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아들이 이틀전부터 양복에 넥타이 맨 신사정장에 구두 신고 사흘째 출근하고 있습니다.
신유생인 아들은 32세 건장한 청년입니다.
대학 졸업하고, 사법시험 준비하고, 국방의무인 軍畢하느라 2년여를 보냈고,대학원 공부로 2년을 보내다보니 어느덧 30이 넘었습니다.
사법시험에 몇 번 실패하는 걸 아픈 마음으로 지켜보면서,단호하게 더 이상 미련을 두지 못하게 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남달리 총명하여,혼자 한글을 다 깨우친줄도 모르고 있다가,어느 날 신문을 펴놓고 읽기에 신문보는 어른 흉내를 내는가 보다라고 생각했다가,정말로 읽는 걸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가슴이 마구 두근거렸습니다.'어머나! 내가 영재를 낳았나 봐.'라고 생각하면서요.
세살터울인 큰아들이 학교에 가기 전에 한글을 깨우쳐주려고 벽에다 모조지 전지를 붙여놓고 한글을 익히게 했는데,아마도 그 때 옆에서 노는 척하면서 함께 익혔던 모양입니다.나는 큰 아이에게만 신경을 쓰느라 네살바기 아기가 유심히 듣고 보는줄 전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한글을 익히자 동화책을 읽기 시작했고,다른 아동용 도서도 읽으면서 상식을 넓혀갔습니다.
여섯살때 유치원에 들어가서는 별명이 '박사님'으로 통할 정도로 '아는 것'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요즘은 조기교육으로 기저귀를 떼지 않은 어린아기부터 유아원에서 배우지만,그 당시는 지금처럼 조기교육열풍은 없었습니다.보육선생님이 새로운 책을 갖다 놓으면 아이들이 모두 우리 아들에게 읽어 달라고 한다면서 아주 대견해 하셨습니다.
어린시절부터 법관이 되길 원했고,적성검사에서도 뚜럿하게 성향이 그 쪽으로 나와 아들의 장래문제에 대해서는 한 번도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본일이 없었습니다.
열심히 공부했고 원하던 Y대학, 법대에 입학했습니다.
신촌이란 곳이 공부하기에도 좋지만 놀기에도 좋은 곳입니다.
집과 학교만 알고,공부만 하던 아들이 새로운 친구와 새로운 대학문화에 젖어 새로운 세상에서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비(B)가 주룩주룩 내리는 성적표에 경악했습니다.
일등을 놓쳐보지 않았던 아들이 받아온 성적표라고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공부에 매진한 결과 장학금을 타기도 했고, 사법시험준비를 병행했습니다.
그러나 실력만으로는 2% 부족한 그 무엇이 있는지 몇 번에 걸친 시험에 합격하지 못했습니다.
약간의 運도 따라주어야 한다는 현실을 알게되는데 몇 년이 걸렸습니다.
아들은 더 시도해 보려는 미련이 있는 것 같았지만,단호하게 단념을 시켰습니다.
나이가 있는데 언제까지 공부만 할 수 없다는 점과 취업해서 결혼도 해야 하는데 언제까지 이런 어정쩡한 상태로 있겠느냐며,마음이 아팠지만 이제 그만 공부는 접으라고 했습니다.
부모말에 순종하던 착한 아들이라 더 이상의 미련을 버리고, 대학원 졸업즈음에 여기저기 취업이력서를 넣었습니다.
서류전형에 합격해 면접시험,필기시험을 보러 다녔지만,최종합격통지는 오지 않아 많이 초조했습니다.
5월4일,아침에 아들이 전화를 받으면서 안방으로 와 소리는 내지 않고 입모양으로 무엇을 말하려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채질 못했습니다.
약간 긴통화를 끝내고는 최종합격통지라는 것입니다.
얼마나 기쁘던지,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정말이야?" 믿어지지 않아서 나도 모르게 나온 말입니다.
"엄마,아기가 복덩인가 봐."
어제 본 첫조카 탄생에 이은 좋은 소식이기에 아들이 하는 말입니다.
"그래,니 말이 맞다."
월요일부터 출근하라는 말에 아들은 학교에 가서 교수님께 먼저 알려드려야한다며 서둘러 나갔습니다.
대학원 졸업과 동시에 학교 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일하게 된 직장은 전공과 깊은 연관이 있는 공기업이라 더 잘된 일이라 생각합니다.
적성에 맞고 전공한 지식을 바로 적용할 수 있어서 정말 잘 된 일입니다.
직장과의 거리도 집과 비교적 가까워서 어제는 걸어서 퇴근했다고 합니다.
남편의 와이셔츠를 다림질하는 일이 삼십년 가까이 되니 지겨워져서,퇴직한다고 했을 때,섭섭하기도 했지만, '이젠 와이셔츠 다림질로부터는 해방이구나.'라며 퇴직의 좋은 점도 있다는 어이없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었습니다.그러나 또 다시 아들의 와이셔츠를 다림질해야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지겹기는 커녕 아주 기쁜 마음으로 매일 아침 입을 와이셔츠를 정성껏 구김살 하나 없이 곱게 다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좋은 신부감 만나 결혼할 일만 남았습니다.
첫댓글 용띠 손녀 보더니 옥덕님 용꿈꾸었에요 거침없이 전진하던 형님 그늘에서 빛을 잃었던 작은 아드님
이제 승승장구하실기를 기도합니다.복의근원 손녀가 복댕이 입니다.축하합니다.
언니,덕담 고맙고도 고맙습니다.
혼자서도 자꾸만 웃음이 납니다.
옥덕님합니다.ㅊ
공기업에 취직이 되었다니 얼마나 좋으세요.
좋은 배필 속히 만나 다복한 가정을 꾸미면 좋겠다. ㅊ
언니,고맙습니다.
공기업이라곤 하지만 아주 소규모 전문업체입니다.
전공을 살릴 수 있으니 금상첨화지요.
축하합니다
아우님,고마워요
언니 정망 정말드립니다... 요즈음 공기업에 취업하는것은 고시된것보다 더 나을지도 몰라요... 사법연수원수료하고도 공기업으로 가고싶어도 못가는 경우가 있나보더라구요...
새로 태어난 아가가 새롭고 좋은 氣를 온집안에 가득채우나봅니다...
앞으로도 좋은일만 가득하시길...
아우님,고마워요.
복덩이가 태어났나 봅니다.
연초부터 몸고생 마음고생으로 어려웠는데,이제야 운이 좀 풀리나 봐요.
250:1의 경쟁률이라니 탈렌트 뽑는 것도 아니고 그저 놀라울뿐입니다.
아합니다 전공을 살릴수 있다니 더 좋겠네요...
정말 이제 좋은 신부감 만나 결혼시키면 되겠어요.....
아우님,고마워요.
주위에 좋은 신부감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옥덕님해요 좋은 일이 거듭 생기니 보기 좋습니다.
언니 고맙습니다.
구성원들이 워낙 대단한 사람들이라 적응하려면 쉽지 않겠더라구요.
국수 먹을 기쁨이 기대됩니다.
언니 고맙습니다.
우선은 시작한 업무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고,다음이 결혼이지요.
정말 아기가 복덕방인가봐요.ㅎㅎ 아들의 취직을 진심으로 축하해요.
요즘은 취직도 어려운데 잘된일입니다.내 친구 손자도 k대법대릉 나왔는데도 몇번의 시험에 낙방하고
할수없이 이제 군에 보내야겠다더군요.시험이란 실력도 중요하지만 운도 따라야하는 것 같아요.
어느쪽이 잘한 일인진 살아봐야 알겠지요.암튼 축하합니다.~
언니,고맙습니다.
요즘은 사법시험으로 1000명을 뽑는데다 각학교 로스쿨에서 졸업하는 학생수까지 변호사가 넘쳐나는 세상입니다.그래서 옛날의 권위와 희소가치는 이미 물 건너간 상태입니다.
사시합격하고 연수원 마친 변호사가 은행에 입사지원서를 냈다 불합격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연수원에서도 성적이 상위권에 들어야 법관이 된다고 합니다.
취업이 어려워,요즘 젊은이들 너무 힘드는 세상에서 어렵게 사회생활을 경험하는 것이 안타깝게 생각됩니다.
국회의원들 자기네 밥그릇 싸움 그만 하고 젊은이들 일자리 늘릴 생각이나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옥덕아우님 작은아들 취직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요지음은 법관이 인기있는 직업에서
밀리고 있는때가 되었어요.자기적성에 맞는 직장에서 한껏 기량을 발휘해서
이사회가 필요로 하는 유능한 인재가 되는것이 바람직 합니다.
언니 고맙습니다.
사시 합격후 연수원과정 마쳐도 성적순위 25% 안에 들지 못하면 취업 걱정해야 한다더군요.
옛날과 많은 차이가 나지요.
축하드립니다. 졸업하고 취업하는 당연한 일이 이렇게 기쁜 마음으로 글을 쓰고 축하하는 일이 되었으니.....아직 일자리를 찾지 못한 많은 젊은이들이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아 나라와 자신을 위해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우님,고마워요.
우리 때만 해도 대학 졸업하면 취업이 비교적 쉬웠는데,요즘 젊은이들 너무 힘든 모습 안타까워요.
옥덕씨해요.기쁜일이 생기니 듣고 보는 우리도 기분이 참좋아요. 한것 같아요.정말 잘하셨어요..
빠른 판단이 이렇게도 더큰 기쁨을
시험 공부도 나이와 때가 있는것 같더라고요.이젠 좋은 배필만 만나면 되겠다.
언니,고맙습니다.
큰 숙제를 푼 것같아 후련합니다.
이제 더 큰 숙제가 남아있지만,인연이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