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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시 : 2006. 7. 23
산행인원 : 41명
산행경로 및 소요시간 : 죽령(07:20)-흰둥산갈림길(09:04)-삼형제봉(09:15)-도솔봉(10:05)-묘적봉(11:09)-묘적령(12:08)-솔봉(13:03)-뱀재 헬기장(13:34)-철탑(13:52)-흙목정상(14:10)-싸리재(14:36)-배재(15:05)-시루봉(16:04)-투구봉(16:19)-촛대봉(16:31)-저수령(16:49)
산행전에
장마가 몇 년 만에 지겹게도 비를 뿌리고 있었다
3호태풍 에위니아가 부산에 상륙하는 7월10일 11시에 동생이 아파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전화를 받고 어머님고 아내를 태우고 대구-부산 고속도로를 달려 부산에 들어갔었다
강풍에 쏘렌토가 한 쪽으로 밀리고 도로 위에는 창대비가 마치 버티칼 커튼을 친 것처럼 신기루 같이 날리고 있지만 급한 마음에 엑셀레이터를 밟으니 차는 제 멋 데로 미끄덩거리는 느낌이 발을 통해 전해온다
이러다간 큰일나지 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머리를 스치고 네비게이션의 궤적을 따라 동래로 들어가서 병원에 도착하니 나뭇가지가 도로가에 어지러이 널려 있고 조그만 우산은 숨도 못쉬고 뒤집어져 버린다
급하게 들어선 병원......
일 주일 전만 하더라도 조그만 희망을 갖고 바라보던 동생이 하얀 핏기 없는 얼굴에 숨쉬기도 괴로워 했다
순간 가슴이 미어져서 말을 하지 못했다
불쌍한 것...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중학입시 때문에 새벽6시에 어김없이 학교로 등교하고 나면면 2학년인 어린 동생은 아침과 점심이 담긴 도시락을 비가오나 먼 길을 걸어 갖다 나르고 했는데 이놈이 이승과 저승을 헤메는데도 오빠인 나는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눈앞이 뿌옇게 흐려져서 차마 바로 보지를 못했다
아무래도 희망이 없을 바엔 고향으로 오는 것이 나을 것 같아 밀양으로 긴급 후송...
어머니와 동생 그리고 조카들이 병상을 지키는 생활이 시작되고 나는 그저 퇴근 하면 병원에 들러 이마나 손을 만져 보는 게 고작이고...
일주일을 그렇게 버티던 그 애는 평소의 몇 백배의 말들만 쏟아 놓고 연휴 중간의 일요일 새벽 혼자서 먼 길을 훌쩍 떠나 버렸다
그 애 말마따나 토끼 같은 알토란같은 아들과 딸을 남겨 놓은 채...
어머니 전화를 받고 우리집에서 한솔병원까지 달리는 동안 열 두어군데의 신호등이 모두가 파란불로 급한 내마음을 알아 주는듯 했다
병원에 들어서서 잠자듯 평온 한 그 애의 이마에 손을 올려보니 따뜻하니 잠자는 모습 같아 아직 주검이 실감 나지 않았지만 내 핏줄 내 혈육이 이렇게 가슴 한 구석을 뚫어 놓고 떠나는구나 생각하니 옆에서 오열을 참고 짐 정리를 하는 어머님이 너무 안스러웠다
그래도 자식들 앞에서 꾹 참고 있지만 속은 얼마나 녹아 내릴까...
월요일 한 줌의 재로 변한 그 동생을 선산 납골당 앞 소나무에 곁에 묻고 나오는데 왠비가 그렇게도 쏟아지던지...
자귀꽃의 빨간 실같은 꽃잎이 만발하고 능소화가 한창 아름다움을 뽐내며 길 위에 꽃잎을 떨 굴 때 내 마음도 갈갈이 떨어져내렸었다
두 주일을 그렇게 보내고 장마속에 떠나는 대간 길에 몸을 실었다
먼저 간 내 동생의 명복을 빌어 주며 비라도 내리면 흠뻑 맞고 싶어서.
산다는게 별거 아닌데.......
그래도 대간 가는 날 새벽에 짝지를 시켜 김밥을 쌌다
멀리 간 놈은 갔더라도 살아 있는 우리는 또 우리대로 살아야 하니까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와는 달리 내일은 밤늦게 비가 올거란다
03시40분 잠든 아들놈 혼자 남겨두고 남천강가로 차를 달렸다
04시00
밀양 출발
창원 늘푸른 님들은 밤새 잠도 못 잤을거다
나도 밤새 뒤척이다 말았는데
안동서 아침 겸 미역국에 밥 말아 한그릇 비우고 죽령을 향한다
07:05
죽령 도착
07:18
죽령 옛길 아래쪽 길로 들어서서 산행을 시작한다
길에는 나뭇가지가 태풍에 꺾여 여기저기 파편처럼 뒹굴고 있다
산수국이 화사한 자태를 봄내며 소백산국립공원이 야생화의 천국임을 증명이라도 하는듯 군락으로 피어있다
07:45
지뢰지대 표지목이 길옆에 뒹굴고 있다
바로 옆이 군부대 경비지역이라 이런 위험 표지가 있나 보다
07:48
죽령 1.3Km지점 석간수가 좌측 언덕 바위앞에 넘치고 있다
식수는 여기서 보충하면 된다
09:04
흰둥산 갈림길 도착
우측으로 꺾어서 가면 흰둥산이고 우리는 정면으로 바로 나가야 한다
잠시 휴식
물 한모금 먹고 후미가 붙는걸 보고 앞으로 간다
짝지가 지난번 대간 하고 처음 산행이기 때문에 더운 여름산행은 속도보다는 천천히 힘에 맞게 진행 하고 휴식을 자주 갖는게 제일이라 다른 사람 보다 우리에게 맞는 산행을 계획하고 계속 오름길을 치고 오른다
09:15
삼형제봉 도착
사진들 찍고 멀리 도솔봉이 보인다
좌. 우는 희뿌연 가스로 인해 조망이 별로다
삼형제봉에서 내려가는 길은 계단으로 정비 했는데 경사가 급해 조심해서 내려가야 한다
길 양 옆에는 하늘말나리와 에델바이스를 닮은 꽃들이 군락을 이루며 지루함을 덜어 주고 비비추도 꽃을 피우고 있다
중간 중간 암릉길도 다람쥐처럼 가뿐히 지나니 도솔봉이 눈앞이다
10:05
도솔봉 도착
기념 사진들 찍고
10:18
잠깐 내려오니 오석에 도솔봉이라 세워둔 헬기장이 있다
가짜 도솔봉...
간식들 조금 먹고 물도 한 모금.....
더위에 땀이 비오듯 한다
햇빛이 없어 다행이지 만약 햇빛이라도 났으면 에고...
생각도 하기 싫다
11:09
묘적봉 도착
아리랑 대장님 일행이 먼저 나아가고 있었는데 같이 진행 한다
짝지의 컨디션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는지 이제 걷는 속도가 조금 빨라 진다
11:35
묘적령 가기전 전망대에서 점심
청도김밥처럼 만든 것이 훨씬 먹기 좋다
맨밥은 난 먹기가 좋지 않아 떡으로 가져 갈라니 짝지가 청도김밥 한 번 만들어 볼까 하는 걸 시험으로 먹어 보고 가져 온 것이다
과일도 먹고.....(20분간 식사)
12:08
묘적령 도착
밥을 먹고 나니 그래도 훨씬 걷기가 낫다
12:45
모시골 삼거리 도착
금결님, 고산님과 함께 가다 짝지보고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걷자 한다
마지막 시루봉이나 투구봉이 버티고 있는데 괜히 체력을 무리하게 낭비할 필요가 없다
후미가 와야 버스는 출발 한건데...
아리랑 대장님이 무전기를 내게 넘기고 후미로 가야겠다 한다
아무래도 후미쪽이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며.
합동이 허리가 좋지 않고 오랜만에 온 회원이 쳐져 있으니 마음이 놓이지 않나 보다
시그날이 무당집처럼 걸려 있는 곳을 지나면 넓은 우측 나무계단이 나타나고 우측 나무 등걸에 솔봉이라는 코팅지가 걸려 있다
솔봉은 등로 우측으로 급하게 꺾여서 나무계단으로 올라간다
1분을 올라도 힘겨운 오름길...
무척 힘들게 올랐다
13:03
짝지와 증명 사진 한 장씩 박고......
거치른 가시 잡목을 헤치고 어슴푸레한 길을 찾아 지도를 확인하고 진행한다
바위채송화가 화사하게 노란색을 뽐내고 있고 인진쑥이 몇 포기 보인다
13:19
늘푸른 님들과 소나타님등 선두그룹과 합류
늘푸른 님들은 먼저 가고 밤송이님의 오디주 한 잔 하고 잠시 쉬고 출발
13:34
뱀재 헬기장 도착
후딱 하니 지나간다
계룡산님과 지점 확인 하고 사진 한 장 찍고 보니 흔적이 없다
산수국은 화단처럼 모여서 피어 있고
13:52
철탑 도착
누리조경님이 나리꽃을 꽂고 있다
붓꽃도 이쁘게 피어 있고 오늘은 걷는 내내 하늘말나리와 비비추꽃이 늘 눈을 즐겁게 해 준다
14:10
흙목 정상
짝지가 힘든가 보다
잠시 쉬고 다시 출발
오르 내림이 계속 되고 서서이 지겨움이 밀려 온다
이 시간이면 산행이 거의 끝나던 습관이 되다 보니 오늘은 엄청 지겹다
14:36
싸리재 도착
유황온천이 2.7Km란다
아~ 따뜻한 온천 보다는 얼음 같은 계곡물이 더 그리워진다
숨 쉴 틈도없이 지나쳐서 20여분 힘겹게 유두봉(1,059봉)에 올라 지나온 마루금을 뒤돌아 본다
멀리 철탑도 보이고 지나온 능선이 희뿌연 가스 속 에서도 길게 벋어 있다
15:05
배재 도착
늘푸른 님들이 쉬다 올라 간다
우리는 잠시 쉬고 가기로 하고 물 한 모금씩 하고 앞서 간 늘푸른 님들을 따라 간다
힘겨운 오름길이 모두에게 다 힘든가 보다
산청~홍은 윗도리 홀랑 벗고 나뭇가지로 젖꼭지만 가린 체 올라 온다
모두들 한바탕 웃고...
줄기차게 올라 가야 저수령까지 가지
거기 가야 시원한 물에 열이 펄펄 나는 몸을 식힐수 있다
늘푸른 님들이 쉬는 곁을 지나 부지런히 걸어 가다 보니 배가 고프다
시루봉 가기전 안부에서 배낭을 틀어 먹을 것을 다 꺼내어 먹었다
허기도 지고 목도 마르고 지나가는 님들 다 불러 세우고...
누리조경님도 오다 배가 고파 떡을 먹고 왔다 한다
닭다리 튀김에 토마도에 나머지를 다 털었다
지나온 봉우리가 시루봉인줄 알고~ㅎ
약 20분 넘게 쉬고 앞 봉우리를 올라 보니 여기가 시루봉이다 ~워메~~~
16:04
시루봉 통과
이제 날듯이 걷는다
쉬고 난 체력의 보충도 있지만 다 왔다는 마음에 빨리 끝내고 싶나 보다
16:19
투구봉 도착
전망이 끝내준다
계룡산님과 사진 찍고 전망을 즐기는 동안 아무도 주위에 없다
늘푸른의 새터님인가? 무릎이 좋니 않는 여성대원 한 분을 동행하며 걷고 계신다
진통제 한 알 드리고 염치없이 앞서서 내려간다
마지막 구간에 위치한 시루봉과 투구봉은 사람을 지치게 하기에 충분하다
급하게 내려 가니 촛대봉이 나타난다
16:30
촛대봉 도착
검은 대리석으로 표지석은 멋지게 설치되어 있다
정상석 사진 찍고 늘푸른님의 새터님 에게 자리 인계
마지막 저수령으로 향한다
15분여 빠른 걸음으로 걸으니 저수령 도로가 바라 보인다
저수령~~~
먼저 도착한 님들이 보인다
16:50
저수령 도착
지루한 한 구간이 또 끝났다
특별히 동굴 목욕탕에서 얼음같은 물에 땀을 씻고 먹는 막걸리 한 잔 이 꿀맛처럼 느껴진다
가야밀면에서 저녁 먹고 집에 오니 피로가 밀물처럼 몰려온다
▲ 안동휴게소에서...거미가 집 짓기에 한창이다
▲ 죽령
▲ 시작 할 출발점
▲ 산수국이 산행 내내 따라 다닌다
▲ 간만에 보는 지뢰지대 표지
▲ 샘터...석간수가 넘치고 있다
▲ 늘 따라 다니는 야생화
▲ 흰둥산 갈림길에서
▲ 전망대 지나가다 계단 시작되는 지점에서 우측으로 한 컷
▲ 하늘 말나리...산수국과 함께 엄청난 군락지이다
▲ 지나온 마루금
▲ 한라 쑥부쟁이를 닮았다...에델바이스인줄 알고 깜짝 놀랐다
▲송이가 많은 곳에 유달리 많다고 송이밥이라 한다고 들었다
▲ 인진쑥
▲ 하늘말나리
▲ 비비추 꽃
▲ 흙목
▲ 앙징맞은 바위 식물
▲ 배재
▲ 배재 지나 오름길이 힘들게 느껴진다
▲시루봉과 투구봉은 정상 표시가 아쉽다
▲ 지나온 시루봉
▲ 촛대봉 정상
▲ 저수령이 발아래다
▲ 비가 온다던 예보는 간데 없고 푸른 하늘에는 흰 구름만 떠 간다
첫댓글 한달전의 비보였지만 새쌈 가슴이 메여옵니다. 좋은 곳, 못다한 꿈의 나래를 활짝 펼수 있는 낙원으로 가셨겠지요. 그리 믿고 싶습니다. 대간길, 무더운 이 때가 가장 힘든 시기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몸 관리 잘하셔 무탈하시게 완결짓는 그 날까지 화이팅!! 힘 내시기를...
차칸아님 멋진 사진과 산행기 잘보고 갑니다. 늘 즐산 안산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