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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명고] 06
씬1. 지난 회 하이라이트
씬2. 청해헌, 후원 연못가
모하소, 라희를 안고 연못 쪽으로 빠르게 걸어온다. 새파랗게 질린 왕자실, 쫓아온다.
왕자실 : 라희야!! 라희야!!
모하소 : (연못 앞에 선다)
왕자실 : 아일 이리 주세요.. (손을 내민다) 형님!
모하소 : (연못을 바라본다, 혼잣말처럼) 여기가 열수였음 좋을 텐데.. 그 강물이 얼마나 뼈 시리게 차던지..
(천천히 고개 돌려 왕자실을 본다) 칼에만 베이는 것이 아니구나.. 강물에 베일 수도 있구나.
왕자실 : ..
모하소 : 물살에 발목을 베이고, 허리를 베이고.. 이상키도 하지. 베인 자린 멀쩡한데 왜..가슴에서 피가 흐르나 몰라.
왕자실 : (무릎을 꿇는다) 용서하세요...
모하소 : 자네가 나라면, 날 용서할 수 있을까?
왕자실 : 자명일 죽인 건 내가 아니에요! (독해지는) 대체 형님은 뭐하셨나요?
모하소 : 뭐라구?
왕자실 : 형님이 한 일이라곤, 고작 그이 다리에 매달려, 울구·불구 자명일 살려달라 졸라댄 거 밖에 더 있나요?
난 적어도 라희를 살리기 위해. (차마 자기 입으로 말을 못잇는)
모하소 : 왜? 자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차마 말 못하겠나?
왕자실 : .. (노려본다)
모하소 : 주인 있는 몸으루 다른 사내에게 몸을 던져 자식을 구한 장한 에미라고 말하지 그러나?
왕자실 : (벌떡 일어난다) 그게 어때서요! 형님이라믄 할 수 있었겠어요!!
내가 설마, 오십줄에 들어선 늙은 사내가 좋아서, 자묵에게 몸을 던졌겠어요!
모하소 : (본다)
왕자실 : 형님은 왜 못했죠? 착해서? 머리가 안돌아가서?
자명일 살리려면 태사령 자묵에게 몸을 던지면 된다, 알려주면 그렇게 할 수 있겠어요?
모하소 : 아니, 난 못하겠지.
왕자실 : 그래요, 형님은 그만한 용기가 없어요!! 좌중랑장 최리에 고상한 아내 모하소는 딸을 살릴 수 있다 해도,
결코 다른 남잘 안을 순 없죠. 그러니 날 원망 말아요!
모하소 : (라희를 본다) 예쁘구나. 네 어머닐 꼭 빼닮았어. 너도 크면, 네 에미처럼 독하고 모진 계집이 되겠지.
왕자실 : (한걸음 다가간다. 두려운) 지금.. 뭐하는 거예요?
모하소 : (싸늘한) 자넨 물론이고, 이 아이도 결코 용서 할 수 없어!!
모하소, 포대에서 라희를 빼든다. 포대가 바닥으로 흘러 떨어진다.
왕자실, “형님!!” 부르는 것과 동시에 모하소, 라희를 연못에 던진다.
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라희 연못에 떨어지며 물이 사방으로 튄다.
왕자실 : 라희야!!
왕자실, 허둥지둥 연못 안으로 들어간다. 왕자실, 라희에게로 한걸음 다가가 아이를 건지려.
모하소 : 라희 어미로 살던가! 그이 아내로 살던가 하나만 택하게!
왕자실 : (흠칫, 손을 멈추고 모하소를 돌아본다)
모하소 : 그 아일 살리고 싶다면, 그일 떠나. 자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그이에게 말하겠네.
왕자실 : (모하소를 노려보는 눈빛에서 파란 독기가 번뜩인다) !!
모하소 : 내가 자묵에게 몸을 던질 수 없는 건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야.
왕자실 : (버럭) 그럼 뭔가요!!
모하소 : 딸을 살리자고, 그이를 배신할 순 없어서.
왕자실 : .. (물에 가라앉는 라희를 본다)
모하소 : 그래도 자넨 선택은 할 수 있지 않은가? 라희냐, 그이냐? 난 말일세.. 자명일 택할 기회조차 없었지..
왕자실, 버둥거리는 라희를 한번 보다가 입술을 깨물고 몸을 돌린다.
철벅철벅- 연못 밖으로 걸어나오는 왕자실. (Dis)
씬3. 산둥반도, 목지둔 바닷가
(자막) 중국 산둥반도, 목지둔(目支屯) 바닷가
여기저기 부서진 삿갓배가 밀물에 밀려 해안으로 온다.
파도가 한번 치자, 물결에 말린 배가 바위에 부딪치며 모래톱에 뒤집힌다.
숨이 끊어진 듯한 자명과 일품이 모래사장에 엎어진다.
해안가를 선회하던 괭이갈매기 떼가 낮게 두 아이 주변을 날기 시작한다.
갈매기 한 마리가 순식간에 내려앉더니 자명의 손등을 쪼고 날아오른다. 자명, 아무런 반응이 없다.
씬4. 청해헌, 후원 연못가
모하소, 라희에게서 시선 돌려 미동없는 왕자실을 본다.
눈도 깜빡 않고 라희를 지켜보는 왕자실의 표정에서 독기가 흘러나온다.
모하소 : (화난) 독하구나.
왕자실 : (비웃는) 형님한테 배웠지요. 자식보다 중한게 부부지정이란 걸.
모하소 : ..
왕자실 : 최씨집 대를 끊으셨네요. 자명이도 죽고, 라희도 죽고.
모하소 : 여잔 또 들이면 되네. 자네 아니고, 나 아니라도. 그이에게 아들을 낳아 줄 여인은 많아.
왕자실 : 흥. 최리에게 딸 둘 말고 자식은 없다. 자묵에 얘기도 못들으셨나요?
모하소 : 자실이!
왕자실 : (쏘아붙인다) 전쟁입니다. 그이가 살아올지! 어느 벌판서 죽어올지! 어찌 알아요!
찾는 자식 하나 없이, 쑥대밭 무덤서 썩어갈 최리는 가엾어 어쩌나.
모하소 : 뭐라!!
왕자실 : (OL) 괜한짓 하셨죠! 어차피 죽을 아이! 형님, 손 안더럽혀도 라흰 굶어 죽을 아이였는데!
에미젖도 안물고, 유모젖도 안물고. 굶어 죽겠다 버티던 아이였습니다!
모하소 : .. (연못 쪽을 본다)
(촤리의 소리) : 모하소야, 내, 살아 다시 너를 볼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 라희를 부탁한다..
모하소 : .. (갈등한다)
모하소, 자신의 침실에서 라희를 부탁하던 최리를 생각한다.
(인서트) 5부 씬29
최리 : 자명을 버리던 날, 내겐 자식이 없다 다짐했거늘.. 앞으로 당신이 겪을 서러움이 커질 줄 알면서도..
라희를.. 그 아일..외면할 수가 없었소.
최리 : (모하소의 손을 잡는다) 라희 또한.. 내 딸이 아니겠소.
모하소, “라희야!!” 부르며 넘어질 듯 허둥거리며 연못 속으로 들어가 물속에 가라앉은, 라희를 안아든다. (Dis)
씬5. 청해헌, 뒷마당 일각
커다란 화덕에 하인들 숯을 벌겋게 피우고 있다. 하인들, 삽으로 숯을 화로에 담는다.
시녀1·2를 비롯한 시비들 치소의 지휘 아래, 급히 화로를 나르고 있다.
씬6. 청해헌, 모하소의 침소
모하소, 이불 속에서 발가벗긴 라희를 안고 있다.
모하소, 더워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이마에 땀이 흐른다. 모하소의 방 곳곳에 숯불 담긴 화로가 여기저기 놓여 있다.
치소와 시녀1·2를 비롯한 시비들 화로를 침상 주위에 놓는다.
동고비, 모하소의 몸에 이불을 덮어준다.
모하소 : (의원을 본다) 어떤가?
의원 : 당장은 상한(傷寒)이, 나중은 외감병(外感病)이 문젭니다. 꼭 안고 계십시오.
언 몸에 한기는 사람에 체온으로 풀어내는 게 좋습니다.
치소 : .. (듣는)
씬7. 청해헌, 왕자실의 방
외출복 차림의 왕자실, 보석함에 보석들을 챙긴다.
문 열리고, 치소 “마님!! 마님!!! 중부인 마님!!!” 하면서 들어온다.
치소 : 살았습니다요, 마님. 애기씨 이제 살았어요!
왕자실 : 그깐 연못에 빠졌다고 죽을 줄 알았더냐.
치소 : 알고 계셨습니까?
왕자실 : 라희의 운명을 믿었다. 양수에 열 달이나 잠겨 있었는데.. 물속에서 살던 아이가, 설마 물에 빠져 죽으랴.
치소 : 예에..
왕자실 : 털옷을 다오. 월해청원까지 육백리 길이다. 서백년·하람·무직. 큰 산을 몇 개나 넘어야 하는데..
치소 : (털외투를 챙겨 내오며) 애기씨한테 안가보세요?
왕자실 : 시간 없다. 해걸음 전에 관문을 빠져 나가야 하는데. 모하손 하필이면 이 바쁠 때 일을 만드누!
치소 : (왕자실에게 털외투를 입혀주며) 대부인 마님, 순하기가 양 같구·소 같은줄 알았는데.. 한 성깔 하시데요.
그리 독한데 있으실 줄이야.
왕자실 : 소두 성이 나면, 사람을 들이받는 법이니. 이 정도 한풀이는 하고 넘어가야겠지.
(미간 찌푸리며 잠시 생각하다) 라희에게 가보자.
씬8. 청해헌, 마당 일각
말에 수레가 매어져 있다. 종복들 짐을 싣고 있고. 털외투 차림의 왕자실, 치소와 함께 걸어온다.
씬9. 청해헌, 모하소의 침소
동고비, 모하소의 이마에 배인 땀을 비단수건으로 닦아준다.
모하소도 알몸으로, 라희를 이불로 감싸 덮고 꼭 안고 있다.
동고비 : (라희를 보며) 밉지 않으십니까? 언닐 생각하면.. 자명애기씨·일품일 생각하면.. 전, (눈시울이 붉어진다)
라희 애기씨가.. 밉습니다.
모하소 : 나도 밉다.. 그래도 정들여야겠지.
동고비 : 왜요, 마님?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나요?
모하소 : 그이가 원하시니까.. (라희를 토닥인다) 아무탈 없어야 할텐데.. 미안하다, 라희야.
동고비가 말하는 동안 문 열리고 왕자실, 들어온다.
동고비 : (모르고) 저라면 후원 연못에서 애기씰 꺼내오지 않았습니다.
모하소 : (보고) 동고비야!
동고비, 왕자실을 본다. 굳은 표정으로 읍한다.
왕자실 : 라희가 밉든·좋든 건 동고비 네 자유다. 허나, 라흰 네 년이 모셔야 할 상전. 잊지 마라.
동고비 : 송구합니다..
왕자실 : (모하소에게 다가와) 라희로 인해 지체돼 큰일이군요.
모하소 : 라희가 아니라 나 때문이지. 아인 괜찮다네. 물을 다 토했네.
왕자실 : (모하소에게) 이제 그만 떠나야 합니다. 준비하세요.
모하소 : 안되네! 자칫 찬바람에 폐를 상할 수가 있어.
왕자실 : 유헌에 손에서도 살았고. 형님 손에서도 살아난 아입니다. 찬바람 하나 못 이겨낼까요.
모하소 : ..
왕자실 : 어서요! 서둘러야합니다!
모하소 : 아...
왕자실 : (짜증스런) 또 왜 그러세요?
모하소 : 라희가...
왕자실 : (본다)
모하소 : 내 젖을 빠는군.. (얼굴을 붉힌다)
왕자실 : .. (표정이 일그러진다)
씬10. 산둥반도, 목지둔 바닷가
일품, 갈매기한테 어깨를 쪼인다.
일품 : 아..퍼..
일품, 힘겹게 일어나 앉아 주위를 둘러본다. 자명이 죽은 듯 쓰러져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갈매기가 자명의 팔을 쪼려 한다.
일품 : 아프다..잖아!
일품, 작은 돌멩이 하나를 주워 갈매기에게 던진다.
씬11. 산둥반도, 목지둔 차차숭 있는 곳 (저녁)
다 헤진 ‘喜喜樂樂’ 깃발이 대나무에 달려 모래톱에서 바람에 휘날린다.
차차숭과 미추, 소소를 비롯한 아이들을 훈련시키고 있다.
통나무 위에서 아이들, 아크로바틱 동작을 취하고 있다. 호흡을 멈춘 채, 정지동작을 한 아이들의 근육이 푸들푸들 떨린다.
차차숭, 목에 건 뿔피리를 삐익- 한번 불면. 아이들, 모래밭에 박아 놓은 통나무에서 기진해 꺼꾸러지듯 내려온다.
그대로 주저앉는 녀석, 대짜로 뻗는 녀석.
미추 : 이것들이! 안일어나!! 고거 다리 쪼끔 찢었다구 엉구럭질만 늘어선!! 사람이 밥을 처먹으믄 밥값을 해야 되구!
여물을 처먹으믄, 소처럼 여물 값을 해야 되는거구!
미추, 대사 치면서 품에서 가느다란 회초리를 꺼내들고 헤진 옷을 입고 배를 드러낸 채 누운 소소의 배꼽을 콕콕, 찌른다.
소소 : (엉거주춤 앉으며) 밥두 쬐끔 밖에 안줘놓구. 밥값 할 것두 없다구요, 뭐!
미추 : 오- 그러셔? 쪼끔 밖에 안 처잡수셔? (회초리로 허벅지를 꾹꾹-찌르며) 안 처먹은 년 허벅뎅이가 오리다리처럼
살이 땡땡 처오르냐? 얼른 못 일어나!
소소 : 아줌마가 백 대 때려두 안 일어날 꺼에요. 배..고파요, 배고파!!
소소, 누운 채 자기 배를 두드리며 소리 지른다. 아이들, 일제히 소소를 따라 배를 두드리며 “배고파요, 밥줘요!”하며 소리 지른다.
차차숭 : (미추에게) 야 이놈아. 앨 안 놔봐서 그러냐. 넌, 우째 허구헌날 쌈박질만 하냐? 애새끼들 하날 못 휘어잡구.
미추 : 내가 뭘!
차차숭 : 아그들아. 이거이 뭐시냐? 짜잔!!
차차숭, 보름달처럼 생긴 커다란 유작고(油炸?)를 하나 꺼낸다.
묘리 : 요자가오다!!
아이들, 묘리의 말에 후다닥 일어나는데, 그 중 소소가 제일 먼저 재바르게 일어난다.
아이들, 차차숭이 들고 있는 유작고를 잡으려고 펄쩍펄쩍 뛰며 손을 뻗어 보는데.
차차숭 : 요 안에 말이다, 팥고물이 어엄청~ 들었걸랑. 팥이 그냥 팥이냐? 아니걸랑.
엄청 달달 허니 감미수(甘味水) 넣고 졸인 거걸랑.
소소 : 단장님!! 놀리지 말구 쫌만 줘요. (배를 만지며) 배에서 파도가 쳐요.. 꾸르륵.
묘리 : (혀를 내밀고) 였다 뿌시레기 쪼끔만 떨트려 주세요~ (혓바닥을 날름날름 내밀며) 아님, 한번 핥아만 볼께요.
미추 : (묘리의 이마통에 아프게 꿀밤 주고) 니가 고양이새끼냐. 핥아보게!
차차숭 : 자, 저기 우리 깃발 보이지?
차차숭, 바람에 휘날리는 ‘喜喜樂樂’ 깃발을 가리킨다. 아이들 보고.
차차숭 : 자아, 저기까지 공중제비 선착순!!!
아이1 : 으으으!!! 또요!!
차차숭 : 아그들아. 세상 무서운 거다. 공짜돈 없구. (유작고를 들어 보이며) 공짜밥 없는 거야. 준비 됐지? 이·얼·싼·쓰!!
차차숭, 목에 건 뿔피리를 “휙-”분다.
아이들, 일제히 희희낙락 깃발을 향해 텀블링을 하기 시작한다. (Dis)
씬12. 희희낙락 기예 몽타주 (저녁)
차차숭, 유작고를 들고 가며 “앞공중돌기! 두 번 연속돌기! 뒤공중돌기!! 연속 세 번 돌기!!”하며 지시하고.
소소·묘리를 비롯한 기예단 아이들 텀블링으로 깃발을 향해 간다.
미추, 회초리를 들고 자세가 비틀린 아이들의 다리와 허리, 손목 등을 탁탁, 치며 지적한다.
“허리 더 들고!! 손바닥 똑바로!! 이 기집애야, 그러구 짚다 손모가지 나간다!!” 소리친다.
아이들, 두어 명은 낙오해, 그 자리에 대짜로 쓰러지기도 하고.
소소, 텀블링을 하는데 균형 감각이 없어 깃발을 향해 가지 못하고. 게처럼 자꾸 옆으로 간다. 바다 쪽으로 향해 가는 소소.
씬13. 동, 소소 있는 곳/차차숭 있는 곳 (저녁)
소소, 바다 쪽을 향해 열심히 텀블링을 하고 있다. 미추, 소소를 향해 소리를 버럭 지른다.
미추 : 야, 이 기집애야!! (회초리로 찌른다)
소소 : (넘어지며) 왜 그래요!
미추 : 넌 전생이 다채로와 좋겠다. 다리찢기 할 땐, 전생에 니가 오리새끼지 했는데.
지금은 (두 손의 검지·중지를 게 집게발처럼 흔들며) 게 아닌가 싶다.
소소 : 똑바루 가기가 쉽나, 뭐.
미추 : 똑바루 가기가 왜 안쉬워! 확, 그냥! (회초리 집어던지고, 허리끈을 불끈 동여매며) 잘 봐, 잘!!! 나가는 데루 똑바루 쫓아와!
미추, 텀블링 시작한다. 텀블링으로 뒤를 따라 가기 시작하는 소소.
차차숭, 보면 미추와 소소 점점 더 ‘喜喜樂樂’ 깃발에서 멀어진다.
차차숭, 대충 일등으로 돌아오고 있는 묘리의 손에 유작고를 쥐어준다.
묘리 : 아직 저만큼 남았는데..
차차숭 : 됐다,됐어. 달뜨기 전에 출발선까지 돌아올 놈들 없어 뵈니까.
씬14. 동, 바닷가 자명 있는 곳 (저녁)
미추와 소소, 열심히 텀블링을 하며 오고 있다.
차차숭, 따라온다.
차차숭 : 자알 한다. 어미게·새끼게 나란히·나란히 사이좋게 옆걸음질을 치는구만.
차차숭, 손가락으로 미추를 찌른다. 그 바람에 넘어지는 미추.
미추 : 어! (둘러보며) 여보, 차차숭! 깃발은? 당신이 어따 뽑아 옮겼어?
차차숭 : 시범조교라는게 이꼴이니 애들이 뭔 실력이 늘겄냐?
이때, 잔돌멩이 하나가 날아와 소소를 친다.
소소 : 아야!!
소소, 화가 나서 돌아보면 돌을 던지는 일품이 보인다.
차차숭과 미추, 소소의 시선을 쫓아본다.
바위에 등을 기대고 기진해 반쯤 눈을 감고 있는 일품이 보인다.
일품, 자명을 자신의 옆에다 데려다 놓고. 손닿는 곳에 잔돌들을 가져다 놓고 갈매기를 향해 힘없이 던진다.
미추 : (다가와 삿갓배를 보고, 일품에게) 너, 저거 타구 왔니?
일품 : (고개를 끄덕인다) ..
미추 : (일품의 눈꺼풀을 까뒤집어 보고) 탈진한 거 같은데. 죽겠어?
차차숭 : 소금기에 허옇게 말라붙어 그렇지. 걷어내구 나믄 개기름이 번지르르 할껄. 골상봐라. 잘 처먹은 뼈다구지. 죽긴 왜 죽어.
미추, 일품의 얼굴을 만져본다. 이목구비 꼼꼼히 보고, 입 벌려 이도 보고.
미추 : 죽이게 생겼네. 무대에 올리믄 아래서 침 꿀떡대는 소리 시끄럽겠다. 그치?
차차숭 : 뼈대 좋구~ 골상 좋구~ 우리... 아무래두..
미추 : 횡재..한 거 같지?
차차숭 : 아싸!!! (일품을 덥석 안아 올린다)
소소, 자명에게 다가가 손으로 뺨을 꾹,꾹 찔러본다.
소소 : 야? 야? 넌 죽었니?
미추 : 어, 가만. 죽은 애 가슴팍에 뭐가 박혔네.
미추, 자명이를 본다. 미추, 자명이의 가슴에 꽂힌 산호뒤꽂이를 본다.
미추 : 요거·요거 금에다 산호 물린거 아냐!! 간밤에 내가 똥통서 자맥질 하는 꿈을 꿨나~~
차차숭 : 그게 왜 애 염통에 박혔으까?
미추 : 건 알어, 뭐해~ 박힐만 하니깐 박혔겠지~ 난리통에 별별 일이 다 있는데.
산호 뒤꽂이 아니라, 부지깽이가 박혔다 한들 그게 뭐 이상해~
미추, 자명이의 몸에서 산호뒤꽂이를 빼려한다.
일품, 그 모습을 보며 차차숭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오려 버둥거린다.
일품 : 놔요..놔...
미추 : 이걸 바꾸믄 오수전으루 얼마나 쳐주까나~ 희희낙락, 우리 기예단 천막극장부터 새루 싹-개비해야쥐~
미추, 산호뒤꽂이를 뽑으려 하면 자명, 가냘프게 울음소리를 낸다.
소소 : 어. 안죽었다..
미추 : (자명에게) 그래봤자, 니 숨 떨어지는게 해 떨어지기보다 빠르겠다.
미추, 산호뒤꽂이에 다시 손을 대자 일품, 몸을 마구 흔든다.
그 바람에 차차숭, 일품을 놓으면, 일품, 모래톱에 떨어져선 돌을 집어 미추한테 던지며.
일품 : 우리..애기한테 손대지 마!
미추 : 뭐? (본다)
일품, 미추에게로 비틀거리며 걸어오다 넘어진다. 일품, 미추에게로 죽을힘을 다해 기어온다.
일품 : (기어와 미추의 손을 잡는다) 우리 애기.. 그냥 둬.. (미추의 손을 꽉- 깨문다)
미추 : 아야!! 안놔!! 니가 개 새끼냐!!! 안놔, 이 녀석아!!!
미추의 손에서 피가 나는데도 일품 꽉 물어뜯으며 놓지 않는다.
차차숭, 말리고. 소소, 달려들어 “우리 아줌마 놔!! 피 나잖아!!”일품을 두 주먹으로 마구 팬다.
미추, 일품을 발로 퍽- 하고 찬다.
일품, 나가떨어지면서 기절한다. (Dis)
씬15. 낙랑군, 낙랑성 외곽 (저녁)
최리와 왕굉, 휘하 장수와 군사들을 이끌고 진군하고 있다.
씬16. 낙랑군, 낙랑외성 남문 앞 (저녁)
(자막) 낙랑군, 낙랑외성 남문 앞
‘국화와 樂浪郡’이 수놓인 유헌의 깃발이 성문 위에 펄럭인다.
최리와 왕굉, 휘하 장수들 성문 앞에 서있고, 성문은 반쯤 닫혀있다.
성문을 지키는 한족 병사들, 대규모 군사들을 놀라고 긴장해서 보고 있다.
수문장 : 무슨 일입니까?
부달 : 궁으로 가는 길이오.
수문장 : (끝도 없는 병사들을 보고) 군사 백 명 이상이 성으로 이동할 때는
반드시, 태위 유성아 대장군 재가가 떨어졌다는 패가 있어야 하오! 패를 보이십시오!
류지 : 대왕마마의 성지(聖旨)일세. 반란군 왕조의 군사들이 성으로 향하고 있으니,
속히 낙랑성을 지키라는 유헌 폐하의 명이 떨어졌네.
수문장 : .. (문득 류지에게서 시선 돌려 왕굉과 최리를 본다) 우중랑장 왕굉, 좌중랑장 최리 장군이 아니십니까!!
최리 : 그렇네.
왕굉 : 알아봤으면 속히 문을 열어라!!
수문장 : 우중랑장께선 증지·탄열현으로. 좌중랑장께선 지금쯤 열수를 건너 둔유를 지나셨어야할 텐데. 어찌 여기 계십니까?
왕굉 : 말하지 않았나!! 성을 지키라는 폐하의 성지가 있었다고!!
수문장 : .. (의심스럽다) 소인, 궁으로부터 달리 지시받은 바가 없습니다!
왕굉 : 유성아 대장군께서 적미군 반란진압으로 장안에 계시니, 너흰 의당 나와 좌중랑장에 명에 따라야 하거늘! 어디서 감히!!
수문장 : 송구하지만, 군사를 오백보 밖으로 물리시고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궁에 파발을 띄워 확인하겠습니다.
왕굉, 최리를 바라본다. 최리, 마조와 하호개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하호개 : (칼을 빼들고, 병사들에게) 성문을 열어라!! 반드시 남문을 확보해야 한다!!
수문장 : !!
수문장, 뒤에 서있던 조선족 병사들이 “와아아아!!!” 함성을 지르며 영호장원의 깃발을 들고 달려 나오는 모습을 본다.
수문장 : 문을 닫아걸라!! 반란이다!!!! 파발을 띄우라!!!! 폐하께 고하라!!!!
수문장,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부달의 칼에 쓰러진다.
남문을 지키는 군사들과 조선족 병사들 간의 전투가 벌어진다.
씬17. 낙랑군, 유헌의 정전 안 (저녁)
추발소, 유헌을 알현하고 있다.
유헌과 오부귀, 호곡을 비롯한 내시, 시비들이 있다.
고구려에서 가져온 선물들이 한쪽에 쌓여있고, 오부귀, 대무신왕이 보낸 편지를 유헌에게 읽어주고 있다.
(인서트) 두루마리로 된 비단에 쓰인 대무신왕의 편지
浿水以南則平安 樂浪郡則和平 念皆劉憲大王之洪福 慶祝封位三十周年 寡人願如是 高句麗與樂浪郡之親 綿綿如一
不可近不可遠 是法則不當國家之間美德乎 高句麗則自高句麗 樂浪郡則自樂浪郡 相在各地 相與各民 而和平無血
願劉憲大王之治世 至千秋萬代
오부귀 : 패수 이남이 평안하고 낙랑군이 화평한 것은 모두 유헌대왕에 홍복이라 생각하오.
봉위 삼십주년을 경축하며. 이제와 같이 고구려와 낙랑군의 친분이 늘 한결 같기를 바라오.
유헌 : .. (고개를 주억거린다)
씬18. 고구려 국내성, 대무신왕 집무실 (저녁)
대무신왕, 우나루와 함께 커다란 모래판에 만들어진 낙랑군 18현 모형을 보고 있다.
대무신왕, 내시장이 따라주는 차를 마시며 생각에 잠긴다. 그 위로,
(대무신왕의 소리) : 불가근불가원의 법칙이야 말로 국가와 국가의 미덕이 아니겠소. 고구려는 고구려. 낙랑군은 낙랑군.
서로가 자신의 땅에서, 자신의 백성들과 화평하며 피 흘리지 않기를 바라겠소이다.
씬19. 낙랑군, 유헌의 정전 안 (저녁)
오부귀 : 부디 유헌대왕의 치세가 만대에 이어지기를 바라오. (유헌을 보며) 폐하 고구려왕에 축하 글은 여기까지 옵니다.
유헌 : 이리. (손을 까닥까닥해서 편지를 가져오라는)
오부귀, 내시에게 편지를 주면, 내시 유헌에게 편지를 올린다.
유헌 : (쓰윽- 훑어보고) 참 멋대가리 없는 필체구먼. 내용도 뻣뻣허니 덜 삶은 수퇘지고기 같고, 서체도 여엉..
계집이고·사내고 멋이 있어야 맛이 있는 법인데..
호곡 : 고구려왕이 칼 쓰는 거 말구, 풍률 알겠습니까. 거칠구 뻑뻑한 땅에서 예술을 접해봤어야죠.
유헌 : (추발소를 보며) 그대도 멧돼지털처럼 빳빳한 임금 모시기 고달프겠군.
추발소 : (살찐 유헌을 한번 보고, 빙그레) 과하게 비계 낀 고기보다야 멧돼지가 담백한 맛이 있지요.
유헌 : (피식- 웃고) 그래. 축하 선물이란건 뭔가?
추발소 : 웅피 다섯장, 백호피 석장, 초피 백장.
호곡 : (혼자 구시렁) 낙랑군에 남아도는 게 돼지껍데기구만, 것두 선물이라구.. 좌우간 고구려 너무 ?종?. 너무 ?졍? 나라야.
추발소 : (계속 말 잇는) 황옥, 백옥, 남옥 각 한 되. 자석영 반 되. (유헌을 보고) 대왕에 면류관을 장식할 적강옥을 보내셨습니다.
유헌 : 적강옥?
추발소, 적강옥이 담긴 작은 함을 유헌에게 공손히 바친다.
유헌, 상자를 열어 밤톨만한 적강옥을 꺼내본다.
추발소 : 흡족하시나이까?
유헌 : (피식- 웃는) 뭐 썩히 맘에 들진 않아. (들어 요리조리 보며) 원래 붉은색이라는게 잘못 쓰면 없어 보이는 색깔이라..
추발소 : 황공하옵니다..
유헌 : 뭐 어쩌겠나. 안목이 그런 것을. (표정 바꾸고) 그래, 태부 말대로 ?졍? 나라 고구려에서 이리 무리를 했을 때는
나한테 바라는게 있을 터?
추발소 : 식량을 주십시오.
유헌 : 흐흠.. (적강옥을 들어보며) 무휼이 이걸로 쌀을 사오라 했군.
추발소 : 내년 춘궁길 넘길 쌀·보리. 소금과 고래기름이 필요합니다.
호곡 : 돼지껍데기 몇장 벳겨다 주구 많이도 달라네.
오부귀 : 불가하옵니다, 폐하! 패수가 넘쳐 우리 낙랑군도 올 작황이 좋질 않습니다.
추발소 : 낙랑군에는 18개 현마다 군창(軍倉)이 있어 삼년치 군량미가 비축돼 있질 않사옵니까.
호곡 : 넘에 나라 곳간 사정을 어찌 그리 잘 아나? 아, 군량이 우리 군사 멕이라 있는 쌀이지, 고구려 군사 멕이라 있는 쌀인가?
뻔뻔시럽기는.
추발소 : ...
씬20. 낙랑군, 낙랑외성 남문 앞 (저녁)
(소리) 둥둥둥- (북-소리가 요란하다)
한족 병사, 반란을 알리는 북을 두드리고 있다.
마조가 던진 단검이 한족 병사의 등을 꿰뚫는다.
최리와 왕굉의 군사, 남문을 점령했다.
유헌의 깃발이 불에 붙은 채 성곽 위에서 땅으로 떨어지고. 왕굉의 영호장원기가 올라간다.
씬21. 낙랑군, 유헌의 정전 안 (저녁)
추발소, 한걸음 나온다.
추발소 : 고구려 백성이 굶주리면, 어쩔 수 없이 패수를 넘게 되옵니다. 낙랑군에 들어와 좀도둑질을 하게 될 터인데,
그땐 어찌하시렵니까?
호곡 : 지금 남부사자는 감히 우리 대왕마마를 협박하는가!
추발소 : 고구려와 낙랑군이 오직 화평키를 원할 뿐이옵니다.
유헌 : .. (눈을 감고 생각한다)
호위무사장(3부,씬36), 급히 뛰어 들어온다.
호위장 : 대왕마마!!!!
오부귀 : 무슨 일이냐?
호위장 : 외성 남문이 무너졌습니다!!
추발소 : ! (쿵, 하는 심정으로)
호곡 : (갸우뚱) 지진이 났나?? 튼튼하게 지은 문이 왜 빠사져?
유헌 : 왕조냐? 왕조반란군 놈들이냐!!
호위장 : 우중랑장 왕굉, 좌중랑장 최리옵니다!!
유헌 : (벌떡 일어나며) 이 조선족 쥐새끼들이!!
씬22. 낙랑군, 낙랑성 일각 (저녁)
유헌, 호위무사장과 오부귀, 호곡을 데리고 걸어간다.
추발소, 따라 나와 유헌의 앞을 막아선다.
추발소 : 대왕마마!!
오부귀 : 고구려 남부사자는 제정신인가! 아무리 염치가 없기로서니, 어찌 군량미를 달라는가!!
최리·왕굉의 반란군을 잡을 군량미를 어찌 고구려에 주는가!!
추발소 : (유헌의 발치에 부복한다) 대왕마마!!!
호곡 : 돼지껍데기 싸들고 썩- 패수 넘어 돌아가!!
유헌 : 쌀을 주라.
오부귀/호곡 : 폐하!!
유헌 : 무휼이 불쌍하지 않은가. 내, 최리·왕굉 쥐새끼들에 허리를, 한 칼에 벨 터이니, 냄새나는 쌀까지는 필요가 없어.
군창을 열어 묵은쌀을 내어주라.
추발소 : 은혜가 뼈에 사무치나이다!!
유헌, 추발소에게 시선주지 않고 저벅저벅 걸어간다.
씬23. 고구려, 국내성 백승남문 (저녁)
(자막) 고구려, 국내성 백승남문(百勝南門)
을두지, 호위무사 두 명과 함께 전속력으로 달려오고 있다.
문을 지키는 고구려 군사들.
호위무사 : 비켜라!! 좌보 을두지 어른이시다!!!
군사들, 무릎 꿇어 경의를 표하고.
을두지와 호위무사1·2, 쏜살같이 달려 들어간다.
씬24. 고구려, 국내성 대무신왕 집무실 (밤)
대무신왕, 을두지·우나루와 함께 회의를 하고 있다.
한쪽에 내시장, 시립해 있다.
대무신왕 : 기어이 왕굉·최리가 손발을 뭉쳤다?
을두지 : 예견된 일이긴 해도 급작스럽습니다.
우나루 : (혼잣말) 추발소가 쌀은 가져오나 모르겠네. 그 귀한 보석들, 껍데기들. 유헌이한테 다 털리구
맨손으루 털렁털렁 오는 거 아닌지 몰라.
대무신왕 : 왕굉·최리.. 왕굉·최리... 유헌 보다 상대하기 힘든 놈들.
대무신왕, 머리가 아픈 듯 의자에 털썩 앉아 관자놀이를 누른다.
내시장, 조용히 다가와 대무신왕의 관자놀이를 지압해 준다.
대무신왕, 손으로 내시장의 손길을 밀어내고.
대무신왕 : 둘 사일 찢어보라.
을두지 : 왕굉·최리는 사사롭게는 처남제부지간입니다.
대무신왕 : 알고 있다.
을두지 : 그 둘은 물을 부어도 새지 않는 사입니다.
대무신왕 : 물을 부어도 새지 않는다?
우나루 : 그것이 에 또, 그만큼 신의로 뚤뚤 뭉쳐진 싸나이들에 찐한 우정이죠.
대무신왕 : 하하하- 하하하-
을두지와 우나루, 박장대소 하는 대무신왕을 본다.
대무신왕 : (표정 굳히고) 그런 사인 존재치 않는다.
을두지 : 드물지만 세상엔 그런 관계도 있습니다.
대무신왕 : 인간은 욕망에 동물이야.
을두지 : 폐하.
대무신왕 : 욕망에 크기가 문제고, 시간이 문제고. 위치가 문제지. 물을 부어 새지 않는 사인 결코 없어.
을두지 : 폐하께선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차갑습니다.
대무신왕 : 좌보가 너무 무른 것이겠지.
우나루 : 차든 무르든, 건 그렇다치구요. 어떻게 둘을 찢습니까?
대무신왕 : 지금은 그 둘이 함께 산을 오르지. 유헌을 죽이고 나면 결국 자리는 하나다. 왕이 되는 것.
우나루 : .. (듣는)
대무신왕 : 권력에 맛을 아는 자는 신의를 버릴 수 있다. 신생 낙랑국의 왕좌를 두고, 왕굉·최리, 서로가 칼을 겨누게 하라.
대무신왕, 밖으로 나가려 문 쪽으로.
을두지 : 진실로 물을 부어 새지 않는 관계는 없습니까?
대무신왕 : (돌아보고) 내 아버지 유리명왕께선 왕좌를 유지코자, 내 두 형을 죽이셨지. 대답이 됐나?
을두지 : 폐하와 왕비마마께선 어떠십니까?
대무신왕 : ..
을두지 : 폐하와 호동왕자는 어떠십니까?
대무신왕 : 좌보는 무슨 말이 듣고 싶은가?
을두지 : 폐하와 왕자전하 사이만은 물이 새지 않는다는 말씀을 듣고자 합니다.
대무신왕 : (냉랭한) 을두지. 그런 사이는 세상에 없다.
대무신왕, 몸 돌린다.
내시장, 문 열어주면 대무신왕, 밖으로 나간다.
씬25. 고구려, 국내성 집무실 복도 (밤)
복도 이곳저곳에 불이 밝혀져 있다.
대무신왕, 걷고 있다. 뒤 따르는 내시장과 내시들. 호위무사들.
대무신왕 : (내시장에게) 어째서 오늘 호동이 보이지 않는가?
내시장 : 한질(寒疾)이 드셨다 하여, 왕비마마께오서 수양전 밖 출입을 금하셨사옵니다.
대무신왕 : 우리 고구려는 전쟁터에서 오줌을 누면, 꼬챙이처럼 그대로 얼어붙는 추위가 일년에 석달이 넘는다.
고구려에 왕자가 한낱 한질 따위로.. 당장, 속옷만 입혀 몸에서 김이 펄펄- 오를 때까지 달리게 하라!
내시장 : 왕비마마에 마음이옵니다.. 헤아려 주옵소소.
대무신왕 : 쯧.. (못마땅하다)
씬26. 고구려, 국내성 수양전 호동의 침소/침소 앞, 복도 (밤)
호동, 침상에 앉아 있다.
시녀장과 매고, 침소 앞에서 호동을 부르고 있다.
호동, 목에 명주 목수건을 감고 있다.
(시녀장의 소리) : 마마. 왕자 마마.
시녀장 : 오선전 양덕이옵니다. 잠시 들어가 뵙게 해주십시오.
호동 : ..
시녀장 : 왕비마마께오서 몹시 염려하고 계시옵니다.
호동 : ..
시녀장 : (매고에게) 언제부터 저러시냐?
매고 : 새벽에 제가 깜빡 조는데 침상이 젖었다구, 자리 갈라시더라구요. (목소리 죽여) 세상에! 오줌을 지렸어요!
(소리 원래대로) 침상보 갈아 드리는데 영, 기분 안좋으시더라구요. 그때부터.
시녀장 : (잠시 생각하다) 잘 살펴라. 혹, 대왕마마께오서 수양전에 드시면 빨리 내게 알려야 한다.
매고 : 걱정마십시오.
씬27. 고구려, 국내성 오선전 송매설수 침소 (밤)
아미와 술이, 송매설수의 짧은 머리에 가체를 엮어 빗기고 있다.
아미 : (찡그리며) 머리가요. 남에 머리카락이라 그런지 영 잘 섞이지가 않네요..
술이 : (빗을 내려놓으며, 한숨) 그 때깔좋구·비단같구·삼단같구, 몽실몽실한 마마 머리 빗겨 드릴 때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데..
송매설수 : 풀어라. 가체 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무겁고 귀찮다. 원래 그런 것이지.. 남의 머리. 남에 살. 남에 자식.
아무리 내 몸에 얹어두 살갑게 내께 될 수 없는 거.
문 열리고, 시녀장 들어온다.
송매설수 : 호동은?
시녀장 : (아미와 술이에게) 나가 있어라.
아미/술이 : 예.
아미와 술이, 빗과 장식꽂이 놓고 송매설수에게 읍한 다음, 뒷걸음질 쳐서 문쪽으로 간다.
송매설수 : 호동은 어쩌구 있더냐?
시녀장 : (고개 젖는다) 못뵀습니다. 이년을 침소에 들이시지 않으셔서..
송매설수 : 눈치가 어떻더냐? 그 일을 아는 것 같더냐?
시녀장 : 뵙지 못했으니.. 짐작키 어렵습니다.
송매설수 : ..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하는)
시녀장 : ..
송매설수 : (일어나며) 우나루 대장군을 만나야겠다.
씬28. 고구려, 국내성 일각 (밤)
우나루와 을두지, 걸어오며 이야기 나눈다.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시녀장.
을두지 : 왕자마마 검법은 가르치고 계시오?
우나루 : 시작 못했소. 아침에 수양전에 들렸더니, 몸이 안좋으시두만.
을두지 : 그래요..? (의아한)
시녀장, 다가와 우나루와 을두지에게 읍한다.
시녀장 : (우나루에게) 왕비마마께서 잠시 뵙기를 청하시옵니다.
우나루 :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나를?
을두지 : .. (긴장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씬29. 고구려, 국내성 수양전 호동의 침소 안/침소 앞 (밤)
호동, 침상에 쪼그리고 누워 칼을 안고 잠들어 있다.
(플래시) 6부 씬9
송매설수, 호동의 목을 두 손으로 조르고 있다.
호동 : .. (신음을 흘리며, 칼을 더 꼭 끌어 앉는)
을두지, 걸어온다.
매고, 침소 앞에 꿇어 앉아 있다가 을두지를 보고 일어나 읍한다.
매고 : 마마께선 막 잠 드셨습니다.
을두지 : 주무시는 얼굴만이라도 뵙고 가지.
매고 : (문 앞을 막아선다) 아무도 들이지 말라 하셨습니다..
호동 : .. (잠결에 을두지의 소리가 들린다)
(을두지의 소리) : 왕자마마, 신 을두지옵니다.
을두지 : 문 밖에서 잠시 인사만 여쭙고 가나이다. (읍하고, 돌아선다)
호동 : .. (뭐라 입을 열고 싶지만 말이 나오질 않는다)
씬30. 고구려, 국내성 주몽의 사당 안 (밤)
송매설수, 짧은 머리로 서있다. 목에는 비단수건을 둘러 자신이 찌른 상처를 가리고 있다. 우나루, 들어오며.
우나루 : 찾으셨습니까? 마마. (하다 송매설수의 머리를 보고, 놀라는)
송매설수 : (머리를 만지며) 폐하에 칼 솜씹니다. (미소)
우나루 : !! (당황해서) 아, 예. 저기.. 폐하께선 사내놈들 목만 짤 따시는 줄 알았더니.. 여인네 머리까지..
(수습하려) 그게 영.. 시원해 보이십니다. 미인이라 어떡해두 잘 어울리시네요. 하하.. (어색하게 웃는)
송매설수 : (웃으며) 호동에 왕위계승권을 위협하지 말란 협박이시죠.
우나루 : ..
송매설수 : (표정 바꿔) 난 말이오, 폐하가 어떤 협박을 해도. 기필코 아들을 낳습니다.
우나루 : ! (놀라지만, 여전히 눙치는) 그 말씀이야 폐하께 드려야지, 이 밤에 절 불러 하시면 뭐합니까?
송매설수 : (OL) 내 아들은 다음 대 고구려왕이 됩니다.
우나루 : .. (올게 왔구나. 입맛이 쓴)
씬31. 고구려, 국내성 수양전 복도/수양전 후원 (밤)
호동, 침소 문을 벌컥 열고 뛰어나온다.
매고, “왕자마마!!” 부르며 호동의 옷깃을 잡지만, 뿌리치고 뛰쳐나간다.
을두지, 후원을 걸어간다.
난간에서 둘러보는 호동의 시선에 잡히는 을두지의 뒷모습.
호동, 맨발로 달려가 을두지 등의 옷자락을 움켜 잡는다.
호동 : 스승님!
을두지 : 왕자마마..
호동 : 스승님.. (을두지의 옷깃에 얼굴을 묻는다)
을두지 : (그 자세대로, 불길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입니까?
씬32. 고구려, 국내성 주몽의 사당 안 (밤)
송매설수, 우나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송매설수 : 우나루 대장군. 날 도와주세요. (손을 잡는다)
우나루 : 마마·마마. (손을 빼며) 이러심 제가 우리 공주마마한테 죽습니다요~
송매설수 : 내가 지금 한가하게 농짓거리 하는 걸로 보이오, 장군!!
우나루 : 농으루 안 받구, 진지하자니 넘 무거워 대가리가 터질까 봐요. (히쭉-)
송매설수 : 고구려에 장래가 걸린 문젭니다!
우나루 : ..
송매설수 : (단호한) 호동이냐, 나냐! 부여첩년에 자식이냐, 비류나부에 피를 이은 정통 왕위계승권자냐!
누구 손을 들 것인지, 입장을 분명히 하세요.
우나루 : ..
송매설수 : 내 아들이 왕위에 오르는 날, 그 공은 대장군과 함께 나누겠습니다.
우나루 : (진지한) 왕비마마가 아들을 낳든, 딸을 낳든 관심 없습니다.
송매설수 : (싸늘한) 그대 역시, 을두지처럼 호동 편에 서겠다?
우나루 : 전, 진짜로 졸라리 단순 무식한 놈입니다. 권력투쟁. 왕위계승. 생각만 해두, 대가리 뽀사집니다.
송매설수 : ..
우나루 : 전쟁터에서 칼 들고 죽느냐·사느냐. 순간순간 쪼이는 맛. 그 하나에 사는 놈입니다.
송매설수 : .. (우나루의 표정을 살핀다)
우나루 : 이 골때리는 상황에 절 끼워 넣지 마십시오.
송매설수 : 그럼 장군은 누구편도 들지 않고 중립을 지키겠소?
우나루 : 언제 어느 들판서 콕, 고꾸라져 까마구 밥이 될지 모르는데. 그딴데 한몫 끼어 뭐합니까?
(잠시 보다) 마마께서 이미 칼을 뽑았으니, 어차피 피바람은 불게 돼 있는 거고...
송매설수 : (본다)
우나루 : 호동왕자든, 왕비마마 소생이든. 다음 대 왕은 지금 우리 폐하보다도 더 강한 왕이어야 합니다.
누가 됐든 이, 우나루. 고구려를 대국으로 키워줄 그 손을 잡을 것입니다.
송매설수 : 그 말로도 충분히 힘이 되는군요. (가볍게 미소 짓는다)
씬33. 고구려, 국내성 수양전 후원 (밤)
호동과 을두지, 석탁 의자에 앉아 있다.
을두지, 호동의 목에 두른 명주수건을 푼다. 불빛에 호동의 목이, 송매설수 손자국으로 시퍼렇게 멍들어 끔찍하다.
을두지 : !! (충격 받고, 잠시 멍해 있다가) 다른 사람에게 말씀하셨습니까?
호동 : (고개 젖고) 지금 편수전으로 가, 말씀 드리겠어요.
을두지 : 안됩니다!
호동 : 아바마마도 아셔야 합니다!!
을두지 : 이 일을 폐하께서 아시면, 왕비마마든·왕자마마든, 두 분 중 한분은 반드시 죽어야 합니다.
호동 : ! (놀라는)
을두지 : 비류나부를 버리고, 왕자마마를 택할 것인가. 왕자마마를 버리고, 비류나부를 택할 것인가. 폐하는 선택 하셔야만 합니다.
호동 : 아바마마가 절 버릴꺼라... 생각하세요?
을두지 : 그럴지도.. 아닐지도. 잘 모르겠군요. (씁쓸한 미소)
호동 : ..
을두지 : 억울하면 힘을 기르세요. 왕비마마를 꺾고. 비류나부를 꺾을 수 있는 힘. 반드시 이길 수 있다, 확신이 생겼을 때라야
마마는 칼을 뽑을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것이 왕자에 지금 입지입니다.
호동 : ...
을두지, 호동의 목에 다시 비단수건을 매어준다.
씬34. 낙랑군, 외성 내 군막 (새벽)
최리, 왕굉과 함께 작전회의를 하고 있다. 도찰, 부달, 하호개, 마조 등이 배석하고 있다.
최리 : 유헌이 요동·현도에 지원군을 요청했습니다.
왕굉 : 장기전이 되겠군.
도찰 : 문제는 군량입니다.
최리 : (고개를 끄덕인다) 유헌이 군창을 열어, 묵은쌀을 고구려에 내어주라 했다는데.
남부칠현에 군창만은 우리가 먼저 장악해야 합니다. 마조·하호개에게 군사 오백을 내어주어, 군량확보부터 해야 합니다.
왕굉 : 왕조는 어째서 지원군을 보내지 않는가?
부달 : 그 싹바가지 놈이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 우리가 다 터닦아 놓으면 찌직, 나타나
생색내고 왕자리 꿰차겠단 수작 아닐까요?
최리 : 왕자리! 왕자리! 언제까지 왕좌 타령들만 하겠는가!
요동·현도서 지원군이 들어오면 전선이 어찌 될지,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터에!
부달 : ..
하호개 : 마조하고, 이 놈이 일단 열수부터 건너겠습니다. 군량확보가 안되믄 만사 꽝 아니겠습니까.
최리 : (고개를 끄덕인다)
군막 열리고, 류지 들어온다.
류지, 최리를 본다.
씬35. 동, 군막 앞 (새벽)
최리와 류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류지 : 대부인 마님·중부인 마님이, 라희 애기씨를 데리고, 지난밤에 월해청원으로 떠나셨답니다.
최리 : 출입허가 패도 없이 어찌 관문을 넘을지.. (걱정스러운)
씬36. 낙랑군, 수어관문 근교 (새벽)
(자막) 낙랑군, 조선현·누방현·기망현 경계선 수어관문(守禦關門)
말에 연결된 청해헌의 수레가 지나간다.
수레에는 모하소와 왕자실, 라희가 타고 있고.
수레를 모는 사내종. 말에 탄 동고비와 치소. 그 뒤로 짐을 진 종복들. 시녀1·2.
씬37. 동, 수레 안/수레 앞 (새벽)
모하소, 라희를 안고 있다. 모하소의 어깨에서부터 양털담요로 라희를 푹, 감싸고. 왕자실, 긴장한 얼굴로 앉아있다.
관문에 ‘守禦關門’이라 쓰인 현판 보인다.
낙랑군 한족병사들 관문을 삼엄히 지키고 있다.
병사1 : (수레를 보며) 어디 가는 행차가 이리 요란한가?
치소 : 그것까지 알아뭐하오?
병사1 : 패를 주게.
치소 : (수레 문에 대고) 마님.
수레 문이 열리고, 왕자실 자묵의 패를 꺼내 내민다.
병사1, 자묵의 패를 꼼꼼히 확인한다.
병사1 : 태사령 자묵님 패 아닌가! (수레 보고) 통과 시키라!! (패 치소에게)
왕자실, 치소에게 자묵의 패를 돌려받고 수레 문을 닫는다.
왕자실, 모하소가 라희를 안고 젖을 먹이는 모습을 바라본다.
씬38. 산둥반도, 목지둔 차차숭의 희희낙락 앞 (새벽)
‘喜喜樂樂’ 깃발이 꽂혀 있다.
씬39. 차차숭의 천막, 숙소 (새벽)
내무반 숙소 같이 양쪽으로 나눠진 기다란 나무침상에서 남·녀 나뉘어 누더기를 덮고 자고 있다.
소소, 잠버릇이 고약해 이불을 걷어 내찬다.
아이들을 살피던 미추, 소소의 발길에 정강이를 걷어차인다.
미추 : 이 기집애가! (소소의 다리를 꼬집고)
씬40. 차차숭의 숙소 방안 (새벽)
미추, “자~ 횡재야~ 오공환(蜈蚣丸) 먹자~” 하면서 약 들고 들어온다.
일품이 누웠던 침상 자리가 비어있다.
미추 : 어! 애가 어디 갔어?
미추, 둘러보면 빵이 담긴 상자가 엎어져 있다.
씬41. 동, 공터 (새벽)
차차숭, 윗옷 벗고 차력을 하고 있다. 온몸에 쇠사슬을 묶고 힘을 주어 끊는 시늉을 한다.
미추, 뛰어 나왔다.
미추 : 여보, 차차숭!! 애 못봤어? 우리 횡재?
차차숭 : 자잖어?
미추 : 없으니깐 그렇지. 오공환 멕일라구 드가보니까 없잖어.
차차숭 : 경풍 들어 넘어가든 애가 어디갔다구 그래. 잘 찾어봐. (힘주는)
미추, 차차숭의 쇠사슬을 손으로 쥐어뜯는다. 밀가루로 만들어 색깔만 칠한 가짜 쇠사슬이라 그대로 부서진다.
미추, 입에다 집어넣으며.
미추 : 아깝게스리! 먹는걸루 자꾸 사기 차력하지 말구. 애나 찾어!!
씬42. 일품과 자명/미추와 차차숭의 몽타주 (새벽)
일품, 한 손에 빵을 들고 비틀비틀 자명을 찾아 걸어간다.
자명, 여전히 부서진 삿갓배 옆에 쓰러져 있다. 가슴의 산호뒤꽂이를 빼지는 않았다.
미추와 차차숭, “꼬맹아!! 횡재야!! ”부르며 일품을 찾아다닌다.
어느 순간 미추, 일품을 발견한다.
미추 : 여보, 차차숭! 저깄네!!
일품, 비틀거리다가 쓰러진다. 일품, 기어가기 시작한다.
미추 : 쟤.. 뭐하는 거야?
차차숭 : 지.. 동생한테 가나분데.
미추 : 허, 기막혀.. 어딘줄 알구. (다가가려는)
차차숭 : 둬. 그냥. 가다 포기하겠지. 지금 데려가믄 또 없어진다구.
일품, 빵을 품에 넣고 기어간다.
차차숭과 미추, 그 뒤를 어슬렁어슬렁 따라간다.
씬43. 고구려, 우나루의 저택 앞 (아침)
말 한 마리가 달려온다.
호동, 검을 차고 말을 몰고 왔다.
씬44. 고구려, 우나루의 저택 마당 (아침)
호동, 검을 허리에 찬 채 서있다.
여랑, 회랑을 뛰어나온다.
여랑 : (반가워서) 호동아!!! 이 아침에 웬일이냐, 여긴!!
호동 : 고모부님을 만나러 왔어요.
여랑 : (의아한) 그래?
우나루, 회랑 쪽에서 걸어온다.
여랑 : 호동이 당신 보러 왔데요.
우나루 : (호동을 본다) 아프다더니 어쩐 일인가?
호동 : 제게 남자에 힘 있는 검을 가르쳐주세요.
우나루 : .. 베고 싶은 사람이라도 있는가?
호동 : 난, 지금 혈육이라도 벨 수 있는 검을 배워야합니다.
호동, “스승님, 예를 드립니다.” 하며, 우나루에게 무사의 예로 한쪽 무릎 꿇어 인사한다.
씬45. 산둥반도, 목지둔 자명 있는 바닷가 (낮)
미추와 차차숭, 일품을 따라 왔다.
일품, 기어 오느라 팔에 옷이 다 헤지고, 피가 흐른다.
미추 : 독하다... 독해... 한나절을 기어오네.
차차숭 : 바다 냄새 맡고 찾았나.. 어떻게 여기까지.
일품, 자명에게로 간다.
일품 : .. 아직.. 안주겄지..
자명 : ..
일품 : (울 것 같다) 아직.. 안주겄지? 그치? 그치? (흔든다)
자명 : (운다)
일품 : 살았구나!!!
일품, 품에서 흙이 묻고 피가 밴 빵을 꺼낸다.
일품, 빵을 자기 입에다가 넣고 꼭꼭 씹는다.
일품, 자명의 입에다가 꼭,꼭 씹어 물로 만든 빵을 넣어준다.
미추와 차차숭, 그 모습을 눈물이 핑- 도는 얼굴로 본다.
일품 : 꼭..꼭 물만 빨어 먹어. 알았지..?
차차숭, 기어이 닭똥 같은 굵은 눈물을 뚝..뚝..흘린다.
차차숭 : (주먹으로 닦으며, 미추를 본다)..
미추 : 그래·그래. 내가 졌다·졌어! (일품을 보며) 니, 동생 데려가믄 댈꺼 아냐, 이 자식아!
미추, 자명을 번쩍 안아든다. (Dis)
씬46. 자명의 몽타주
소소와 묘리, 차차숭과 함께 바닷가에서 개흙을 파내 망태기에 담는다.
마당, 불 지핀 커다란 화덕에 솥 걸려 있고, 개흙 담은 망태기를 쏟는다.
양손을 둥둥 걷어붙이고, 땀을 흘려가며 커다란 나무주걱으로 개흙을 저어가며 끓여 소독하는 미추.
천막숙소에 나무함지가 놓여 있다.
일품, 자명을 안고 있다. 차차숭, 작은 돌절구에 갑오징어뼈를 빻고 있다.
나무함지에 식은 개흙을 쏟아 붙는 소소·묘리. 미추, 찍어서 자신의 볼에 문질러 본다.
미추 : 에그 차! 다 식었다. 소독도 잘 됐고. (일품에게) 인내.
일품 : (자명을 꼭 안고, 고개 젓는다. 안주려는)
미추 : 니 동생, 죽일라 그러는게 아니구, 살릴라구 이지랄 하는거거든!! (자명을 휙- 뺏는다)
미추, 자명의 가슴을 풀어 젖히고, 산호 뒤꽂이를 휙-빼내면서.
미추 : 소소야!!
소소 : 네!! (자명의 가슴에서 피가 나오지 못하게 두 손 바닥으루 누른다)
미추 : 차차숭!!!
차차숭 : 오적골 간다!!
차차숭, 갑오징어뼈를 간 가루를 한 웅큼 집는다. 소소가, 손을 떼면 차차숭, 오적골분을 자명의 가슴 상처에 바른다.
자명의 피가 금방 오적골분에 밴다. 차차숭, 다시 듬뿍 뿌린다. (Dis)
미추, 지혈이 된 자명을 안아 목을 잡고 식은 개흙에 집어넣는다.
미추 : (일품을 보며) 죽는다구 나 원망 말어. 물어 뜯지두 말구. 죽구·살군, 니 동생 운에 달린 거니깐.
일품 : .. (알아듣진 못하지만, 자명에게로 기듯 가서, 자명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씬47. 동, 천막극장 공터 (밤)
모닥불이 피워져 있다.
차차숭, 일품의 옷가지와 자명의 옷가지를 태우려 한다.
차차숭, 자명의 ‘吉祥’이라는 글자가 보라색으로 수놓인 연한 하늘색 비단 배내옷을 들고 본다.
미추, 피곤한 얼굴로 걸어 나온다.
차차숭 : 애는?
미추 : 몰라.. 더 지켜봐야 알지.
차차숭 : (자명의 옷에 새겨진 거꾸로, 보고. 바로 보고.. 한자를 모른다) 뭐라구 쓴 거야. 애 이름인가?
미추 : 무식한 인간.
차차숭 : 그러는 넌?
미추 : 또랑에 가잰 가재끼리. 게는 게끼리. 같이 무식하니깐 같이 살지. 뭘 들다봐. 피범벅된 걸. 태워.
차차숭 : 태워버림? 나중에 자기 부몬 어떻게 찾냐?
미추 : 찾을거 같음 그렇게 바다에 버리냐? 내가 턱, 보니깐. 첩년이랑 본처년이랑 쌈박질한거 같어.
그래서 본처년이 첩년 앨, 콱! (손으로 가슴 찌르는 시늉) 이러구 버린거지.
차차숭 : .. (불에다 옷을 넣다가, 미추의 머리를 본다) !!!
차차숭, 미추의 머리에 꽂힌 산호뒤꽂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너!!너!!” 하며 소리 지른다.
미추 : 이뻐?
차차숭 : 안 빼! 그 녀석한테 또 물어 뜯기구 싶냐?
미추 : 고 갓난 것 땜에 내가 을마나 고생 했는데~ 요 정돈 가져줘야쥐~
씬48. 차차숭의 천막극장 (다른날/낮)
소소와 묘리를 비롯한 아이들, 묘기 연습을 하고 있다. 미추, 지도하고.
차차숭, 일품을 데리고 들어온다. 완전히 회복된 일품, 자명을 안고 있다. (일품과 자명, 둘 다 중국풍의 옷을 입고 있다)
일품, 입을 헤벌리고, 의자 위에 누워 허공에서 항아리 차기 묘기를 하는 모습을 본다.
일품 : 와아... (자명에게) 신기하지? 그치?
자명 : .. (눈뜨고 본다)
씬49. 차차숭의 천막극장 (시간경과)
(자막) 서기29년 겨울, 산둥반도 희희낙락 기예단
한쪽에서, 일품(자막: 행카이橫財,일품의 새이름). 공중곡예 천상지희(天上之喜) 연습을 하고 있다.
의자 위에, 누운 자명 항아리 돌리기 연습을 하고 있다.
소소(자막:소소)가 뛰어 들어온다.
소소 : 나도 같이!!
소소, 일품에게 뛰어가면, 일품, 소소의 허리를 안고 날아오른다.
뿌쿠(자막: 뿌쿠, 자명의 새이름), 그 모습을 보다 발을 헛 차 항아리가 깨진다.
미추 : 뿌쿠!! 야, 이 기집애야!! 또 깨 묵었냐!! 또 깼어!!!
미추, 자명의 머리에 군밤을 준다. 자명, 그러거나 말거나 공중곡예하는데 가서 소리지른다.
자명 : 언니!! 야, 소소!! 안내려와!! 내가 할꺼야!! 오빠 천상지희 짝지는 나라니깐!! 얼른 내려와!!!
자명, 소리 지르는 모습에서.
씬50. 고구려 국내성, 수양전 후원/수양전 후원 문
우나루, 어린 호동(7세)에게 검술을 가르치고 있다.
우나루, 검집에서 검을 뽑지 않은 채 대련한다.
어린 호동, 맨발에 윗옷을 벗은 홑겹 바지 차림이다.
여랑, 한쪽에서 차를 마시고 있다.
그 옆에 앉아서 호동을 보는 송매설수, 뒤에 서있는 시녀장.
우나루, 사정없이 내리치면, 눈밭에 쓰러진 호동의 코와 입술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정원 문으로 들어오던 대무신왕, 그 모습을 본다.
여랑 : 호동아!!
여랑, 마시던 찻잔을 솔비 가슴에 던지듯 안기고, 호동을 안아 일으킨다.
우나루 : 공준 비키오.
여랑 : (호동의 입술을 비단수건으로 닦아주며) 힘 있는 칼을 가르치랬지. 언제 앨, 홀딱 벳겨 두드려 잡으랬어요?
우나루 : 남자에 검이 뭔 줄 아오? 여자에 유연함이란 그저 기술이나,
남자에 칼이란 내가 죽느냐? 상대가 죽느냐? 생·사를 결정하는 거요.
여랑 : 호동이 낼·모레 전쟁 나간다구 날 잡았어요? (호동에게) 아프냐?
호동 : (고개 끄덕이며) 네.. 고모.
우나루 : (호동에게) 일어나!
여랑 : (뭉친 눈을 호동의 코에 얹어주다, 우나루를 노려본다) 당신!!
우나루 : (호동에게) 혈육이라도 벨 수 있는 검을 배우고 싶다던 그 말은 그냥 해 본 소리였나?
송매설수 : !! (놀라 벌떡 일어난다)
대무신왕 : !
대무신왕, 문가에 서서 안쪽에 선 송매설수를 바라본다.
우나루 : 혈육은 아무나 베는게 아니지. 호동, 니 팔·다릴 니 손으로 잘라내는 것보다 아프고 어려운 일이다.
호동 : ..
우나루 : 내가 보니, 넌 (고개를 흔든다) 혈육을 벨 위인이 못된다. 허접한 통증 하나에도 절절매서는.. 공주에게나 배우게.
전쟁터 나가 목숨 정도 구할 순 있을테니. (돌아선다)
호동 : ..
호동, 송매설수와 시선이 부딪치면, 한순간 떠오르는 생각.
(플래시) 6부 씬9
송매설수, 호동의 목을 두 손으로 조르고 있다.
호동 : 벱니다!! 벨꺼에요!!
우나루 : (돌아본다)
호동, 일어난다. 코피가 뚝,뚝 눈 위에 떨어진다.
호동 : (칼을 들고 소리친다) 혈육도 벨 강한 칼을 배우고야 말껍니다!
대무신왕 : .. (보고)
호동 : 아바마마에 뒤를 이어 꼭, 고구려에 왕이 되겠습니다. (송매설수를 노려본다) 혈육을 베지 못하면, 전.. 죽습니다.
송매설수 : ..
호동 : 우아아아!!!
호동, 기합을 넣으며 우나루에게 검을 겨누고 달려간다.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송매설수, 미간에 주름을 잡고 우나루와 검을 겨누는 호동을 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