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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기업, 수출과 사랑에 빠지다
- ‘수출기업화 성공사례 공모전’ 수상작 시리즈 ⑧ 앤드
나(박기태 대표)는 앤드(AND)라고 하는 디자인소품 제작업체의 디자이너 겸 대표이다. 2010년 창업하여 햇수로 3년차 된 젊은 기업이다. 현재 국내 출시와 더불어 미국, 일본, 콜롬비아, 스위스 4개국에 수출을 하고 있으며, 올해 9월에는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벨기에 등 유럽 3개국에 수출 예정이다. 많은 시행착오와 실수를 통해 하나씩 배워 왔다. 지금도 수출과 무역에 대해 공부하고 있으며, 더 많은 수출국을 만들기 위해 제품 개발과 바이어 발굴에 노력하고 있다.
●무역협회 도움으로 시행착오 끝
우리 회사가 이렇게 해외를 상대로 제품을 판매하고 조금씩 영향력을 키워나갈 수 있기까지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그 중에 일등공신으로 한국무역협회를 꼽지 않을 수 없다.
대학교 4학년, 친구들은 취업준비를 한다고 모두들 바쁜 시간을 보냈지만 나는 특별한 계기가 있어 취업을 뒤로한 채 홀로 창업 준비를 하게 되었다. 회사를 설립하기에 조금 부족할 수도 있는 400만원의 종자돈으로 제품개발과 생산을 하여 회사를 설립하였고, 아무런 지식 없이 맨몸으로 시장이라는 전쟁터에 뛰어들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시장은 냉혹했고 유통망 진입도 너무 힘겨웠다. 유통업체에서 무시당하고 문전박대 당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런 신용도 없고 인지도도 없는 업체에서 제품 하나만으로 유통업체에게 환대를 받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겠으니, 문전박대는 당연했다.
젊은 혈기만 앞세운 주먹구구식의 유통방식으로 인해 그 때 당시 월평균 매출이 20만~30만원에 불과했다. 경제적으로 매우 힘들었으며, 돈도 돈이지만 디자인 역량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자괴감이 더욱 컸다.
부끄럽지만 나는 대학시절 스스로를 엘리트라 자부했다. 디자인으로 인지도 있는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디자인을 전공하였고, 국내 공모전에서 10여회 이상 수상했으며 일본, 싱가포르, 영국, 독일, 미국의 국제 디자인공모전에서도 수상한 바 있다. 이 중 독일과 미국의 공모전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인정받는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이었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이러한 스펙은 유통과 시장에서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였고, 괜한 자부심과 자신감은 오히려 부모님과 나 스스로의 기대치만 높여 놓아 커다란 좌절과 실망감을 안겼을 뿐이었다.
●힘들수록 해외시장 진출 갈망
정신적으로 힘든 나날을 보낼수록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갈망과 욕심은 더욱 강해졌다. 해외시장에 진출하여 국내 디자인 관련 유통업체들에게 보란 듯이 인정받고 싶었다. 아무래도 국내 디자인 시장은 해외에서의 활약을 더 높이 평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내시장에서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해외시장으로의 진출 욕망은 더욱 간절했다.
어찌 보면 해외시장 진출은 성공을 꿈꾸는 디자이너 지망생이라면 한 번쯤 목표로 삼는 평범하기까지 한 목표이며 바람이기도 하다. 디자인의 본토인 미국과 유럽에서 당당하게 디자인 역량을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성공을 꿈꾸는 디자이너에게는 그리 과도한 꿈이랄 것도 없었다. 하지만 욕심만 있을 뿐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무역과 유통, 수출이라는 생소한 분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까지 생겨나, 해외시장 진출 목표는 외려 나를 더욱 의기소침하게 했다.
그러던 중 지인을 통해 한국무역협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홈페이지를 방문하게 되었다. 사실 큰 기대 없이 방문하였는데, 다양하고 체계화 되어 있는 여러 지원서비스와 이를 매우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간편한 시스템에 굉장히 놀랐다. 첫 방문에서 무역협회가 나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무역협회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간단하게 활용할 수 있는 통역/번역 서비스와 온라인 번역, 그리고 수출/무역용어, 이렇게 3가지 서비스를 중점적으로 활용했다. 이 3가지 서비스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다. 가장 기본에 충실한 서비스이고, 홈페이지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 구애를 받지 않아 심야에도 활용할 수 있다. 해외 국가의 시차로 인한 근무시간 이외의 메일 답변에도 큰 도움을 받았다.
먼저, 그동안 해외바이어를 접촉함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언어장벽이었는데 앞서 말한 통역/번역 서비스와 온라인 번역은 정말 큰 힘이 되었다. 이 서비스를 통해 해외 바이어들과의 언어소통에 대한 어려움이 해소되었고, 괜한 영어 울렁증으로 소극적이었던 마케팅 태도까지 적극적인 태도로 바꿀 수 있었다. 또한 이전의 엉성한 영문 관련 카탈로그나 홈페이지 등을 모두 재정비할 수 있었고 이로써 보다 ‘레벨 업’된 홍보도 가능하게 되었다.
●무역용어부터 공부하다
그렇게 국가를 막론하고 마케팅에 열을 올리던 중 2011년 여름에 드디어 첫 수출계약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러나 막상 수출계약을 진행하니 영어에 대한 어려움은 극복되었지만, 언어와는 상관없이 처음 들어보는 수출/무역용어와 관련법규를 몰라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산 넘어 산 같은 상황에 무척 당황하였다. MOQ, FOB, CIF, B/L, L/C 등 굉장히 기초적인 무역용어는 물론 은행 거래조건과 거래방식에 이르기까지 모르는 것 투성이였다. 하지만 해외 바이어에게 수출 초보 티를 내면 수출계약에 문제가 생길 것 같은 불안감에 되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로 인해 잘 진행되던 계약 건은 무척 속도가 더뎌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무역협회에 사정을 말씀드리고 문의를 드렸다. 홈페이지에 수입규제 정보와 무역용어에 대한 서비스 항목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수출/무역용어 관련 서비스이다. 생각보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쉽고 빠르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서비스들을 적극 활용하여 찾아보고 물어보고 공부해 가며 2012년 1월에 드디어 7,500달러의 첫 수출을 해낼 수 있었다. 금액과 상관없이 값진 경험이었고, 그 성취감과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자신감 회복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
●미서 연간 2800만 달러 매출
여세를 몰아 내 디자인 인생의 가장 큰 로망이었던 미국의 뉴욕현대미술관 디자인 스토어에 우리 회사 제품을 소개하기로 마음먹었다. 뉴욕현대미술관에 내 디자인 제품을 납품하는 것이 아직은 부족하다고 생각되었지만, 일본과의 수출성사를 통해 얻은 자신감으로 뉴욕현대미술관에 적극적으로 제품을 홍보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도도하고 콧대 높을 것 같은 뉴욕현대미술관이었지만 의외로 빠르고 친절한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입점 담당자와의 메일을 통해 제품과 회사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나는 담당자로부터 입점 축하 메일을 받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빠른 목표달성으로 한동안 멍해 있었고 조금은 믿기지 않아 꿈이 아니길 기원해야 했을 정도였다. 대학생 때부터 막연히 목표하고 꿈꿔 온 뉴욕현대미술관 디자인 스토어였는데, 이렇게 입점하게 되다니, 꿈이 현실이 되는 내 인생의 첫 경험이었다.
그 후로 정기적으로 뉴욕현대미술관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일본에서의 반응도 좋아 첫 수출 한 달 후에, 두 배 많은 수량을 또 다시 수출하게 되었다. 경제적인 어려움 극복은 물론 내 디자인이 세계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커져버린 새로운 꿈과 목표를 생각하며 내가 성장하고 있음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선배 기업인들이 보기에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지나지 않겠지만, 2012년 매출 기준으로 2011년 대비 400% 성장을 했다. 첫 수출을 시발점으로 현재까지 꾸준히 수출국을 늘려가고 있으며, 수출을 통해 애국을 한다는 자부심까지 얻었다.
돌이켜보면 한국무역협회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서비스들이 나와 같은 수출 초보자에게는 나비효과처럼 힘이 배가 되어 정말 큰 도움과 용기를 주었다. 이러한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만 수출을 진행했다면 계약 성사가 더디거나 아예 되지 않아 경제적 어려움으로 폐업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었을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용기와 자신감이라는 밑거름을 선사해 준 한국무역협회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나와 같은 수출초보자들이 한국무역협회를 적극 활용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무역협회가 보다 많은 홍보가 되길 바란다. 내가 새로 시작하는 지인들에게 협회 서비스 이용을 적극 권유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수출을 계획하고 있거나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기업들이 한국무역협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더 큰 바다로 나가길 바란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문을 두드리는 것을 통해 좋은 경험과 많은 공부가 되어 언젠가는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주간무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