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휴가다녀간 아들이 말하기를
아들별명이 '기름쟁이'랍니다.
보급병이라 당연히 각종 차량에 쓰이는 유류를 수불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붙은 별명이겠지만 문제는 그 기름쟁이 노릇하기가 만만치 않은 모양입니다.
다 아는 상식이지만
전차는 기름먹는게 상상 이상이어서 수 많은 기름통 굴리고 주유하고 빈 드럼통 반납하고 하는 작업이
무척 힘이 들겠지요.
특히 공드럼 (빈 드럼통) 무게가 30kg 정도 하는데 그 공드럼을 장미란 역도하듯이
두손으로 번쩍 들어 화물차에 올리는 기술은 나름 고난도에 속합니다.
나쁜 넘들, 귀한 자식 데려다가 고작 기름쟁이나 시키다니...
예비역 큰아들도 기름쟁이 출신입니다.
다만, 국방부 근무하면서 출장나온 전방군인들 승용차 배차및 주유를 담당해서
주유소 직원 역할을 했으니 그다지 고되지 않은 차이는 있지만요.
제가 근무하던 부대에 기름도둑(?)들이 있었는데
전방부대에 유류를 수송하는 유조차 운전병들로 유류를 퍼주고 나면 탱크 밑바닥에
소량의 기름이 남게 되는데 귀대길에 그것을 뽑아서 간식비로 충당하곤 했지요.
(주로 단골집에서 라면 얻어멱는 정도)
그런데 한 사단 병참장교가 그 사실을 알고는 유류저장고의 유조차 정차장소를
경사지게 만들어 놓은 후로 유조차 탱크에는 그야말로 기름 한방울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아이디어로 그 장교는 사단장 표창인가를 받았다고 하는데
그 쪼잔한 성격으로 아마 별 다는데는 실패했을 것입니다.
제가 기름도둑이 된 사연은....
(공소시효가 몇번은 지났을테니 안심하고 고백하자면)
추운 겨울날 잠을 자고 있는데 불침번이 깨워서 일어나보니
당직사관이 취침중인 중대본부에 난로가 꺼져서 큰일 났다는 것이었지요.
확인해보니 아뿔사! 낮에 기름 수령을 했어야 했는데 깜박 했던겁니다.
당장 기름 구할곳은 없고 날이 새려면 아직 멀었고 곰곰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그래, 취사장 기름통과 바꿔치기 하자'
즉시 졸병 한사람을 데리고 가서 취사장 밖에 있는 기름통과 바꿔치기 했습니다.
'설마 기름없으면 어디서 얻어서라도 밥은 하겠지 뭐'하고 말이지요.
그런데 설마가 사람을 잡네요.
식전부터 기름 도둑 맞았다고 취사장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기름 보충해서 버너 돌릴줄 알았더니, 취사병들이 기름없어서 밥 못 짓는다고 버티는겁니다.
지독한 넘들.
취사반장, 본부대장은 기름 훔쳐간 놈 색출해서 영창 보낸다고 소리지르고,
가까스로 밥을 하기는 했는데 결국 그날 아침은 전 대대 병력이 국도 없는 밥을 먹어야 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투덜거렸지만 저와 공범인 졸병 두사람만 감사한 마음으로 밥을 먹었습니다.
무슨 감사?
잡히지 않고 맨밥이라도 먹게 해주신 하느님께요.
근데 이제와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작은아들 기름쟁이 하느라 고생하는것이
제가 현역때 저지른 죄에 대한 업보같아 조금 씁쓸한 기분입니다.
아들아, 널랑은 절대로 기름 훔치지 말아라. 잘못하면 네 아들 고생하는 수가 있다.
첫댓글 예전 군대에서는 그런 일 있을 수 있죠... 하하하 !!!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겠죠... 옛 생각나게 하는 재미있는 글 읽게 해주셔 감사합니다.
그때는 기름이 워낙 귀한때라서 그런 일들이 있었지요. 지금 군인들은 귀찮아서라도 그런짓 안할것 같아요.
ㅎㅎㅎ 반장아버님 보직이 우리깽이 지금 맡은 일과 같은걸로 아는데 행여 우리깽이 그러면 어쩔꼬...하는 걱정부터 앞서는게 부모맘인가 봅니다. 군대도 사람사는 곳이다 보니 이발병 취사병도 있고 보급병이라 기름담당도 있군요.ㅎ 우째 아드님 둘 다 기름과 관련된 보직...거기에다 기름을 몰래 가져온 아버님...참으로 아이러니 합니다.깽아..널랑은 절대로 기름 몰래 가져오지 말거래이~
원래 교육계가 기름조달하는 보직은 아니지만 그때 제 위치가 그런일을 해야만 하는 위치였어요. 교육계는 일은 많지만 중대원들 훈련 조편성이라든가 소위 '끗발'도 상당하답니다.
재미있게 앍고 갑니다. ㅋㅋㅋ 군대란 재미있는 일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지나고 보면 재미있는 일들도 많았는데 좀 유치한 면도 있고요.ㅋ
ㅎㅎㅎ,, 재미있는 글을 주시면서도 항상 교훈이 되는 말씀, 좋은말씀 재미있게 감사히 보고 갑니다.
뭐, 교훈까지야 ... 부담없이 읽으시라고 써본 글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 기름 도둑은 괜찮지 않나요? 제가 막 여군 하사 생활 할때 저희 사무실 사병이 군대 기름을 사회에 팔아서 영창 갔거든요..그건 재치라고 말해야 할거 같은데요
제 사욕채우려 한짓도 아니니 죄의식 같은건 없었는데 저때문에 수백명이 국없는 아침식사 하게 될줄은 몰랐네요.
전차도 기름 먹고 사는군요~~그것도 아주 많이 ,즐겁게 놀다가 기름 한 드럼 도둑질 해 갑니다~~
전차 시동걸때 기름을 5갤런이나 먹는다고 들었는데 그정도는 아니겠지만 수십톤 나가는 덩치를 움직이자면 기름소비가 장난이 아니겠지요.
ㅎㅎㅎ 그런 일도 있군요.. 이제는 재밌게 읽는 글이지만 그 당시에 얼마나 가슴이 쿵쿵거렸을까요...
걸렸으면 100% 영창이었지요. 지금 하라고 하면 못할것 같아요.
이래서 남자들의 축구이야기와 군대이야기는 밤을 샙니다..ㅎㅎㅎㅎ
군생활 에피소드를 가끔 올리면서 이제는 소재가 바닥났다 생각하면 어느새 다른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다른 아버님들도 자주 군대글 올려주시면 나팔방 분위기가 한층 업될것 같은데...
재미있게 읽고갑니다..ㅎㅎㅎ
인선이도 군대추억 열심히 만들고 있을테니 나중에 들려달라고 하세요.ㅎ
ㅋㅋㅋ 아드님 더위에 고생이 많습니다. 그래도! 건강한 모습으로~~ 홧팅!
혼자만 고생하는것도 아닌데요, 인호일병도 화이팅!
반장아버님! 예전에도 올리신 글 중에 유격을 받지 않으셔서 경수상병이 대신해서 받는것 같다 하지 않으셨는지요? ㅎ 다른 아버님인가??? 만약 저의 질문이 맞다면 경수상병, 아버님 대신에 하는 고생 많습니다^^
그러게요, 기억력도 좋으셔라. 그런데 삼부자중 경수 혼자만 군생활 빡세게 하고 있는건 확실해요.
군대얘기가 이제 재밌다고 생각되는건, 울 아들이 군인이어서일까,,,, 반장아버지님, 글 솜씨가 좋아서일까,,,,,ㅎㅎ
군대이야기가 원래 재밌어요. 제가 솜씨가 부족해서 덜 재미가 있지요. 블로그 상위는 늘 군대이야기가 차지한답니다.
ㅎ 군대이야기 중에 아슬아슬한 추억입니다. 그날 아침밥이 어찌 넘어갔을지 글을 읽으면서도 콩당콩당합니다.
정말 그때는 취사장내에 예비기름통이 있는줄 알았어요. 사태가 그렇게 될줄 알았으면 다른 방도를 찾았겠지요.
지난 일이라서 잼있는거겠죠....그날 밤과 아침같으면 절대 잼있지 않는 일이었을텐데....암튼 반장아버님 고생 많이 하신 덕에 전 넘 재미있습니다. 더위도 싹 가시고...^^*
근무했던 부대가 후방이었고 업무가 다양해서 그나마 얘기거리가 좀 있는거구요, 당시 기준으로 전 무지 편하게 군생활 한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