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이 어느 잘 사는 집에 식사 때 쫓겨나서는 주인을 향해서 丁口竹天(정구죽천) 月豕禾重(월시화중)이라 욕했다. 조합하면 可笑(가소)롭고 욕심 많아 豚種(돈종), 즉 돼지라 한 것이다. 파자 말고 기막힌 희작시 한 편을 보자. 부분을 우리말 훈으로 새겨야 한다.
‘세사 일을 곰곰 생각해 보니, 남들은 모두 활활 가는데(世事熊熊思 人皆弓弓去/ 세사웅웅사 인개궁궁거), 내 마음 벌벌 떨기만 하며, 나 홀로 살살 오가는구나(我心蜂蜂戰 我獨矢矢來/ 아심봉봉전 아독시시래),, 말들은 비록 풀풀 뱉지만, 세상일은 데데하기 그지없도다(言雖草草出 世事竹竹爲/ 언수초초출 세사죽죽위), 마음을 꼿꼿이 지키면, 앞길이 솔솔 열리리(心則花花守 前路松松開/ 심즉화화수 전로송송개).’
전해지는 희작시를 대부분 김삿갓의 작품이라 하지만 다른 것도 포함된 것이 많다고 한다. ‘오랑캐 땅의 화초(胡地無花草/ 호지무화초)’ 시에서는 토 달기의 백미를 감상할 수 있다. ‘胡地無花草’를 똑 같이 네 번 반복하여 해석을 달리 한다. ‘오랑캐 땅에는 화초가 없다고 하나, 오랑캐 땅이라고 어찌 화초가 없겠는가, 오랑캐 땅에는 화초가 없다 하지만, 오랑캐 땅엔들 어찌 화초가 없으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