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생(天生)이라함은 본바탕 또는 선천적으로 타고남을 이르는 말이다
필자는 어렸을 적부터 외할머니로부터 너는 천상여자다 라는 말을 자주 듣곤 했다. 그래서였는지 글을 쓴다는 필자 역시 “여자”라는 글을 올리며 천상여자라는 잘못된 단어를 여과 없이 올리고 말았다. 그래도 글쟁이는 글쟁이인가보다. 의구심이 들어 사전을 찾아보니 당연히 잘못된 표기였고 “천생”이라 표기함이 맞음을 확인했다.
천생여자, 천생남자
일기형식의 글을 수필 란에 의기양양 올려놓았더니 모작가분이 댓글을 달으셨는데 대충 내용은 이러하다. 영락없는 여자가 있기에 천생남자일 수밖에 없는 남자가 존재한다고.....맞는 말이다. 하여 그에 대한 댓글을 달으려다 단 몇 줄로는 성이 찰것 같지 않아 조금 길게 써보기로 했다. 물론, 댓글의 요지와는 조금 변질되었음을 모 작가님께 양해 부탁드립니다.
부모님에게 귀에 딱지가 들러붙을 정도로 들어왔던 천생여자라 함은 조신(操身)하고 살림 잘하며 유순한 여자 즉, 남편 내조 잘하고 시부모 봉양 잘 하는 여자를 지칭한 말이지 않았나싶다. 남자는 생계를 위해 바깥일을 하고 여자는 집안일을 주로 맡아서 하던 농경사회에서의 천생여자, 천생남자의 역할과 본분이지 않았나싶으며 이것이 변질되어 천생남자 보다는 천생여자로서의 삶을 더 많이 요구하던 유교사상이 남존여비를 만들었고 이는 남성들의 이기이며 여성단체로부터 천상여자란 말에 성차별이라며 불끈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요즘의 사회는 어떠한가. 남자가 해야 할 일과 여자가 해야 할 일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바깥양반 안사람이라는 표현이 무색해지는 멀티를 요구하는 급변한 세상인 것이다. 의복만 해도 21세기 들어서 남녀평등이라는 민주주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유니섹스 모드가 유행하는 요즘 남자는 이러이러해야하고 여자는 이러이러해야한다는 고정관념은 일찍이 깨어진지 오래라고 봐야할 것이다. 필자의 가정만 해도 그러하다. 결혼을 하고 몇 년간은 아이 낳고 부모님 모시고 남편 내조하느라 부엌대기 신세를 면하기 어려웠고 나를 위해 투자라도 할라치면 남편 등골 빼먹는 다는 소릴 들을까봐 취미생활 같은 건 엄두도 못 냈다. 결혼 전엔 그래도 멋쟁이라는 말을 들으며 잘나가던 시절도 있었지만 하다못해 옷을 사러 나가도 부모님, 남편, 아이 옷이 먼저이고 정작 자신은 뒷전이다. 아마도 기혼여성이라면 공감하는 얘기일 것이다. 이러한 생활을 수년간 해오다가 아이가 유아원에 들어갈 나이가 되었을 쯤 남편에게만 의지하는 식솔들이 적지 않기에 남편 어깨에 짊어진 짐을 나누고자 필자도 직장생활을 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때려 치고 싶어도 참고 다니는 남편들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게도 됐다. 반면 성취욕구 충족 또한 못지 않은 희열감 내지는 만족감과 사회로부터 인정받고 더불어 가정에서 생계를 책임진다는 이유로 가장으로 대우받는 특혜 부분은 쏙 빼놓고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남자라며 동정의 표를 얻어내는 여우스러움도 알았다. 필자도 엄연한 커리어우먼이라 자칭하지만 솔직히 남편은 내게 아직까지 든든한 백그라운드다. 때문에 직장생활이 권태롭거나 맞지 않으면 언제든 사표를 던질 수 있는 배짱이 있기에 남편들 보다는 좀 더 어깨를 펴고 다니는 게 사실이지만 아무튼 요즘은 남자 여자 바깥일 집안일 할 것 없이 서로가 도와가며 살아야하는 게 현명하다고 말하고 싶다.
또 샛길로 샜다. 이쯤에서 정리를 하자면,
필자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요지는 본래 고유의 성을 깨뜨리자는 뜻이 아니며 남성과 여성 각자의 장점과 특기를 살려 적재적소에서 빛을 발하는 지혜로움을 발휘하길 바라고 여성과 남성으로서 각기 다른 성을 인정하고 이해와 배려로 더욱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요한 존재임을 인식, 이성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로 가정이나 사회에서도 소모적인 대립은 없어야 할 것이다. 졸필을 끝으로 더 바람이 있다면 천생여자가 있듯이 천생남자도 기대해보며 천생남자에 대한 왈가왈부는 다음 숙제로 남겨놓고 긴 글을 싫어하는 관계로 그만 갈무리하기로 하자.
첫댓글 님 글을 보니 갑자기 이게 생각 나네요. 남자와 여자간에 맺는 天生緣分(천생연분) 이라는 말. 말고, 千 [ 일천 천 ] 을 사용한 千生緣分 (천생연분) 을 생각해 보자고요. 천생을 살아오면서 맺는 소중한 인연을 생각 해보자는 말이었죠. 또한, 어떤 분이 하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사람의 운명은 자기가 바꿀 수 있지만 자기 자신의 배우자는 태어난 순간부터 정해져 있다고요. 아무리 결혼을 해도 헤어질 운명을 타고났으면 헤어지는 것이고, 혼자사는 운명을 타고 났으면 혼자 산다고 그랬죠. 그말에 저도 조금 공감 하는 편입니다.
저희집에 사주 팔자 책이 있는데(또 나오네 이놈의 사주팔자 ㅎ) 거기 보면 저희 아빠가 나중에는 결국 혼자 외길을 걷는 걸로 나오시거 든요. 실제로도 지금 그렇고요. 그래서 태어날때 타고나는 숙명(배우자)은 정해져 있다는 그말을 조금 공감 하는 편입니다. 그 숙명에 어쩔 수없는 신내림 받는 것도 있었죠.(갑자기 터무니 없는 말인가?ㅎㅎ) 이상 잡담 이었습니다 ㅎㅎㅎ
후후~ 긴 댓글 고마워요....저도 님처럼 어줍잖게 수필란에 글을 올렸는데 수필흉내를 내보는 건 이글이 처음이거든요. 그래서 부족한것두 많지만 관심갖고 읽어주신것만으로 넘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