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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소모임 가족들의 작품 입니다.
이미 진도는 한참 나갔지만..제가 늑장 부리는 바람에 늦어졌네요.
모든 카페 가족분들께 멋진 작품 3탄을 자랑스럽게 소개합니다!
예반상
P63
"얘기했잖아, 동생 귀에 관한 거."
"그녀석이 해낼 수 있을 리 없어. 세상에는 가능한 일과 불가능한 일이 있잖아! 본인 생각해서 반대했더니만, 집을 뛰쳐나가 버리더라고."
"............"
"제멋대로인 녀석이지. 내가 걱정하고 있는 것도 모르고선 말이야. 자신을 누가 가장 염려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지."
"......동생도 형의 마음을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아까부터 아무 말 없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유키가 웬일인지 단호한 어조로 말을 꺼냈다.
"그래서 지금까지 형이 하라는 대로 살아온 거지. 자기가 하고 싶은걸 참으면서라도 주위 사람들에게 걱정 끼치지 않도록 살아왔을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이번만은 해보고 싶은 게 아닐까? 선생님이라는 직업......자신이 얼마만큼 할 수 있는지 모험해 보고 싶은 게 아닐까......"
"모험?"
"그런 마음, 단념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나, 조금은 알 것 같아."
"......어째서, 네가 알 수 있는 건데?"
덤빌 듯한 나츠오의 말투. 유키는 깜짝 놀란다.
P64
"동생하고 만난 적도 없으면서. 그 녀석에 관한 건 내가 가장 잘 안다고. 남인 너보다 말이야."
어색한 침묵이 흘렀을 때, 자동차 경적이 두 번 짧게 울렸다. 세이지의 통화가 끝난 모양이다.
"부르네."
"쓸데없는 얘기해서 미안해요......"
"상관없어......" 나츠오는 쌀쌀맞다.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어 돌아가는 유키를 나츠오는 한번만 살짝 돌아보았다.
"괜찮은 거야? 학교 안가도? 나야 항상 이러니까 괜찮다지만......"
히로토는 게임을 하고 있는 준의 옆에 앉아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월요일, 태어나서 처음으로 무단결석을 한 준은, 히로토랑 게임 센터에 있었다.
한동안 놀고 있는데, 고등학교 남학생 세 명이 떠들면서 들어왔다.
"야, 히로토. 어젯밤에 어째서 안온거야?"
리더인 나오야가 말했다. 이 세 명은 요즘 히로토가 자주 어울려 다니는 불량스러운 패거리다.
"아, 이 녀석이 자러 와서."라고 코헤이는 준을 가리켰다.
레이상
P65
"다음 주에, 전에 말했던 파티 할 거야. 너도 올래?" 권하고 있는 사람은 머리가 긴 남자.
"생각해 볼게."
"아직도 겁나서 그래?" 나오야가 말한다.
그 말이 마음에 걸린 준은 "파티라니?"라고 히로토에게 물었다.
"너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야."
"나쁜 짓, 아니야?"
"아니야."라고 말하지만, 히로토는 무언가 숨기는 듯했다.
"뭐야? 그 이상한 말투는?"라고 머리가 긴 녀석이 준을 턱으로 가리킨다.
"아, 귀가 잘 안들려." 히로토가 대신 설명한다.
"뭔가 끼고 있잖아." 가장 아래인 듯한 피어스를 한 녀석이 준의 귀에서 재빨리 보청기를 빼내 나오야에게 건네자, 나오야가 웃으면서 자신의 귀에 끼고는 친구들과 떠들기 시작했다.
"아무거나 말해봐......오! 엄청 잘 들려."
"돌려줘." 준은 발끈하고 일어섰다.
"그만해. 너희들! 얘는 그거 없으면 잘 안 들린단 말이야."
히로토가 말리려고 해도 셋은 들은 척도 안하고 보청기를 가지고 놀고 있다.
분노가 준의 몸을 휘감았다. 준은 나오야를 향해 몸을 힘껏 부딪혔다.
P66
"뭐 하는 짓이야?"
"돌려줘!"
"한판 붙자는 거야? 히로토 친구라고 봐줄 것 같아?"
"야. 사과해."
히로토가 몸짓으로 준을 말리지만, 준은 목을 가로저으며 셋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다.
"왁!" 갑자기 보청기를 낀 귓전에 큰소리를 나자, 나오야가 "으악!"하며 펄쩍 뛰었다.
"잘 들리나보군."
나츠오였다. 나오야의 귀에서 보청기를 비틀어 뺀다.
"너희들, 학교는 어떻게 했냐? 이 시간에 이런 곳에서 놀고 있으면 안 되지."
오전 중에 준의 담임선생님에게 무단결석했다는 연락을 받고, 히로토도 함께 있을 것이다 싶어서 짐작되는 곳을 찾아다니다가 이 장면에 맞닥뜨린 것이다.
"뭐야. 이 녀석은."
"남이 뭘 하든 내 맘이지."라며 세 명이 나츠오를 에워쌌다.
나츠오는 리더로 보이는 남자의 팔을 재빨리 비틀어 올렸다. "아프냐?"
"아파......" 나오야가 비명을 지른다.
"여기에서 소란 피우고 싶진 않겠지?"
파랑상
P67
안쪽 카운터에 있는 점원이 싸움을 감지하고 경찰에 전화하려고 하고 있다.
허둥지둥 도망가는 고교생들에게 나츠오는 "나쁘게 생각마라."고 말했다.
"히로토." 나츠오가 매섭게 돌아보았다. "학교에 가지 않고, 이런 곳에서 어슬렁거리니까, 저딴 녀석들과 어울리게 되는 거야. 알겠어?"
"네......"
"자, 준." 나츠오가 보청기를 내밀었다. 하지만, 준은 웬일인지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준?"
"......항상, 그래." 억누른 듯한 목소리로 준은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그래......나는, 싸움도, 못해봤지. 형이, 항상, 도와주니까."
"무슨 말 하는 거야? 받아."
다시 내민 나츠오의 손을 준은 난폭하게 밀어 제쳤다.
보청기가 바닥에 떨어지고 차가운 소리가 울린다.
"그렇게, 내 장애가, 신경 쓰여?......싸움도, 할 수 없고, 교사도, 될 수 없고."
"............"
"형은, 장애를,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하지만, 가장 신경 쓰는 사람은, 형이잖아!"
P68
준은 거칠게 들이대는 듯이 말하고, 나츠오를 째려보았다.
준의 말에 나츠오는 멍하니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보청기를 주워, 옆에 있던 히로토에게 건네주곤 혼자서 가게를 나갔다.
되돌아가는 형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준은 한동안 그 자리를 뜰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밤이 되어서 준은 겨우 집으로 돌아왔다.
"어서와. 무슨 일 있었어? 오빠하고?"
부지런히 일 잘하는 나츠오가 일찍 가게 문을 닫고, 툇마루에서 멍하니 정원을 보고 있는 것이다.
준은 나츠오의 옆에 걸터앉았다. 치카가 부엌에서 걱정스럽게 둘의 모습을 보고 있다.
"......형. 나, 아까는, 말이 지나쳤어."
나츠오에게 화를 내고 나니, 그 다음에는 극심한 후회만이 남았다.
잠시 동안, 침묵이 둘을 에워쌌다.
"어렸을 때 말이야." 나츠오가 불쑥 입을 열었다.
"넌, 어디를 가더라도 내 뒤를, 꼭 따라 다녔었지. 학교에서 돌아와서, 책가방 두고 놀러가려고 하면, 항상 "같이 갈래"하면서."
이쁘장한 호수상
P69
"............"
"친구하고 자전거 타고 멀리 나가기로 약속했었거든. 그래서 너 몰래 살짝 빠져 나가려고 했는데 들켜버렸었지......
근처 놀이터에서 그네를 태워주고 네가 푹 빠져 있는 틈에 몰래 가려고 했어."
나츠오 뇌리에 그날의 일이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일곱 살의 나츠오와 네 살배기 준이 거기에 있다.
"알았지? 많이 타야 해."
"응!"
나츠오는 그네를 타고 있는 준의 등을 힘껏 밀어준다.
어린동생은 기쁜 듯이 그네를 타고, 벌써 푹 빠져 버렸다.
빨리 놀러가고 싶은 나츠오는 눈치 채지 못하게 살짝 그네가 있는 곳에서 떨어져간다.
그 때, 준의 손이 미끄러져 작은 몸이 무서운 속도로 공중에 내던져진다.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져 불이 붙은 듯이 울음을 터뜨리는 준.
"준!" 뒤돌아본 나츠오는 평생 잊지 못할 광경을 보게 된다.
웅크리듯 쓰러진 동생의 귀에서 흘러내리는 한줄기 피......
"아버지나 엄마는 나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어. 한마디도 추궁하지 않으셨어......"
경상
P70
"그건, 사고, 였어."
"하지만, 내 책임이야. 네 귀가 그렇게 된 것은. 그 때, 내가 너를 두고 가려고 하지 않았다면 그런 일은......
......대신할 수만 있다면 대신해 주고 싶다고, 줄곧 생각했었다."
"............"
"하지만, 대신할 수는 없잖아?" 나츠오는 쓸쓸하게 말했다.
"그래서 최소한, 네가 귀 때문에 괴롭거나, 슬픈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해야지 하고......"
갑자기 목소리가 떨리고, 참을 수 없게 된 눈물이, 나츠오의 눈에서 흘러넘쳤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그게 고작이니까."
"형......"
"네 말이 맞아......네 장애를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나야."
이제껏 오랜 시간동안 눈물을 모아온 것처럼 나츠오는 울음을 그치지 못한다.
준은 그런 나츠오의 마음을 조금도 알지 못했었다. 자신은 형의 괴로움 같은 것은 헤아리지도 않고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지금껏 그 넓은 보살핌의 날개 속에서 태평스럽게 살아왔던 것이다.
"지지 않을 거야." 준은 똑바로 나츠오를 쳐다보고 말했다.
"나, 어떠한 일이, 있어도, 아무리, 힘들어도, 지지 않을게."
P71
나츠오 역시, 어느덧 누구의 도움도 필요로 하지 않게 된 동생을 마주 바라보았다.
"날, 믿어 줘......형의, 동생을."
준은 씽긋 웃어 보인다. 그것은 어렸을 적과 똑같은 순진하고 명랑한 웃음이었다.
"울보네, 형은."
"시......시끄러, 내가 언제 울었냐." 나츠오는 티셔츠로 쓱쓱 눈물을 훔쳤다.
다음날 아침, 나츠오는 평상시보다 이른 시간에 불단 앞에 앉아 있었다.
"아버지, 이게 옳은 거죠?" 아버지의 사진을 향해 지난 밤 쓴 편지를 펼쳐 보인다.
‘동생이 희망하는 대로, 아무쪼록 부탁드립니다. 시노다 나츠오’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준, 이거 담임선생님께 전해드려." 배웅하러 나온 나츠오는 준에게 편지를 내밀었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한 준에게, 나츠오는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
"!"
"네 인생이야. 하고 싶은 대로 해 봐."
준은 만면에 웃음을 띄우고, 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 다녀 와. 조심해라. 특히 차는!"
곰팅이상
P72
준과 치카는 얼굴을 마주본다.
"알고 있다니까!" 그리고 밝은 웃음소리가 푸른 하늘에 울렸다.
그날 저녁, 일을 마친 유키를 나츠오가 기다리고 있었다.
바다에서 어색하게 헤어지고 난 후로 유키도 줄곧 신경이 쓰이던 터였다.
"네 말이 맞았어." 나츠오는 깨끗하게 자기의 과오를 인정했다.
"나 약간......아니, 상당히 동생을 과보호했던 것 같아."
"............"
"내가 잘못 생각했었어."
동생과의 문제는 해결된 것 같다. 유키는 생긋 미소 지었다.
근처 커피숍에 들어가서 나츠오는 약속대로 자기가 찍은 수중사진을 유키에게 보여줬다.
"이게 점쏠베감펭. 이건 흰동가리돔."
"정말 예쁘다."
"나 꼭 찍고 싶은 사진이 있어. 바닷속에 내리는 눈이라고 알아?"
"바닷속에 내리는 눈?"
P73
"응. 신기하지? 플랑크톤이 죽으면 그게 서로 붙어서 함박눈처럼 돼......마린 스노우라고 하는데 진짜 깊-은 바다 밑에서 밖에 볼 수 없는 거야."
나츠오는 눈을 반짝이며 열정적으로 말했다.
"하지만 나 반드시 보고 싶어, 언젠가는 반드시."
"나도 보고 싶다......" 유키의 입에서 그런 말이 얼떨결에 나왔다.
"다음에 함께 잠수해볼래?"
"뭐?"
"역시 무섭니?"
"헤엄쳐 본 적이 없어서......"
"그럼 모험해봐." 바다에서 유키가 나츠오에게 했던 말을 이번엔 나츠오가 유키에게 되풀이하고 있었다.
"한번뿐인 인생이잖아. 모처럼 살아있는 건데 아깝잖아?"
"!"
"그렇지?" 나츠오가 방긋 웃는다.
그 여름 햇살같은 나츠오의 웃음을 유키는 가만히 쳐다본다.
뭔가가 변하려고 하고 있다.
평소와는 다른 심장 고동소리가 그 사실을 유키는 알려주고 있었다.
수베테상
P74
열 일곱 살의 임신
바깥은 화창한 날씨, 상쾌한 일요일 아침이다.
시노다 집안도 형제간에 시종 부드러운 분위기로......라고 말하고 싶지만, 나츠오만은 아침밥상을 보고 또 지겨운 표정을 짓는다.
"아무리 그렇긴 해도 오늘 아침도 또 청어냐......"
"아침마다 같은 소리 좀 하지 말아라, 오빠. 우리는 빚이 있잖아." 라고 치카.
"빚이 있잖아......너도 같은 말 좀 하지마. 야, 준. 오늘 모의고사로 지망대학 결정되는 거지? "
"응."
"열심히 하고 와! 너라면 문제없겠지만 말야. "
"준 오빠, 슬슬 나가는 것이 좋지 않겠어? "
치카의 말을 듣고 시계를 보자, 어느새 빠듯한 시간이다.
준은 부랴부랴 밥을 먹고선, 치카가 만들어준 도시락을 가방에 집어넣고 "그럼 다녀올게."라며 허둥지둥 나갔다.
P75
"그래, 차 조심해." 준에게 말하고 나서 나츠오도 젓가락을 놓고 일어섰다.
"잘 먹었어. 그럼 나도 슬슬 채비를 해볼까."
"어디 가?" 치카의 별 뜻 없는 질문에
"아니, 잠깐." 이라며, 여운을 남기는 대답.
"잠깐이라니?" 치카가 재차 묻자,
"아, 잠수하러" 라며 말꼬리를 흐린다.
"혼자서?" 라고 말하면서 뒤돌아보면, "응" 이라고 답하며 눈길을 피한다.
"......뭐?"
치카의 눈을 피하듯이 나츠오는 총총히 2층 방으로 올라가 버렸다.
"왠지 수상쩍은걸......" 설거지를 하면서 치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츠오까지 외출해버리자 치카는 히로토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 일을 둘이서 의논하기 위해서다.
오빠들 앞에서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것처럼 가장했지만, 그 일을 알고 나서부터 일주일 동안 치카는 거의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확인하기 위해서, 한 번 더 테스트해 보기도 했다.
민뽕상
P76
그러나 치카의 기도도 헛되이......임신 진단 테스트는 두 번 다 양성이었다.
"안녕. 기다렸어?"
흰 원피스를 입은 유키가 약속 장소에서 나츠오의 밴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나츠오의 격려에 힘입어 유키는 오늘 드디어 다이빙스쿨에 들어가는 것이다.
"우선 다이빙의 기본적인 규칙에 관한 교육을 받고나서 수영장에서 하는 강습이니까."
대답이 없기에 조수석을 보니 유키는 고개를 숙인 채 가슴에 손을 얹고 있다.
"왜 그래? 속이라도 안 좋은 거야? "
"왠지 긴장이 되서..."
"수영해 본 적 없으니까. 하지만 걱정 마. 내가 잘 아는 다이빙스쿨이거든. "
유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듯 했지만 아직 불안한 것 같다.
"그래. 좋았어." 빨간 신호로 차가 멈추었을 때 나츠오는 갑자기 유키쪽으로 뒤돌아봤다.
"특별히 가르쳐 줄게. 손을 내밀어봐."
시키는 대로 내민 유키의 손을 나츠오가 꽉 움켜쥔다.
유키는 순간적으로 긴장한다. 아버지와는 또 다른, 조금은 투박하고, 큰손......
히마징상
P77
""사람 人"이라는 글자를 써서 삼켜버려. 자. 삼켜."
유키는 나츠오가 손바닥에 써준 "人"이라는 글자를 시키는 대로 삼켰다.
"예전에 아버지가 가르쳐 주신거야."
그 광경이 눈에 선해 유키는 픽하고 웃는다.
"어, 믿지 않네. 그럼, 이 부적 가지고 있어. 이거면 안심이지?"
나츠오가 대쉬보드에서 꺼내준 부적을 보고 유키는 킥킥 웃기 시작했다.
"아......교통안전 부적이잖아......"
나츠오는 유키에게 힘을 주는 묘약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 무렵 치카의 방에는 히로토가 와 있었다.
"뱃속의 아기에 대해 생각해봤어?"
처음엔 둘 다 당황해서 "어떡해?"하며 당황해하기만 하고, 완전히 패닉상태이었지만, 일주일 동안 히로토도 조금은 생각을 한 것 같다.
"응, 나한테 맡겨.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볼 테니까."
"돈?"
"중절수술 비용이라는 게 10만엔정도 들어. 가장 쉬운 방법은 이 가게에서 돈을 좀 빌리는 거지만, 만약 나츠오씨한테 걸리면 위험하고 말이야......"
P78
"......낳겠다는 생각은 없겠지?"
"우리들 아직 고등학생이잖아?"
"그렇지." 동의는 했지만 치카는 조금 복잡한 표정이다.
"괜찮다니까. 내가 어떻게든 할테니까." 히로토는 치카를 안심시키듯이 가슴을 탁 친다.
1시간 반 정도 차로 달려 나츠오 일행은 목적지인 다이빙 스쿨에 도착했다.
초보인 유키는 우선 접수처에서 건네준 체크리스트를 기입한다.
......순간 어느 항목에서 유키의 펜이 주저하듯이 멈췄다.
"심장장애 유□/무□"
"왜 그래?" 나츠오가 옆에서 들여다본다.
"아니." 유키는 미소를 띄며 고개를 가로젓고는 서둘러 "무"에 체크한다.
나츠오는 이미 다이빙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키만 이론교육을 받고, 그 다음에 나츠오도 함께 수영장 교육에 출석한다.
"준비된 사람부터 수영장에 들어가서 아까 들은 설명대로 우선 레귤레이터로 호흡을 해 보세요."
잠수복으로 갈아입은 수강생들이 강사의 지시대로 실제로 장비를 장착하고 있다.
진성상
P79
"그럼 우리도 들어갈까."
그러나, 유키의 발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않는다.
"자, 수경 쓰고......왜 그래?"
어쩐지 숨이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유키는 무의식중에 자신의 심장 위에
손을 얹는다.
"역시 난......"
"여기까지 와서 무슨 소리야." 나츠오는 유키를 안심시키기 위해, 먼저 수영장으로 뛰어 들었다.
"자, 들어와. 발도 닿고, 정말 괜찮다니까. 내가 옆에 딱 붙어있을게."
......무서워. 유키는 두려움에 움츠려들고 말았다.
"나......못해......못 하겠어......"
유키의 까만 눈동자에 물기가 어리는 것을 본 나츠오의 깜짝 놀랐다.
유키는 아까부터 풀장 구석의 벤치에서 계속 고개를 숙인 채 앉아있다.
"억지로 하게해서 미안해. 지금까지 헤엄쳐본 적도 없었는데 말이야."
나츠오는 약간 당황해하며 사과했다.
강습을 마친 수강생들이 그런 두 사람을 힐끗힐끗 쳐다보면서 지나간다.
P80
"아, 별 일 아니에요......" 나츠오는 그렇게 말하고, 유키 앞에 구무리고 앉았다.
"내가 너무 억지를 부렸어. 정말 미안해. 더 이상 무리하게 시키지 않을게......옷 갈아입을까?ꡓ
나츠오가 다정하게 말을 건넬 때마다, 부끄러움과 자기혐오가 유키를 덮쳐온다.
"그게 아니야......"잘못한 건 나야. 모처럼 용기를 얻었는데도, 뛰쳐나가지 못해......
"나츠오씨 탓이 아니야......난, 어째서......"
밝게 말하려고 했지만, 그 마음과는 반대로 눈물이 툭툭 떨어진다.
"알았어. 부탁이니까 울지 마......아버지가 여자만은 울리면 안 된다고 하셨단 말이야......"
나츠오는 어쩔 줄을 몰랐다. 울고 있는 여성을 능숙하게 위로할 정도로 경험이 풍부하진 않기 때문이다.
유키를 집 근처까지 바래다주고 돌아온 나츠오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셔터를 내린 가게 안에서 펑크난 타이어 수리를 하고 있었다.
"아직 안 끝났어?" 치카가 시원한 보리차를 가져다줬다.
"땡큐. 이거 내일까지거든." 나츠오는 일손을 멈추고 잔을 받아 들었다.
"그렇구나. 그런데 오늘은 어디 갔었어?"
아사나상
P81
"잠수하러 간다고 했잖아."
"이상하네. 다른 때는 바다 냄새가 났었는데."
"바다 냄새?"
"갯내음이라던지 태양의 따뜻함이 섞인 듯한 냄새. 오빠가 바다에 다녀왔을 때면 언제나 그 냄새가 나거든. 나, 그 냄새 좋아한다."
"그래? 코 한번 좋다, 너."
"오늘은 안났어."
나츠오는 말문이 막혔다. 좋은 핑계거리가 생각나지 않아, "그만 자라."라고 하면서 치카를 가게에서 쫓아낸다.
"알았어." 가다말고 치카는 느닷없이 멈춰섰다. "오빠......"
"뭐?" 나츠오는 그새 일을 재개하고 솜씨 좋게 튜브의 구멍을 때우고 있었다.
"나......" 말하다말고, 치카는 입을 다물었다. ......역시 말할 수 없어.
"아냐. 너무 무리하지 말고. 잘 자."
"그래, 잘 자." 나츠오는 언제나 야무지게 얘기하는 누이동생의 미묘한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다녀왔습니다." 유키가 현관을 들어서자 바로 옆에 있는 부엌에서 쇼고가 저녁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서오렴. 어디 다녀왔니?"
P82
"응......전문대학 다닐 적 친구를 만났어요."
유키는 속으로 죄송해요라고 속삭이며 젖은 목욕타월과 수영복을 서둘러 세탁기에 집어넣었다.
"일요일쯤은 집에서 느긋하게 지내는 게 좋아. 일 때문에 피로도 쌓였을 텐데."
"괜찮다니까요. 검사에서도 별 문제 없었고."
"누구지? 전문대 다닐 적의 친구라니."
"아, 아빠는 모르실 거예요." 황급히 얼버무리며 "내가 할게요."라며 앞치마를 둘렀다.
"됐으니까, 너는 앉아있어."
"하지만."
"됐다니까. 내일부터 당분간 늦을 거다. 오늘밤 정도는 너와 함께 저녁식사를 할까 싶어서."
"또 사건이에요?" 그릇을 놓으며 유키는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그래. 좀 복잡하네. 이번 건은."
요즘 2인조 오토바이 날치기 사건이 잇따르고 있어, 지난번에 열린 회의에서는 범인이 고등학생 절도 그룹이라고 추정되었다.
피해자는 은행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노인이나 여성으로, 사람이 뜸한 골목길에서 이뤄진 계획적인 범행인데다가, 범인들이 얼굴 전체를 가리는 헬멧을 쓰고 있기 때문에 좀처럼 범인의 윤곽을 잡지 못하고 있다.
광속의 남자상
P83
그 사건이 설마 유키의 눈앞에서 벌어질 줄은 슈고도 유키도 상상조차 못했다.
피해자는 유키가 다니는 신용금고에 매달 연금을 찾으러오는 할머니였다.
자동인출기 사용이 서툴러, 창구에 있는 유키와는 아주 잘 아는 손님이다.
그날도 유키의 창구에서 돈을 찾아, 언제나처럼 정중하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돌아갔다.
만약, 유키가 놓고 간 인감을 돌려주려 쫓아가지 않았다면, 두 명이 탄 수상한 오토바이를 눈치 채지 못했더라면......
사건은 미수로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유키의 비명소리에 수상한 오토바이를 눈치 챈 할머니는 순간적으로 백을 움켜쥐었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는 오토바이의 기세에 눌려 할머니는 엎어져 버렸지만 2인조는 아무 짓도 안하고 그대로 굉음을 내며 가버렸다.
신고를 받은 쇼고 일행, 스기나미 중앙경찰서 소년과 형사가 곧장 현장조사를 하러 왔다.
"가까운 게임센터에 항상 드나들고 있는 고등학생들이다. 이중에 범인 같은 놈은 있니?"
P84
신용금고 응접실에서 쇼고는 몇 명의 고등학생이 찍혀있는 사진을 유키에게 내밀었다.
소파에 지점장과 유키가 나란히 앉고, 쇼고가 그들과 마주보듯이 앉아있다.
"헬멧을 쓰고 있었고,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감시 비디오 화면을 확대한 듯한 사진은 해상도가 떨어져 간신히 얼굴을 알아볼 정도다.
더구나 신용금고에 한번밖에 온 적이 없는 히로토가 찍혀 있을 줄은 유키는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
"역시 그렇군......"
"이번은 카타세군 덕에 미수로 끝난 것 같지만 차후 이런 사건에 대해 저희로서는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냉방이 되는 방임에도 불구하고, 지점장은 이마의 땀을 닦고 있다.
"이 근방의 순찰을 강화하겠습니다. 저희도 전력을 다해 수사해서 하루빨리 범인을 잡겠습니다."
"병원에 연락이 닿았습니다." 쇼고의 부하인 모리모토 형사가 방으로 들어왔다.
"어떤가? 피해자의 부상은?"
"가벼운 염좌로 끝난 것 같습니다."
"그렇군." 쇼고와 유키는 안도하며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게임센터에 몰려있던 패거리를 서로 연행한 것 같습니다."
아이프랜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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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바로 돌아가자. 바쁘신데 실례했습니다."
지점장이 방을 나서자 쇼고는 유키를 돌아보며 "근무 중인데 미안했다." 라고 말했다.
"아니예요."
"하지만, 네가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조금 안심했다."
아버지와 딸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두 사람은 서로 미소 지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들어온 경찰서의 취조실은 티비에서 본 것과 같아서 묘한 기분이었다.
"그 게임센터에는 자주 드나드는 모양이구나."
"그럼 안돼? 손님이잖아?"
쇼고에게 심문을 받고 있는 고등학생은 다름 아닌 히로토이다.
"뭐야? 그 말투는!" 젊은 모리모토가 쾅하고 책상을 내리친다.
쇼고는 조용히 모리모토를 제지하고 놀란 히로토에게 부드럽게 물었다.
"괜찮아. 범행이 일어났던 시간에 어디에 있었는지 듣고 싶을 뿐이야. 오늘 2시 전후에 뭘 하고 있었니?"
"게임센터에 있었다니까. 그래서 여기 잡혀온 거 아냐."
"쭉 거기에 있었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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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이상하군. 그 가게 종업원 말로는 도중에 없어졌다고 하던데."
히로토는 날카로운 쇼고의 시선에 순간 가슴이 철렁한다. "그랬었나?"
"시치미 떼지 마!" 모리모토가 또 히로토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난 안했어!" 히로토는 모리모토로부터 몸을 지키려는 듯이 하고 말했다.
취조를 마친 히로토가 복도에 나서자 나츠오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츠오는 아무 말 없이 앞장서서 뚱하게 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향해 걸어간다.
"일부러 와줘서 고마워요......" 참지못한 히로토가 입을 열었다.
"너 알아? 우리 가게는 나 혼자서 하고 있다고. 내가 없으면 장사가 안 된단 말이야!"
나츠오는 소리를 질렀다. 경찰서에서 전화가 와서, 본의 아니게 히로토의 신원인수를 떠맡게 된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이 오지 않았으면 했거든요." 히로토는 부친을 싫어하고 있었다.
"네가 한 짓이 아니겠지?"
"......"
"어떻지?" 거짓말인지 정말인지 확인하려는 듯이 나츠오는 히로토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다.
첫댓글 스기나미....제가 살던 곳이네요..^^;;
감사합니다.♡선생님♡
수고하셨어요..........................................모아 두니깐 보기가 훨씬 편하넹...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