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출신 억만장자 돌연 사망
디지털 지갑 비번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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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미르체아 포페스쿠. /비트코인 매거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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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비트코인 보유자로 알려졌던 억만장자가 비명횡사하자,
그가 가졌던 비트코인 1조1300억 원어치가 증발할 상황에 처한 것으로 전해졌다.
막대한 비트코인을 손에 쥔 채 숨진 인물은 가상화폐 거래소 ‘MPEx’를 설립하고 운영한 루마니아 출신
미르체라 포페스큐(41)다. 그는 지난달 23일 코스타리카 플라야 에르모사 인근 바다에서 아침 수영을 즐기다
조류에 휩쓸려 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페스큐는 가상화폐 시장이 만들어지던 초창기부터 발을 담근 투자자다.
그가 가진 비트코인 보유량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2013년 비트코인 3만개를 가졌다는
추정이 나온 바 있다. 이는 4일 기준 현재가로 1조1700억원 상당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정점을 찍었던 지난 4월 중순에는 그 가치가 2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그런 그의 디지털 지갑 비밀번호는 미궁 속에 빠져있다.
어디엔가 비밀번호를 남기지 않았다면 포페스큐가 남긴 자산은 그대로 시장에 사장된다.
은행에 돈을 예금해둔 경우라면 유족이 계좌 비밀번호를 몰라도 은행의 신원 확인을 거쳐 돈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가상화폐는 그런 역할을 해줄 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암호자산 거래 솔루션을 제공하는 ‘보이저 디지털’의 스티브 에를리히 최고경영자(CEO)는 경제 매체 마켓워치에
“비트코인이 디지털 지갑에 저장됐든 하드웨어(물리적) 지갑에 있든 비밀번호를 알아야 접근할 수 있다”며 “
포페스큐 외에 그의 지갑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이 없다면 그의 비트코인은 사실상 사라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상화폐 전문 매체 크립토브리핑의 알렉산더 마르더 애널리스트 역시 포페스큐의 비트코인이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최근 1조1000억원어치의 탈세 혐의를 받다가 스페인 구치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존 맥아피의 비트코인이 증발했던 일을 사례로 들었다.
포페스큐의 비트코인이 사장되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트코인은 총량이 2100만개로 정해졌고 현재 약 90% 채굴됐다고 추정된다.
포페스큐가 가진 비트코인 3만개는 총량의 약 0.14%에 해당하는 셈이다.
현재 채굴된 비트코인 5분의 1이 지갑 비밀번호 분실 등으로 유통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비트코인 1850만개 가운데 20%가 분실됐거나
지갑에 묶인 상태로 추산된다.
[문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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