觀水樓(관수루)
김일손 (金馹孫:1464~1498)
본관은 김해. 자는 계운(季雲), 호는 탁영(濯纓) · 소미산인(少微山人).
김종직의 문인이었으며,
스승 김종직이 쓴 조의제문(弔義帝文)을 세조를 비난한 목적으로 사초(史草)에 실었다.
이것 때문에 연산군에 의해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하고, 본인은 능지처참을 당했다.
중종반정 이후에 신원되었고, 문민(文愍)이라는 시호가 내려졌다.
저서로는 『탁영문집』이 있다.
저물녘에 모래 사장에 머물러 있는 조각배
晩泊沙汀葉葉舟 만박사정엽엽주
말과 소는 바쁘게 오고가네
紛紛去馬與來牛 분분거마여래우
강산은 오랜 세월 변함이 없는데
江山萬古只如此 강산만고지여차
사람은 한평생 살다가 죽어가네
人物一生長自休 인물일생장자휴
서녘에 지는 해는 이미 물결에 잠겨 아득하고
西日已沈波渺渺 서일이침파묘묘
낙동강은 유유히 다함없이 흘러가네
東流不盡思悠悠 동류부진사유유
황혼녘에 배는 홀로 오랫동안 머물러 있고
停舟獨立曛黃久 정주독립훈황구
흰 갈매기 한 쌍 물을 스치며 날아가네
掠水飛回雙白鷗 약수비회쌍백구
*
낙동강변 관수루에서 지은 시다
자기의 운명을 아는 것인지
그의 삶처럼
때론 자연의 풍광도 애잔할 때가 있다.
누각의 풍광이 얼마나 좋으면
조선 팔도의 선비들이
배를 타고 말을 타고 소를 타고
낙동강 변 관수루에 모인다
그중 몇몇은 날이 저물도록 자리를 뜨지 못하고
시와 술로 그동안 만나지 못한 벗들과
시문을 주고받으며 맘껏 자연 속에 젖어든다.
아무리 자연속에 파묻혀 살지만
때가 되면 모두가 다시 돌아가게 마련이다
해는 저물어도
강은 끝없이 흐르고
배도 말도 소도
모두 돌아가고 나면
이 자리에 또 누가 남아서
자연을 노래할 것인가
사람은 가고
한 편의 시가 남아서
낙동강변 관수루의 옛 풍광을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