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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데이 회원 중에 고구마(영어로 표기되어 있긴 하지만..)란 닉을 가지신 분이 있는데.. 혹시?
아님 원더버드의 고구마?
고구마란 말에는 왠지 모르게 친근함과 함께, 푸근함이 배어있는 느낌이 드네요.
한 때 제가 모은 도어즈 중고 시디엔 알 수 없는 일련번호가 쓰여진 스티커가 붙어 있었는데...
아마 방송국에서 나온 것이던가,
시디를 하도 많이 모아서 라벨 붙이고 관리하던 사람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그런거 외에도 중고시디를 사면 한가지 해보는 버릇이 있는데,
시디 케이스를 분리해서 뒷 표지를 살피는 일입니다.
데빌돌 2집을 중고로 사던 날, 아무 생각없이, 시디를 하나하나 분리해 봤는데 뒷면에 누군가에게 주는 편지가 적혀져 있더군요.
비밀일기를 훔쳐본 듯한 기분과 함께, 도서관 책 뒤에 꽂혀진 도서카드에 적힌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이름들을 볼 때의 야릇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요즘도 중고시디를 사면 어딘가 무언가 적혀져 있지 않을까 유심히 살펴본답니다.
... 중고시디는 가격도 쌀 뿐더러, 누군가의 손떼가 묻어 있어서 왠지 모르게 애착이 갑니다.
하물며, 중고 엘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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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씨디보다는 엘피의 푸근함을 좋아하고, 큰 쟈켓에 확대되어 나온 그들의 모습을 음악을 들으면서 보고 또 보고, 그리워 하는 것을 은근히 즐긴다. 그래서 아직도 나는 씨디보다는 엘피 수가 많고, 아직도 회현 지하상가에서 리빙사, 클림트 등의 음반 사기에 열악한 환경인 그 곳에서 자주 헤매는 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는 돈이 없어서 라이센스 음반을 사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고, 그래서 가장 처음으로 반짝반짝 윤이 나는 칼라 라이센스 음반으로 처음 구입한 것은 퀸의 Jazz 음반이다. 이 음반은 후에 씨디로 구입했건만 아직도 팔지 않고 고이 간직하고 있다. 이런 중복되는 음반은 한 두개가 아닌데 퀸 앨범 외에도 안젤로 브랑두아르디의 깐따 예이츠 앨범 등의 것은 음반 정리를 할 때마다 씨디 든 엘피 든 하나는 팔아야지 하면서도 피붙이 처럼 마냥 내 곁에 달고 다닌다.
암튼 어릴 때 샀던, 혹은 다 커서 샀으나 점심굶고, 술 안먹고, 백화점 버스 타고 통학하면서도 돈이 모자라 살 수 없는 음반들은 엘피, 그것도 빽판으로 구입한 것도 많다. 우스운 것은 나만 그런지는 몰라도,
내가 산 빽판의 3-40 % 에는 이런 단어가 적혀있다
"고구마"
내가 고등학생일 때 정말 듣고 싶었던 음반이 듀애인 올맨의 앤솔로지 Vol.2 음반이었다. 그런데 이 음반은 더블앨범이어서 살 엄두도 안 났고, 살 수도 없었다. 그래서 남들 라면 먹을 때 천하장사 소세지로 허기를 때우고, 남들이 바나나 우유 먹을 때 요구르트 입에 물고 핥아 먹다가 이건 도대체 돈이 어디로 술술 빠지는지 - 그당시 자주 술을 먹지도 않았는데 - 당췌 살수가 없어 우연히 보이는 구루마에서 듀애인 올맨의 앨범을 샀다. 내가 가진 빽판은 녹색 1칼라짜리가 대부분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듀애인올맨의 마빡에 위풍당당하게 쓰여있는 단어
그것은 바로 고. 구. 마
감자도 아닌 고구마,
이 판을 나 이전에 소지했던 주인 심보가 얼마나 못됐는지 항상 이 단어는 얼굴이 확대되어 나온 쟈켓에는 어김없이 마빡에, 전신사진이 나온 쟈켓에는 가슴팍에 무슨 죄수 번호처럼 고. 구. 마
나와 그 사람은 불행히도 취향이 비슷했는지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만나는, 그리고 탐나는 빽판에는 어김없이 고구마, 같은 곳에서 사지도 않은 음반인데도 어김없이 같은 글씨체로 고. 구. 마 라고 적혀있었다.
이번 음반 정리를 하는데 정말이지 고구마가 쓰여져 있는 음반은 명반임은 물론이고, 버리지도 팔지도 못하는 애물단지가 되어 버렸다.
혹시 가지고 계신 빽판 중에 잘 살펴 보세요. 고구마라고 적혀있는 음반이 있는지..
혹시 뷰데이에 고구마의 주인공님이 계신것은 아닌지요.
만약 그렇다면 다음 정모 때 뵙고 싶군요. 고구마의 악령에 사로잡혔는지 지금까지도 고구마라는 단어가 적힌 빽판을 보면 저도 모르게 사게 된답니다. 명반임이 거의 확실해서..
P. S 생각해 보니 거의 중학교 때 부터 나를 블루스로 인도한 인물은 다름아닌 고구마님이었어요-_-아아