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의 내용은 그 어떤 과학적인 근거에 입각, 철저한 실험을 거쳐 입증된 내용이 아니고, 전적으로 필자의 얕은 상식에 기초한 주관적인 상상의 결과물임을 먼저 밝혀두는 바이다.
비 오는 날이면, 투수나 타자나 주심이나 관중 모두 괴로운 건 마찬가지다.
그런 '왕짜증'말고, 투수와 타자 중 누구에게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안타깝게도 '비 오는 날'과 '맑은 날'을 구분해서 선수의 성적을 정리해 둔 사이트를 도저히 찾을 수 없었던 관계로 적절한 통계를 제시할 수 없다는 결정적인 결함을 무시하고 나름대로의 억측을 해본다.
(지난 몇 달간 날씨와 몇 몇 선수의 성적을 비교해서 통계를 만들어 볼 수는 있겠으나, 그런 초울트라 막노동을 하기에는 내 나이가 너무 젊어 포기한다)
1. 투수의 경우
우선, 투수 개인의 능력이나 심리상태, 당일의 컨디션과 같은 기타 가변요소는 감안하지 않음을 밝힌다.
(이하 타자의 경우도 동일)
투수가 위력적이면서 제대로 제구된 공을 던지기 위해서는 손끝으로 공을 제대로 잡아챌 수 있어야 한다.(커브건, 직구건)
물론 108개의 실밥을 통해 각종 구질이 생산되지만, 투수 손가락의 공에 대한 부착력(손가락에 공이 얼마나 착착 달라붙고, 감기느냐)의 강약 여부가 강력한 구질을 생산할 수 할 수 있는 선행 조건이 된다.
(공과 손가락의 인장력)
참고로 동종 입자들끼리 붙는 현상을 응집성(cohesion)라 하고 서로 다른 물질 사이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부착(adhesion)이라 한다
공기 중에서 가장 강한 부착은 액 가교를 통할 경우, 즉, 액체가 두 사물을 이어 줄 경우 부착력이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혹시 '본드'를 퍼뜩 떠올리는 분은 없겠죠...?)
이처럼 액 가교가 가능한 것은 입자 표면에 있는 아주 소량의 불순물(주로 염류)이 공기 중의 수분을 흡수하기 때문에 부착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액 가교의 요면에는 음의 압력, 즉 끌어당기는 압력이 작용하고, 이에 의해 입자간 부착력이 발생한다는 뜻)
그러므로 적당량의 '물(수분)'이 투수의 손가락과 공 사이의 부착력을 강화시키는 요소가 된다.
이 같은 액 가교의 역할은 간단한 실험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먼저 그릇에 물을 담고 손가락 끝을 살짝 물에 대면 물이 손가락 끝에 붙어서 달려 올라오는 실험을 한 번 해보시길!
둘째, 비오는 날과 맑은 날 중 옷에 먼지가 많이 붙는 날이 어떤 날인지 확인해 보시길!(비 오는 날 먼지의 옷에 대한 부착력이 맑은 날의 10배 정도라고 한다)
셋째, 침 묻혀서 책장 넘기는 실험은 재탕하지 않아도 될 정도 아닌감?
그렇다면 투수가 공에 대한 손맛을 제대로 느끼는 날은 액 가교가 충분히 역할을 해주는 날이 될 것이다.
즉, 어느 정도 습기가 투수의 제구력을 향상시키거나, 강한 공을 뿌리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마운드를 서성이던 투수가 갑자기 혓바닥을 길게 빼고는 세균이 우글거릴 것이 분명한 검지와 중지에 침을 바르는 것을 종종 목격한다.(빨지 않는 게 다행이다)
그것은 침을 액 가교로 이용해 공을 잡아채는 검지와 중지의 감각을 높이려는 수작(?)인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 투수 컨디션이 최고가 되어야 하는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관계습도 40 ~ 50 %부터 부착력은 급격히 증대하여 70 ~ 80 %에서 최대 값에 도달한 후, 습도가 매우 높은 범위에서 다시 내려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즉, 습한 날씨가 투수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할 수는 있어도, 비 오는 날은 오히려 손 끝 감각이 무뎌질 가능성이 더 높다.
이 순간!
로진백(rosin-bag)을 떠올리는 분들이 계시리라 믿는다.
"적정 수준의 액 가교가 투수에게 유리하다면 왜 투수들은 로진백(rosin-bag)을 애용할까?"
앞서 언급한 바, 관계습도가 지나치게 높아도 좋지 않기 때문에 손에 땀이 지나치게 많이 흐르면 당연히 손에서 공이 삐질삐질 빠져 나온다.
그래서 로진백(rosin-bag)을 사용하는 것이다.
결론,
투수의 컨디션은 적당히 습한 환경에서 상승될 수 있다.
습기가 적은 고산지대는 공기의 저항이 적다는 악조건 외에도 마른 날씨로 인한 컨디션 저하가 있을 수 있고,
바다가 인접한 도시에서 공을 던지는 투수들은 유난히 괜찮은 손맛을 느낄 수 있으며,
(그래서 일본 투수들이 제구가 좋고, 커브를 잘 던지나?)
로진백(rosin-bag)을 한 번 사용한 후에는 (좀 더럽지만) 혓바닥으로 검지와 중지를 한 번 훒어 주는 것이 좋다???
한편,
습도가 높기로 유명한 아메리퀘스필드(알링턴볼파크)에서는 왜 투수들이 쩔쩔 매냐는 의문을 갖는 분도 분명 계시리라.
....
투수 자질 자체가 엉망이거나, 타자들이 잘 때리거나, 그 유명한 알링턴의 제트 기류 때문이거나...
불리한 요소가 유리한 요소보다 더 강하거나 많다면 결과는 당연한 것 아닐까?
2. 타자의 경우
물리학자들에 의하면, 홈런을 치려면 직구보다는 변화구를 받아 쳐야 한다고 하는데, 비거리가 약 4m가 더 나온다고 한다.
(방망이로 공의 아랫부분을 쳐야 홈런이 나오는데, 이 경우 백스핀이 걸린 직구의 아랫부분을 때리면 공의 회전방향이 바뀌면서 공의 상승 효과가 줄어들고, 탑스핀이 걸린 커브의 경우, 공의 아랫부분을 때리면 공의 회전방향이 바뀌지 않고 날아가기 때문에 비거리가 더 나온다고 함)
그리고 방망이의 끝에서 17㎝ 지점에 공을 맞히면 적은 진동으로도 큰 힘을 실을 수 있다고도 한다.(이른바 '스위트 스폿(sweet spot)')
또한 풍속과 습도, 공을 친 힘 등 외부조건이 같을 때 해발 1마일(1609m)에서의 타구 비거리는 해수면에 비해 평균 7% 늘어난다고 한다.
그럼 습도의 높을 때는 홈런을 치는데 유리할까, 불리할까?
우선 공의 비거리는 속도와 중력에 의해 영향을 받는 외에 '공기의 저항'에 의해 결정된다.
공의 비거리에 영향을 주는 공기의 저항 요소에는 '밀도'가 '점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즉, 밀도와 점도가 높을수록 공기의 저항도도 높아지기 때문에 당연히 타구의 비거리가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홈런을 생각할 경우의 문제일 뿐, 안타를 만들어 내는데는 별로 큰 작용을 하리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래서 습도와 타자의 타격감각에는 별로 상관관계가 없다.
결론,
습도가 높다고, 혹은 비가 온다고 공을 제대로 못 때리는 타자는 방출해야 한다!!
3. 결어
비가 쏟아지면 공지 젖는다.
젖은 공은 투수를 힘들게 한다.
제구도 안되고, 스피드도 안나오기 때문에.
그러나 타자는 괜찮다.
그러나 홈런 칠 생각말고, 안타 많이 칠 생각이나 해라.
※ 저는 물리학과 거리가 아주 먼 인문계 출신입니다.
수준 낮은 상식으로, 가볍게 쓴 글이라 오류가 많을 수 있으니, 잘못을 지적할 분 계시면 즉시 날카롭게 대쉬해 주십시오.
예전에 무슨 다큐멘터리에서 봤는데, 쿠어스 필드는 습도가 낮아서 공을 숙성(일부러 제습실에 넣어 습기를 불어넣는) 작업을 거쳐서 사용한다고 합니다. 습도가 높아져서 공이 덜 뻗도록 하기 위함이라 들었거든요. 그래서 제 생각엔 비가 오면 홈런이나 장타가 덜 나올 거 같습니다.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정민철이 전에 퍼펙트아깝게 포수 패스트 볼로 놓쳤을때 인터뷰에서 그러더군요. 날씨가 적당히 눅눅해서 공이 좋았다고요... 그때 생각이 나네요... 그런데 쉽게 생각해봐도 손에 물이 잔뜩 묻으면 공이 미끄러질 수 밖에 없겠죠... 근데 무슨 어려운 말이 이리도 많은지.. ㅡㅡ;;;
첫댓글 이런게 수준낮은 상식이면 도대체-_-;;
예전에 무슨 다큐멘터리에서 봤는데, 쿠어스 필드는 습도가 낮아서 공을 숙성(일부러 제습실에 넣어 습기를 불어넣는) 작업을 거쳐서 사용한다고 합니다. 습도가 높아져서 공이 덜 뻗도록 하기 위함이라 들었거든요. 그래서 제 생각엔 비가 오면 홈런이나 장타가 덜 나올 거 같습니다.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정민철이 전에 퍼펙트아깝게 포수 패스트 볼로 놓쳤을때 인터뷰에서 그러더군요. 날씨가 적당히 눅눅해서 공이 좋았다고요... 그때 생각이 나네요... 그런데 쉽게 생각해봐도 손에 물이 잔뜩 묻으면 공이 미끄러질 수 밖에 없겠죠... 근데 무슨 어려운 말이 이리도 많은지..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