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도장 찍기는 이제 그만! “손끝으로 직접 만져보고 느껴보세요”
“손으로 만지면 안돼요. 눈으로만 보세요.”
오래 전, 박물관이나 전시관에 견학 가면 제일 먼저 듣는 말이었다. 발걸음도 조심스럽게 하면서 ‘눈도장’만 찍으라는….
그래서 견학을 해도 별로 기억에 남는 게 없었다. 보고 지나쳤을 뿐 재미가 없었다. 또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 남았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손으로 직접 만져보며 느껴 보세요. 촉감이 어떤지…. 그저 보고 지나치면 재미가 없어요.”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 하루해가 너무 짧다며 아쉬워한다. 박물관이나 전시실은 재밌는 곳이란 인식도 갖게 된다. 다시 그 곳에 가고 싶다며 보채기도 한다.
전남해양수산과학관이 달라졌다. 여수시 돌산읍 평사리에 있는 이 과학관에 체험수족관이 설치되면서부터다.
이 수족관에서는 각종 어패류 200여 종을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볼 수 있다. 유리벽으로 가로막히지도 않았다. 뜰채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아 볼 수 있다. 물컹거리는 느낌의 멍게와 딱딱한 소라의 감촉도 손끝으로 비교해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갯벌에서는 어떤 것들이 숨쉬고 있는지 두 눈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아이들은 책으로만 봤던 바다 속을 여행하며 즐거워한다. 해양?수산문화의 산 교육장이 따로 없다. 어른들도 흐뭇해 한다.
크고 작은 전시 수조도 알차다. 여기에는 여우고기, 해마 등 바다에 사는 관상어와 용치놀래기, 독가시치, 범돔 등 다양한 토산어류가 살고 있다.
바다거북이 사는 전용수조도 있다.
각종 어패류, 해산 포유류, 전복진주 등 수천 점의 박제는 바다생물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잊혀져가는 옛 어구는 아이들에게 조상들의 지혜를 가르쳐준다. 어른들의 향수도 자극한다. 모든 게 우리의 문화요 역사다. 옛 사람들의 생생한 삶도 녹아 있는 생활도구들이다.
김경철 전남해양수산과학관장은 “지난 1998년 개관 이후 지금까지 460만 명이 다녀갔다”면서 “아이들의 해양생태 체험학습 공간으로 이만한 곳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찾아가는 길
○ 호남고속국도 동순천 나들목-여수공항 입구-석창사거리-여수시청-돌산대교-(향일암 방면)전남해양수산과학관.
○ 전남해양수산과학관 ☎ 644-4136
과학관 길라잡이 한정식씨가 관람객들에게 갖가지 해양생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들어나 봤나? ‘하리수 물고기’라고…
과학관 길라잡이 한정식씨
“이게 ‘용치놀래기’인데요. 바다의 패션모델이라 불립니다. 태어날 때는 붉은 색의 암컷인데 자라면서 청색의 수컷으로 성전환하는 물고깁니다. 일명 ‘하리수 물고기’죠. 밤에는 모래 속으로 들어가는 습성이 있어요.”
“고등어, 꽁치…. 이런 것들은 등이 푸르잖아요. 보호색을 띄는 물고기들입니다. 낚시꾼이나 갈매기 같은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이죠.”
“은색 숭어를 본 적 있으세요? 원래 숭어는 짙은 회색인데요. 하얀 자갈이 깔린 이 수족관에서 은색을 보호색으로 띤 것입니다. 색깔이 조금 덜 하얀 것은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신입이죠.”
한정식(50)씨의 얘기를 듣고 있으니 물고기들의 생태가 재밌다. 단순히 보고 지나치기 쉬운 물고기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한 씨는 전남해양수산과학관에 근무하면서 ‘과학해설사’ 자격을 취득했다. 단순히 보고 지나치기 쉬운 물고기들의 생태를 재밌게 풀어주는 건 그의 몫이다.
“관람객들이 눈도장만 찍고 지나가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정말 신비한 바다이고 재미있는 물고기들인데….”
그의 바다이야기는 과학관을 넘어 인터넷 공간에서도 만날 수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Daum)’에 카페 ‘정식아 놀자’를 개설하고 바다와 바다생물에 대한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내고 있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해설을 듣고 싶은 관람객은 입구에서 그를 부르면 된다. “정식아! 놀자.”
녹색의 땅 전남새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