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과 함께 싸우는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은 단 하나뿐이다.
그것은 동맹 없이 혼자 싸우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서 대영제국을 구해낸 윈스턴 처칠이 남긴 이 냉혹한 아포리즘은, 국제정치라는 정글에서 홀로 고립된 국가가 어떤 최후를 맞이하는지를 단 한 문장으로 압축하고 있다. 주식이 폭락하고 부동산 월세가 치솟는 경제적 고통은 훗날 피땀으로 복구할 기회라도 주어지지만, 안보의 둑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 국가는 복구할 기회조차 없이 역사에서 소멸한다.
어제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대한민국 현직 국방부 장관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 한 문장은, 지금 이 나라의 안보가 처칠이 경고했던 그 가장 끔찍한 벼랑 끝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준 충격적인 자백이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을 향해,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북한과 전쟁이 일어났을 때 미군은 믿을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 발언의 무게를 달아보자. 다른 나라도 아닌 대한민국의 국방 수장이 감히 입에 담을 수 있는 말인가.
1950년 6월 김일성의 남침으로 낙동강 전선까지 밀려나 국가의 명줄이 끊어지기 직전이었을 때, 지도상에서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모르던 작은 나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바다를 건너와 3만 6940명의 젊은 목숨을 묻고 10만 명 이상이 피를 흘린 나라가 미국이다. 그 피의 토대 위에서 세워진 나라의 국방부 장관이, 유사시 미군을 믿을 수 있느냐며 혈맹의 등 뒤에 비수를 꽂는다. 70년 동안 한반도의 전쟁 억지력을 지탱해 온 미군을 믿지 못하겠다면, 전쟁이 터졌을 때 대체 누구를 믿겠다는 말인가. 1950년 인해전술로 밀고 내려와 국토를 유린했던 중공군을 믿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일본 자위대라도 믿겠다는 것인가.
강 장관이 대안이랍시고 내놓은 구상은 더욱 모골이 송연하다. 한국을 잘 아는 한국군 장성이 지휘하고, 미군이 뒤에서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군사 전략의 기초를 아는 이들에게 한국군이 독자 지휘하고 미군은 지원만 하는 시스템이란 전혀 낯선 개념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동유럽에서 4년째 피를 흘리며 국토 전체가 폐허로 변해버린 우크라이나 전쟁의 방식이 정확히 그 모델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결합된 연합지휘체계가 없기에 자국 장성이 홀로 전쟁을 지휘하고, 미국은 자국 군대의 피를 흘리지 않는 선에서 포탄과 정보만 간헐적으로 지원한다. 반면 현재의 한미연합사 체제는 미군 4성 장군이 작전통제권을 쥐고 있기에, 한반도에 전운이 감도는 즉시 미국의 퍼싱 원칙에 따라 미군 증원병력 69만 명과 5개 항모강습단, 전략폭격기와 정찰위성이 자동적으로 전쟁에 투입된다. 미군을 지휘 라인에서 빼내어 단순 지원군으로 돌리겠다는 발상은, 세계 최강의 자동 참전 규정을 스스로 끊어버리고 대한민국을 제2의 우크라이나로 전락시키겠다는 선언과 다를 바 없다.
여기에 발맞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쏟아낸 발언들은 1975년 패망 직전의 남베트남 사이공 의회를 보는 듯한 역사적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송영길은 대한민국이 북한 하나 상대하지 못해서 미군이 없으면 곧 무너질 것 같은 자세를 취하면 되겠느냐고 호통을 쳤고, 김병주와 천준호는 올해 12월 한미안보협의회의에서 미국이 전환 시기에 합의해 주지 않으면 아예 독자적인 전작권 행사를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오라고 장관을 압박했다.
전쟁이 터졌을 때 우리가 상대해야 할 적이 정말 북한 하나뿐이라고 믿는가. 북한은 이미 실전 배치된 핵무기를 손에 쥐고 있으며, 1961년 체결된 조중 상호원조조약 제2조에 따라 중국과 자동 군사개입으로 묶여 있고, 최근에는 러시아와도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통해 혈맹을 복원했다. 유사시 북한의 배후에서 중국과 러시아라는 거대한 대륙의 핵 제국들이 함께 밀고 내려올 것이 자명한 지정학적 현실 앞에서, 북한 하나쯤은 우리 혼자 막을 수 있다며 동맹의 합의마저 일방적으로 파기하라고 부추기는 것은 무지를 넘어선 광기다.
1973년 파리평화협정 당시 남베트남 역시 명목상 세계 4위 규모의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었고, 정치인들은 미군의 지휘권에서 벗어나 당당한 자주국방을 이뤘다며 축배를 들었다. 그러나 소련과 중국의 지원을 업은 북베트남 기갑부대가 밀고 내려왔을 때, 미군과의 연합지휘체계를 잃어버린 남베트남이 역사에서 지워지는 데는 단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더욱이 여의도 국감장에서 미군을 믿을 수 있느냐며 기세등등하게 독자적 전작권 행사를 외치던 바로 그 시각, 강신철 장관이 지휘하는 대한민국 최전방의 실제 경계 태세가 어떠했는지 현장의 기록을 보라.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최전방 일반전초와 최전방소초의 빈 총 경계 사태다. 북한군과 총구를 맞대고 있는 육군 1군단과 2군단, 3군단 예하 부대들이 개인화기인 K2 소총에 실탄 탄창조차 끼우지 않은 채 빈 총을 들고 보초를 서 왔다는 사실이 국방부 자체 감사로 드러났다. 적의 기습 앞에서는 단 1초의 응사가 생사를 가르건만, 최전방 초병들에게 총알 없는 쇠막대기를 들려 세워놓고도 국방부는 고작 기관경고라는 솜방망이 처분으로 사건을 덮었다.
그 기강 해이의 결말은 같은 날인 어제 더욱 참담한 희극으로 증명되었다. 무장 공비나 특수부대도 아닌 30대 민간인 여성 한 명이 가위와 니퍼를 들고 민간인통제선을 유유히 뚫고 들어가, 최전방 GOP 철책의 광망 센서까지 절단하는 동안 군의 경계망은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최전방 초소에서는 총알도 안 넣은 빈 총을 들고 서 있고, 가위와 니퍼를 든 민간인 여성 하나 막지 못해 GOP 철책이 뚫리는 군대다. 기본적인 철책 문단속과 삽탄 근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허둥대는 지휘부가, 입으로는 미군의 지휘권을 당장 내놓으라며 큰소리를 친다. 니퍼 든 여성에게 뚫린 경계망에 빈 총을 든 병사들을 세워놓고 핵무장한 북중러 연합군을 독자 지휘로 막아내겠다니, 적군이 쳐들어오기도 전에 아군의 이 기막힌 코미디에 할 말을 잃을 노릇이다.
무엇보다 이 참담한 안보 해체극에서 가장 역겨운 지점은 강신철 장관과 여당 간사 김병주 의원의 이력이다.
전임 장관이었던 안규백이야 평생을 여의도에서 보낸 민간인 정치꾼이니, 인터넷 오락 사이트의 세계 5위 군사력 통계에 속아 넘어가는 이재명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 해도 무지의 소치로 치부할 여지라도 있다. 하지만 강신철과 김병주는 누구인가. 곧 죽어도 대한민국 육군 대장으로서 어깨에 가장 무거운 별 네 개를 달았고, 다름 아닌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 자리까지 역임하며 연합방위 체제의 작동 원리를 뼛속까지 경험한 군의 최고 엘리트들이다.
미국과의 합의 없이 전작권 독자 행사를 선언하는 순간 한미연합사가 즉각 해체되고 핵우산과 안보 협력이 전면 중단된다는 군사적 상식을 그들이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권력자의 조기 환수 채근에 비위를 맞추고 자신들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평생 몸담았던 군의 명예와 한미동맹의 기둥에 스스로 도끼질을 해대고 있다. 군복을 입고 별을 네 개나 달았으면 무엇하는가. 권력의 바람 앞에 눕는 속도와 궤변의 수준이 민간인 정치꾼 안규백과 털끝만큼도 다를 바 없는 것을.
로널드 레이건은 역사는, 잃을 게 가장 많은 자들이 재앙을 막기 위해 한 일이 가장 적다는 걸 놀라움으로 기록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국가 안보가 무너지면 가장 먼저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4성 장군 출신들이, 재앙을 막기는커녕 정권의 전위대가 되어 동맹의 밧줄을 끊어내는 데 앞장서고 있다. 빈 총으로 보초를 서고 니퍼 든 민간인에게 철책이 뚫리는 나라에서, 6·25의 잿더미로부터 우리를 구원한 동맹을 향해 미군을 믿을 수 있느냐고 묻는 국방부 장관. 주식 차트나 부동산 가격표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머리 위에서 소리 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저 안보의 지붕을 쳐다보아야 할 때다.
박주현
첫댓글 大韓民國 ~,
- ‘國防長官이 . . ’,
☞ “六.二五 戰爭/血,盟邦/美國에게 !!”,
國會 . . ,
- ‘國政監査場에서 ~’,
☞ “<戰爭나믄/美軍을 믿을 수 잇겟나 !!>”,
워떠케 ~,
- ‘이따우/妄發을 . . ’,
☞ “내 뱉을 수 잇딴 말잉가 !!”,
보자 하니까로 . . ,
- '이 쉑히 ~',
☞ "前任者/<安,아무개> = 뺨 칠 넘일세 그랴 !!",
국가 안보가 무너지면
가장 먼저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4성
장군 출신들이 재앙을
막기는커녕 정권의 전위대가 되어 동맹의
밧줄을 끊어내는 데 앞장서고 있다. 6.25의
잿더미로 부터 우리를
구원한 동맹을 향햬 "미군을 믿을 수 있느냐" 고 말하는 국방부장관,
권력 앞에 무릅을
꾸는 현실에 참담한 마음이 한숨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