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화자에게 그는 “나라도 곁에 없으면” 당장이라도 그럴 사람처럼 보였다. 나는 “나라도 곁에 없으면”을 골똘히 들여다본다. 속으로 무심코 저 생각을 했다가 스스로도 놀라버렸을지 모를 한 사람을 생각한다. 내 앞에서 엉망으로 취해 있는 사람을 바라보며, ‘나라도 곁에 없으면 죽을 사람’이라는 말을 ‘내가 곁에만 있으면 살 사람’이라는 말로 조용히 바꿔보았을 한 사람 말이다. 그런 순간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 사람을 계속 살게 하고 싶다고, 내가 그렇게 만들고 싶다고 마음먹게 되는 순간. 바로 그 순간에 이 세상에는 한 인간에 의해 사랑이 발명될 것이다. (...) 이 시를 ‘무정한 신 아래에서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기 시작한 어떤 순간들의 원형’을 보여주는 시로 읽었다. 나는 인간이 신 없이 종교적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를 생각하는 무신론자인데, 나에게 그 무엇보다 종교적인 사건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곁에 있겠다고, 그의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무신론자는 신이 없다는 증거를 손에 쥐고 환호하는 사람이 아니라, 신이 없기 때문에 그 대신 한 인간이 다른 한 인간의 곁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이 세상의 한 인간은 다른 한 인간을 향한 사랑을 발명해낼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신이 아니라 이 생각을 믿는다.
첫댓글 오 필사했던 글이잔아
좋다
이제 서울대에 계시잔아 진짜 좋은 분이잔아
헐 진짜?대박
넵 이번 학기부터 서울대로 가심 개인적으로 아는 분이잔아
헐 진짜? 신형철 비평문 책 있잔아 팬이라고 전해달라잔아
좋아
나 이 시 어떻게 알지...
지우지 말아주라 눈아 ㅠㅠ!!!!
미췬 뭐야... 시가 엄청 감각적이야
무신론자 부분도 너무 좋다 나도 그렇게 믿을래
오랜만에 좋은 글 봤다 고마워
와 진짜 글 너무 좋잔아 ㅠ 공유너무고맙잔아
시도 평론도 너무 감각적이고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