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다가 삼천포의 어원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졌다”, “잘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진다”는 등의 언사나 문구가 TV나 칼럼에 시도 때도 없이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면서 여러 수십번 망신살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01년 4월 2일 09:00 MBC 아침드라마 「내마음의 보석상자」에서 「김영란의 대사 중에 “요놈의 입…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질 뻔 했네”」와, 2001년 6월 18일 20:20 저녁드라마 「결혼의 법칙」에서 “고두심의 대사 중 「학교때 발표를 시킬려면 삼천포로 빠져 가지고…”」라는 대사로 사천의 12만 시민이 크게 분개한 사건이 발생하여 경향 각지에 있는 삼천포 향우회원들의 놀라움을 사게 했다.
문화방송은 이에 사천시민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2001년 7월 4일 17:30 “화제집중”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이 말의 어원에 대하여 설명하고 사과의 뜻을 밝혔으며 2001년 6월 26일자 경남일보사에서는 “시민들에 방송국 사과하라”는 사설이 실리고 6월 30일 문화방송이 공식 사과를 하게 되었다.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졌다”는 어원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그 설에 대하여 간략하게 필자가 아는 대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가 조선말엽 경남 고성에 살던 어떤 이가 이웃에 사는 진주의 사돈댁을 찾아 가다가 지금의 고성군 상리면 삼거리에서 사천을 거쳐 진주쪽으로 가야할 길을 잘못 들어 고성군 하이면 삼천포 쪽으로 빠져 길을 잘못 찾아 나선데서 “고만 삼천포로 가 버렸다”는 오래된 일화(逸話)가 있었다 한다.
이런 “삼천포로 가 버렸다”는 일화가 근래까지 통용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보아 어원에 가깝지 않다고 하겠다.
두 번째가 1965년 12월 7일 진주의 개양에서 삼천포간 진삼선이 개통되고 그 후 부산· 진주간 전동차(電動車)가 내왕하게 되어 개양· 삼천포간에도 이 전동차가 운행하게 되었으며 그 당시 부산· 진주간을 다니던 전동차 3량 중 1량(輛)이 삼천포가 종착역이었는데 차량 3량 중 2량(진주가 종착역인 차량은 앞쪽에서부터 2량)은 진주로 가고 마지막 차량(세번째 차량)은 삼천포가 종착역이었다. 그런데 앞의 2량에 타야할 진주 승객이 술에 취하거나 잠이들어 개양에서 삼천포로 가는 마지막 셋째 차량에 타고 앉았다가 “고만 삼천포로 빠져 버렸다”라고 하면서 당시의 “통행금지제도” 때문에 삼천포에서 본의 아니게 묵는 불상사가 종종 일어나게 되었던 것이다. 여기서 진주 손님은 악담도 아닌 농담조로 “에이 재수 없게도 술 때문에(혹은 잠 때문에) 삼천포로 와 버렸네”가 고작 하는 넋두리였다.
세 번째가 유랑극단(流浪劇團)이나 서커스단이 겨울철이면 따뜻한 남쪽지방에서 공연을 하게 되고, 또한 개천예술제가 음력 10월 3일 진주에서 개최되면서 서커스단이 진주 공연을 마치고 으례 삼천포에서 겨울을 나게 되었는데 삼천포엘 와서 재미를 보지 못하고 단원을 돈 대신 담보로 잡히고 가는 사례가 발생하자 “더럽게 재수 없네, 삼천포로 빠져 가지고…”라는 푸념에서 생겨 났다는 설도 있다.
그 다음 네 번째로 전 도의원 김기훈(金基吾)씨가 전하는 바에 의하면 1960년대 초 경상남도 도의회 의원과 고급관리 몇 분이 승용차를 타고 경남 하동에 현지 확인을 나갔다가 밤 늦게야 부산의 도청으로 돌아가는데 운전기사가 길을 잘못들어 삼천포로 내려갔다 해서 이 말이 생겼다고 하기도 한다.
다섯 번째로는 전라도 지방에 출어한 어선이 태풍을 만나 부산이나 마산, 충무로 귀항하지 못하고 급해서 삼천포항으로 빠졌다고 해서 생긴 말이라고도 하며 목포· 여수 선적의 어선이 고기 값이 좋은 삼천포로 가자고 해서 삼천포 수산협동조합에 위판을 할려 했으나 불행하게도 고기가 많이 들어와 시세를 맞추지 못한데서 “삼천포로 빠져 가지고 손해만 보았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위에서 본바와 같이 어쨌거나 “일이 잘 되지 않은 결과”이거나 “시행착오”에서 오는 허탈감에서 나온 넋두리임은 틀림없는 것은 사실이다. 1978년 “주간중앙”의 기사에 처음으로 “잘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졌다”는 내용의 글이 실려 법정 소송이 벌어지고 어떤 코미디언이 텔레비전 대사에서 이 말을 사용하여 당시 삼천포 7만 시민이 법정 소송까지 벌인 사건이 자주 생겨나자 삼천포 시민들은 물론이요 이미 고향을 떠나 고향 향우분들까지 격분을 참지 못하고 궐기하여 삼천포 상공회의소가 주축이 되어 “향토이름 빛내기운동”을 거시적으로 전개함으로써 관계 잡지사와 방송국의 공개사과도 받아낸 바 있으며 차후에는 이런 문구를 사용하지 않기로 다짐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란 말이 국어사전에는 오르지 않았으나 지금도 알게 모르게 통용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사천시민은 이러한 언어구사의 근절을 위해 모색한 것이 전화위복(轉禍爲福)이란 말처럼 화를 바꾸어 오히려 복이 되게 하거나 화가 바뀌어 더 나은 복이 된다는 뜻으로 이제는 “번번히 화를 바꾸어 복으로 만들고 실패를 전환시켜 성공으로 이끌자”는 신념으로 “이제는 삼천포로 빠지자”는 새로운 용어(用語)를 만들기에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말 사전에 “빠지다”란 말의 뜻을 살펴 보면 ① 물이나 구덩이 속으로 떨어져 들어가다 ② 주색이나 못된 데에 마음을 빼앗기다. ③ 박힌 물건이 떨어지거나 물러나다. ④ 탈락하여 없다. ⑤ 고인물이 흘러 나가다. ⑥ 기분이 없어지다.
⑦ 살이 여위어지다. ⑧ 빛깔· 때· 김 같은 것이 없어지다. ⑨ 한동아리에 들지 못하다. ⑩ 관계한 자리에서 물러나다. ⑪ 여럿 가운데서 다른 것만 못하다. ⑫ 그럴듯한 말이나 짓에 속다. ⑬ 제비에 뽑히다. 등의 뜻으로 풀이된다.
여기서 열세가지 뜻 중에서 “마음을 빼앗기는 것”하고 “제비에 뽑히는 것” 말고는 모두 좋은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이 없는 것으로 보아 빠진다는 말이 좋지 않음을 내포하고 있는 듯 한데 불교 수행의 한 방법에 삼매(三昧)란 말이 있는데 이는 심일경성(心一境性)이라 하여 “마음을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는 정신력”으로 “삼천포의 아름다운 풍광과 따뜻한 인심과 문명에 병 들지 않은 자연에 빠져 보자”는 뜻으로 이제는 “삼천포로 빠지자”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삼천포는 영산(靈山)인 와룡(臥龍)이 외갓집 울타리처럼 북으로 둘러싸여 있고 남쪽은 한려수도의 비단결 같은 청정해역에서 나오는 풍부한 수산물이 사시사철 사람의 마음을 사로 잡는 생선회 하며 쥐지포· 건멸치· 미역 등 특산물과 소금냄새 풍기는 풍토속에 베여 있는 인심을 한번쯤 맛을 보면 “삼천포로 빠지자”란 말이 절로 나올것임은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무릇 산자수명(山紫水明)한 곳에서 사심(邪心)이 없는 것도 사무사(思無邪)가 아니던가! 부디 문명에 찌든 몸, 삼천포에 와서 활력소를 가슴 가득 채워갈 날을 기대해 보는 것이다.
*사천시 史 에서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