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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소풍과 할배소풍
오 종 락
소풍하면 우리들은 봄소풍을 먼저 떠올리지만 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은 봄소풍과 더불어 가을소풍도 다녀온 것으로 기억한다. 소풍도 경제사정이 좋아지고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사람들의 취향과 연령대에 따라 다양한 소풍 컨셉트를 보여 주며 색다른 느낌을 우리들에게 선물하는 것 같다.
어린시절 팔공산 자락에서 태어나 자란 나는 초등학교 시절 소풍은 1,2학년 때는 주로 학교에서 가까운 학교 뒷동산으로 소풍을 가서 재미있게 놀았던 것 같고, 점차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학교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북지장사, 동화사, 팔공산기슭, 부인사로 1시간가량 걸어서 소풍을 떠난 기억이 아련한 추억으로 떠오른다. 그 당시에는 봄철에는 봄소풍, 단풍철에는 가을소풍을 떠났으며 가을소풍날 단풍잎을 방석삼아 둘러 모여앉아 수건돌리기 놀이를 한후 도시락을 맛있게 먹었던 추억, 오후 기다리던 보물찾기 시간에는 마른단풍잎 속에 숨겨진 보물찾기 2등쪽지를 찾아낸후 동무들에게 자랑하며 우쭐되던 일이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내 뇌리에 자리 잡고 있다. 6학년 때는 가을소풍 대신에 주로 서울이나 부산, 남해 등 먼 곳으로 수학여행을 떠나곤 했는데 우리 급우들은 저녁 완행열차를 타고 서울로 수학여행을 떠났는데 밤새도록 달려 새벽녘에 서울역에 도착하여 난생 처음 전철도 타보고 남산케이블카를 타고 남산에 올라 서울의 전경도 구경하며 기념사진도 찍고 신나게 놀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초등학교 꼬마시절 소풍은 가장 가슴이 설레는 큰 행사의 하나임은 분명했다. 그 당시는 시골에서 자라면서 학교에만 열심히 왔다 갔다 했을 뿐 그 외 시간은 부모님의 잔심부름이나 농사의 일손을 돕는 것이 대부분 일과였기 때문에 가족들이나 동무들과 멀리 놀러 간다는 생각은 아예 꿈도 못꾸었던 그런 시절이라서 학급동무들이랑 소풍놀이 가는 일은 몹시도 가슴 설레고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소풍의 즐거움을 더욱 크게 느끼게 했던 일은 어머니와 누님이 정성껏 준비해 준 맛있는 도시락과 소풍간식을 먹는 즐거움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도시락에는 평소에 먹지 못하던 색다른 반찬(삶은계란, 멸치볶음 등)이 들어 있었고, 보자기에는 운동회나 큰 행사 때가 아니면 맛볼 수 없었던 삶은 고구마와 군밤 등이 들어 있어 가까운 동무들이랑 나누어 맛있게 먹을 생각만 해도 신바람이 났던 것 같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몇 푼 주신 용돈으로 눈깔사탕, 빙과류(아이스케키), 사이다, 과자 등을 싸서 먹을 생각에 몹시도 가슴 설레이는 전날 밤을 보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소풍놀이는 세대를 초월하여 각기 색다른 감흥을 주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꼬마시절이나 중.고등학교시절, 대학교시절, 직장에서 해마다 떠났던 야유회 형식의 소풍놀이 등 하나같이 나의 마음을 설레게 했고 기분을 한층 업그레이드 해주어 생활에 활력소가 되었던 것 같다.
시인 천상병은 ‘귀천(歸天)’ 이란 시에서 사람의 한평생을 통털어 지구에 소풍놀이 온 것으로 비유하여 표현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고달픈 인생살이 모든 여정이 어찌 소풍놀이처럼 즐겁기만 하겠는가. 그러나 소풍은 우리 인생살이의 중요한 한부분을 장식하고 삶의 청량제(淸涼劑)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어떤 시인은 인생살이가 즐겁기 위해서는 5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첫째로는 눈이 즐거워야 하고, 둘째로는 입이 즐거워야 하고, 셋째로는 귀가 즐거워야 하고, 넷째로는 몸이 즐거워야 하고, 다섯째로는 마음이 즐거워야 한다고 설파하고 있다.
위의 5가지 요소 중 첫 번째와 다섯 번째 요소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풍놀이가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눈이 즐거우려면 좋은 경치와 아름다운 꽃이 피어있는 장소로 소풍놀이를 가야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자연속에서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은 자연히 동화되어 즐거워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 우리내외가 장모님을 모시고 먼 곳으로 소풍을 다녀온 적이 있다. 허리 디스크 등 관절이 약하셔서 몹시 걱정스러워 같이 가실 수 있겠느냐며 몇 번이나 여쭈어 보아도 한사코 “괜찮네, 걱정하지 말게” 하셨다. 나중에 소풍을 다녀온 후 안 일이지만 온몸에 파스를 부치고 소풍길에 따라 나셨으면서도 아프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으셨다. 아내가 속상해 하며 엄마는 아프시면 이야기 하시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시고 무리하셨느냐고 하자, “아프다고 하면 걱정해서 같이 가지 않을 것 같아서 아무 소리도 안했어" 하신다”. 아하! 아픈 것까지 숨기시고 딸내외와 소풍놀이에 함께하고 싶어 하셨던 장모님의 심정을 헤아려 보니 소풍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노년에 갈수록 소풍이 한층 더 필요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할배, 할매들의 소풍놀이가 한층 신바람 나고 더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노년의 할배, 할매들은 소풍 갈 기회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으며 젊은시절은 경제사정이 어려워 소풍다운 소풍도 제대로 한번 느껴 보시지 못한채 오로지 가족들과 국가를 위해 열심히 일만 하시다가 노년을 맞이한 분들이 많은 세대들이기 때문이다.
소풍놀이 가운데서도 할배, 할매들의 소풍놀이가 가장 클라이막스 단계라고 생각한다. 이 분들의 소풍은 단순히 즐기는 소풍놀이만이 아니라 세월의 초침시계 소리가 점점 약해지는 시간에 떠나는 만년(晩年)의 소풍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배, 할매들의 소풍놀이가 새삼 중요함을 강조하고 싶어진다. 소풍놀이로 즐거운 노년의 삶을 만끽하시다가 지구라는 별자리의 소풍놀이를 아름답게 마무리 하시도록 응원하고 쉽다. 인간은 누구나 지구의 소풍놀이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소풍이라는 인생살이의 영양제를 적절히 잘 복용하여 생활에 활력소가 되도록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삶의 지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 모두 삶에 지친 인생살이 잠시 홀가분히 내려놓고 봄소풍 한번 떠나 보도록 권유하고 싶어지는 주말 저녁 밤은 자꾸 깊어만 가고 있다.
2015. 4. 10. [2]
첫댓글 노년기에 들수록 더 자주 소풍을 가야된다는 님의 견해에 공감합니다. 소풍이 삶의 활력소가 된다면 칠팔십대에 있는 분들에게 소풍갈 기회를 자주드려야 할 것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몸 움직임이 더 부자연스럽고 귀찮아 하시더라도 친구들과 가끔 야유회를 갈 수 있도록 젊은 세대들이 적극 주선을 해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공감의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노노케어의 정신으로 아직 좀 젊은 사람들이 어르신들의 심정을 헤아려야 할 세태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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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댓글 감사드립니다. 도서관 같은 어르신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가치를 인정하는 세상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소풍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즐거운 추억거리입니다. 요새는 소풍보다 여행이 주류인 것 같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본다는 의미가 클 것입니다. 소풍이 삶의 영양제이며 기력회복의 수단이란 얘기에 깊히 공감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공감의 글 남겨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노년의 삶에 있어서는 소풍이나 여행 모두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 같습니다.
생활이 어려운 기초생활 대상 어러신들은 가까운 곳에라도 여행을 시켜드려야 하는데 아직 정부에서 지원 못하고 있습니다. 최저 생계비 수준입니다. 정책입안 하시는 분들이 현실을 직시할 사항이라 생각됩니다 .잘 읽었습니다.
보현님! 현실적인 공감의 의견 남겨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할배,할매의 소풍에 공감합니다.
공감의 댓글 남겨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한 평생 소풍의 길을 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남은 소풍도 뜻있는 소풍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
단장님! 감사드립니다. 단장님은 휼륭한 일을 많이 하고 계시니까 가장 보람되고 알찬 인생소풍을 하시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