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자다가 잠시 깨어
우리 시대의 우리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 받는 것을 보며 차 오르는 흐뭇함,
끝내 다 못 보고 다시 잠들었다가
3시 40분에 일어나 읽은 책 일부 정리하고
하던 원고 손질하다가 맞이한 아침,
아침나절 밖에 나가 포근한 겨울 날씨 속에서
구름 들락날락하는 것이며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보다가
저물기 전에 돌아와 잠시 쉬고
밥 한 술 떠 먹고
집회 열리는 도청 앞에 나가
불의한 세력을 걷어내고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수많은 사람들의 몸짓 보다가
돌아오는 중에
한겨레신문 기자 오윤주 씨의 전화,
늘 가까이 있는 사람 이선우 씨와
셋이서 술 한 잔 하고 싶다는 말,
기꺼이 발걸음 돌려
셋이 어울려 술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중에
아주 달라진 집회 문화에 대한 오윤주 기자의 말,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이선우 씨의 이야기,
듣는 중에 어깨에 있는 짐 하나가 떨어져나가는 후련함,
처음 사회운동이라는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때
“내 자식들에게는 이런 세상 물려주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는데
어느새 다 커서 이제는 나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자식들,
그 사이 자라서 성인이 되어가는 손자들을 보면서
“우리 손자들에게는 이런 세상 물려주어서는 안 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무거워졌던 어깨,
결국 내린 결론은
“싸울 일이 있으면 살아있는 동안은 싸울 것”이었는데
이제는 저 자라는 아이들에게 모든 걸 맡기고
그저 구경꾼으로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말도 많이 하고
중요한 말을 듣기도 하면서
흐뭇하게 취해서 돌아오는
달이 지켜보는 세상과,
가로등이 비춰주는 길,
그렇게 돌아와 비로소 편하게 누우며 마감한 하루.
날마다 좋은 날!!!
-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