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소년원에서 오늘(21일) 오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회를 봉행했다. 포교부장 송묵스님이 법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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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 눈물이 아닌 환한 웃음을 드리고 싶습니다. 부처님께 발원하는 마음으로 다시한번 다짐합니다.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불길을 지우고, 항상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면서 행복한 삶을 살겠습니다.”
포교부장 송묵스님은 법문에 앞서 150여명의 소년원 학생들에게 삼배를 올리면서 부처님오신뜻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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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원생활 18개월째 접어든 올해 스무살 신정식(가명)군은 부처님오신날 봉축법회가 열린 오늘(21일) 의왕 고봉중고(서울소년원) 대강당에서 흐느끼는 음성으로 발원문을 봉독했다. “저는 반항아 불량소년이었습니다. 지금은 마술을 배우면서 따뜻한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다면 화도 내지 않고 미운 사람도 없을 것이며, 모든 것이 사랑스러울 것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서울소년원 학생들이 교사들과 함께 만든 봉축 종이연꽃과 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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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포교원과 불교여성개발원이 개최한 이 날 봉축법회에는 전교생 230여명 가운데 150여명의 남학생들이 참석했다. 고봉중고교에 몸담고 있는 청소년 대부분 전과가 많고 죄질이 좋지 않은 편이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학생도 전체 중 절반 가까이 된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 소속 30여명의 교직원과 교사들이 이들을 가르치고 돌보면서 제과 제빵 바리스타 마술 한식요리 헤어 등 분야별 직업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불자 학생들의 모임인 고봉불교반은 매년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을 봉행하고, 연간 4회 이상 템플스테이를 체험하면서 자아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서울경기권 유일의 서울소년원은 지난 2009년부터 고봉중고등학교 특성화 직업훈련시설로 탈바꿈했다.
이 날 봉축법회에선 박순 불교여성개발원장이 봉축사를 했고, 한영선 고봉중고 교장의 축사에 이어 산악인 엄홍길씨가 특별히 찾아와 ‘열정과 도전’을 주제로 격려의 말을 전했다. 포교부장 송묵스님은 봉축법문에 앞서 학생들 앞에서 신발을 벗고 삼배를 올렸다.
스님은 “부처님오신뜻은 사람을 섬기라는 가르침”이라며 “옆에 있는 친구를 사랑하고 친구의 사랑을 마음으로 받아줄줄 아는, 인의예지를 갖춘 인간다운 사람이 되어달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서울소년원의 봉축법회는 단촐했지만 감동이 있고 사랑이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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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경 전 불교여성개발원 교정교화센터장은 “20여년 전부터 조계종 여성불자님들이 소년원에서 부처님오신날 봉축법회를 개최하고 명절마다 학생들에게 각종 간식을 제공하는 등 소중한 인연을 맺어왔다”며 “불교여성개발원 차원에서 많은 분들이 어머니의 마음으로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긴 세월 아낌없는 지원활동을 꾸준히 해왔고 앞으로도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재규 교사는 “소년원이라고 하면 아이들을 과하게 격리시켜서 교도소와 흡사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다양한 종교문화체험, 직업문화체험을 하면서 잠시 잘못된 길을 걸어간 아이들 삶에 희망의 등불을 밝히기 위해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이 날 봉축법회에서는 서문여고 밴드부가 무대에 올라 체리필터의 ‘오리날다’ 등을 선보여 학생들의 환호를 받았다. 불교여성개발원 어머니 합창단이 ‘어머니 은혜’를 부르고 고봉불교반 선재합창단 학생들은 ‘우리도 부처님처럼’으로 화답하고 아기부처님 관욕의식을 손수 하면서 부처님 오신 뜻을 찬탄했다.
소년원 학생들이 쓴 자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