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5월 26일 토요일 맑음
‘아따. 참 오래도 왔다’ 허리가 다 뻐근하다.
제47회 전국소년체전이 시작됐다. 우리 장학생들을 찾아 두 시간 반도 넘게 달려서 찾아 온 단양이었다. 높은 산, 그 앞에 펼쳐진 푸른 물이 뿜어내는 아름다움은 뒷전이고 내 할 일이 우선이다.
“권선생님 지금 어디 계세요 ?” “아이구 회장님, 여기까지 찾아오셨어요. 저희들은 새벽 운동을 하고 숙소에 들어와 있는데요” “저 지금 단양에 도착했는데요. 어디로 가면 만나 뵐 수 있지요 ?” “대명 콘도에 있는데요”
대명콘도에 가서 우리 장학생을 만났다. 감독 선생님도 운사모 형제님이라 더 반갑지. “우리 장학생님 어때 컨디션은 괜찮아 ?” “예. 좋아요” “그래 열심히 해. 내가 누군지 알아 ?” “운사모 회장님요” “그래, 운사모 회원님들을 대신해서 내가 왔어. 이 거 운사모 회원님들이 시합 잘 하라고 주는 격려금이야. 좋은 기분으로 시합 잘 해” “고맙습니다” 참 착하고 순진하게 생겼다.
“시합이 몇시에 있지 ?” “두 시에 예선이 있어요” “충주에서 육상 시합이 같은 시간에 있어서 거기도 가 봐야 해. 응원 못해서 미안하지만 꼭 이겨라”
밝고 맑게 웃는 모습이 든든해 보였다.
주차장까지 배웅 나온 감독선생님께서 말씀하신다. “쟤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는 재혼해서 재주도에서 사세요. 그런데 기초생활수급자로 어렵게 사셔서 저 아이를 돌볼 수가 없었어요, 그러니까 초등학교 때부터 이리저리 떠돌다가 우리 학교에 와서 이제 정착하게 되었어요. 어머니가 운사모 장학생도 되고나서 이제는 마음 놓겠다고 하세요” 코끝이 찡한 얘기였다. 우리 장학생들은 왜 그리 딱하고 어려운지....
얼마 안 되는 장학금이지만 가슴 깊이 고마워하시는 부형님들이나 기꺼이 희생하고 봉사해 주시는 우리 운사모 형제님들 모두가 감사한 분들이지.
자, 다음엔 충주로 떠나야 한다. 가는 길에 운사모 형제님께서 감독으로 출전한 하키가 열리는 제천 청풍명월 국제하키장을 들렸다. 이런 객지에서 만날 때 더 그리웠던 맛을 느낄 수 있는 것 아닌가. 여기서는 움직였다 하면 보통이 한시간이다. 지나는 곳마다 머무르며 쉬고 싶은 아름다운 장소들이 집중되어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오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하키장에서 형제님을 뵙고 식사까지 대접 받았네. 멀리 나와 고생하시는 분들게 내가 대접을 했어야 했는데 일이 거꾸로 됐다. 이게 아닌데.... 소용없었다.
다음 행선지는 충주종합운동장이었다. 우리 장학생 구봉중학교 1학년 김수우와 갑천중학교 1학년 최지현이가 중학교 남녀 100m 경기에 출전한다.
중학교 1학년이라서 3학년 상급생들과의 경기에서 큰 기대를 할 수는 없지만 대전 대표선수로 선발된 것만 해도 큰일을 해냈다고 생각할 수 있지.
또 한 시간 이상을 달려야 한다. 오늘 원 없이 차를 타 본다.
충주로 향하는 중에 아산에서 오영이 형님 전화가 왔다 “나여. 논에 물을 대는 수중모터가 고장났나 봐. 와 봐야겄어” ‘허 이거 큰일이다. 곧 모를 심어야 하는데 물을 품어 올리지 못하면....’ “예, 제가 지금 충주에 있는데 오후에 갈 게요” “충주 ? 멀리도 갔네” 오늘 하루 정신 없겠다.
충주종합경기장. 100m 결승이 막 시작 되더라. 초등학교 여자부, 남자부 경기가 끝나고 여자중학교 결승 출전자 명단이 전광판에 소게가 되었다. 우리 장학생 최지현이 4번 레인에 배정되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중학교 1학년 지현이가 3학년 언니들과 뛰어 결승까지 오른 것도 놀라운 일인데 4번 레인이라니....
결승 4번 레인은 준결승 기록이 가장 좋은 선수가 차지하는 것인데.... 놀라지 않을 수 있나 ? 은근히 기대가 되더라. 그렇게만 되면 기적이 일어나는 것이다. “땅” 출발 소리와 함께 여덟 명의 선수들이 뛰쳐나온다. 가슴이 쫄밋거린다. 지현이의 출발이 좋았다. “야 우리 지현이 뛰어라 뛰어” 나도 모르게 발을 동동구르며 소리를 질러댔지. 그런데 중반까지는 앞서 나오다가 후반에 오면서 조금씩 잡히더니 서너명이 뭉쳐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제는 전자판독을 기다리는 수밖에.... 얼마 후 전광판에 순위가 뜨는데 우리 지현이가 3등이라네.
“만세” 소리가 절로 터져나왔다. 옆에 사람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아 잘했다. 우리 지현이. 결승에 올라 간 것 만해도 고마운 일인데....’ 그 나이에 1년 차는 어마어마하게 크게 차이가 난다.
다음 경기는 수우다. 결승에 오른 것만 해도 업어줄만 한데 괜시리 기대가 되더라. 남자들의 1년 차는 더욱 크니까....
“땅” 소리와 함께 뛰쳐나오는 데 출발에서는 뒤처지지 않더라. 그런데 결승점에 다가 오면서 조금씩 처진다. 중학교 3학년이면 장정들이다. 완전 어른이었다. 8등. 그래도 잘 한 거지. 유치원 아이가 1학년 형들과 함께 뛴 것이니 더 바랄 수 있나 ? 둘 다 정말 잘했다.
수우와 지현이를 격려하느라 한참을 기다렸다. 아산에서 기다리고 있을 생각을 하면 가슴이 타들어 간다. 지현이가 시상식을 끝내고 나서야 격려를 했다.
“운사모 회원님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더욱 열심히들 해라”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충주에서 아산까지는 카카오 내비가 없으면 올 수가 없는데 아침부터 계속 내비를 틀고 다녔더니 밧데리가 뜨끈뜨끈하더니 방전이 됐다. 이젠 큰일이다. 오도 가도 못할 일이 아닌가 ?
그러니 어쩌나. 충주 시내로 들어와서 핸드폰 집을 찾았지. 대전에는 네거리 골목마다 있는 그 집이 충주에서는 쉽사리 보이지가 않더라. 간신히 찾아서 급속 충전기를 사서 차에 꽂고 출발했지. 충주에서 아산으로....
생전 처음 달리는 길, 내비가 가르키는 대로 따라 갔다.
아산을 들러 양수기가 잘 돌아가는 것을 보고 다시 대전으로 왔다.
참 많이도 달렸더라. 차 한테 미안할 정도로....
그래도 태현이 탁구 이기고, 지현이 동메달 따고, 수우가 결승까지 올라갔으니 더 바랄 것이 없는 하루였다.
“여보 나 피곤해, 잘래” 그런데 안사람 눈빛이 은근히 찌그러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