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밤(2012.12.9),
세 명의 아리따운(?) 여인들과 함께 정동진, 주문진 여행을 하였습니다.
(참고로 ‘?’ 표시는 ‘의심할 여지없이’란 의미입니다.)
난생 처음, 남자 홀몸으로 무려 세 명이나 되는 여인들과 여행을 하려니
마음이 달달 떨려옵니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해야겠기에
청량리 역 앞의 포장마차에서 소주 각 1병씩을 마셔야 했습니다.
(참고로 ‘각 1병씩’이란 용어는 ‘각자 1병씩 갖고’
그러니까 ‘1인당 한 병씩 병나발’이란 의미입니다.)
소주를 마시고 기차를 타려니 떨리는 마음은 좀 진정이 되었지만,
마음이 헬렐레 해 집니다.
출발하기 전 요렇게 인증샷을 찍으려 할 때,
카메라 렌즈를 보고 방끗 웃는 것을
저를 보고 좋아하는 것으로 착각을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기차는 밤을 꼬박 새며 정동진역을 향해 달리는데,
저는 기차간에서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연거푸 맥주를 마셔야 했습니다.
정동진역에 도착하니,
수많은 커플들이 두 손을 꼭 잡고 추위를 피하려 역 대합실로 모여들었습니다.
헌데, 아직도 술이 안 깼는지 또 착각을 했습니다.
무려 세 명의 여성과 함께 온 사람은 저 밖에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내가 무척이나 능력있는 남자라고 생각을 했으니까요.
오밤중인 4시.
해가 뜨려면 아직도 2시간 반이나 남았기에
그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 중이던 차에,
민박집 하신다는 할머니 한 분이 다가오시더니
날씨도 추운데 방에서 자고 가라고 하십니다.
싸게 해준다고 ...(어감이 어째 좀 ...ㅋ)
그렇게 해서 또 난생처음,
여성 세 명과 한 방에서 황홀할 것 같은 혼숙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민박집의 따스한 방에서 잠시 몸을 녹인 후,
해 뜨는 장관을 보기 위하여 썬크루즈가 보이는 해변에 왔더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백사장에 나와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잠시 기다리니, 여명이 비추고, 이어서 붉은 해가 바다위로 솟구쳐 올랐습니다.
이 순간을 보기 위해 밤을 꼬박 지새우며 먼 길을 달려온 사람들은
아마 첫사랑 연인과의 키스만큼이나 가슴 벅찬 감동을 느끼고 있겠지요.
이쯤 되면, 일렁이는 겨울바다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이곳을 찾은 수많은 연인들의 가슴속처럼 끊임없이 요동치며
하얀 포말을 흩어놓고 있었으니까요.
아침을 먹기 위해 다시 정동진 역 앞으로 향했습니다.
일출의 장관을 보았으니, 안 먹어도 배부를 텐데 ...
문을 연 해장국집을 눈여겨보아 두었다며
식당으로 향하는 여인들의 행동엔 한 치의 빈틈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식사 후에, 모래시계공원을 향해 걸었습니다.
반짝이는 역광의 햇살에 눈이 부시고,
일렁이는 초록빛 바닷물에 눈이 부시고 ...
세 여인의 빛나는 미모에 또 눈이 부셨다고
한 줄 더 표시를 해 두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 배가 부르면 언제나 행복한 미소가 절로 나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잖아요.
바다는 언제나 감동을 전해줍니다.
잔잔할 때에도, 일렁일 때에도
각기 다른 모습으로 바다를 찾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오늘, 이 거친 바다를 보면서 느끼는 감동은
세 명의 아리따운 여인과 같이 온 까닭이 분명할 겁니다.
겨울바다를 좀 더 잘 보기 위해 언덕위에 있는 썬크루즈를 찾아갔습니다.
이곳은 특별한 곳입니다.
지금은 세 여인과 함께 여행을 왔기에 특별하고,
젊은 날에는 이 옆에서 군복을 입고 개고생을 했기에 특별하고 ...
이 정도면 한 폭의 그림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옥경이를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처럼 환상적입니다.
썬크루즈 갑판 위에서 내려다 본 바다풍경이 그저 삼삼할 따름입니다.
잠시 근사한 바다풍경에 넋을 놓고 있는데,
9층의 전망대 위에서 세 여인이 애타게 저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내가 이토록 인기 있는 사람인가’라고 생각하며 자세히 봤더니
나를 부르는 것이 아닌 카메라 렌즈를 향한 V자의 포즈였습니다.
오늘은 술도 안 마셔 제정신인데, 착각은 자유인가 봅니다.
직장 다니느라 항상 바쁘고 피곤하지만,
잠시의 여유시간을 이용해 여행을 한다는 것이 예쁘게 보였습니다.
성실하고 부지런한 사람이 얻는 소중한 기회이기에 ...
전망대 안에서 본 바다 풍경도 여지없이 삼삼했습니다.
크루즈를 돌아본 후, 다음은 어디로 갈까 하다가
강릉 경포대에 가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버스를 타려다가 택시를 탔습니다.
짧은 여행이기에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
택시가 해안가 도로를 따라 달리는 도중에
옛날 군복무를 했던 곳들을 돌아볼 수 있어 새로웠습니다.
저 멀리에 흰 연기를 내뿜는 것은 화력발전소입니다.
그 당시 군부대에 목욕탕 시설이 없어 겨울에 이곳 발전소 목욕탕을 이용했었습니다.
발전소에서는 바로 앞 하천물이 따듯해 질 정도로 더운 물이 엄청 많이 나왔고,
따듯한 하천 물을 따라 숭어들이 엄청 올라왔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저는 이때 해안가 경계부대에 배치되면서 난생처음 바다를 보았습니다.
(한마디로 촌놈이었지요.)
이곳은 강릉항에 있는 까페촌입니다.
택시 기사님이 여행 가이드인 양 설명을 내내 잘 해 주셨는데,
경포대에서 회를 먹으면 비싸니까 차라리 주문진에서 먹을 것을 추천하기에
주문진까지 택시를 탔습니다.
그리고 손수 식당까지 안내를 해 주시더군요.
덕분에 시간 아끼고 바가지 안 쓰고 회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수산물 시장을 둘러보았습니다.
요즈음 도루묵 철이라 하던데, 상점마다 도루묵이 쌓여 있었습니다.
30마리에 만원, 작은 것은 150마리에 만원이었습니다.
도루묵 만원어치를 사고는 행복했습니다.
오늘 저녁은 맛있는 도루묵찌개를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
끝으로,
함께 했던 세 분의 아리따운 여인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함께 끼워주고, 즐거운 여행을 경험하게끔 배려를 해 주셔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