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순례자/ 김영미
밤하늘은 별들의 주유소다
나는 신생의 별들과 함께 먼 길을 떠나기 위해
몇 개의 성좌를 희미한 여행지로 지목하며
바코드를 찍는다
떠나도 떠나도 보이지 않는 세계
곧은 의식으로 잡히지 않는 거리
나 오래전에도
가을이라는 쓸쓸한 계절의 폐허를
헤매며 살았다
밤하늘을 여행하는 일은
알을 깨지 못한 벙어리시인 가슴에
윤동주의 북간도와 고국의 어머니가 복사되는
눈물겹게 아름다운 지상의 감옥이 아닐 수 없다
아픈 기억만이 앞을 가로막아
다른 세계는 열리지 않는다
밤하늘을 여행하는 일은
내가 자만했던 모국어
그 속에서 헤매는 위태로운 문장 같아
하나의 공간에 하나의 관념만 꽂혀
새로운 세계로 전환이 되지 않는다
저, 눈으로 보이는 밤하늘
- 김영미「언어의 순례자」《골프타임즈》2025, 1,24
<감상>
시인은 밤하늘을 보면 윤동주가 북간도에서 바라본 <별 헤는 밤>을 연상합니다. 어머니를 떠올리며 책상을 같이 했던 소녀들의 이름을 떠올립니다. 시인은 보이는 세계를 통해 보이지 않는 세계를 떠올리기도 하지만 의식은 곧아서 하나의 공간에 하나의 관념만 꽂히게 됩니다.
다른 세계로 전이가 되지 않습니다. 밤하늘을 보면 윤동주의 <별 헤는 밤>에서 헤어나오지 못합니다. 이 지점이 시인을 가두는 감옥이 되고 여기에서 시인의 고민은 가중됩니다. 다른 세계로 전환하려고 해도 하나의 기억에 꽂히면 다른 세계는 열리지 않습니다. 시인은 한 사물에서 다른 사물로 전이를 하고 싶지만 하나의 은유가 못을 박아 한 사물에서 다른 사물로 환유가 일어나지 않는 모양입니다.
시인은 새로운 시쓰기를 시도하고자 합니다. 이 시는 시인의 시쓰기 방법, 시쓰기 방향 전환에 대한 사유입니다.
데이비드 흄은 객체를 성질들의 다발로 명시한 바 있습니다. 객체와 관련해서 미국 인문학자인 그레이엄 하먼은 그 종류를 4가지로 분류합니다. 그 중에서도 객체지향존제론의 경우에서 아름다움의 의미는 어떤 실재적 객체가 화자의 감각적 성질 뒤로 사라지는 상태라고 명시합니다. 감각적인 성질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아름다움을 표출하는 결과물이 다르겠지요 .
이 시는 밤하늘의 별을 통해 시작하는 방법을 깨닫게 된 과정입니다. 실재적인 객체는 하이데거의 영역입니다. 하지만 시인이 실재적인 객체에 대해 윤동주를 끌어와 후설의 본질적인 성질로 표현한 성공적인 작품입니다. 실제적인 객체를 본질적인 성질로 표현한 방법도 4가지 방법 중의 한 가지 방법입니다.
이제 실재적인 객체를 감각적인 성질로 표현하는 방법도 시도해 보시길 바랍니다. 감각적인 성질이란 시인이 본 사물이 우연히 일시적인 순간에 가지게 되는 성질입니다.
진통이 있겠지요. 산고가 끝나면 해산이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변화를 기대합니다. 새로운 시쓰기를 기다리겠습니다.
해피!
<감상자> 이구한
첫댓글 이구한선생님 해박한 평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제 심중을 꿰뚫는 예리한 통찰력 덕분에
졸시가 빛을 발합니다.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면서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언어의 조각사가 김영미 시인의 닉네임이었군요.
수고하셨습니다. 변신하지 않으면 발전이 중단 됩니다.
끝없는 변신을 통해 자기개발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십시요.
자신이 만든 틀에 갇히면 신선미를 얻지 못합니다
새로운 변화를 기대합니다.
해피!
이구한 드림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