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 산하의 표준기관인 '국립표준기술원(NIST)'은 최근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표준화의 필요성이 처음 대두된 계기는 1904년에 발생한 볼티모어의 대화재였다. 뉴욕의 소방차들까지 달려갔지만 소화전 나사가 서로 맞지 않아서 소용이 없었다. 이를 계기로 수천 종의 제품들이 표준화됐다. NIST는 오늘날 연간 3만5000종의 '인증표준물질'을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는 표준함량의 영양소가 들어 있는 시금치, 환경오염도 평가용의 고래 지방, 해양오염도 평가용의 해안 퇴적물 등도 있다.
그러나 이 연구소가 인치-파운드 체제에서 미터체제로 바꾸기 위해 1970년대 후반부터 벌여 온 캠페인은 그렇게 성공적이지 못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조차 우주왕복선의 설계에 인치를 사용했으며 챌린저호의 폭발사고는 그 대가였다. 1999년에 발사된 화성 탐사선도 궤도 진입에 실패했는데 그 원인도 로켓의 추진력을 파운드로 계산한 탓으로 드러났다.
미터법의 시초는 1670년에 지구의 극에서 적도에 이르는 길이를 1000만분의 1로 나눈 값을 1m로 한데서 출발한다. ℓ는 0.1m 길이로 둘러싸인 정육면체의 부피를 말하고 ㎏은 1ℓ에 해당하는 물의 질량이다. 이들 단위와 초의 단위가 초기 미터법의 기초가 됐다. 그 후 자연현상에 기초를 둔 값으로 표준을 확립하는 안이 제안됐으며 현재 가장 기초가 되는 단위는 m가 아니라 초이다.
1949년 NIST에서 처음 원자시계를 만든 이후 가장 최근 개발된 원자 분수시계는 2000만년에 1초밖에 안틀릴 정도로 정밀한 것이다. 1967년에 초의 정의는 세슘 원자가 9,192,792,458번 진동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으로 정의됐다. 이에 따라 미터의 정의도 빛이 진공 상태에서 299,792,458분의 1초 동안 진행한 경로로 바뀌었다.
원자시계 덕택에 20세기 물리학의 가장 큰 발견인 중력파의 존재 가능성이 확인됐다. 1980년에 프린스턴 대학의 테일러 교수와 헐스 박사는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우주를 탐색하던 중 두 개의 거대한 중성자별이 서로 회전하면서 일정한 주기의 전파를 방사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수년 동안에 걸쳐 정밀 측정한 결과 주기가 조금씩 빨라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로부터 별들이 서로 나선형으로 회전하면서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 값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서 예측된 것과 일치했다. 그 결과 과학자들은 초신성의 폭발 등과 같은 엄청난 중력현상에 의해 중력파가 발생한다고 확신하게 됐으며 이 공로로 이들은 1993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