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계획은,
북한산을 즐기는 것이었으나...
게으른 관계로,
북한산은 고사하고,
관악산도 겨우겨우 다녀왔는데...
산행을 망설였던 이유는,
눈이 많이 온다고 해서,
같이 갈 사람이 있으면,
일행과 함께하기 위해 머뭇거렸는데...
결국,
눈 오는 날에는,
산행을 하지 않는다고 하여,
홀로 집을 나었습니다.
집을 나설 때까지만 해도,
하늘에서는 눈이 펑펑 내렸는데...
관악산 입구에 도착하니,
지척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눈이 내렸고...
덕분에,
좋은 상행이 될 거라 확신하면서,
연주대 정상으로 올라갔고...
참고로,
눈이 온다고 해서,
아이젠도 챙기고 스패치도 챙겼는데...
눈 내리는 개울에는,
청둥오리 한 쌍이 여유롭게 즐기고 있고...
이 녀석들은,
추운 겨울에는 한국을 떠나고,
봄부터 가을까지 사는 철새들인데...
어찌 된 영문인지,
눈비가 내리는 도심에서,
월동을 하고 있고...
갈수록 쌓인 눈은,
나무와 냇가에 제법 많이 쌓였고...
덕분에,
좋은 산행을 할 걸로 생각하며,
부지런히 산을 올랐는데...
결과는,
눈 내리는 겨울에,
비에 홀딱 젖어서 오들오들 떨었고...
연주대로 가는 갈림길에 있는,
조그만 오두막에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나도,
산행을 멈추고,
여기에서 비를 피했어야 했는데...
비와 눈이 섞인,
진눈깨비를 맞으며,
생각 없이 연주대로 올랐고...
오전 10시에 출발했는데,
함박눈은 30분 남짓 내리더니,
진눈깨비로 변한 눈발이 계속되고...
덕분에,
등산로의 눈도 녹아내리지만...
우산도 없고,
우비도 없는 나는,
빗줄기가 몸으로 서서히 스며들었고...
조망하기 좋은 곳에서,
주변을 살피기 위하여,
잠시 머물렀는데...
도심을 감싸는,
자욱한 안개지역은 비가 내려도,
산 정상에는 눈이 오는 보습을 보며,
계속 산으로 올랐는데...
진눈깨비로 인해 축축한 몸에,
눈이 녹아내리면서,
옷이며 장갑은,
물이 줄줄 흘러내렸고...
지나가던 토끼도,
그런 꼴로 산을 오르면,
건강에 해가 된다며,
바로 산을 내려가라고 했는데...
날이 점차 개면서,
눈도 잦아들길래,
걱정 말라며 정상으로 올랐는데...
결국은,
혹독한 추위로 인해,
정말 어려운 산행을 했고...
여기는,
자운암 능선의,
태극기가 있는 깃대봉 근처인데...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포근했던 날씨가,
점차 차갑게 변해가고...
더구나,
진눈깨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등산로에는 얼음이 가득했고...
잠시 주춤하던 눈발은,
차가운 바람과 함께,
점점 거칠어지고...
겉옷뿐만 아니라,
속옷까지 몽땅 젖은 상태임으로,
내려가든 정상으로 올라가든 매일반이라서,
그냥 올라가기로 했고...
나이도 많고,
관악산 경험도 풍부한 소나무가,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말라며 말렸는데...
소나무의 조언을 듣고서,
주변을 둘러보니,
아직은 큰 어려움이 없을 듯했고...
그래도,
소나무의 조언이라서,
주변을 세세하게 살폈는데...
도심을 삼켜버린 구름이,
어떤 만행을 저지를지 모른 채,
구름을 만만하게 생각했는데...
뿐만 아니라,
정상이 지척인데,
저길 포기하고 내려가기가 그랬고...
그래서,
소나무의 의견을 무시하고,
무작정 정상으로 올랐는데...
결과는,
정상에서 즐기는 눈은 즐거웠으나,
그걸 뺀 모든 것은 악몽이었고...
조금 전 올라온,
토끼 능선(자운암 능선)에는,
밀려드는 구름과 함께,
눈보라가 매섭게 휘몰아치고...
이런 상황을 예견하고,
소나무는 날 말렸는데...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정상으로 가는 도중,
엄청난 눈보라를 만났고...
눈보라를 피해서,
후다닥 정상으로 가는데...
여기저기 소나무에는,
천천히 눈꽃이 피려 하네요.
물론,
소나무뿐만 아니라,
내 외투와 머리카락까지...
드디어,
어렵사리 정상에 도착을...
그런데,
정상 부근은,
이미 눈꽃이 만발했고...
젖은 옷으로 인해,
살이 오돌오돌 떨리지만,
잠시동안 눈꽃 구경을 했는데...
추위와 더불어,
꿉꿉한 복장으로 인해,
서있는 것도 고통이고...
이로 인해,
10분은 고사하고,
3분도 견디지 못하고,
바로 산을 내려갑니다.
그런데,
정상에는 눈과 눈꽃이 계속 피고 있고...
부들부들 떨면서,
연주암 응징전을 들려보려 했는데...
눈이 많이 와서,
들러 보지도 못한 채,
바위 능선을 넘어왔고...
덕분에,
연주대 정상에 내 발자국을...
하산길은,
사당역 방향으로...
그런데,
사람의 왕래도 적고,
눈꽃은 계속 피다 보니,
바위는 이런 모습으로 변했고...
행여,
미끄러워 넘어질까 봐,
조심조심해서 지났고...
겨울에 눈이 내리면,
대부분 날은 포근한 편인데...
눈보라가 몰아치면서,
날이 추운 경우는 흔치 않지만,
당시 연주대는 그런 날씨였고...
암튼,
엄청 춥지만,
얼어버린 손을,
호호 불면서 사진 한 장 남겼고...
이런 날씨에도,
산을 오르는 사람이 간간히...
나처럼,
얼어가는 생쥐가 아니라,
복장을 단단히 갖춘 사람이라,
엄청 부럽기만 했고...
암튼,
오들오들 떨면서도,
할 짓은 다한 듯... ㅎㅎ
예전에는,
이 바위를 타고서,
정상으로 올랐는데...
이렇게 눈이라도 오면,
어쩔 줄 몰라했던,
몇 해 전 추억이 생각나네요.
물론,
지금도,
이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 것이,
쉽거나 편안하지는 않지만...
연주대 바람골에는,
나무줄기와 가지가,
점차 흰색으로 변해가고...
나무에,
눈이 쌓이는 것이 아니라,
줄기에 얼음이 맺히는 것을 보니,
벌써 눈꽃이 제법 피었고...
내가 처한 상황이,
조금만 양호했다면,
여기서 한 시간은 더 놀았을 수도... ㅎㅎ
지척이 연주대인데,
휘날리는 눈발로 인해,
벌써 희뿌연 모습으로...
더구나,
바위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거센 눈보라로 인해,
푸른색을 버리고 있고...
암튼,
내려가기 싫은데,
몰골이 말이 아니라 억지로 하산을... ㅠ.ㅠ
휘날리는 눈발이,
장난이 아니네요!!!
이런 날씨를 예상했다면,
준비를 단단히 했을 텐데...
암튼,
이런 눈발은,
정말 오랜만에 만났고...
제법 내려왔는데,
산속은 점차 안개가 자욱하고...
안개 분 아니라,
분보라까지 더해서,
으스스한 분위기로 변해가는데...
내 몸은,
분위기와 무관하게,
추워서 후들후들... ㅠ.ㅠ
평소에는,
조그만 소나무에게,
눈길 한번 준 적이 없는데...
볼품없는 소나무도,
눈과 눈꽃이 피니,
그럴싸해 보이고... ㅎㅎ
암튼,
눈발이 휘날리는 관악산에서,
색다른 관악산을 즐기며...
키는 작지만,
오래된 소나무에,
눈이 소복이 쌓이고...
여기를 수 없이 지났지만,
이 모습을 보니,
관악이 아니라 설악에 온 듯한...
산의 험준함이 아닌,
눈이 만들어준 풍경은,
진심 좋았고...
내려가는 길은,
점차 순백의 모습으로...
덕분에,
미끄덩 걸리기는 했지만,
나름 행복한 산행을...
그런데,
저녁 약속이 있어서,
산에서 이러고 있으면 안 되는데... ㅠ.ㅠ
눈을 즐기려고,
부지런히 둘러보지만...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어째튼,
부지런히 눈요기하면서,
발길은 파주로...
12시가 지나는데,
눈은 그칠 줄 모르고...
덕분에,
속옷까지 몽땅 젖은 상태로,
파주까지 가려고 하는데...
이놈의 눈은,
자꾸만 발길을 붙잡네요.
에고고,
이 나무마저 나를 힘들게 하고...
왜냐하면,
땀과 몸에서 녹아내린 눈이,
한기를 느끼게 하는데...
색다른 모습으로,
철없이 웃으며 반겨주니,
잠시 머물면서 안부를 전해야 했고...
갈 길은 멀고,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는데...
눈은 그칠 줄 모르고,
경치도 계속 새로운 모습으로...
지하철까지,
다름질이라도 쳐야 하는데
발길은 더디기만...
눈이 내리면,
날이 춥지 않은데...
이날은,
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제법 쌀쌀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진 모습을 기억하려고,
장갑을 수없이 벗었고...
젖어버린,
아니 물이 흐르는 장갑은,
아예 가방 속으로...
손은 조금 시려워도,
멋진 모습은 부지런히 담아보는데...
이제는,
파주까지 가는,
시간이 문제이고...
아직도,
갈 길은 바쁜데...
하얀 눈은,
세상을 바꾸어 놓았고...
덕분에,
고생은 하지만,
호사도 누렸네요.
도심이 가까워지니,
눈의 양은 현저하게 적어지고...
역시,
사람이 많으니,
눈도 도시를 싫어하는 듯...
암튼,
시간에 쫓기면서,
부지런히 내려왔고...
행여나,
도심이 보일까 하는 생각에,
국기봉을 찾았는데...
역시나,
구름에 감춰진 도심은,
눈을 씻고 둘러봐도 보이지 않고...
암튼,
한시가 조금 지나서,
사당역 부근에 도착했는데...
남현동 산책로에는,
모든 소나무가,
크리스마스 트리로 변했고...
당시는,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일주일쯤 됐을 때인데...
순록은 아니어도,
조그만 염소라도,
숲에서 불쑥 나올 듯한 모습이었고... ㅎㅎ
이제는,
눈이 땅에 닿는 순간,
바로 녹아버리고...
덕분에,
발에 달린 쇠사슬을 풀었더니,
발걸음은 조금 가벼워졌고...
그래도,
물을 가득 머금은 내 옷은,
어쩔 도리가 없었네요!!
1시가 조금 넘어서,
지하철에 들어왔는데...
물이 줄줄 흘러서,
기차를 탈 수가 없었고...
그래서,
화장실에 틀어 박혀서,
30분 남짓 옷을 털고 있었고!!!
이렇게,
따끈한 모닥불만 있었다면,
모든 것이 한방에 해결 됐는데...
암튼,
눈 오는 날,
연주대에서 날궂이는 제대로 했고...
어째튼,
옷에 물기를 털고서,
1시간 30분을 달려서 파주까지 갔습니다.
추위를 녹인다는 이유로,
소주 한 잔에 안주는 맥주로...
결국,
술이 떡이 돼서는,
정신이 해롱해롱...
암튼,
멀리까지 찾아가서,
뭘 먹었는지도 몰랐고... ㅠ.ㅠ
남들은,
이런 멋진 곳에 찾아와서,
조용하게 연말을 보냈는데...
나는,
콘서트는 고사하고,
술에 꽐라가 돼서는,
정신줄을 놓고 살았네요.
그나마,
머나먼 길을 헤매지 않고,
집까지 한 번에 찾아왔다는 것... ㅎㅎ
누군가,
이쁜 눈사람을 만들었는데...
요즘은,
오리가 대인 듯...
암튼,
내 흐릿한 기억 속에는,
대방어가 헤엄쳐 다녔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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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을러서,
이제야 연말 모임 사진을...
그래도,
게으른 날,
잊지 않고 찾아주니,
너무나 고마웠고...
다음에는,
산을 버릴 수 없으니,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으로...
암튼,
대방어 꿈을 꾸면서,
한해를 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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