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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섬 탐방
일시:2011년 4월 12일 화요일~14일 목요일 2박 3일
탐방지:제주 가파도, 마라도, 우도, 송악산, 산방산, 용머리해안
2011. 4. 12. 화 김포출발, 제주도착, 가파도
* 김포공항 출발
제주도는 국내선이라서 김포공항에서 출발한다. 오전 10시 40분 아시아나 항공이다. 마일리지로 왕복 항공권을 샀다. 김포공항은 오랜만에 왔다. 외국여행 갈 땐 인천공항에서 탑승하기 때문이다. 나지막한 공항 건물들이지만 실내 공간은 넓고 쾌적하다. 검색대를 거쳐 나가자 탑승 게이트 가는 통로에 한국의 가마와 장구를 전시하여 우리나라의 전통을 빛낸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곧바로 김포의 시가지가 보인다. 제주를 향한 힘찬 출발이다.
* 제주 국제공항 도착
비행기는 1시간 5분 정도 날아 낮 12시 무렵 제주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음료 한잔 마시고, 한국의 영토를 잠시 감상하고, 바다를 건너 아주 짧은 비행시간을 거쳐 왔다. 우리 부부의 좌석은 24J, 24K로 창측이고, 외국을 나갈 때보다 낮은 고도로 비행하는 관계로 구름 아래의 지상을 간간이 볼 수 있었다. 오늘은 날씨가 청명하여서 잘 보였다.
제주 국제공항은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수행여행단이 많고, 우리를 포함한 한국과 외국의 여행객이 많다. 김포에서도 그랬다. 공항 앞의 야자수가 싱그럽다. 언제 와도 이국적이며, 아름다운 풍경이다.
* 모슬포 가는 길
공항에서 제주터미널에 가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다시 모슬포 가는 버스를 환승했다. 수도권에서 사용하는 ‘티 머니 교통카드’의 사용이 가능했다. 그 외는 사용불가다. 제주 시내에 벚꽃이 만발했다. 가로수로 도로 양편에 벚꽃 잔치다. 우리 아파트의 벚꽃은 아직 작은 봉오리만 맺혔는데, 이곳 제주에서 올해 처음 보는 벚꽃이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경이다. 도로와 시가지가 참 깨끗하다.
* 모슬포 항구 도시
항구 도시 모슬포에 도착했다. 푸르고 탱탱한 하늘과 심한 바람이 제주에 온 것을 실감나게 해준다. 아담한 도시에서 중화요리로 중식을 하고 항구로 갔다. 조금 걸어가니 바다와 함께 모슬포항이 보였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2시 30분인데 오후 4시에 가파도행 마지막 배가 있어서 가파도행 배표를 샀다. 기다리는 동안 모슬포항 주변을 돌아보았다. 수협도 들러보고, 해변에도 나가보고 어느 곳을 보아도 소박함과 정겨움이 어려 있다.
* 모슬포에서 가파도행 여객선 승선
모슬포의 여객선은 세가지다. 삼영호, 21삼영호, 모슬포호인데 좌석수는 각각 91, 294, 264이다. 시간대마다 운항하는 배가 다른데 지금 가파도 가는 배는 21삼영호로 가장 큰 배다. 주로 가파도의 주민을 위한 여객선이어서 그곳 섬 사람들이 많이 탄다. 우리 부부는 오늘 가파도에서 1박을 하고 나올 예정이다. 모슬포 선착장에서 어떤 아주머니와 얘기를 나누다가 그 여자분이 운영하는 펜션에서 자기로 약속했다.
가파도는 모슬포에 남쪽으로 5.5Km 떨어진 섬이다. 모슬포에서 15분 정도 소요된다. 모슬포 앞 바다가 바람과 함께 시원하게 전개된다. 우뚝 선 산방산과 그 앞에 드러누운 송악산이 비경이다. 청정해역의 푸른 바다가 장관이다. 하얀 포말과 함께 모슬포를 뒤로 하고 어느새 가파도가 보인다. 산이 없는 섬, 그저 평평한 한자락의 땅이 눈앞에 다가온다. 지난 4월 10일 일요일에 KBS2 TV 1박2일 프로에서 이곳 송악산이 나왔고, 가파도에 간 것은 다음주 일요일에 방영 예정이어서 더욱 애착이 가는 여행지다.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가 만나는 수평선 또한 환상이다. 모두가 아름다운 경지로 이끌어주는 감사한 순간, 순간들이다.
* 가파도 펜션
먼저 숙소에 들렀다. 바로 상동 선착장 부근의 바닷가에 위치해서 베란에 나가보니 비경이다. 저 건너에 모슬포와 산방산이 보이고, 운무에 덮힌 한라산도 아련하게 보인다. 가파도 마을도 보인다. 민박집이 몇 군데 더 있다. 이곳 섬은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조용한 편이다. 여정을 풀고 가파도를 돌아보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가파도의 섬 둘레는 4.5Km 정도여서 다 둘러보아도 2~3시간이면 된다. 해안도로 또는 섬의 안길을 따라 가파도를 일주할 것이다. 하루를 유숙하기에 마음 편안히, 또 우리 부부가 자유여행으로 탐방하기에 더욱 여유로운 여행이다. 참으로 행복한 여정이다. 숙소 주인은 우리에게 봉고차를 빌려 줄테니 몰고 다니며 보라고 하지만 걸으면서 자세히 관찰하고 싶어 그 고마움에 겸손히 사양하고 도보로 나섰다. 인심까지도 좋은 섬이라고, 우리 부부는 그 마음만도 감사하여서 흐뭇했다.
* 가파도 상동 선착장 주변 풍경
어느 곳을 보아도 바다와 저 건너 제주시 본토가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무공해 청정 지역의 섬이 온 몸을 감싸 안는다. 탁 트인 바다, 구름 한점 없는 하늘, 속진이 소멸되는 시간이다. 상동 선착장도 보고, 바닷가의 길을 따라 걸었다. 새파란 식물이 시선을 끈다. 검은 빛의 바위와 돌담도 곱다. 개엄주리코지 정자 앞에서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길로 방향을 돌렸다. 가파도는 청보리 밭으로 유명하다. 이제 그 코스로 접어든 것이다.
* 가파도 청보리 밭
청보리 밭 산책로 A코스 진입로를 따라 언덕에 올라서자 파란 청보리 물결이다. 돌담으로 밭의 경계선을 지어 놓은 것도 명품이다. 청보리 밭 사이로 구불구불 산책로가 있다. 바닥에는 간간이 제주도를 알리는 기념 마크가 그려 있다. 뒤로는 제주 본토의 한라산과 산방산, 송악산이 비경이고 어느 시점에서는 수평선과 보리밭만 만나는 기막힌 비경을 연출한다. 무덤을 밭에 마련하고는 돌로 사방을 둘러쳐 놓은 모습도 있다. 이런 풍경은 제주시에서 모슬포에 올 때도 보았다. 특히나 가파도에는 산이 없어 무덤이 밭에 있는 것 같다. 모두가 정겨운 풍경이다.
* 가파 초등학교
가파도 섬 복판, 민가가 모여 있는 마을에 들어서자 해안로 입구에서 1800m 지점에 있다는 해운사 절이 보인다. 그곳에서 조금 더 걸어가니 가파 초등학교가 있다. 나는 전직 교사다. 그래서 재직시절의 향수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교문을 들어서자 독서하는 소녀상이 반긴다. 해질녘 교정에는 섬의 아이들이 천진스럽게 놀이터에서 놀고 있다. 학교 직원들도 현관 앞에서 일을 하고 있다. 태극기가 펄럭이는데, 멀리 떠나와서 바라보니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국민임을 새삼 뜨겁게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는 이곳 제주 시민과 가파도의 소박한 시민과 하나로 이어주는 다정한 순간이다.
학교 담장 나무 사이로 바다 가운데 섬이 보이길래 직원에게 물어보니 그것이 바로 마라도란다. 예감은 했지만 너무 가까이 보이는 마라도가 신기하다. 잠시 벤치에서 쉬고 마라도가 보이는 그곳 해변을 향해 걸었다.
* 가파도 하동 선착장
가파도에는 상동과 하동 두 군데 선착장이 있다. 우리가 들어온 곳은 상동 선착장이고 가파도를 가로질러 다다른 반대편 바닷가 이곳은 하동 선착장이다. 선착장에 가는 길목에서 고인돌 유적지 안내 간판도 보고, 담벼락에 그려놓은 제주의 풍경도 보았다. 어촌의 향기가 배여 있다. 항구에는 눈앞의 바다에 마라도가 있다. 몇 킬로미터의 거리인데 유난히도 맑은 오늘 떡 한조각 처럼 바다에 떠 있다. 가파도는 마라도보다 크다. 인구도 가파도는 200여명이고 마라도는 100여명으로 이곳에 더 많은 사람이 산다. 가파도의 남쪽 바다 망망대해, 물체라고는 마라도뿐이다. 그래서 더욱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바닷가 검은 돌 위에 갈매기도 비경을 더해준다.
* 청보리 밭 산책로 B코스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보니 정자가 있고 바로 곁의 높은 언덕길을 오르자 청보리 밭 산책로 B코스가 있다. 그 길을 따라 걸었다. 아까 지나온 가파초등학교와 마을이 보인다. 이리저리 길이 나 있다던 펜션 주인 아주머니의 말이 떠오른다. 여전히 청보리 밭, 그 푸른 물결이 숨이 멎도록 아름답다. 붓으로 파란 물감을 색칠한 듯하다. 동일한 색상과 동일한 키의 청보리가 가파도를 가득채워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온 밭이 다 청보리다. 이곳 토양과 기후가 청보리 재배에 맞는 것 같다. 지나가는 아저씨에게 보리에 대하여 물었더니 식용으로 재배한다고 했다. 그리 큰 섬이 아니어서 평평한 길을 따라 넘어오니 우리의 숙소가 있는 상동 선착장에 다다랐다.
* 가파도의 일몰
해변의 마을에 다다르자 ‘가파도에 잘 오셨습니다’ ‘가파도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가파도 올레길’ 문구가 외객을 반긴다. 가파도의 청보리 밭길은 제주도 올레 10-1길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 코스를 다 돌아온 것이다. 바다에서는 일몰이 장관이다. 아득한 수평선으로 붉은 해가 마지막 빛을 분사하며 지고 있다. 해변 마을은 석양에 젖어 고운 그림이다. 긴 부두 길을 따라 바다 가까이에서 일몰 비경을 눈과 가슴에 담았다.
* 해물탕 석식
숙소 바로 앞에 ‘춘자네 식당’이 있다. 아까 배에서 내려 숙소로 갈 때 숙소 주인 여자분이 우리를 데리고 가서 잘 해주라고 부탁한 식당이다. 그래서 미리 저녁식사로 우럭해물탕을 주문해 놓았었다. 지금 시각 오후 7시, 많은 길을 걸어서 배가 고프다. 가파도의 특산물 뿔소라가 바구니에 담겨 있다. 우리의 찌개에도 많이 들어 있어 맛있게 먹었다. 해삼도 있다. 역시 한 접시 시켜서 동동주와 함께 먹었다. 해삼 한 마리 회가 접시 가득이다. 싱싱하고 큼직하여서 향도 좋고 아주 맛있다. 여정의 고단함이 녹아내리는 바다 향기의 석식만찬이다.
2011년 4월 13일 수요일 가파도, 마라도, 송악산, 용머리 해안, 성산
* 가파도의 새벽
숙소의 실내 장식이 모두 나무로 되어 있어 이국적이다. 캐나다 로키산맥에서 유숙하던 나무 호텔이 떠오른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펜션이어서 깨끗하고 전망도 좋다. 새벽 5시경 눈이 떠져서 밖을 보니 모슬포의 야경이 바다 위에 불빛으로 늘어서 있다. 마을에도 가로등이 밝다. 잠시 후 동틀 무렵 바다 건너 운무에 싸인 한라산이 육중한 몸체를 드러낸다. 방 안에서도 이런 비경을 볼 수 있다니, 참으로 고마운 숙소다. 가파도의 새벽은 그렇게 아름답게 하루를 열고 있었다.
* 가파도의 일출
오전 7시경 숙소를 나와 바닷가로 갔다. 벌써 가파도의 일출은 한바탕 뜨겁게 바다를 적시고 있었다. 눈부신 비경이다. 바다와 마을에 곱게 분사하는 빛, 우리의 가슴에도 훈훈하게 파고들어 따사로운 아침이다. 서울보다 훨씬 남쪽이지만 섬의 날씨는 그리 포근하지 않다. 옷깃을 여미고 다녀야 했다. 어제 가보지 않은 부두 길을 걸어가며 일출을 맞이했다. 할멍당이 있다. 바다 사람들의 무사 염원을 비는 장소다. 돌로 단을 만들어 놓은 명소다. 사방이 참으로 아름다운 섬이다. 우리나라의 천혜 자연은 세계 어느 나라 못지 않은 비경임을 깨닫게 해주는 순간이다.
* 해변로 산책
상동 선착장에서 오른쪽 해안로를 산책했다. 어제와는 반대 방향으로 가 보는 것이다. 해변을 따라 어촌 민가가 있고 푸른 바다가 고요하다. 가파도 어촌의 아침은 그렇게 열리고 있다. 여인들을 만나고, 마을 아저씨도 만나고, 해녀도 만났다. 자유여행으로 여유로와서 그들과 얘기도 나누고 사진도 함께 찍었다. 평생 처음 사진을 찍어보았다고 기뻐하는 여인도 있었다. 해녀는 70세라는데 1시간 동안 미역을 따기 위해 바다로 잠수한다. 한동안 그녀가 들어간 자리 위에 떠있는 부표를 바라보았다. 할머니들이 의지하며, 또는 필요한 짐 보따리를 싣고 밀고나온 유모차가 마을 어귀에 있다. 경운기에 해녀와 필요한 도구를 실어다주는 아저씨도 있다. 이 쌀쌀한 이른 아침 시간에 생업으로 바다에 들어가는 것이다. 산책로를 계속 걸었다. 방파제 사이로 바다에 나갈 수 있는 길을 따라 내려가니 몽돌이 깔려 있다. 수많은 세월이 쌓인 흔적이다. 상쾌한 섬의 아침 산책이다.
* 성계 미역국 조식
어제 저녁 식사를 했던 식당에 미리 주문해 두었던 성계 미역국으로 아침 식사를 했다. 아침에 잡아온 뿔소라가 또 바가지 가득 있다. 아주 크고 싱싱하다. 아침 메뉴로 성계 미역국과 뱅어돔 조림이 나왔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들이다. 노란 성계 미역국이 구수하다. 소라 조림도, 멸치젓 초무침도 맛있다. 비릿하면서도 촉촉하게 스미는 바다향이 입맛을 돋군다. 아주 맛있게 먹었다.
* 가파도 상동 포구
모슬포에서 오전 9시에 출발한 첫배가 이곳 상동 포구에 9시 15분에 들어오고 9시 20분에 다시 나간다. 우리는 그 배를 타기 위해 상동 포구로 나갔다. 식당에서 아주 가까이 있지만 미리 나가서 배표도 사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이제 언제 또 여기 오겠는가. 아쉬움으로 섬 곳곳에 마지막 발길을 적신다. 어느 곳에 카메라를 대어도 아름다운 명화다. 돌과 바다, 저 건너 산방산, 송악산, 한라산, 해변의 고운 민박집 등등 차마 두고 떠나기 아쉬워서 자꾸 맴돈다. 배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포구로 가는 길에 사진작가 한분을 만났는데 우리 부부의 사진 작품을 만들어 준다고 이런 저런 포즈를 취하라며 여러 장의 시진을 찍어주었다. 한바탕 웃으며 그것도 소중한 추억으로 새겨진다.
* 가파도에서 모슬포행 여객선 승선
어제 타고 들어왔던 21삼영호, 제일 큰 배가 가파도 상동 선착장에 도착했다. 이 섬을 보기 위해 들어오는 사람이 참으로 많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며칠 더 머물고 싶은 섬이다. 나중에 그런 일정으로 오리라 다짐하며 배에 올랐다. 9시 20분, 정시에 배는 출항이다. 하얀 포말과 함께 가파도를 뒤로 하고 모슬포를 향해 달린다. 가파도는 산이 없다. 가장 높은 곳이 해발 25m다. 그래서 점점 멀어질 때, 아련히 보이는 가파도는 평지에 얹은 손등 같다. 그 만큼 평평한 섬이다. 여전히 산방산과 송악산, 모슬포항이 바다와 함께 비경이다. 반대편 바다, 망망대해의 수평선도 비경이다. 두고두고 잊지 못하리라. 먼 훗날 내가 늙어져서 서러울 때 오늘을 회억하며 행복하리라.
* 모슬포에서 마라도행 배 승선
다시 모슬포에서 마라도행 배를 타야 한다. 어제 예약해둔 배표를 사기 위해 여객선 사무실에 갔다. 지금 시간 9시 40분, 어제는 오늘의 첫배인 오전 10시 배표가 마감되어 마라도 입항 11시 배와 마라도 출항 오후 2시 30분 배표로 왕복 예약했는데 혹시 오전 10시 배표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있다고 한다. 장부에서 어제 예약한 우리 부부의 배표를 취소하고 한 시간씩 당겨서 오전 10시 마라도행, 마라도에서 오후 1시 30분 모슬포행 배표를 샀다. 마라도는 반드시 왕복표를 사야 한다. 배삯 7천원, 그리고 마라도 섬 입장료 1500원과 함께 1인당 왕복 15500원이다.
지금 승선한 배는 모슬포호다. 마라도 가는 도중에 가파도를 지난다. 파란 청보리 밭 물결이 섬을 수놓고 있다. 소요 시간은 30분, 가파도에서 더 남쪽으로 달린다. 역시 바다 비경은 가슴을 설레이게 한다. 갑판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낭만에 젖는다. 가파도를 지나 조금 더 달리자 마라도가 보인다. 바다 위에 작은 돌 하나 얹은 풍경이다. 대한민국 최남단의 섬이다. 시리도록 아름다운 섬이다.
* 마라도 살레덕 선착장 도착
마라도에도 선착장이 두 군데 있다. 살레덕과 자리덕이다. 살레덕항으로 입항했는데 나갈 때는 자리덕 선착장으로 가서 타라고 했다. 여기서 좀 떨어져 있다. 우람한 바위림이 외객을 맞는다. 해풍에 달아진 거친 살갗이 소슬한 형상이다. 수학여행단 학생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 최남단 섬에 왔다는 흐뭇함이 가파른 언덕길을 쉬이 오르게 한다. 뒤돌아보니 벌써 배는 모슬포로 떠나고 있다.
* 마라도 잔디와 연못
마라도의 잔디는 인공으로 조성했다고 들었다. 정말 평평하게 잔디가 깔려 있다. 4월의 잔디는 아직 눈뜨지 못하여 푸른 빛이 돌지 않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몰이 고인 연못이 있다. 나무가 없는 평지인데 어디서 물이 스민 것일까. 바다로 다 들어가지 않고 남아서 섬을 지키는 물이다. 제법 많은 물이다. 할멍당도 있다. 잔디 사이로 포장도로를 따라 여행객을 싣고 달리는 전동 차량도 있다. 마라도의 둘레가 4Km, 도보로 걸어도 1~2기간이면 다 둘러볼 수 있다. 가파도보다 작은 섬이다. 인구도 100여명이다. 둥그런 언덕길을 따라 더 남쪽으로 걸었다.
* 마라 초등학교
태평양 너른 바다를 바라보며 걷다보니 해녀상이 있다. 제주의 상징이며 이곳 섬 사람들 삶의 상징이다. 그곳에서 조금 지나자 초등학교가 있다. 명칭이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장이다. 그러니까 본교는 가파초등학교이고 이곳은 그의 분교인 셈이다. 교문으로 나무 막대기 몇 개가 걸려 있다. 학교가 어느 육지의 조금 큰 주택 한 채 정도의 크기다. 안마당에서는 아이들 몇 명이 모여 수업을 받고 있다. 전직교사였던 나는 그 작은 교정 뜨락에 서서 잠시 회억에 젖었다. 이런 먼먼 섬의 교사도 있구나, 도시와 분리되어 외롭겠지만 마음만은 교사도 학생도 저 청청한 바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섬의 중앙에 자리하여 섬을 지키는 훌륭한 보고다.
* 마라도 해안 비경
해안 풍경이 비경이다. 해풍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란 파란 식물과 나무 울타리, 그리고 태평양의 푸른 빛 물이 한가득 섬을 감싸고 있다. 정자가 지친 여행객의 쉼을 도와준다. 섬 안쪽으로는 마라리 복지회관도 있고, 상가도 있다. 모두 살아 숨쉬고 있는 마라도의 고운 숨결이다.
* 불교 사찰
바다 바로 앞에 국토최남단 관음성지라는 불교 사찰이 있다. 마라도에는 모든 종교가 존재한다더니 최초로 본 종교 건물이다. 큰 부처상이 바다를 향해 있고 절의 건물도 아주 우람하다. 육지에서라면 무심코 보았을 절인데 깊은 가슴으로 바라보았다. 먼 바다 생활의 고독과 애환을 다독여주는 불심이 아름답다.
* 쵸콜릿 박물관 마라도 홍보관
흰색과 쵸콜릿 색상의 아름다운 집이다. 쵸콜릿을 전시한 것이 아니고 마라도를 전시한 박물관이다. 마라도 방송국이라는 안내문구로 보아 이곳에서 방송 업무도 맡아하는가 보다. 참으로 작고 고적한 섬인데 여러 가지 시설들이 잘 갖추어져 있어 외롭지 않겠다는 생각과 함께 마음 든든하고 자랑스런 내 조국이다.
* 대한민국 최남단 기념비
드디어 마라도 섬의 최고 남단 끝지점에 다달았다. 큰 감격이다. 이곳 최남단 영토에 현무암 구멍이 숭숭 보이는 돌비가 탄탄한 발로 서 있다. ‘大韓民國最南端’이라는 문구를 새긴 돌비가 가슴을 뜨겁게 한다. 사위가 태평양 망망대해인데 대한민국 국토를 지키는 큰 눈동자, 대한민국 최남단 기념비가 참으로 고맙다. 학생들이 많이 왔다. 태극기를 꺼내 펼치고 사진을 찍기도 한다. 모두 애국을 다짐하는 순간이다.
* 장군 바위
최남단 기념 바로 아래, 바다로 치닫는 거의 끝점에 장군 바위가 있다. 그래, 너는 장군이구나. 대한의 영토를 지키고 대한의 바다를 지키는 거룩한 장군이구나. 드높은 위상으로 당찬 표상으로 바다 앞에서 우리의 조국을 지키고 있구나. 시리도록 고운 비경이다.
* 조국순례 기념비
장군 바위 바로 앞 바위림 위 높은 곳에는 ‘祖國巡禮記念’ 비가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여기 마라도에 와서 발자국을 새긴다. 독도는 최동단 섬이고, 이곳은 최남단 섬이다. 독도에 다녀올 때도 우리의 아가를 홀로 바다에 떼어놓고 오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는데 마라도 역시 그렇다. 그래도 이곳은 독도보다는 많은 인구가 상주하여 지키고 있고, 독도보다 들어오기가 수월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기에 평화로운 땅이다. 모든 이들의 애국심으로 지켜나가는 마라도가 결코 외롭지 않은 섬임을 알게 하는 족적이다.
* 마라도 성당
마라도 최남단 굳건한 영토에 서서 뜨거운 심장으로 바다를 바라보고 올라오는데 둥글게 자리한 곳에 세계 여러 나라 지도가 있다. 나는 브라질, 아르헨티나를 손가락으로 짚어 보았다. 이 작은 섬에서 세계를 다 품은 듯하다. 그 위로는 성당이 있다. 동화 속처럼 아름다운 건물이다. 아까 본 불교 사찰에 이어 천주교 신자를 위한 또 하나의 종교 제단을 만난 것이다. 훈훈한 정경이다.
* 마라도 등대
성당에서 조금 위에는 마라도 등대가 있다. 하얀색 등대 건물이 청초하다. 마라도를 지키는 커다란 눈동자다. 등대 앞에는 횃불조각상도 있다. 해양관리 사무소도 있다. 국가기준점도 있고 태양열 단지도 있다. 모두 바다 가운데 작은 섬에서 보는 자랑스런 건축물들이다.
* 마라도 교회
최남단 마라도 교회라는 안내 팻말을 따라 걸어 내려오니 교회가 있다. 제주 기독교 100주년 기념비와 순교자비도 있다. 오롯한 십자가와 함께 교회 건물이 시선을 집중시킨다. 정말 마라도에는 불교, 천주교, 기독교 이런 다양한 종교가 있다는 사실을 몸소 보고 느꼈다.
* 마라도 자장면 식당
마라도의 자장면은 유명하다. 맛도 있지만, 특히 방송에서 촬영을 해갔다는 문구가 자장면 식당의 내부와 외부를 장식하고 있어 이곳에 온 사람들은 이곳 식당에서 자장면을 먹는다. 몇 군데 식당이 있지만, 우리 부부도 마라도 원조 자장면을 먹었다. 마라도를 일주하고 나서 먹는 그 맛은 더욱 절창이었다.
* 마라도 자라덕 선착장
가파른 계단 아래의 선착장이다. 모슬포에서 배표를 살 때 직원이 반드시 이곳에 가서 배를 타라고 알려주었던 곳이다. 내리던 곳이 아니다. 아까는 살레덕 선착장에서 하선했고, 지금 나갈 때는 자리덕 선착장에서 승선해야 한다. 바위가 대단하다. 무서울 만큼 가파른 바위절벽이다. 그 오붓한 품에 선착장을 하락하고 있다.
* 마라도에서 모슬포행 여객선 승선
오후 1시 30분 배다. 모슬포에서 오전 10시 배로 10시 30분에 이곳 섬에 들어와서 3시간 머물다가 나가는 것이다. 그리 충분한 시간은 아니지만 도보로 마라도를 완주했다. 어제의 가파도에 이어 마라도 일주는 매우 흐뭇한 여정이다. 마라도를 아련히 남기고 배는 모슬포 육지로 힘차게 질주한다. 21삼영호, 가장 큰 배다. 선내 의자에도 갑판 위에도 사람들로 꽉 차 있다. 배표를 살 때 반드시 지정하여 산 그 배를 타라고 했던 말을 알 것 같다. 배의 정원이 한정되어 있어 사람이 몰리지 않도록 그리 판매한 것이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어디가 우주이고 어디가 지구인지 그저 수평선이 가르고 있을 뿐 혼돈의 비경이다. 배는 정확한 시간 오후 2시에 모슬포항에 도착했다. 이제 우리는 저기 보이는 송악산으로 갈 것이다.
* 송악산에서 본 산방산 비경
송악산은 해발 104m로 야트막하다. 모슬포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다. 우리 부부는 모슬포에서 여행로가 같은 부부를 만나 함께 이곳에 왔다. 주차장에서 내려 걸어 오르려니 맨 처음 다가오는 비경이 산방산이다. 커다란 빵을 세워 놓은 것 같은 오롯한 산방산이 눈앞의 해변에 있다. 우람한 풍채가 비경이다.
* 송악산에서 본 형제섬
바다를 따라 해변의 긴 산능선을 오르다보면 바다 가운데 두 개의 섬이 있다. 산방산과 가까이 있다. 형과 아우처럼 조금 차이나는 두 개의 섬은 영락없는 형제다. 마주 바라보며 무언가 소곤거리는 형상이다. 바다와 산방산과 이루는 비경이다. 이것이 송악산에서 선사하는 경치 중 가장 명품이다.
* 송악산 바람의 언덕
송악산은 바람이 많다. 평지에서부터도 쉼 없이 바람이 분다. 산정에는 분지가 있는데 시간이 늦어서 오르지 않고 외경만 보았다. 해안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니 우뚝 높은 언덕이 있다. 바람의 언덕이다. 모자와 옷깃을 사정없이 흔들어 붙잡고 있지 않으면 바다로 모두 날아갈 것 같다. 바다의 사나운 입김이다. 막아줄 아무 것도 없으니 바람은 그대로 송악산 높은 언덕을 훑고 다닌다. 햇살과 함께 춤추는 뜨거운 낭만이다. 멀리 가파도가 보인다.
* 제주도 감자밭
송악산 안온한 곳에 감자밭이 넓게 자리하고 있다. 비닐 사이로 감자 싹이 파랗게 나왔다. 제주 감자는 이른 봄부터 마트에서도 팔고 있는데 그 감자 밭을 보고 있으니 신기했다. 농부는 밭을 돌보고 있다. 밭 가장자리에는 농사를 지을 때 도와주는 것 같은 말이 있다. 싱그러운 풍경이다.
* 송악산 해송과 절벽
다시 해안의 산길을 따라 걸었다. 해송이 짙푸르다. 바람에 기울어진 몸체가 더욱 예술적이다. 아래로는 절벽이 가파르다. 얼마나 많은 세월이 깎아 놓은 작품인지 바라보기조차 아슬하다. 뚝 끊어진 절벽이 큰 호령으로 바다를 다스리는가 보다. 이곳에서 더 이상 길이 없어 되돌아 왔다. 송악산은 그리 높지 않은 산인데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전시하고 있다.
* 송악산 해변의 동굴
계단을 따라 해변으로 내려갔다. 까만 돌이 즐비하다. 조심스럽게 바다 가까이 갔다. 학생들이 물속에 뛰어들며 환호성이다. 따사로운 봄날의 진풍경이다. 절벽에 동굴이 있다.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 있다. 일본이 2차 대전 때 자국을 수호하기 위해 파 놓은 동굴이다. 일본군 진지 동굴이다. 그래서 송악산은 아픈 상처를 품고 있는 산이다. 해변로에 드리마 대장금 촬영 간판이 커다랗게 세워져 있다. 화사한 그림이다.
* 송악산에서 산방산 가는 길
제주의 농촌 들녘을 달린다. 마늘 밭과 감자 밭이 많다. 유채꽃도 밭둑에서 화사하다. 아직 농작물을 심지 않은 토양이 검은 색으로 기름지게 누워 있다. 비닐 터널 농토도 있다. 날씨가 포근하여서 육지보다는 빠른 성장 모습을 본다. 감자와 마늘의 파랗게 자라는 모습이 풍요롭다.
* 산방산
거대한 산이다. 멀리서 볼 때는 그저 아름답구나 했는데 가까이 와서 보니 아득하다. 높은 산봉우리를 카메라에 담기가 아주 힘든다. 자꾸 뒤로 나가도 잡히지 않는 거봉이다. 산 아래에는 큰 절이 있다. 부처와 절 건물이 산과 함께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바로 아래의 해변은 용머리 해안이다. 그곳으로 내려가면서 본 산방산은 들녘을 앞에 두고 오롯이 앉은 어머니 형상이다.
* 용머리 해안
용의 머리와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바다를 향해 울부짖는 용의 형상이다. 노란 유채꽃이 비경을 더해준다. 승마용 말도 있다. 주목해야할 또 한가지는 하멜 상선이다. 하멜이 상륙한 기념으로 언덕에는 하멜기념비를 세워 두었고 바닷가에는 하멜이 타고 들어왔던 커다란 하멜이라 새겨진 배가 전시되어 있다. 배 곁에는 하멜 동상이 의자에 앉아 있다.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다. 역사적인 명소다. 산방산 아래 용머리 해안은 절경이다.
* 산방산에서 본 제주 바다
용머리 해안에서 다시 산방산으로 왔다. 산녘에서 제주 바다를 바라보니 비경이다. 아까 다녀온 송악산과 형제섬이 보인다. 형제섬은 이곳에서도 바다에 애련히 떠서 눈과 가슴을 이끈다. 동백꽃이 푸른 잎 사이로 붉게 피어 있다. 용머리 해안 곁에는 크루즈 큰 선박이 정박해 있다. 외국에서 들어온 여객선 같다. 그 커다란 배 주위로는 작은 배들이 다니다. 아마도 크루즈 여행객들의 제주 여행을 도와주는 듯하다. 모두가 아름다운 정경이다.
* 산방산에서 서귀포 가는 길
이제 우리 부부는 산방산을 떠나 성산으로 간다. 이곳에서 함께 여행했던 다른 부부와는 헤어져야 한다. 그들은 제주시로 간다 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버스를 타는데 성산행 직행이 없어 일단 서귀포로 간다. 중문단지를 지나간다. 어느 외국인듯 육지와는 다른 풍경이 차창을 스친다. 짙푸른 하늘과 야자수, 울창한 나무들이 비경을 선사한다.
* 서귀포에서 성산 가는 길
서귀포에서 성산행 버스를 환승했다. 티 머니 카드로 할인혜택까지 된다. 산방산에서 서귀포까지 1500원, 서귀포에서 성산까지 3천원인데 2천원만 찍힌다. 점점 서에서 동으로 간다. 한국어와 일본어로 정류장에 대한 안내 방송이 나온다. 일본 여행객이 이곳 제주에는 그만큼 많음을 뜻한다. 성산은 제주의 동쪽에 있다. 차창 밖 풍경은 역시 육지와는 다른 우람한 풍경이다. 야자수와 큰 나무가 그렇고 바다도 잠깐 우렁차게 지나간다. 시가지도 꽃길과 함께 잘 가꾸어 놓았다.
* 성산의 밤길
성산 오조리에서 내려 성산항 가까이로 걸었다. 내일 오전 8시 첫배로 우도에 가기 위해서다. 짙은 어둠이 내렸다. 우리 부부는 이것도 먼 후일 큰 추억이 될 것이라며 발자국을 새기며 아름답게 밤길을 걸었다. 주변에는 들풀이 반기고 가끔 지나가는 차량의 불빛이 우리를 반긴다. 자유여행의 아름다운 낭만이 한도막이다.
* 성산 해담솔 콘도
도로변에 숙소가 보인다. 해담솔 콘도다. 이름이 아름다워서 들어갔는데 주인 남자와 그의 부모가 함께 식당과 겸하여 숙소를 운영하여서 저녁식사도 하고 참 좋았다. 20평 밖에 없다며 그 방을 아주 싼 값으로 하루를 유숙하게 해주어 참 고마웠다. 2층, 방 이름도 우도 205호다. 우리가 내일 우도에 갈 예정인데 참 우연이지만 맞추어진 방 같아서 기분이 참 좋다. 아주 넓은 실내다. 거실과 주방, 주방 기기 일체, 침실, 욕실, 모두 넓고 깨끗하다. 우리 집인양 편안한 숙소여서 우아하게 소파 앉아 TV를 시청하다가 잠을 잤다.
2011년 4월 14일 목요일 성산, 우도
* 성산의 일출
숙소에서 성산 일출봉이 보인다. 성산 앞바다도 보인다. 길 따라서는 아침 해가 솟아 오른다. 우리는 몇 년 전에 성산 일출봉의 일출은 보았기 때문에 오늘은 일출봉에 가지는 않는다. 이곳 숙소 베란다에서도 일출은 비경이다. 물안개가 뽀얗게 성산을 타고 오른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성산항으로 갔다. 고맙게도 주인 남자는 우리를 자가용으로 성산항 여객터미널까지 태워다 주었다. 제주의 아름다운 인정이다.
* 성산항 여객 터미널
전에 우리 가족 여행으로 왔던 곳이다. 기억이 난다. 하얀색 터미널 건물이 아름답다. 맞은편에는 성산 일출봉도 보인다. 앞에는 바다가 출렁인다. 우도행 배표를 샀다. 1인당 2천원으로 왕복 4천원, 입장료 1500원 합해서 5500원이다. 우도 섬도 왕복표를 사야 한다. 오전 8시 첫배다. 우도까지 20분 정도 소요된다. 선착장으로 가서 배를 기다렸다. 우도에 대한 지난 여행 때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벌써 가슴이 설렌다.
* 우도행 페리 승선
우도행 페리호에 승선했다. 우도와 성산을 왕복하는 큰 배다. 1층 앞부분에는 차량을 싣고 간다. 우리는 2층으로 갔다. 배미의 갑판에서 바다 풍경을 보았다. 성산항을 뒤로 하고 힘차게 나아간다. 성산 일출봉이 오롯하다. 하얀 포말과 함께 바다의 비경이다. 얼마 되지 않아 우도가 보인다. 우도는 이름처럼 소의 형상인 섬이다. 청정해역의 태평양 바다가 아침 햇살과 함께 여정을 축복한다.
* 우도 도착
우도의 천진항에 진입하자 우도 땅이 보이고, 유채꽃 큰 잔치와 소라 축제를 한다는 주황색 에드벌룬이 높이 떴다. 하얀 천막 차일이 아름답게 늘어서 있다. 푸른 바다와 함께 아름다운 풍경이다. 우도의 항구는 두 군데인데 요일별로 배가 들어오는 항구가 다르다. 주중은 천진항에 들어오고, 주말 무렵은 하우목동항으로 알고 있다. 오늘은 목요일, 그래서 천진항으로 들어온 것이다. 배에서 내리자 항구 벽면에도 유채꽃과 소라 축제를 알리는 안내 휘장이 걸려 있다. 사실 우리 부부도 오늘 이 우도에 온 것은 이 축제를 보기 위해서다. 중문관광 단지에서 새섬과 새연교 등을 여행 할까 했는데 우도의 이런 축제는 1년에 한번 볼 수 있는 기회여서 우도로 온 것이다. 고운 아침이 열리고 있다.
* 우도의 유채꽃
우도의 축제장은 우리가 내린 천진항 앞바다 바로 곁이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준비 중이어서 산호사 해욕장에 먼저 가기로 했다. 바다를 따라 조금 걸으니 유채꽃 밭이 있다. 여행객을 위해 사진 촬영 장소로 안내 간판을 세워놓았다. 유채꽃밭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을 때 지나가던 우도 시민 아저씨가 유채꽃밭 안으로 들어가서 사진을 찍으란다. 고마운 마음으로 유채꽃밭 깊숙이 들어가서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어느 곳을 배경으로 해도 노란 꽃물결과 바다 풍경이 절경의 수채화다.
* 우도 산호사 해수욕장
나는 이곳 산호사 해수욕장의 추억이 참으로 아름답게 기억되어 있다. 몇 년 전 아들과 남편과 온 가족 여행, 그때 이곳 산호사 해수욕장의 비경에 나의 자아는 눈먼 그리움이었다. 세월도 증발되고, 소녀처럼 춤추듯 출렁이는 감성에 참으로 황홀했었다. 다시 그곳에 온 것이다. 여전히 산호가 부서져 깔린 해변은 에메랄드빛 환희다. 색색으로 띠를 그려내는 백사장이 비경이다. 저 건너 오롯한 산 지미봉과 저 멀리 애련한 성산 일출봉, 그리고 해변의 고운 집들, 해녀상 등이 산호사 해수욕장을 더욱 빛내주는 풍경이다. 다음에 우도에서 며칠 숙박하며 많이 보자고 다짐하며 아쉬운 걸음을 돌렸다.
* 우도 마을 올레길
산호사 해수욕장 바로 앞에서 우도 마을의 올레길로 들어섰다. 역시 노란 유채꽃이 우리를 반긴다. 돌담도 아름답고, 바다 풍경도, 파란 쪽파밭도, 그리고 밭 가운데 무덤까지도, 제주의 비경을 자아낸다. 두 눈과 가슴을 훈훈하게 적셔주는 올레길이다. 마을에 들어서자 정말 집집마다 대문이 없다. 평안이 돋보이는 생활상이다. 미역을 마당에 널어 말리고 있다.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바다로 가는 길을 따라 축제장으로 갔다.
* 우도 유채꽃 소라 축제
하얀 천막 차일과 무대의 객석 의자가 보인다. 여기저기서 축제 열기로 분주하다. 마른 미역과 모자반, 톳을 샀다. 우도의 특산품이다. 그리고 중식으로 한식과 뿔소라 구이, 동동주를 먹었다. 바닷가에 마련한 식탁에서 수많은 사람 인파가 모여든 가운데 아름다운 우도의 식단이다. 우리 부부는 여행을 자축하며 건배로 여정을 예찬했다. 식사를 마치고 무대에서 공연하는 우리 가락과 춤을 보았다. 축제장을 빛내는 사람들과 사진 촬영도 하고 제주의 흐뭇한 기운을 온몸에 담는 행복한 장이었다.
* 우도 천진항 출발
우도 시가지를 지나는데 우도 상징의 해녀상이 있다. 잘 세워 놓은 예술작품이다. 항구에서 보이는 축제장은 여전히 아름답다. 우도에서 오후 1시 30분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갔다. 우도항에 배가 들어오자 곳곳에서 들어오는 사람과 나가는 사람으로 장사진이다. 차가 먼저 내리고 사람이 내리고, 수학여행단 학생을 먼저 싣고 일반이 마지막으로 승선했다. 아름다운 우도를 뒤로 하고 이제 성산으로 간다.
* 성산항 가는 뱃길
여잔히 비경을 선사한다. 나는 바들 사랑한다. 나의 고향은 충남 대천, 그 바다에서 꿈으로 키우며 자랐다. 아버지는 우리 자식들을 데리고 대천 큰 바다에서 마음껏 꿈을 키우도록 이끄셨다. 고향집 뒤로는 오서산 큰 산이 또한 유녀의 큰 꿈을 잉태 시켜 주었다. 그래서 나는 바다와 산을 사랑한다. 지금 그런 회억으로, 내 아버지는 먼길 떠나셨지만, 제주의 바다와 산을 보며 행복해 하고 있다. 우도는 점점 멀어지고 성산항에 배는 들어선다.
* 성산항 도착
아침에 배를 탔던 성산항으로 다시 돌아왔다. 오후 1시 50분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동차가 배에서 나온다. 4월 14일 오늘부터 17일까지 우도 유채꼭 소라 축제 기간 동안 3만여 명이 우도를 찾을 것이라던 보도가 실감나는 순간이다. 우리는 제주의 멋진 축제를 보고 가는 간다. 아주 보람된 여정이다. 이제 제주시로 가야 한다. 오늘 오후 17:25분 비행기를 예매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성산항을 뒤로 하고 제주시로 향했다.
* 성산 부두에서 제주시 가는 길
성산 부두까지 버스가 들어온다. 오후 2시 30분 버스를 탔다. 제주시까지는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 금년 4월 1일부터 새로 개통한 번영로를 경유하여 가기 때문에 20여분이 단축이다. 성산 시가지가 아담하다. 도심을 벗어나자 한라봉을 재배하는 농가도 보인다. 유채꽃과 풍력계도 고운 풍경이다. 5.16도로를 만난다. 울창한 나무 숲길로 들어서니 또 다른 느낌의 제주 비경이다. 제주산업정보대학을 지나 제주시에 들어왔다. 제주 시내의 가로수 벚꽃이 아름답다. 건물 등 여러 가지가 잘 발달된 제주 시가지다.
* 제주 국제공항 가는 길
제주 시외버스 터미널 종점에서 하차하여 길을 건너 정류장에서 공항행 버스를 탔다. 그런데 공항버스의 내부가 독특하다. 대단히 웅장하다. 제주 여행을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 점점 다가온다. 그러나 제주도는 종종 올 것이다. 이번에는 제주도에 있는 섬 탐방을 테마로 왔다. 가파도, 마라도, 우도 이 세 섬을 일주하고 간다. 다음에는 또 다른 테마로 제주도에 와서 보람된 여정을 엮을 것이다.
* 제주에서 김포 가는 하늘 길
이륙하자 제주 바다가 보이고, 제주시가 보이고, 조금 더 날아가지 제주의 바다와 육지가 자아내는 아름다운 해안선이 아련히 보인다. 그리고 제주는 아직도 무공해 땅으로 투명한 지상이다. 창공으로 오르자 파란 하늘과 지평선이 참으로 신비롭게 획을 긋고 있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땅이런가 싶다. 맞닿은 선으로 겨우 구분된다. 대한항공 비행기가 우리 비행기보다 뒤에서 높이 날아온다. 창공에서 다른 비행기를 만나는 이런 모습은 처음 보았다. 금방 어디론가 사라졌지만 나는 신기하여 사진기에 그 비행기를 담아왔다. 좌석 바로 앞에 모니터가 각각 있고 필요한 것을 본다. 경로를 보니 제주시에서 서해에서 가까운 육지 상공으로 간다. 수원도 지나고 서울 관악산도 지나고, 서울 시가지도 지난다. 한국의 높고 낮은 산들이 절창이다.
* 김포공항 도착
50분 정도 비행시간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김포는 바닷가는 아니어서 내륙의 활주로에 비행기가 내린다. 여전히 누런색의 잔디다. 모니터에서 우리나라가 점점 밤으로 덮여 가는 자막도 보여준다. 김포공항은 지금 일몰비경이다. 소나무 사이로 해가 마지막 빛을 발한다. 김포 공항 배부는 한국 전통 항아리와 지게 등을 멋진 조경을 해놓았다. 휴식을 취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2박 3일 간의 보람찬 여행이다. 언제나 여행은 적은 비용으로 아주 큰 소득을 얻는다. 이번 여행도 그렇다. 제주도의 섬 탐방 여행은 아주 유익한 여정이었다. 또 비행기가 그리울 때 우리 부부는 해외든 국내든 어느 곳이든 문학 기행을 떠날 것이다. 후일 늙음이 찾아올 때 결코 후회 없이 맞이하기 위해 열심히 살며 문인의 사명에 충실하자는 것이 우리 부부의 생활 철학이다. 제2의 인생길에서 나는 시인, 남편은 수필가, 문인부부로서 한 목표점을 향해 살 수 있음에 항상 감사드린다.
* 제주 국제공항 출발
제주 국제공항은 언제나 붐빈다. 우리나라 사람들과 외국인이 많이 찾는 섬이어서 그렇다. 1층에서 예매했던 아시아나 항공권을 찾고 출국수속을 마치고 탑승 게이트로 갔다. 오후 5시 25분 비행기다. 게이트마다 탑승대기 승객이 만원으로 앉을 자리조차 찾기 어렵다. 5시 5분 보딩이다. 우리 부부 좌석은 집에서 인터넷으로 미리 지정했던 31J, 31K 창측이다. 탑승하여 창문을 통해 밖을 보니 활주로의 잔디가 파랗다. 김포의 잔디는 누렇게 아직도 눈뜨지 못하고 있는데 여기는 포근한 날씨로 빨리 봄을 맞은 것이다. 이제 곧 제주를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