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의술]
6·25전쟁과 입술갈림증 수술
 
밀라드 소령, 한국 어린이에게
‘언청이’ 수술로 행복 선사
 
임신 4~7주 입술 만드는 조직이 제자리 붙지 못해서 발생
유전,임신 초기 약물 부작용, 엽산·비타민 C 결핍 등이 원인
한국서 개발한 ‘밀라드 소령의 수술법’ 표준방법으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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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생기는 가장 흔한 선천기형 중에는 입술갈림증(Cleft lip, 구순열)과 입천장갈림증(Cleft palate)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650~1000명당 한 명꼴로 나타난다. 흔히 ‘언청이’란 이름으로 놀림을 받는 이 기형은 토끼의 입을 연상시켜서 토순(兎脣)이라고도 부른다.
이 기형은 태생기 중 얼굴이 만들어지는 시기인 임신 4~7주 사이에 입술이나 입천장을 만드는 조직이 제자리에 붙지 못해서 생긴다. 그 원인은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유전, 임신 초기에 복용한 항경련제와 같은 약물 부작용, 엽산이나 비타민 C의 결핍, 저산소증, 홍역과 같은 질병을 들 수 있다.
입술갈림증 수술법 한국서 개발
입술갈림증 수술 방법은 성형외과 전문의시험에 항상 출제되는데, 역사적으로 여러 방법이 개발됐지만 현재는 밀라드(Ralph Millard Jr. 1919∼2011)의 회전-전진법(Rotation-Advancement)이 표준방법으로 쓰이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그가 회전-전진법을 개발한 곳이 바로 한국이란 점이다.
미 해병대 소속 군의관이었던 밀라드 소령은 휴전협정이 체결된 이듬해인 1954년부터 1년간 이동외과병원(MASH)에 근무하면서, 당시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입술갈림증을 앓는 어린이들을 수술했다. 그때는 수술받지 못한 채 불편하게 사는 어린이들이 많았다. 그는 과거 여러 수술법의 장단점을 분석해 단점을 극복한 회전-전진법을 고안해 수술했고 그 결과를 1955년 스톡홀름에서 열린 제1차 국제성형외과학회에서 발표해 주목받았다.
무료수술에 환자들 몰려
각색된 이야기겠지만, 그가 수술한 첫 환자는 논에서 올가미 밧줄을 던져서 잡아왔다고 한다. 한국 어린이가 미군을 보면 도망가기 마련이므로 억지로 잡아서라도 수술해 주고 싶은 심정은 이해가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만일 그렇게 아무런 동의 없이 강제로 수술했다면 불법진료다.
하지만 그 후 기형을 무료로 수술해 주는데 결과가 좋다는 소문을 듣고 환자들이 몰려들었다. 그의 의술 덕분에 행복해진 아이들이 많이 생겨났다.
그가 저술한 교과서 『Cleft Craft, The Evolution of Its Surgery, 1980』의 서문에는 얼굴의 부족한 조직을 주변 조직으로 재건, 정상처럼 완벽하게 만들어 환자를 행복하게 해주려는 목적은 마치 퍼즐 조각들을 찾아 맞추려는 것과 같다(find the missing pieces and fitting them carefully into the puzzle so that the final picture is complete, normal, and happy)고 쓰여 있다.
밀라드가 쌍꺼풀 수술을 시행한 환자의 수술 전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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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수술에 관심, 쌍꺼풀 수술도 개발
밀라드 소령은 재건수술뿐만 아니라 미용수술에도 관심을 가져서 쌍꺼풀 수술을 개발했다. 그가 쓴 논문의 사진과 그 설명을 보면 “몇몇 동양 소녀들은 미군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려고 서양인과 비슷한 눈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Several girls requested to be Occidentalized in order to be more attractive to the American troops)”고 기술돼 있다. 이 논문을 읽으면서 한국의 성형외과 의사로서 언짢은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서양에서는 오히려 동양의 외꺼풀을 가진 여성을 더 아름답다고 여긴다지 않는가?
그러나 이제는 한국의 여러 분야가 그렇듯 성형외과학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해 미용수술을 배우러 여러 나라 의사들이 내한하고, 한국의 성형외과 의사들이 제3 세계 국가들에 입술갈림증 수술 봉사 활동을 다니고 있으니 감회가 새롭다.
민족 최대의 비극인 6·25전쟁은 이상하게도 세계사에서 ‘잊혀진 전쟁’이라 불리며 그 아픔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전란 직후에도 위에서 본 것처럼 의학과 이에 따른 의술은 발전했던 것이다.
<황건 인하대 성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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