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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은 생성의 기쁨을, 제사는 소멸의 슬픔을 기리는 행사다. 인류의 스승인 부처와 예수도 생일을 지내고 있다. 자식의 처지에서 본다면 부모의 생일이 성인의 생일보다 못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우리 가족이 제사를 없애고 생일을 하기로 의견을 모은 지 20년이 되었지만, 오랫동안 제사를 지내다가 갑자기 바꾼다는 것은 명분이 없을 것 같아 아버지 탄신 100주년에 자연스럽게 제사를 없애고 생일을 한 것이 10년이 되었다. 그리고 어머님 탄신 100주년에 생일을 한 것도 5년 전이었다. 더불어 종손인 내가 부모님의 제사를 생일로 바꾸면서 할아버지 할머니 제사를 계속 지낸다는 것이 명분에 맞지 않는다며, 사촌들을 설득하고 양해를 구해서 생일을 하기로 한 것도 4년이 지났다.
나는 중학교 때 아버지와 제사 때문에 다투었다. 나는 종가인 우리 집에 제사를 없앤다면 우리 형제자매들을 고등학교 진학할 수 있다고 하고, 아버지는 그나마 밥술이라도 먹을 수 있는 것은 제사를 정성껏 지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랜 전통을 바꾼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우리 부모님의 생일부터 실행하고 주변으로 확산하여 사회 전체로 넓혀나가겠다는 야심 찬 포부는 지지부진했다. 다만 동생의 처가만 우리 집처럼 제사 대신에 생일을 하는 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나의 처가와 사촌들도 여전히 제사를 지내고 있다.
제사 대신에 생일을 하는 가장 큰 논리가 부모는 자식의 몸속에 살아있기에 살아있는 사람의 제사를 지낼 수 없다는 논리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양수리에서 만나 한강이 되었다고 남한강의 물과 북한강의 물이 소멸한 것이 아니듯이.
제사를 생일로 바꾸고 나서 파생되는 문제점은 글과 말과 행동을 통해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가고 있다. 생일의 날짜는 음력을 양력으로 환산하여 양력으로 한다. 양력의 편차가 음력보다 적어 합리적이라는 것, 제사와 달리 생일을 하는 장소와 시간은 훨씬 자유롭다. 교통이 편리한 개인의 자택이나 식당이나 회관 등에서 휴가 휴일 등의 여건을 고려하여 일주일 정도는 신축성 있게 가장 편리한 시간을 정한다. 그래도 음력으로 했을 때의 편차보다는 적다. 생일 행사 형식은 형제가 의논하여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면 좋다. 다만 진정으로 생일을 축하하면 그만이 아닌가. 생일 음식은 부모님이나 조상님이 생전에 좋아했거나 좋아할 것 같은 음식으로 하면 그만이다. 어떤 음식을 해야 할지 모르면 자식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하면 될 것이다. 자식의 몸속에 부모가 살아있다. 그보다 자연스러운 것이 있겠는가.
명절의 차례와 제사의 관계도 명확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설날과 추석은 음력으로 지내는 전통적이 우리 민족의 문화다. 그래서 제사 대신에 생일을 한다고 차례마저 지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차례의 본래 의미가 조선 시대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간단하게 차를 대접하던 것을 유교의 형식으로 술로 바뀌어서 낮에 지내는 제사로 그 형식이 변경되었을 뿐이다. 제사처럼 정형화된 형식으로 차례를 해야 할 필요도 없지만, 조상과 자식이 공존하는 몸이 가장 편리한 장소와 시간에 간단하게 자신을 돌아보며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산업사회에서 모처럼 맞은 연휴에 같이 여행을 하면서 즐겁게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지난 설과 추석에는 해외와 국내에 가족여행을 했다.
주관 없이 남의 의견에 편승하는 것은 나는 싫어한다. 유행을 무의미하게 좇는 것을 ‘대밭의 참새’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제사를 절에 맡긴다고 했다. 또 조상의 제사를 모아서 일 년에 한 번 지내고 마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그리고 명절 제사는 지내지 않는 가정도 많단다. 처음으로 그렇게 했던 사람은 나름으로 이유가 있어서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유도 없이 따라 하는 것은 대밭에서 참새 한 마리가 이유가 있어 날자 영문을 모르고 따라 날아가는 무리를 나는 경멸한다. 제사를 지내든 생일을 하든 온전히 자기 생각을 자신의 이유와 논리로 생각하고 따라가는 참새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