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진짜 이렇게 끝내려고 생각했었기도 한데, 이러면 너무 허무할 것도 같고 무성의한 것일 뿐인게 되기에... 일종의 뒷이야기, 맺는말 같은거나 좀 써보려고 해요.
여
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것은 이미 이야기했듯이, 지난 4월의 여행에서 경전선을 말 그대로 스쳐지나가면서의 일이었죠. 당초의 생각은
서울에서 마산을 거쳐 순천으로 가는 근성열차를 탄 다음, 순천에서 부산방향으로 하나하나 답파하고, 부산에서 여행을 좀 더 한다음
서울로 돌아올 생각이었는데... 근데, 여행을 계획하는 동안에, 올해 6월 26일부로 현재... 이제는 현재는 아니고 당시까지
한국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스위치백 구간이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네요.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스위치백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설명하는거보다 좀 길지만 영상을 보시는 쪽이... 제가 찍은 겁니다~ 영동선에는 이제는 사라진 흥전역과 나한정역이 있는데, 이 두
역의 표고차는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300미터? 정도 난다고 합니다. 이 정도 높이차이를 한번에 갈 수 없으니 영상에서처럼
슬금슬금 뒷걸음질로 오르내리는 구간이 스위치 백이죠. 높은쪽이 흥전, 낮은쪽이 나한정이고, 영상은 동해에서 부전으로 가면서
나한정역에서 주춤주춤하며 흥전역으로 올라가는 장면을 촬영한거에요.
재밌었던... 이라기보다는 당연하다면 당연한건데, 6월 20일에 청량리를 출발해서 스위치백으로 가는 길에서는 저 말고 다른 철덕^^분 을
만나서 동행했고... 그 분과 스위치백을 구경하면서도 열차안에서 또한 촬영하던 다른 철덕들을 보았고... 제가 스위치백을 지나
부산으로 가는 동안에도 저와 같이 다른 철덕이 촬영했으며 제가 촬영하는 밖에도 그 전날 제가 밖에서 찍었듯이 그 자리에서 찍는
다른 철덕들이 있었다는 것이랄까나요. 뭐, 철도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스위치백이란건 그 자체로 구경거리이기도 하면서
그게 사라진다는건 철도역사에 남을 빅이벤트이니 사람들이 몰리는게 당연했겠죠.
특히나, 동행하신 분은 참 반갑고
신기하고 즐거웠고 그래요. 저는 스위치백으로 가면서 청량리에서 탑승하여, 이제는 스위치백과 함께 사라진 통리역에서 내려서,
심포리역을 답사후 나한정, 흥전을 거쳐 스위치백을 답사할 생각이었는데... 제가 통리역에서 내리니 딱 한사람 젊은 분이 저와 같이
내리더라구요. 그 날이 수요일이었던데다 통리라는 마을은 이번에 올린 답사기의 마을들 못지 않게 외지고 한갖진데다 관광지도 없는
곳이라... 딱 알았죠. 저 양반도 철덕이구만~ 하고. 그렇게 뜬금없이 파티맺고 동행하게 되면서 이번 여행은 시작부터 뭔가
재밌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었네요.
사실은 부산사람들 떠먹는 수돗물 캐는 곳이지만, 수돗물 뿐 아니라, 이런 좋은 휴식처까지 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더 보람돋았긔~
이 다음부터는 경전선 답사가 시작되어 여행마지막까지 그를 수행했구요.
그
런 면에서 이번 여행의 핵심은 경전선 답사였던 것은 분명하지만... 근성노선 답파, 사라지는 스위치백 답사등 철도여행
패키지(^^)의 일부였달 수도 있고, 그 조차도 전국 각지의 여러 곳들을 다니는 여정의 일부일 뿐이기도 했어요.
경
전선 답사 이전에도 수많은 사진을 찍었고, 답사에서 찍은 사진도 올리지 못한 것들이 많아요. 그러나,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은 그 사진들을 모두 올렸더라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아니, 9일 내내 카메라맨
대동하고 계속 촬영을 했더라도 보여주지 못했을 거에요. 그 만큼 이 여행동안에 보고 느낀 것은 저 개인에게는 감내하기 벅찰정도의
감흥과 감동들이었습니다.
물론, 여행의 감동이란건 기본적으로 철저히 주관적일 수 밖에 없어요. 제가 경전선을 보고
아무리 강한 감흥을 느꼈다 한들, 그것을 저와 함께 겪지 못한 사람에게 고스란히 느끼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건 오만한 것이고
결코 불가능한 것이기도 할 테죠.
그럼에도, 이러한 여행의 이야기를 쓰는 보람이랄까, 의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비록 나와 같은 여행은 아닐지라도... 다른 사람들은 또한 그들이 다닌 여행에서 감흥을 느낄 것이며, 그 감흥은 또한 비록
나에게 온전히 전해질 수는 없지만, 그 만큼 큰 감흥들이 여행이라는 이름에는 함께 한다, 라는 것을 나의 여행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한 하면서 같이 나눠볼 수 있을 만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랄까나요.
뭐, 말이야 이렇게 하지만 그래도 내가 느낀 감동을 다른 사람들도 같이, (거의)동일하게 느꼈으면 하는 욕심을 포기한다면, 삶은 그만큼 재미없어지겠죠잉~ 어느정도의 오만함 건방짐은 삶의 활엽수이기도 하니께~
그래서, 제가 바랬던, 이 이야기를 쓰면서 바랬던 것은
"나의 이 이야기를 본 사람이, 언젠가 이 길을 그도 떠나보기를 바라게 되는 것"
정
도였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것은 여행기를 쓰면서도 간간이 언급한 바가 있어요. 기본적으로 관광지가 아닌 곳을
타관사람이 여행으로 훑고자 한다 할 경우 그게 얼마나 고로운 일인가는 저 자신이 절실히 느꼈기도 하니께... 물론, 자동차를
이용하던가 하면 훨 편하겠지만... 뭐랄까요. 아무래도 조금쯤은 몸이 고로웠기에 감동이 더 컸다, 그렇게 생각하면 자동차로 다니면
맛이 좀 덜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 자전거로 간다면 현실적이면서도 감동도 돋는 멋진 여정이 될 거라
생각하기도 하네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저도 다시 갈 때는 자전거로 가 보려는 생각도 있고...
꼭 그렇지
않더라도... 이 이야기를 보고 어디로든 떠나려 마음을 먹게 되었다면, 아니 떠나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게만 되었더라도 그것은 그
만큼은 제 이야기가 전해졌다, 라는 뜻이겠죠. 그 만큼 저는 이야기를 올린 보람을 느끼고, 그 만큼의 - 여행자체에서 느낀 것
이상의 즐거움을 더 느낄 수 있는 것이겠죠. 여행을 한다는 것,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한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이
야기를 시작하면서 던진 의문중 하나는 소위 "오지관광" 의 도덕성이라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떠나기 전에도,
갔다와서도, 이야기를 시작하면서도, 이야기를 마친 지금에도 답을 내리지 못한 부분이긴 해요. 그것은 내가 느끼는 이 아련한 감정,
추억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느끼는 '나' 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조금쯤은 유의미한 생각에 이르러야 역시 유의미한
답을 할 수 있는거라고 한다면... 어쩌면 평생을 답을 내리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일지 모르죠.
그럼에도 더더욱
분명한건, 평생 답을 내리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저는 어쨌건 평생 이런 여행을 다닐 거라는 것이죠~ 지금 새로이 올라선 광양역이,
낡은 옛역이 되면 그 또한, 그 때, 30년일지 40년일지 모를 과거의 이 여행을 떠올리며 그때 이런 생각으로 이 논두렁길을
거닐었었지... 하면서, 다시 광양역을 답사할 수 있게 된다면...
으으으~~ 상상만해도 전율이 느껴지네요~ 물론 그 때 내가 이런 여행을 다닐 체력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여행에는 의미가 있습니다만... 그리고 저 또한 이미 여러차례 여행을 다녔지만, 이번의 여행이 이전의 저의 여행과 조금은 달랐다고 한다면 그것은 이 여행이 기본적으로
"시간여행"
이
기 때문이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골목들의 오래된, 예스런 모습들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런 모습들을 이미 돌아보기도
했지만... 아예 여행 전체를 과거의 유산, 유산이 되어가고 있는 것들을 좇아 떠난건 이번이 처음이기에... 그런만큼 제게는 여러
의미에서 잔잔한 충격을 많이 느낀 여행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거 같아요.
물론 이번의 경험은 첫 경험(잇힝~)이고 그 의미를 아직도 제대로 소화해내고 있다고는 감히 말하지 못할 것이긴 합니다.
다만, 그 의미를 제대로 소화하는 것은 위에도 말했듯이, 저의 마지막 경험이 될 게 확실한 여행에서도 감히 말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
시간은 영원한 과거에서부터 흘러와서 영원한 미래로 흘러가는 것일테니까요.
인간은 오직 그 곁에 서서, 그것의 부침을 바라보는 것으로...
그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환상을 갖는 이상을 할 수는 없는 존재이니까. 환상인줄 알고 느끼는 환상은 진정한 자유는 아니어도
최소한 자각몽은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저는 눈앞에 펼쳐진 현실이라는 꿈을 즐기며 살아가리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의미는
의미대로 재미는 재미대로 잡히면 잡히는대로 모르겠으면 모르는대로 지내려구요~
6월 25일에서 시작해서 27일에 끝난 여정이지만, 오늘이야말로 그 여정을 진정으로 끝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한 번이라도 이 이야기를 봐 주신 분이라면 그 분은 저의 여행의 벗입니다.
지금도 남아는 있습니다. 다만 열차가 다니지 않을뿐 인데 오히려 열차가 다니지 않아 구간자체는 걸어다니기 더 좋아졌죠. 접근성도 별 차이 없는게, 그 전에도 심포리 - 흥전 - 나한정은 어차피 열차가 안서는 역이었던지라 통리나 도계에서 접근했어야 하는데, 이제는 통리역이 없어졌으니 동백산이나 도계에서 버스타고 가면 그만이거든요. 걸어가도 그렇게 멀지 않기도 하구요.
고생하셨습니다. 태백, 삼척, 정선 쪽 여행을 자주 다녀보았지만 저 동네는 뭐랄까 진짜 암울하고 어둡고 그냥 '석탄스러운' 동네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지난날 공업발전의 원동력이 된 지역인데 지금은 그냥 쇠퇴하는 광산도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 저희 동네도 시골이지만 저 지역을 가면 정말 착잡한 맘이 많이 듭니다.
뭐, 철암역같은 경우는 광산재가동으로 활기를 띈다고 합디다만 그래 봤자겠고... 따지고 보면 경부라인 외의 지역중에 인구가 제대로 느는 지역은 없죠. 경부라인도 상당부분은 줄고 있고... 심지어 대구나 부산도 줄고 있을 정도니... 교통망이 확충된대도 오히려 그게 빨대효과를 발휘하는 경우도 많아버리기도 하고... 지방을 살린다, 라는 대명제에야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이의는 없으리라 봅니다만, 그것을 어떻게 해 나가느냐의 문제는 또 말이 많은 거겠죠. 단기적으로 될 문제는 아니지만 여유잡고 하기엔 지방의 현황이 급하기도 한데 지역별로도 진보보수간에도 합의는 또 안되는 문제다보니 참 갑갑하긴 합니다...
첫댓글 음 수고하셨습니다 저기 스위치백구간은 한번 가볼까 하다가 결국 너무 멀어서 포기했는데 아직도 가볼껄 이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아있네요..
지금도 남아는 있습니다. 다만 열차가 다니지 않을뿐 인데 오히려 열차가 다니지 않아 구간자체는 걸어다니기 더 좋아졌죠. 접근성도 별 차이 없는게, 그 전에도 심포리 - 흥전 - 나한정은 어차피 열차가 안서는 역이었던지라 통리나 도계에서 접근했어야 하는데, 이제는 통리역이 없어졌으니 동백산이나 도계에서 버스타고 가면 그만이거든요. 걸어가도 그렇게 멀지 않기도 하구요.
철덕철덕하긔....
수고하셨습니다.
여행하면서도 답사기 올리면서도 정말 즐거웠으요~
여행.. 떠나고는 싶지만 고3!
고3또한 지나가리라~
그리고 다녀왔다고 합니다
@첝 와 3년 사이의 등급 변동 보소 ㅋㅋ~
여행가고싶지만 나라를 지켜야하기에
ㅋㅋ
으으... 힘내세요...
고생하셨습니다. 태백, 삼척, 정선 쪽 여행을 자주 다녀보았지만 저 동네는 뭐랄까 진짜 암울하고 어둡고 그냥 '석탄스러운' 동네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지난날 공업발전의 원동력이 된 지역인데 지금은 그냥 쇠퇴하는 광산도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 저희 동네도 시골이지만 저 지역을 가면 정말 착잡한 맘이 많이 듭니다.
뭐, 철암역같은 경우는 광산재가동으로 활기를 띈다고 합디다만 그래 봤자겠고... 따지고 보면 경부라인 외의 지역중에 인구가 제대로 느는 지역은 없죠. 경부라인도 상당부분은 줄고 있고... 심지어 대구나 부산도 줄고 있을 정도니... 교통망이 확충된대도 오히려 그게 빨대효과를 발휘하는 경우도 많아버리기도 하고... 지방을 살린다, 라는 대명제에야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이의는 없으리라 봅니다만, 그것을 어떻게 해 나가느냐의 문제는 또 말이 많은 거겠죠. 단기적으로 될 문제는 아니지만 여유잡고 하기엔 지방의 현황이 급하기도 한데 지역별로도 진보보수간에도 합의는 또 안되는 문제다보니 참 갑갑하긴 합니다...
우왕.. 잘 읽었습니다. 여행기를 참 은은하게 잘 쓰시네요. 요즘 열심히 보고있는 웹툰인 비바 산티아고와 비슷한 삘도 나는듯 하고...
오오... 말씀듣고 비바 산티아고 조금 봤는데, 이거 맘에 드는데요? 저는 좋은 웹툰소개에 감사드립니다~
아... 소개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 매회 울어가면서 보고 있어요... 너무 감동적이고 너무 공감가네요...
은은한 재미가 있죠? 전 울지까지는 않았는데 참 매회가 감동적이더군요... 다들 살면서 여러번 해보는 생각에 대해서 얘기하기도 하고, 일상같지 않은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재미를 잘 풀어내는맛이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