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읍 5일장 | 수산물 백화점 "싸고 신선" 장날마다 장사진 - 장옥 47ㆍ노점은 400개 '호황' | |
 | 완도산 수산물은 전국 최고의 명성을 자랑한다. 완도읍 5일장에 가면 청정해역에서 갓 잡아올린 싱싱한 수산물을 값싸게 살 수 있다. |
| '완도에 가면 개들도 100원(圓)짜리 돈을 물고 다닌다'라는 말이 전해진다. 그만큼 완도는 수산물이 풍부하고 상거래 활동도 활발했다. 이 곳의 부(富)의 원천은 김(해태)이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일제시대 완도에는 해태조합이 설립돼 이 곳에서 생산된 김 경매시장을 장악했으며, 전국의 거상(巨商)들은 김을 낙찰받기 위해 돈 보따리를 싸들고 모여들었다.
이 돈 보따리는 완도 경제를 살찌웠고, 주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해방 이전에는 '수저 들 힘만 있으면 김 공장 일을 하라'는 말도 유행했다.
김이 완도 경제에서 차지하는 높은 위상은 지금도 유효하다. 비록 예전의 '절대 강자'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완도를 떠받치는 '안방 마님'이다. 김이 내준 빈 자리는 미역, 전복, 다시마, 멸치, 활어 등 다양한 수산물이 꿰차고 앉았다.
완도읍 5일장(5ㆍ10일)은 풍성한 수산물을 토양으로 삼고, 이를 일상 생활용품의 거래로 확대 재생산하기 위해 지난 1961년 개설됐다. 완도에는 60년대에 생겨난 금일(4ㆍ9일), 노화(2ㆍ7일), 군외(1ㆍ6일), 고금(2ㆍ7일) 등 모두 5개의 5일장이 있으나 완도읍 5일장이 규모나 활성화 측면에서 단연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부분 시골장이 인구 감소, 교통 발달, 대형 할인점 진출 등의 악재로 옛 모습을 잃어가고 있지만 완도 5일장은 여전히 '영화'를 이어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역시 수산물을 바탕으로 '여유있는' 완도 경제가 자리한다.
지난 5일 완도읍 개포리에 위치한 5일장을 찾았다. 완도 5일장은 입구인 도로변을 따라 500m 이상 줄지어선 노점, 장터 안으로 들어가면 미로처럼 이어지는 좌판, 장터 한 가운데 위치한 장옥 등으로 구별된다.
장옥은 47개동에 불과하지만 노점은 이의 10배에 육박한 400개에 이른다. 따라서 완도 5일장에 가면 말 그대로 없는 게 없다.
 | 시장에 나온 감성돔. |
|
이 곳 노점상인의 70% 이상은 인근 해남이나 강진에서 온 사람들이다. 주로 농산물과 공산품을 취급하는 이들은 완도의 높은 구매력을 믿고 달려든다. 완도읍 5일장은 풍성한 물품과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다. 과일이나 각종 채소가 시중의 절반 가격에 팔려나간다. 이 곳 장터는 외지상인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물건을 사는 사람은 순수한 '완도산'이다. 완도읍 주민은 물론 신지, 고금, 약산, 청산, 군외, 소안, 노화 등의 주민들이 5일장의 싼 맛에 이끌려 찾는다. 반면 금일, 생일도 등의 주민들은 강진 마량장을 이용한다. 완도읍 5일장이 여느 시골장과 달리 활성화되면서 인근 상설시장은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완도읍 5일장은 재래시장마다 결성되어 있는 상가번영회가 없다. 외지상인이 '판치는' 형국이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잘 나가는' 장터로 인해 아직은 절박함이 떨어진 탓도 있다.
요즘 이 곳에 가면 삼치, 도다리, 장어, 문어, 낙지, 키조개, 미역, 다시마와 각종 건어물이 풍성하게 나와있다. 새벽에는 인근 청정해역에서 갓 잡은 활어를 팔기 위해 장터 입구에서 도로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장사진을 이룬다. 새벽 5시께 이 곳에 가면 싼 값에 각종 수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완도읍 5일장은 30년간의 항동리 시대를 마감하고 지난 81년 이 곳 개포리에 둥지를 튼 이후 지난 2004년 재래시장 환경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지금의 모습으로 새롭게 단장됐다.
양동원 기자 dwyang@jnilbo.com
<장터사람들>건어물가게 백 순 이 씨 - 100% 완도산만 취급 20년 터줏대감 "원산지 속이는 일부 외지상인 보면 속상해"
 | 20년째 건어물 장사를 하고 있는 백순이씨는 완도읍 5일장이면 어김없이 가게를 지킨다. |
|
"완도장에서 팔리는 수산물은 수입산이 거의 없습니다. 문제는 외지에서 온 일부 상인들이 타지에서 생산된 수산물을 완도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바람에 시장 명성에 먹칠을 하고 있습니다."
완도읍 5일장에서 멸치ㆍ오징어ㆍ다시마ㆍ김 등의 건어물을 팔고 있는 백순이(56)씨. 남편(홍성진ㆍ59)과 함께 20년째 완도산 건어물을 취급하고 있는 그는 완도산 수산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오늘(지난 5일)도 한 외지상인이 타지에서 잡힌 수산물에 '완도산' 포장을 하는 현장을 보고 화가 났습니다." 그만큼 옛 명성에 조금이나마 해를 끼치는 행위가 늘 못마땅하다.
그는 평일에는 미역가공공장에서 일하고, 남편은 강진ㆍ장흥 등의 5일장을 돌며 건어물을 판다. 완도읍 5일장에서는 부부가 함께 가게를 지킨다. 이 건어물은 매일 완도수협공판장에서 경매를 통해 구입한다.
'비교적 잘 나가는' 완도 경제이지만 학교급식이 보편화되면서 건어물 판매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고 한숨 짓는다. "작년까지만 해도 하루 매상이 50만원은 거뜬했지만 올해부터는 이의 절반밖에 안됩니다. 여기에는 신지대교가 개통되면서 외지인의 손님이 많이 줄어든 탓도 있답니다." 즉, 예전에는 버스를 타고 온 관광객들이 '재래시장에서 특산품이나 구경하고 가자'라며 이 곳을 많이 찾았으나 지난해 말 신지대교가 개통되면서 완도읍을 찾는 경우가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완도읍 5일장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외지사람들이 판치면서 시장 질서에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이 곳은 완도 돈이 유출되는 창구역할도 합니다. 이는 그만큼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곳의 판매경쟁은 여느 5일장보다 치열하고, 이 때문에 가격도 싸다는 것. "과일의 경우 시중가격의 절반 수준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는 인근 상설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고…."
그는 "여느 시골장도 마찬가지이지만 완도읍 5일장도 상인이나 이용자들이 갈수록 늙어가고 있습니다. 아직은 다른 시골장보다는 활성화되어 있지만 보다 젊어져야 미래도 있습니다"라고 말을 맺었다. 양동원 기자
<우리고장 브랜드 파워>완도 대표 수산물 `청해진미' '완도'하면 으레 김과 미역이 떠올린다. 김은 일제시대부터 일본으로 수출되면서 완도를 살찌게 했으며, 80년대 중반까지 전국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다만 최근에는 이러한 '절대적인' 생산량 비중이 30%로 줄어들어 그 명성도 많이 퇴색했다. 대신 청정바다에서 생산된 활어와 신선함을 간직하는 전복, 멸치, 다시마 등의 수산물이 전국 제일의 품질로 인정받고 있다.
완도는 또 1200년 전 장보고 대사가 중국, 일본을 잇는 해상무역의 패권을 장악하던 본영지이기도 하다. 장보고는 젊은 나이에 당나라로 건너가 무공을 세운 후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 이 곳을 기지로 해적을 소탕하고 중국의 산둥반도, 밍저우, 일본 큐슈에 이르는 광대한 상권을 구축했다.
이러한 장보고 대사의 청해진과 청정해역에서 생산된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수산물의 이미지를 함축한 '청해진미(淸海眞味)'가 올해 초 특허등록을 마치고 완도의 대표 브랜드로 사용되고 있다. 완도에서 생산되는 13종, 95개 품목의 농ㆍ수ㆍ축산물은 자치단체의 심사를 거쳐 이 브랜드로 팔려나가고 있다. 완도=문영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