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치다 핫켄의 ‘비행장 만록’
비행기가 착륙한 뒤 비행장 위를 꾸무적꾸무적 들어오는 꼴이 심히 얼빠져 보인다. 기체가 커다란 탓에 보기가 흉하다. 비에 젖은 나방이 정원석 위를 파닥파닥 가는 모습과 몹시 닮았다. 격납고 앞으로 오자 여러 사람이 비행기 근처로 모여들어 격납고 안으로 비집고 들어간다. 드넓은 비행장 저 멀리서 바라보니 개미가 나방을 견인해 가는 것 같다.
비행기가 이륙한 두 잠시 활주하던 차바퀴가 도중에 멈춰 서서 빙글빙글 돌더니 곧 회전을 멈추고는 그대로 줄곧 축 늘어졌다. 그 꼴이 보기 흉하다면서 계속해서 걱정한다. 데 선생 생각건대, 어떤 새라 한들 하늘에 오를 때 제 다리를 배라든가 어딘가에 확실히 숨겨 두거늘, 하늘을 나는데 쓸모 없는 다리를 흔들흔들 늘어뜨리는 놈은 없어. ‘학은 뭔데요?’ 하고 반문하자 그건 다리가 너무 길어서 배 쪽 털 속에 숨길 수가 없긴 하지만 아무튼 똑바로 모우고 발도 보기 좋게 구부린다고 비행기처럼 칠칠치 못한 꼴을 하는 새는 없단 말이야.
데 씨는 어느날 비행장에 가보니 육군 비행기가 착륙 중에 실수로 다리를 부러뜨렸다.
정차장의 비행연대 교관을 만나 그 이야기를 하자 장교가 말하기를, 이래서 일반인을 비행장에 들이며 안 된다니까. 저건 실수로 부러뜨린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충격을 견딜 수 있는지를 확인해 보려고 일부러 지면과 부딪히게 해서 다리를 부러뜨려 보는 것입니다. 저런 걸 함부로 일반인에게 보여주면 안 디는 건데 말이죠.
이에 나와 데씨는 감탄했다. 그렇게 남몰래 다리 강도를 확인해 보는 건 요컨대 비행기 다리를 단단히 해 둬 착륙시 잘못 충격을 받더라도 좀처럼 다리가 부러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것도 아닌 듯하다.불시착 등의 경우 거친 충격이 기체에 전해지지 않기 위해선 다리가 먼저 부러져 버리는 편이 낫다. 그쪽으로 힘을 돌려서 기계를 안전하게 하려고 다리가 부러지는 경우를 시험하는 중이란 것이다. 들어보니 지당하긴 하나 이전의 감흥이 되살아나진 않는다.
비행기 격납고에서 꺼내 떠올리기 전 먼저 프로펠라를 돌려본다. 그 소리를 듣자 나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장쾌한 기분이 든다. 속력이 빠른 기차가 커다란 정차장을 통과할 때의 소리, 그러고서 전철을 통과할 때의 울림, 소방차 종과 사이렌, 기관총 격발 소리 등등 또한 짜증이 치밀었을 때 듣노라면 어느 정도 분이 가라앉는다. 그러나 지상에서 듣는 지행기 프로펠라 울림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 날카롭고 긴장되고 공포스런 속도임에도 그 음의 마디마디 가운데 용케 기분이 가지런히 정리된다. 울림이 닿는 곳에 있는 건 그 무엇이든지 바로 가지런히 정리되는 듯한 기분이다.
프로펠러 바람을 맞는 지면의 건초는 뿌리에서부터 전부 가리가리 찢겨 흩날리고, 풀이 없는 곳엔 모래가 연막처럼 불어 올라서 주위가 보이지 않는다. 이후 여름이 되면 푸른 잎 위로 불어오는 프로펠라 바람이 먼 곳을 향해 조금 밀려나가 무시무시하게 커다란 선풍기를 설치한 것처럼 시원해서 지금까지도 낙으로 삼고 있다.
비행장에 누런 개가 있다. 아사히 신문사 격납고 소장의 개인 듯하다. 언젠가 함께 자동차에 오르는 개는 털이 무성한 손을 창가에 걸치고서 그 위에 커다란 턱을 얹고 열심히 바깥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 때때로 눈을 반짝이며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건지 나는 짐작할 수조차 없었다.
그 개가 비행기를 이용해 자신의 몸에 달라붙은 벼룩을 떨궈버린다는 이야기를 소장에게서 들었다. 비행기가 격납고에서 끌려 나와 프로펠라 시험 운전을 시작할 즈음이면 곧바로 알아채 바람 아래로 쫓아 프로펠라 쪽으로 꼬리를 두고서 지면을 선회한다는 것이다. 그 사이에 매우 격한 바람이 지면을 두들기며 불기 시작하면 몸통의 털이 한 올 한 올 속속들이 흩어져 털에 붙어 있던 벼룩들이 전부 비행장으로 불어 날아가 버린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자 사십오만 평 다치카와 비행장이 온통 벼룩 투성이인 듯 무심코 걷던 발 주위가 근질근질했다.
비행장에는 종달새가 잔뜩 있다. 해맑게 지저귀는 소리 너머로 주체할 수 없는 애수를 일으키며 하늘로 날아오른다. 그 앞을 육군 경폭격기, 중폭격기, 수송회사 포르케, 아사히 신문의 삼송(프랑수의 군수 차량을 생산하던 회사 이름), 메르쿠르(독일서 제작한 군용수송기) 등등 이러저런 강마력 비행기가 날아돈다. 쨍쨍하게 비치던 봄날, 종달새가 날아오르고 깊은 슬픔에 홀로 잠기자면 어쩐지 입을 열 수가 없다. 비행장 잔디 위에 차분히 앉아 아래에서 올려다 본 하늘 한복판엔 종달새와 비행기가 하나가 되어 날고 있어 그 경치가 기이하다. 속력이 빠른 기계 날개엔 때때로 공중의 작은 새가 부딪혀 찌부러져 죽기도 하기 때문에 종달새 또한 멍청히 날기만 하면 안 된다. 그뿐 아니라 종달새가 비해장 풀숲 사이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치면 자칫하여 그 위를 무거운 비행기가 활주해 모조리 으께 버릴지도 모른다. 비행기가 예의 나방같은 모습으로 비행장 위를 느릿느릿 달리고 전방의 종달새가 황급히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노라면 흠칫 놀라게 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