 !"
내겐 보약 같은 말이다.
근데 아내는 왜 그런 말을 안 해줄까
말끝을 잡고 아내의 한 소리가 나를 슬프게 한다
"살아봐!
살아보면 그 환상 깨지는 건 시간문제라니까"
아내의 웃음소리가 거슬린다
커피잔을 놓고
잔잔한 음악으로 바꾸어 놓을 때
캐리어를 끌고 들어오신 50대 중반 여자분
휴가 중인가
집을 나오신 건가
그 여자분을 보며 갑자기 가을 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젊은 층에 손님들은 좌석 관계없이 빈자리에 앉지만
사랑 때문에 눈물을 흘려본 사람은
밖이 훤히 보이는 좌석에 앉아 몸을 추스른다.
그 여자분이 자릴 잡는다
폰을 만지작거리며 편지처럼 글을 쓰기도 하고
긴 시간 좌석을 차지하는 것이 미안한지
마키아토, 샤케라또 등을 바꾸어 마시며
초조한 기색으로 연신 시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분이 있었는지
화장실 갈 때는 물론 식사하러 갈 때도
영역표시처럼 옷 등을 놓아두고 가곤 했다.
지친 하루를 마치고
마감 시간이 되었건만 그 여자분이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아내가 바리스타에게 눈치를 하자
바리스타가 그분 옆에 서서
"손님 영업 끝났는데요"
그때 보았다.
그분의 얼굴에 고여있는 눈물을...
그리곤 그분이 쪽지 하나를 꽂아놓고 카페를 나갔다.
"괜찮아~
약속 어겨도 나를 잊어도 괜찮아~
내가 기다린 건
약속 없는 그리움이었어
이젠! 우리 둘만의 그 황홀했던 시간이
하늘에 별이 되어 떠돌다가
비에 젖어 떨어져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지.."
그분 쪽지를 읽으며
뛰어나가
어두운 밤을 쓸어내고
발 앞에 불을 밝혀
캐리어를 끌어주며
편안한 방을 잡아주고
슬픈 그분에 마음속 눈물을
퍼내 주고 싶지만
이해 못 할 것 같은 아내의 시선을 피해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아야만 했다.
사랑이 사람을 배신을 했나 보다.
아니~이제야 이별의 아픔을 배우기 시작하는가~
위로해 주고 싶었다.
"슬퍼하지 마세요
지금은 가슴 치며 아파하지만
언젠가는 사랑한 사실조차
아니 이름도 기억 못 할 날이 분명 올 거네요"
그리고 며칠 후
그 메모지를 찾아 꺼이 울먹이며 가는 남자의 등 뒤로
붉은 망토를 걸친 여름이
비포장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그분이 비와 함께 떠났다.
이번 가을에
고운 단풍잎 입에 물고 다시 오려나
비가 내린다.
아~~
올여름은 유난히 더울 것 같다.
한편의 장편 소설을 읽은 듯 합니다.
감성이 충만하시고~
글을 참 잘 쓰십니다.
내용이 조금 짠한 느낌이 들지만
우리 멋지게 익어갑시다.
감사드려요 김포님
조석으로 더위가 기승을 부리네요
8월도 잘보내시고
건강도챙기시고요
네 잘 봐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자연이다2님
편안한 8월보내십시오
감성 충만한 출석부가 찌는 듯한 더위 속의 한 뼘 그늘을 만들어줍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늦은 출석합니다.
저도 여성휴게실 모임에 와서
늦은 답글 답니다
이제시작된 여름
피하지 마시고
즐기시세요
산넘어 가을이 와있어요
감사드립니다
좋은저녁되십시오
"살아봐!
살아보면 그 환상 깨지는 건 시간문제라니까" 아내의 웃음소리가 거슬린다.
아름다운 분의 좋은 글 감사히 읽어봅니다!
감사드립니다
제가 휴가중이기에 답글이 늦었습니다
무더우에 건강 챙기시고
즐거운 여름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