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과 나뭇잎 사이는 새들의 보금자리다. 쏟아지는 햇빛과 빗물을 가려준다. 앞에선 광합성을 하고 뒤에선 시원한 바람과 그늘을 만들어준다. 아침에 이슬이 내리면 그걸로 만족한다. 한낮에 찌는 더위는 아침저녁으로 위안을 삼는 나뭇잎은 한낮에 더위를 식혀준다. 누구를 위한다는 것은 자기의 희생이 필요하다. 자연은 서로 거미줄처럼 연결된다. 서로 주고받으며 세상을 깨끗하게 만든다. 마음과 마음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도 무엇인가 주고받았다. 우리는 이런 과정에서 만남과 인연이 될 수 있다. 순수한 만남은 나에게 돌아올 것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저 주는 것으로 만족한 삶이 자기 스스로 위안이 된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혈연이라는 단서가 붙는다. 이것은 나에겐 최초의 선물일 수 있다. 살면서 이걸 중요시한다면 그 사람은 기본이 되어 있다고 말한다. 기본에 충실하면 믿음이 쌓인다. 나에게 처음 생기는 일을 기억하는 데에 이유는 앞으로 나아갈 이정표다. 삶의 푯대는 처음 시작점에서 있다. 아주 미미하기 때문에 감지가 쉽지 않다. 그러나 마음의 귀를 기울이면 가능하다. 어린 날에 토란잎이 우산이었다. 우선 나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옆에서 구할 수 있으니 참으로 고맙게 여겼을 것이다. 이렇게 처음이란 말은 거창한 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토란잎 생각하면 난생처음 천연 우산이다. 그리고 토란 된장국이 생각난다. 토란이 독성이 있어 작업하기 쉽지 않다. 피부에 닿으면 톡 쏜다. 토란대 나물은 제사상에 올라갈 정도로 깨끗한 음식이다. 그런데 이 나물도 과정이 있다. 우선 데쳐서 껍질을 벗기고 말린다. 말리면 그 많던 양이 아주 적은 양으로 줄어든다. 노력하는 결과가 아주 미미하다. 인생은 덤으로 얻는 것도 많다. 안 아프고 지금 살아있는 것만으로 덤으로 살고 있다. 땅속줄기 식물로 감자와 비슷하다. 감자보다 몇 백년 먼저 들어왔다니 우리 식물과 다를 바 없다. 토란은 천남성과다. 야생 천남성은 독이 많다. 토란이 이보다 약하지만 독이 있다. 그래서 물에 우려내야 한다. 약한 독이 있는 식물은 독을 빼고 음식을 만들면 비린내를 잡아주어 맛이 한결 좋다. 어린 날에 우산이 되어 준 너는 지금까지 친구가 되어 있다. 내 몸이 따뜻하게 해주었다. 세월이 가도 너는 내 곁에서 함께 해 주었다. 한때 기능과 공학적으로 살다가 이제는 첫 마음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매일 편지는 받아보지 못하지만 가물가물 보이는 게 있다. 아낌없이 그늘을 가려주는 너의 순수한 마음 때문에 인생이 덤으로 살아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아침저녁 이슬로 제 마음을 깨끗하고 한편의 추억을 더듬게 하는 토란잎은 살면서 허물과 상처를 덮어주기까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