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포에 있는 본점최대포집에 드나들기 시작한 것은 20년 전인 1982년 겨울의 어느 날 밤이었다.
지인들과 어울려 처음 찾았던 본점최대포집에 대한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지금은 없어져 버린 마포극장 앞에서 택시를 내려 찾아간 굴다리 밑에 있던 본점 최대포집은 당시에도 수많은 손님들로 항상 바글거렸다.
두세 명 정도의 일행이라면 다른 손님들과 합석을 하고 같은 석쇠에서 고기를 나눠 구워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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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항상 많은 이유는 간단했다.
싸고 맛있으니까! 그렇다. 본점 최대포집은 그런 집이었다.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면 돼지갈비를 냉면그릇에 푸짐하게 담아 한 근씩 팔았던 것 같다.
그 후로 몇 번인가 더 갔었다.
2001년 겨울, 친구인 혜인아빠가 난데없이 마포에 있는 본점최대포집을 아냐고 물었다.
20년 만에 다시 떠올리는 상호였다.
아련한 그리움, 어린 시절의 향수, 추억, 친구들...
그렇게 본점최대포집을 다시 찾게 되었다.
<중략>
굴다리 골목 안에는 고바우집과 본점최대포집이 어깨를 나란히 맞대고 있다.
두 집 중 어느 집을 가더라도 같은 메뉴, 같은 분위기이다.
본점 최대포집에 들어섰다.
빈자리가 없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당연한 듯 합석을 했다.
20년 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사각의 낡은 나무테이블과 그 한가운데 자리 잡은 연탄불, 석쇠, 노랗게 찌든 벽, 식당 안 한가운데 떡 버티고 서있는 나무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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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목살이 연탄불 위로 기름을 뚝뚝 쏟아내더니 순식간에 불꽃이 치솟아 올랐다.
목구멍을 스치듯 넘어가는 소주의 알싸함이 좋다.
적당히 익은 목살을 가위로 뚝뚝 끊어내어 고기의 깊은 속까지 연탄불의 파란 화기가 파고들게 했다.
지그르르~~~~
석쇠 위의 목살이 시각과 청각을 자극한다.
후각은 마비된 지 오래다.
다시 소주 한잔을 입안에 털어놓고 고기를 한 점 집었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먹는 일에만 집중했다.
소주잔이 비면 소주를 채우고 고기가 타면 뒤집어놓고...
<중략>
벽에 붙어있는 노랗게 찌든 메뉴판 한쪽에 청테이프 쪼가리가 어색하게 붙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어라!
순간 눈에 번쩍 띄는 게 있었다.
그렇다.
이 집이었다.
이 집이 바로 그 집이었다.
몇 년 전 전유성씨가 출연했던 소주광고가 있다.
남자들과 여자들이 단체로 전라로 출연해서 당시 상당히 관심을 끌었던 소주광고 말이다.
그 소주의 광고 포스터가 본점 최대포집의 메뉴판이 있는 벽에 붙어 있는데 전혀 낯설지 않았다.
한 무리의 남자들이 전라의 차림으로 앉아 있는 사각의 나무테이블, 한복판을 가로 지르는 나무기둥, 노랗게 찌든 벽, 메뉴판, 메뉴판에 붙어있는 청테이프 쪼가리...
우리가 앉아있는 테이블이 바로 광고 속의 그 테이블이었다.
<후략>
<2003년 12월 16일 갑판장이 엠파스 블로그에 올렸던 글 ‘즐거운 고깃집, 마포의 본점최대포집’에서 발췌>
갑판장이 20여년 만에 본점최대포집에 방문하고 난지 일주일 만(2001년 12월 18일)에 뜻밖의 비보가 라디오에서 흘러 나왔습니다. “오늘 새벽 마포에서 일어난 화재로 본가 최대포집과 고바우집이 전소 되었습니다...”
본가최대포집과 고바우집은 화재와 재개발로 인해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근처로 확장이전을 하여 현재에 이르기 까지 대를 물려가며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만 갑판장은 왠지 그 후론 잘 안 가게 되더라고요. 화재 때 갑판장의 추억도 함께 소실됐나 봅니다.
전통모래내갈비/남가좌동, 서울
갑판장네는 10년 전 가산동으로 서식지를 옮겨 온 후로는 돼지갈비는 서울대입구역에 있는 돈**연탄구이집으로 먹으러 다녔었는데 그 집이 확장을 한 후로 예전 만 못해진 것(퍽퍽) 같아서 지난여름 이후로 발길을 끊었습니다. 그 후로 다닐만한 돼지갈비집을 찾지를 못하고 이리저리 헤매다 지난 일요일 방문했던 전통모래내갈비에서 일말의 희망을 찾았습니다.
무쇠주물 석쇠/전통모래내갈비
전통모래내갈비는 1967년에 개업을 했다니 무려 50년째 영업을 하는 뚝심이 있는 식당입니다. 육중한 무쇠주물로 만든 석쇠가 그 세월을 상기시켜 주는 듯 포스가 대단합니다. 열원의 화력도 막강해서 마음에 드는데 다만 성형열탄을 쓰는 것은 많이 아쉽습니다.
전통모래내갈비/남가좌동, 서울
주메뉴는 (양념)돼지갈비 딱 하나 뿐입니다. 양념돼지갈비의 경우 양념과 뼈의 중량이 더해지기에 1인분에 250~300g 정도를 주는 집들이 흔한데 이 집에선 2016년 10월을 기준으로 국내산 (양념)돼지갈비 1인분에 200g으로 1만2천원이 책정됐습니다. 살짝 비싸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듭니다만 막상 맛을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양념)돼지갈비/전통모래내갈비
양념이 뱄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척 보기에도 때깔이 좋아 보이는 진짜 돼지갈비를 내줍니다. 거기에 고기의 맛을 제대로 살려주는 석쇠까지 기본으로 갖춰져 있으니 갈비를 굽는 맛이 납니다. 석쇠에 돼지갈비를 올리자마자 연기를 피어 올리며 울리는 '지그르르~~~~' 시즐감 넘치는 효과음이 멋진 그릴링 자국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돼지갈비 1인분당 뼈 한 개/전통모래내갈비
양념은 설탕의 경쾌한 단맛과 간장의 짭조롬함이 서로 어우러져 달짜근한 맛을 내는데 1980년대의 맛이 딱 이랬었지 싶습니다. 이 날 맛 본 돼지갈비의 저작감이 좋았기에 양념이 안 된 생고기로 구워 먹어도 맛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양념이 자극적이거나 들척거리지 않기에 쉬이 물리지 않고 마지막 한 점까지 맛나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상차림/전통모래내갈비
돼지갈비와 함께 구워 먹을 생감자를 주는 것도 좋았고, 개인용 파채를 주는 것 하며 마늘이나 고추를 찍어먹을 소스로 쌈장 대신 고추장을 내주는 것도 갑판장의 취향맞춤이었습니다.(쌈장은 별도로 요구하면 내줍니다.) 갑판장네선 좀 멀지만 갑판장의 어머니댁에선 그리 멀지 않은 동네이니 종종 들리지 싶습니다. 야호!
<갑판장>
& 덧붙이는 말씀 : 갑판장네 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돼지갈비집은 담양에 있는 승일식당입니다. 아주 그냥 쥑입니다.
승일식당/담양, 전라남도
첫댓글 옛 추억이 돼지갈비 냄새를 타고 솔솔~~~
옛 추억을 곱씹을 수 있는 공간이 점차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고...
전라도식이네 갔을때 땡기던 집이었는데,,, 독일 살다온 사촌동생네가 지금 그동네 삽니다 ^^
여기서 연대방향으로 가다보면 대로변에 푸른씨가 강추하는 카페도 있습니다.
갑판장네 딸아이의 이 집에 대한 인상은 '달다'입니다. 서울대입구역 돈뼈락이나 약수역 우성에 비해 확실히 단맛이 진합니다. 다만 들쩍이지 않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