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시간 접전을 벌인 종반은 파란만장했다. 던지기 일보직전까지 몰렸던 김채영
3단(왼쪽)이 이어 등장한 판양 3단의 패착으로 승부판을 가져왔다.
2018 엠디엠 한국여자바둑리그 1R 4G
서울
부광약품, 경기 호반건설에 역전승
파란만장했던 승부의 끝을
김채영이 제압한 서울 부광약품이 팀 개막전에서 웃었다. 25일 밤 바둑TV 대국장에서 벌인 2018 엠디엠 한국여자바둑리그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경기 호반건설을 2-1로 눌렀다.
10시 30분까지 이어진 4시간의
접전을 막판 대반전에 편승한 역전극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선취점은 호반건설이 가져갔다. 에이스 김혜민이 권주리에게 불계승했다.
▲ 경기장까지 함께 온 남편과 9개월 된 아들의 응원을 받은 김혜민 8단(왼쪽)이
권주리 초단에게 3승째를 거뒀다. "집에서 아기를 보라고 했더니 굳이 따라왔다. 엄청난 힘이 됐다"는 국후 인터뷰.
여자리그 박정상 해설자는 "중반 들어 추격을 허용했지만 결국은 미세하지
않는 차이로 이겨내는 반면운영을 높이 사고 싶다"고 했다. 권주리에 대해선 "두 번의 판단미스(상변 전투 실패와 살려서는 안 되는 돌을 살린
것)가 국면을 그르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부광약품은 즉각 반격했다.
한국여자리그에 첫선을 보인 중국 용병 루민취안이 김은선을 꺾는 동점타로 기대에 부응했다. 공격과 타개로 맞선 최대 승부처에서 타개에 성공하면서
승세를 굳혔다. 루민취안은 '여자 커제'로 불리기도 했던 중국 여자랭킹 8위에 올라 있는 19세 기대주이다.
▲ '여자 커제'라는 평판을 받기도 했던 루민취안 4단(왼쪽)이 김은선 5단을 꺾고
팀의 역전승 발판을 놓았다.
1-1에서 김채영-판양의 3국으로 관심이
집중됐다. 김채영은 지난시즌 포스코켐텍에서 MVP와 공동 다승왕을 차지한 후 올해 부광약품 새 주장으로 옮긴 강자. 판양은 한국여자리그 데뷔전에
나선 또 한 명의 중국 용병이다. 판양의 중국 여자랭킹은 22위로 낮지만 김채영과의 상대전적은 1승1패.
김채영이 리드해 나가던 반상은 중후반으로 들어서며 여러 차례 크게 출렁거렸다. 승부수를 어디서 어떻게 띄워야 할지
고민이 깊어가던 판양에게 김채영의 강경일변도가 화를 불렀다. 막판엔 완전히 걸려든 상황.
▲ 판양(흑) vs 김채영. 쌍방 대마의 덩치만 컸지 이 시점에선 어려울 게 없는
수상전. 양단수 유혹에 빠진 흑1이 패착. 자충수였다. 패가 났지만 팻감 부족. 흑1로 A에 메웠으면 그것으로 1수 빨랐고 바둑은
끝이었다.
전기 MVP를 판양이 궁지로 몰아갔다. 그런데 한 수만 제대로
두면 돌 수만 26개인 대마를 잡고 끝낼 수 있었던 수상전을 어이없는 실수로 잃고 말았다. 던지기 일보직전이었던 김채영에게 행운의 승리가
됐다.
용궁 갔다온 김채영은 정규리그 11연승 기록을 이어갔다. 지난시즌
5라운드부터 10연승으로 정규리그를 마쳤고, 올 시즌 개막전 승리를 보탰다. 지난해 챔피언결정전에서 거뒀던 포스트시즌 3연승을 포함하면
14연승이다.
▲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엔 각각 한 명씩의 중국 선수가 한국여자리그에 데뷔했다.
결과적으로 용병의 승리가 팀 승리로 나타났다.
9개팀이 더블리그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다섯 팀을 가려내는 정규시즌은 1라운드를 마치고 다가오는 목요일부터 2라운드를 속행한다. 팀 대진은 서귀포 칠십리-포항
포스코켐텍(1일), 충남 SG골프-서울 바둑의품격(2일), 인제 하늘내린-부안 곰소소금(3일), 여수 거북선-경기 호반건설(4일).
▲ 김혜민 8단의 절친 이민진 8단이 다섯 살 딸(소하율)과 같이 와서 응원전에
가세했다. '거북이'는 김혜민 8단의 별명.
▲ 전원 새 얼굴의 선수들로 바뀐 2016년 우승팀 부광약품. 권효진 감독(오른쪽)은
"항상 첫 단추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최종 3국에서 운이 따랐다"면서 밝게 웃었다. 맨 왼쪽은 코치 역할을 맡고 있는 백홍석 9단.
▲ 이다혜 감독이 '워킹맘의 팀'이라고 했던 호반건설. 이다혜 감독과 김혜민 선수의
남편이 응원을 나왔다.
▲ 여자리그 연승 기록을 써내려 가고 있는 김채영 3단(22). 두 시즌에 걸쳐
정규리그 11연승 중이다.
▲ 감각적이며 전투적인 판양 3단(21). 착점이 시원시원한 만큼 경솔한 수도 나온다.
이 판에서 초읽기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