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Ⅸ. 수의마패繡衣馬牌 유척鍮尺이라
1. 어사화御史花로 날개 달고
몽룡이 쉬지 않고 시서 백가百家 탐독하여
글로는 이백이요 글씨로는 왕희지王羲之라
나라의 인재를 뽑는 태평과에 나갔느니
서책을 품에 안고 과장에 나선 몽룡
동인사초 강목옥편 구종 지워 앞세우고
장중에 들어서려니 선비 중에 선비더라
현제판顯題板 앞에 서서 장중을 둘러보니
백설 같은 백목차일 보계위에 높이 치고
세백목 포장을 둘러 잡인 이목 금했으며
단상엔 양산 일산 드넓은 청홍묵개靑紅墨蓋
봉미선鳳尾扇 용기 봉기 호미창 자개창에
삼지창 언월도偃月刀 들고 엄숙하게 둘렀더라.
시위를 들라치면 병조판서 본병이요
도총관 별련군관 승사承史 각신閣臣 둘러섰고
청천익 착 군복 하니 선전관이 분명하다
선상先廂에 훈련대장 중앙에 어영대장
후상에 금군별장 총관사 별군직과
좌우의 벌려선 포장 팔십 명의 나장이라
주위를 둘러보니 억조창생 부복하고
장중의 모인 선비 일시에 숙배하니
궁중의 청아한 아악 봉황 한 쌍 날아든다.
대제학 택출하야 어제御題를 내리시고
도승지 모셔 내어 홍장紅帳 위에 높이 올려
글제를 내어 다시니 춘당춘색고금동.*
* 창경궁 에 있는 “春塘臺의 봄빛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春塘春色古今同」
글제가 넌출저서 망설이는 선비 중에
해제를 생각하는 몽룡의 가슴속엔
비단과 같은 문맥이 샘물처럼 솟아나니
시제를 펼쳐 놓고 묵상을 하던 몽룡
용지연 먹을 갈아 당황모唐黃毛 무심필을
반 중등 듬뿍 풀어서 일필휘지 선장이라.
필법도 해정楷正하고 문체도 노련하니
자자이 비점*이요 구구이 관주*로다
금세의 대재이리라 용사비등* 평사낙안*
* 批點: 詩文이 묘하게 된 곳의 옆에 붉은 점을 찍는 것.
* 貫珠: 詩文이 잘된 곳의 옆에 붉은 동그라미를 치는 것.
* 龍蛇飛騰: 龍이 날아오르듯 힘이 있고 웅장한 筆勢.
* 平沙落雁: 기러기가 모래 벌에 가볍게 날아와 앉는 것 같이 가볍고 빠른 筆力.
상지상 등을 매겨 어전에 탁봉한 후
금방金榜에 하였으되 장원급제 이몽룡
방을 든 정원政院사령이 과장 앞에 나서느니
청천익靑天翼 높이 들고 긴소매 활개 치며
장원봉壯元奉 연못가에 선뜻 걸어 나시면서
이준상 자제 이몽룡 호기 있게 부르더라.
장중이 뒤집히며 춘당대春塘臺 떠나는 듯
선풍도골 이몽룡은 옷맵시를 매무시고
선 거름 썩 나서시니 정원사령 부액하지
어전에 사 배 한 후 어주御酒 삼 배 드시었고
장원급제 휘장 아래 신래진퇴 하실 적에
머리에 어사화 꽂고 앵삼鶯衫 위에 학대로다
풍악을 울리면서 누하문樓下門을 나시는데
천금준마 안장 위에 위엄 있게 높이 앉아
장안의 대로상으로 호기 있게 납시느니
홍개*가 앞을 서니 금의 화동 늘어서고
옥적玉笛을 비켜드니 어깨춤이 절로 나지
수많은 선비들 앞에 당당하게 나시더라.
* 紅蓋: 科擧의 文科壯元이 遊街할 때, 앞세우고 다니던 붉은 실로 짠 儀仗의 한 가지
도승지 입대 하에 전하께 숙배하니
전하가 친히 불러 봉서 한 벌 내리시며
장원을 어여삐 여겨 전라어사 제수한다.
평생의 소원하던 수의 마패 유척*이라
전하께 수명하고 사은숙배 하직한 후
본댁에 나시는 풍채 심산맹호 이 아니랴
* 鍮尺: 檢屍를 하는 등, 여러 가지 公務에 쓰던 놋쇠로 만든 자.
사당에 고하시니 바쁜 게 마음이라
청파역 말을 타고 서리 중방 역졸들과
남대문 밖에 나시어 길을 잡고 내닫는다.
배다리 밥전거리 한숨에 지쳐 나가
동작나루 남태령을 한걸음에 넘어서서
과천읍 중화하신 뒤 사그내에 숙소하고
대황교 떡전거리 진 개울에 중화한 후
성환역 밤새우고 천안읍을 돌아 나와
삼거리 도리터 지나 공주 금강 건너서니
새벽에 서리 중방 역졸에게 분부하되
여산은 전라도라 막중국사 거행함에
추호의 불명한 언동 죽음만이 있으리라.
서리를 불러 놓고 추상같이 분부하되
진산 금산 무주 용택 진안 장수 운봉 구례
팔 읍을 순행하고서 남원부에 대령하고
중방과 너희들은 우도로 돌아들어
김제 부안 고창 태인 정읍 장성 영광 함평
골고루 순행한 후에 남원 민정 살필 거며
종사는 익산 광주 화순 영광 순천 등의
나머지 고을들을 말을 타고 순행하되
보름날 오시 정각에 남원골에 집결하라.
제각기 정한 임무 분발해 보내신 후
행장을 차리시니 그 모양이 가관이라
사람의 눈을 속이랴 온갖 꾀를 다 썼구나
헌 파립破笠 눌렀으되 초사草紗 갓끈 달아매고
당만 남은 헌 망건에 갑풀 관자* 노끈이라
헌 도복 무명 실띠를 흉중에 둘렀느니
* 갑풀 貫子: 아교를 녹여서 만든 망건.
다 해진 헌 부채에 솔방울 선초扇貂 달아
일광을 가리면서 길을 가려 나리시니
거지도 상거진 거라 짖던 개도 뒤를 싸는
숩정이 공북루에 서문을 얼른 지나
남문에 올라서서 산천경개 둘러보니
전라도 서호 강남의 절승 경처 예 아니랴
승지를 구경하며 암행하야 나려올 제
각 읍의 수령들이 어사 났단 소문 듣고
민정을 가다듬자니 하인인들 편하겠나?
육방이 실혼失魂하고 공사 회계 형방 서기
눈치를 살피면서 도망 차로 신발하니
수다한 각 청 두목이 넋을 잃고 돌아간다.
2. 천심 녹인 민심을 파고드니
전주에 접어드니 때마침 농절이라
들녘의 농부들은 농사일로 분망하나
농부가 드높은 속에 남원부사 탄원이라
어여로 상사뒤요 천리건곤 태평시에
도덕 높은 우리 성군 강구연월 문聞 동요라
순임금 높은 성덕을 본받아 행하시네.
역산에 밭을 갈고 앞들에 논을 일궈
신농神農씨 내신 땅을 천추만대 유전하니
높고도 높으신 성덕 우리 전하 어진 정사
하우씨 어진 임금 구 년 홍수 다스리고
은왕성탕 임금님들 태한 칠년 당하시니
이 농사 지어내어서 우리 성군 공세하리
마지막 남은 곡식 정성껏 거두어서
앙사仰事부모 아니하며 하육下育처자 아니할까
올해도 풍년이어라 어허 달구 상사뒤요
신농씨 좋은 쟁기 좋은 소로 깊이 갈아
남전북답 기경하여 함포고복含哺鼓腹 하려하니
후직后稷의 본을 받들어 오곡백화 가꾸리라.
사시를 짐작하니 유신唯信한게 백초百草로다
청운공명* 좋은 호강 이 업을 당할 소냐?
농자는 천하지대본 자손만대 물려가세
* 靑雲功名: 높은 벼슬. 史記 笵睢蔡澤列傳에 “나(須賈)는 자네가 능히 높은 자리에 오르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네.”「賈不意 君能自致於靑雲之上」
남원부 신관 사또 변가란 바람둥이
구관댁 자제하고 백년가약 지키려는
춘향을 수청 들라며 형틀 위에 매어달까
사또 생일 잔치상에 춘향을 올린다니
무도한 관장이나 거스를 수 없음이라
불쌍한 우리 춘향을 살려낼 길 바이없네.
한참을 이러할 제 어사또 주령 짚고
이만큼 비켜서서 농부가를 듣다 보니
춘향의 비참한 소식 가슴속을 저미더라.
또 한편 바라보니 노인들 몇이 모여
등걸 밭 일구면서 흥취를 돋우는데
양손에 쇠스랑 들고 백발가를 부르느니
여보게 등상 가세 상제님전 등상 가세
늙은 사람 죽지 않고 젊은 사람 늙지 않게
상제님 편전에 들어 축수하며 빌어 보세
원수에 원수로다 백발이 원수로다
도끼 들고 가시 풀어 오는 백발 막아서야
저만치 몰아낸 다음 가는 홍안 당겨 보세
청사靑絲로 결전結縳하야 단단히 졸라매도
귀밑에 살 잡히고 검은머리 백발 되니
살같이 나는 세월에 조여청사 모성설*
* 李白의 將進酒辭에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대청마루 높이 걸린 거울에 비친 이 서글픈 백발을, 아침엔 푸른 실 같던 것이 저녁엔 흰 눈 같이 세었으니.”「又不見高堂明鏡悲白髮 朝如靑絲暮成雪」
소년에 깊은 행락 이 아니 광음인가
오추마烏騅馬 잡아타고 팔도강산 달리면서
명산에 대천을 찾아 좋은 구경하여 보세
일세의 절대가인 품에 안고 놀고 지고
화조월석 사시가경 눈이 멀고 귀가 잠겨
보지도 듣지도 못하니 꿈도 꾸지 못하리라
슬프다 우리 벗님 어디로 가다던가
구추단풍 잎 진 듯이 새벽하늘 별 진 듯이
팔팔에 쓰러지다니 가는 곳이 어디라던.
일하던 손을 털고 한 농부 썩 나서며
담배나 피우면서 쉬엄쉬엄 하여 보세
어여로 가래질이야 우리 인생 일장춘몽
갈멍덕 눌러쓰고 둔덕에 나오면서
담뱃대 넌짓 들어 꽁무니를 더듬더니
쌈지 속 담배를 내어 한 대 피워 무는구나
놋쇠로 빚어 만든 대꼬바리 넘치도록
침 뱉어 비비면서 단단히 메워들고
불붙여 입에 물더니 맛나게도 빨아댄다.
어사또 반말하기 이력이 났는지라
저 농부 말을 한번 들어보면 좋겠는데
무슨 말 어려워 말고 무어든지 물어보게
남원의 춘향이가 본관에 수청 들어
뇌물을 받아먹고 사또 눈을 어지럽혀
원성이 자자하다니 그 말이 사실일시.
그 농부 열을 내며 거기가 어디 삽니
눈 콩알 귀 꿩알은 개구멍에 처박았나?
춘향이 수청 들라고 매질하여 가뒀거늘
창가娼家에 그런 열녀 세상에 없으리라
옥결 같은 춘향 몸에 자네 같은 동냥치가
눈길을 지치다가는 빌어 먹도 못할 걸세
한양에 가버린 놈 도령인지 도둑인지
그 놈에 견자犬子 새끼 일거 후에 소식 없어
그러니 벼슬은커녕 오입질도 못할 거라.
그 그게 무슨 말을 뉘 말을 그리 한다
아무리 이몽룡이 모질다고 하더라도
양반의 굳은 언약을 저버리진 않을 걸세.
자네도 양반이라 내 말이 거슬리나
알량한 도령 놈이 자네같이 되었던가?
자네가 철없이 구니 화가 나서 한 말이네.
수작을 파하고서 어사또 돌아서며
이거 참 망신일라 영감님들 일을 보소
하직 후 길을 들려니 두 눈앞이 절벽일라.
3. 광한루에 올랐건만
죽장竹杖에 몸을 싫고 시조 절반 사설 절반
오늘이 열나흘에 한양 길 천리 원정遠程
걸어서 가려고 하면 몇 날이나 걸리려나?
저해가 기울도록 이리도 못 가다니
전주로 먹은 술이 발목을 잡는 거나
여산의 따뜻한 밤을 안아보려 하였건만
날틀에 앉아 가든 나귀등에 걸어가든
한양 땅 천리 길을 편히 갈 수 없으려나?
두 발로 운행하자니 발이 절여 못 갈레라.
한양을 가리라고 자청은 하였다만
천리 길 문턱에서 발병부터 나단 말이
차라리 꿈속에 들면 용을 볼 수 있을 것을
구름에 실어 볼까 바람에 날려 볼까
시급한 이 사연을 도령님께 전하려면
춘향의 뇌파를 지어 띄워봄이 좋으련만
조자룡 월강하던 청총마靑驄馬 빌어 타면
저해가 지기 전에 삼청동에 닿으련만
불쌍한 춘향 아기씨 도령님을 만나 볼까
옥중에 갇혔으되 명재경각 기약 없고
도령님 올라간 뒤 소식조차 돈절하니
양반의 도리로 보면 그럴 수는 없으리라.
어사또 그 말 듣고 거기가 어디 있나
여기 있소 왜 그러오? 남원에서 여기 왔소.
어디를 어떻게 가니 내게 좀 일러주랴.
아기씨 편지 갖고 구관댁에 갑니다만
그 편지 내게 잠깐 보여 주지 못하겠나?
그 양반 철딱서니하군 구긴 거요 구린 거요?
아 글씨 들어 보소 생면부지 초면으로
남의 편지 보자 하니 이게 어디 될 말이요
하물며 남의 내간內簡을 보자 할 수 있답디까?
행인이 임발우개봉*이란 옛말이 있다는데
좀 본들 어떠하랴 문자 쓰며 청을 하니
편지를 내어주면서 얼른 보고 달라더라.
* 張籍의 秋思詩에 “洛陽城에 가을이 깊어서 집으로 편지를 쓰려하니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더라. 급히 쓰느라 할 말을 다하지 못했을까 두려워 편지를 전할 사람이 떠나기 전에 또 편지를 열어보았다.”「洛陽城裏見秋風 欲作家書意萬重 復恐怱怱說不盡 行人臨發又開封」
몰골은 흉악해도 문자 속이 기특하여
편지를 주어 놓고 자상히 살피려니
행색은 거지같으나 양반 태가 나는 거라.
편지를 건네주는 노마를 노려보며
아무리 변장하고 모르는 체 하였기로
제 놈이 몰라본다면 춘향인들 알아볼까?
“일차로 이별한 후 성식聲息이 적조하여
주야로 그렸건만 일장 수서手書 없사오니
서방님 옥체강령하신지 원절복모 하옵네다.
천첩은 장대뢰상 명재경각 기약 없고
사경에 혼비 황능지묘 출몰귀관*하였느니
첩신이 수유雖有만사나 단지 열불갱 이부여라
*. 魂이 鬼門關에 出沒함. 귀문관은 중국 廣西에 있는 關門으로 이곳에 한 번 들어가면 살아 나오기 어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임.
소첩의 생사여탈 신관 손에 매어있고
노모의 설은 형상 부지해경不知奚境이오니
서방님 심량하옵고 우리 모녀 살리소서.”
글마다 평사낙안 기러기 격으로서
그저 툭툭 찍은 것이 모두 다 애고哀苦로다
두 눈에 눈물이 고여 방울방울 떨어진다.
노마가 달려들며 남의 일에 왜 우시오?
아무리 남의 내간 편지라 할지라도
서러운 사연을 보니 눈물이 나는구나.
그렇게 인정 쓰다 남의 편지 눈물 젖어
얼룩지고 찢어지면 나는 어찌 하랍니까
그 편지 한 장 값으로 열엿 냥만 물어내오.
여봐라 이몽룡이 죽마고우 친구로서
하향遐鄕에 볼일 있어 둘이 함께 내려오다
완영完營에 잠깐 들려서 남원으로 갈 것이라
몽룡이 볼일이란 춘향을 보려는 것
내일 낮 남원에서 나와 함께 만날 터니
머나먼 한양 땅까지 갈 일이 있겠느냐
노마가 반색하다 서울이 저 건너요
갑자기 달려들어 편지를 뺏으려고
어사또 도포자락을 잡아끌며 매달린다.
세명주 가는 전대 허리에 둘러 있고
제기와 같은 것이 손끝에 잡히는데
온몸에 뇌전雷電과 같은 찬바람이 일어나니
이것이 무엇이요 어디서 나신 거요
눈치로 짚어보니 마패馬牌임이 분명하다
아 불사不死 어사또 앞에 대죄를 지었구나.
그제사 벌벌 떨며 자세히 살펴보니
꿈속에 그려보던 서방님이 아니던가?
황급히 땅에 엎드려 문안부터 올리느니
어사또 서방님께 노마가 문안이요
그간의 아씨 고생 말로써 다하리까?
이제는 살아나셨네! 우리 아씨 살아나.
어사또 정색하며 노마를 꿇린 다음
이놈아! 입 다물고 말조심 못 하겠냐
천기를 누설했다간 생명 부지 못하리라
단단히 당부하고 남원으로 들어갈 제
박석博石재 올라서서 사면경치 둘러보니
산천은 의구하거나 세속 인사 천변만천
동문 밖 선원사는 야반 종성 듣던 터요
좌편에 교룡산성 우편에는 영주고개
광한루 잘 있었느냐 오작교도 반갑구나.
객사의 푸른 버들 나귀 매고 놀던 터요
청운낙수* 맑은 물은 내 발 씻던 청계수며
녹수의 드넓은 대로 왕래하든 옛 길이라
* 宋之問의 早發韶州詩에 “綠樹는 秦나라 서울로 가는 길이요. 靑雲은 洛水를 건너는 다리니라.”「綠樹秦京道 靑雲洛水橋」
오작교 다리 밑에 빨래하는 아낙들은
계집아이 섞여 앉아 말 아시기 바쁜 터라
입방아 소리 높으니 보리라도 능구는 듯
불쌍코 불쌍터라 춘향이가 불쌍해
모지고 모질구나 우리 사또 모질어
춘향이 절개를 꺾고 겁탈하려 하였다니
옹골찬 춘향마음 죽음인들 헤아릴까
절개로 뭉친 몸이 곤장 아래 풀어질까
이 도령 내려온다고 구해낼 길 있을 게나
싸잡아 공론하며 빨래하는 모양이라
진채봉 계섬월과 백능파도 아니거늘
점잖은 어사또께서 뉘를 보자 앉았으랴.
어사또 누에 올라 자상히 살펴볼 제
석양은 재서하고 숙조宿鳥는 투림投林하니
춘향이 놀던 모습이 어제 본 듯 간절하다
저 건너 양류목은 우리 춘향 그네 매고
오락가락 놀던 양을 그려본 듯 반겨주나
버들잎 푸른 숲속엔 까마귀만 날아드니
옛일을 생각하면 한없이 반가우나
인사변천 헤아리니 감개 또한 무량하다
춘향이 고생하는데 구경하여 무엇 하랴
동헌 앞 개울가에 옥문을 바라보니
춘향이 불쌍하고 가련하여 못 살리라
어사또 울분을 참고 처갓집을 찾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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